사선에서 국선으로 - 국선변호사의 사건 노트 : 법정에는 늘 사정이 있다
김민경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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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김민경(지음)/ 하움출판사 (펴냄)








13년 차 형사 사건 전문 변호사의 기록이라는 부제, 국선 변호인은 들어봤지만, ‘국선 전담 변호사’라는 존재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법은 늘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막상 내가 어떤 사건에 연루되지 않는 이상 법정이라는 공간을 떠올릴 일도 거의 없다. 대부분의 사람은 평생 법정 공방에 휘말리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기에 법에 대해 무지한 채 살아가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떤 일을 직접 겪고 나서야 비로소 하나씩 알게 되는 것들. 법은 그런 영역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은 멀게만 느껴졌던 법의 세계를 우리 가까이로 끌어온다. 이 책은 법을 설명하기 위해 쓰인 책이 아니라, 법속에 놓인 다양한 사람들을 보여주기 위해 쓰인 기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심원 여러분. 저는 오늘 여러분과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나볼까 합니다.

이 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변론은, 법정이 단순히 판결을 내리는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 구조를 가진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호사의 말은 논리이면서 동시에 서사이고, 차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간을 이해하려는 시도라고 느껴졌다. 정말 다양한 위치의 사람들 이야기가 언급된다. 그러나 책 속 사건들은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순간의 선택, 짧은 판단 착오, 혹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만들어낸 결과들. 그렇게 누군가는 피고인의 자리에 서게 될 수도 있다.






법을 먼저 배우고 사람을 나중에 배웠다는 저자의 문장은 그 겸손함에 읽는 독자마저 겸손하게 만든다. 변호사의 역할은 단순히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라, 가능성의 문을 열어두는 일이라고 한다,

자백이든, 부인이든, 침묵이든, 혹은 어떤 선택이든—

그 사람이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주는 일이라고 한다. 누군가의 다음을 보태는 일 p14






증거는 차갑고 사람은 뜨겁다. 둘 사이의 다리를 만드는 일, 그게 내 직업 변호사가 하는 일이다 p 96



우리의 사법에 대해 불신하는 분들이 많다. 사법에 대한 불신, 나도 그러했다. 뉴스 속 판결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고, 때로는 결과보다 과정이 더 납득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법은 너무 멀리 있고, 법 전문은 딱딱하며, 무엇보다 사람의 감정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고 느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그 생각이 조금은 달라졌다. 법정은 완벽한 정의가 실현되는 공간이라기보다, 불완전한 인간들이 모여 최선의 결론에 가까워지기 위해 애쓰는 장소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법은 분명 차갑다. 증거와 논리, 절차로 움직인다. 하지만 그 차가운 구조 안으로 들어가 보면, 그 모든 것을 다루는 존재는 결국 사람이다. 실수하고, 망설이고, 때로는 후회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변호사는 증거와 감정 사이를 오가며, 서로 다른 언어를 번역하듯 연결한다.





그래서 법정은 단순한 판단의 공간이 아니라, 이해를 시도하는 공간이 된다. 지난번에 라디오에 출연하신 그분인가 싶은데 김민경 변호사님 가시는 길을 응원하고 싶다.




누군가의 선택을 변호하고, 누군가의 고통을 설명하며, 말로 다 담기지 않는 사정을 끝까지 끌어올리는 그곳에서 법은 차갑지만, 그 안에서 움직이는 것은 결국 뜨거운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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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멸종 실패기 - 죽을 운명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은 지독한 인간들의 생존 세계사
유진 지음 / 빅피시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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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유진 지음/ 빅피시 (펴냄)









인류는 어쩌다 멸종에 실패하고 오늘까지 살아남았을까? 이런 도발적이고 흥미진진한 서두로 책을 넘기다 보면 우리는 어떻게 이렇게까지 살아남았을까라는 질문에 도착한다. 과연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일상은 당연한 걸까?

책은 첫 장부터 과거를 낭만에서 끌어내려, 고통의 현장으로 되돌려 놓는 방식으로 서술된다.

서문에서 인류의 역사는 화려한 성공의 기록보다는 수없이 반복된 처참한 실패의 기록이라는 문장이 와닿는다.






우리는 역사 속 많은 장면을 복원하고 아름답게 기억하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18세기 유럽, 왕과 귀족, 화려한 의상, 우아한 궁정 문화. 미술품과 예술들은 지금 우리 일상에 힐링으로 작용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의 아름다운 기억에 마치 도전이라도 하는 듯하다. 예를 들면 여러 가지 장면을 언급할 수 있다. 자주색과 금색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체포되고, 벤치에 앉았다는 이유로 죄인이 되는 세계. 이곳에서 아름다움의 의미는 뭘까? 이것은 자유가 아니라 통제의 언어다.






이어지는 악명 높은 사건. 한 번의 수술로 환자, 조수, 관객까지 세 명이 사망한 ‘사망률 300%’의 수술이라니 정말 충격이다. 또한 초상화로 만나는 여왕의 얼굴. 납과 수은으로 빚어낸 하얀 얼굴. 엘리자베스 1세의 화장은 어떤가? 그것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자, 시대가 강요한 가면이었다고 생각하니 씁쓸하다. 이 부분에서 책은 묻는다. 외면의 완벽함을 위해 내면의 건강을 희생하는 선택은 개인의 욕망일까, 아니면 시대의 요구일까. 위 질문은 고리타분한 과거에 속해 있지 않고 지금 우리의 삶과도 연결된다. 여기서 우리는 지금 당연하게 누리는 안전이 비교적 최근의 과학으로 가능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산업화의 어두운 그림자는 어떤가? 하루 10시간, 많게는 12시간 노동을 감당하던 열 살의 광부들. 가족을 위해 일한다는 이름 아래, 아이들은 위험을 ‘당연한 것’으로 배워야 했다.





무엇보다 가독성이 좋았던 이유는 많은 사진과 그림들, 참고 자료가 책의 가치를 더한다.


책을 읽기 전 단순히 흥미로운 역사책이라고 생각했다. 책은 과거의 기이한 사건들을 나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되묻게 만든다.





우리가 누리는 위생, 의료, 안전, 인권은 자연스럽게 주어진 조건이 아니라, 수많은 실패와 희생 끝에 간신히 남겨진 결과물이라는 점. 책을 덮으며 제목이 왜 ‘멸종 실패기’인지 이해하게 된다. 인류는 위대한 존재라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없이 잘못된 선택과 잔혹한 조건 속에서, 우연과 고통을 통과하며 겨우 지속된 것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는 경험은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현재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기르게 한다.







#인류멸종실패기 #유진작가 #빅피시

#인문교양 #역사책추천 #문명사 #인류의역사

#위생의역사 #의학의발전 #산업화그늘 #노동의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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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함의 힘 - 200만 명의 데이터로 밝혀낸 습관 설계의 비밀
도다 다이스케 지음, 황세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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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도다 다이스케 (지음)/ 비즈니스북스 (펴냄)







우리가 흔히 생각하면 자기 계발서는 늘 의지를 가지고 목표를 높이라는 식의 서술, 이 책은 그런 구호를 정면으로 뒤집는다. 이 책이 내세우는 핵심은 단순하다. 인간은 원래 꾸준하지 못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건 어떤 의미에서 위로가 되기까지하다. 그리고 그 전제 위에서, 실패하지 않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저자는 200만 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습관 형성의 성공률을 분석한다. 그 결과가 꽤 직설적이다. 사람들은 의지가 부족해서 실패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목표를 세우기 때문에 무너진다는 것이다. 매우 설득력있는 문장이다. 이 지점에서 독자들은 약간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안심이 된다. 실패의 원인이 ‘나’가 아니라 ‘설계’에 있었다는 점 때문이다.





목표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만드는 것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원칙은 “목표를 5분 이내로 줄여라”는 문장이다. 얼핏 보면 심지어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이 지점에서 인간 행동의 본질을 짚는다.

우리는 ‘큰 목표’를 세울 때 스스로를 과대평가한다. 반면 ‘작은 행동’은 과소평가한다. 그러나 실제로 변화를 만드는 것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최소 단위의 행동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예전에 공부법 코칭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성공하는 대가들,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작은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고 그 위에 다른 목표를 세운다는 점을 배운 기억이 떠올랐다.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지속성이다. 이 책은 “빨리 성장하는 법”이 아니라 “멈추지 않는 법”을 말한다. 습관이란 결국 생각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생각하기 전에 이미 시작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기운이 빠지는 날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완전히 하지 못하는 날에도, 최소한의 형태로라도 이어가는 것.

이것이 ‘연속성’을 유지하는 핵심 전략이다.






물론 읽고 나면 당장 인생이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일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분명해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아주 작게 시작된다. 오늘부터 실천해보자






#꾸준함의힘 #도다다이스케 #습관설계 #자기계발서추천

#작심삼일극복 #습관형성 #목표설정 #루틴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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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 소네트집
다이앤 수스 지음, 황유원 옮김 / 김영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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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 : 소네트집 』 아름다움을 견디게 만드는 시




다이앤 수스 / 황유원 역/ 김영사(펴냄)







황유원 역자님이라 반가웠고 김이듬, 김겨울, 요조, 정여울 등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추천 게다가 국내 초역이라니 정말 반가운 마음이었다.

막상 펼쳤을 때 128편의 소네트, 그것도 짧지 않은 장시들. 처음 몇 편을 읽을 때만 해도 리듬을 잡기가 쉽지 않다. 번역의 문제라기보다, 이 시집 자체가 쉽게 읽히기를 거부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문장은 매끄럽게 흘러가지 않고, 때로는 거칠게 튄다. 의미는 한 번에 잡히지 않고, 감정은 정돈되지 않은 채 밀려온다. 이것이 다디앤 수스 그녀가 말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읽기가 멈추지 않는다. 이 시집의 가장 큰 특징은 ‘형식과 내용의 충돌’이다. 소네트라는 정제된 틀 안에, 전혀 정제되지 않은 삶이 들어 있다. 가난, 중독, 신체, 욕망, 실패 같은 감정들.... 보통은 비켜가거나 다듬어 말하려는 것들이 여기서는 날 것으로 생생하게 드러난다.







“소네트는, 가난처럼, 없이도 살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가르쳐 준다.”

이 문장은 이 시집 전체를 설명하는 방식이 아닌가 싶다. 시는 무엇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덜어내는 일이라는 것. 끝까지 남겨지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살아갈 수 있다는 것.












다이앤 수스의 시는 아름답기보다 정직하다. 그리고 그 정직함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종류와는 다르다. 예쁜 문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외면하고 싶었던 감정을 끝까지 추적함으로써 낯설게 만든다.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해 자신을 다듬는 대신, 차라리 두려운 존재로 남겠다는 선택. 그래서 때로는 불편하고, 때로는 거칠지만, 그만큼 거짓이 없다.



읽기 쉬운 시집은 아니다.

하지만 쉽게 읽히지 않기 때문에, 더 오래 남는다.


멈춰서 읽을 것, 불편함을 통과할 것, 그리고 끝까지 버틸 것을 내게 요구했다.



그 과정을 지나고 나면 비로소 알게 된다. 이 시들이 왜 ‘짐승 같은 이야기’라고 불리는지.



아름다움을 말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만드는 시집이다.







#한손엔똥을한손엔소원을 #다이앤수스

#황유원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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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시집 #해외문학 #문학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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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챠 도감 - 캡슐이 열리는 순간의 설렘
와타나베 카오리 지음, 이예진 옮김 / 모두의도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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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와타나베 카오리 / 이예진 역/ 모두의도감 (펴냄)









가챠 도감에서 말하는 ‘가챠’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캡슐을 돌려 무작위로 아이템을 얻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분야 전문 수집가인 저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가챠를 단순한 뽑기의 행위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디자인과 아이디어, 그리고 시대의 취향을 읽어내는 대상으로까지 확장한다. 음식 미니어처부터 브랜드를 정교하게 재현한 아이템, 기묘한 콘셉트의 가챠까지, 펼치면 일단 너무 아름답다.






작은 물건들을 통해 왜 이런 것이 만들어졌을까라는 자연스러운 질문이 생긴다. 그렇게 가챠는 놀이를 넘어 감상과 수집, 그리고 관찰의 영역으로 넓어지는 느낌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눈에 먼저 들어오는 건 정보가 아니라 아름다운 화보같은 장면들이다. 작고 정교한 가챠들이 만들어내는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이다. 음식의 질감, 포장 용기의 투명함은 매우 디테일하다. 수집에 대한 기록을 넘어 재현까지 그 감각이 다채롭고 풍요로워진다.






특히 인상적인 건 실제 공간과 가챠가 함께 놓인 순간들이다. 타카세의 카페 풍경, 에자키 글리코의 푸딩, 시로이 코이비토, 그리고 쿠라스시까지—익숙한 것들이 손바닥 위로 축소되는 순간, 현실과 모형의 경계가 흐려진다. 그 장면들은 단순히 귀엽다는 감상을 넘어, 와 정말 갖고 싶다는 소장욕구가 일어난다.


결과를 미리 확정하려 애쓰기보다, 열어보기 전의 설렘을 견디는 연습.

가챠의 필요성은 뭘까 생각해봤다.







가챠는 효율이나 생산성과는 거리가 먼 영역이다. 대신 그것은 기다림과 기대, 그리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연습이라 할 수 있다.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상태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기쁨을 찾는 방식은 스트레스 해소 혹은 새로운 삶의 자극이 될 것이다.






이 문장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예쁨’이다. 그 예쁨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아주 작은 것까지도 허투루 만들지 않는 태도에서 온다.






보기만 해도 즐거운 책.

오래 들여다볼수록 더 많은 여운을 남기는 책이다. 물론 상상력도 풍부해진다.


#가챠도감 #와타나베카오리 #모두의도감

#가챠 #캡슐토이 #랜덤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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