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 소네트집
다이앤 수스 지음, 황유원 옮김 / 김영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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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 : 소네트집 』 아름다움을 견디게 만드는 시




다이앤 수스 / 황유원 역/ 김영사(펴냄)







황유원 역자님이라 반가웠고 김이듬, 김겨울, 요조, 정여울 등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추천 게다가 국내 초역이라니 정말 반가운 마음이었다.

막상 펼쳤을 때 128편의 소네트, 그것도 짧지 않은 장시들. 처음 몇 편을 읽을 때만 해도 리듬을 잡기가 쉽지 않다. 번역의 문제라기보다, 이 시집 자체가 쉽게 읽히기를 거부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문장은 매끄럽게 흘러가지 않고, 때로는 거칠게 튄다. 의미는 한 번에 잡히지 않고, 감정은 정돈되지 않은 채 밀려온다. 이것이 다디앤 수스 그녀가 말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읽기가 멈추지 않는다. 이 시집의 가장 큰 특징은 ‘형식과 내용의 충돌’이다. 소네트라는 정제된 틀 안에, 전혀 정제되지 않은 삶이 들어 있다. 가난, 중독, 신체, 욕망, 실패 같은 감정들.... 보통은 비켜가거나 다듬어 말하려는 것들이 여기서는 날 것으로 생생하게 드러난다.







“소네트는, 가난처럼, 없이도 살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가르쳐 준다.”

이 문장은 이 시집 전체를 설명하는 방식이 아닌가 싶다. 시는 무엇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덜어내는 일이라는 것. 끝까지 남겨지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살아갈 수 있다는 것.












다이앤 수스의 시는 아름답기보다 정직하다. 그리고 그 정직함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종류와는 다르다. 예쁜 문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외면하고 싶었던 감정을 끝까지 추적함으로써 낯설게 만든다.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해 자신을 다듬는 대신, 차라리 두려운 존재로 남겠다는 선택. 그래서 때로는 불편하고, 때로는 거칠지만, 그만큼 거짓이 없다.



읽기 쉬운 시집은 아니다.

하지만 쉽게 읽히지 않기 때문에, 더 오래 남는다.


멈춰서 읽을 것, 불편함을 통과할 것, 그리고 끝까지 버틸 것을 내게 요구했다.



그 과정을 지나고 나면 비로소 알게 된다. 이 시들이 왜 ‘짐승 같은 이야기’라고 불리는지.



아름다움을 말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만드는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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