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일하지만 외롭긴 싫으니까 - 따로 또 같이 유연하게 연결되는 법
정문정 외 지음 / 책장속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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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혼자서 일하지만 외롭긴 싫으니까 』 따로 또 같이 유연하게 연결되는 법

정문정·고수리·신효원·김세희·천지혜·황유진·김지연·이현아 지음 | 책장속북스



알록달록한 표지가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다.

과연 '따로 또 같이 유연하게 연결되는 방법은 뭘까?'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특히 프리랜서, 작가, 1인 창업가, 콘텐츠 생산자처럼 혼자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절실한 질문이다.

우리는 늘 상반된 두 가지 욕구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는가?

혼자 있고 싶다.

하지만 외롭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에게 간섭받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완전히 고립되고 싶지도 않다 이런 질문들은 나도 종종 해본다.



책은 이런 미묘한 경계를 말한다. 작가라는 직업을 떠나 공감할 수 있는 에세이다

이 책은 여덟 명의 작가들이 공동 작업실 '정글살롱'에 모여 함께 일하며 발견한 새로운 노동 공동체의 가능성을 서술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서로에게 의존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매일 붙어 다니는 친구도 아니고, 서로의 삶에 깊숙이 개입하는 공동체도 아니다.

그저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일을 하며 서로의 존재 자체가 힘이 되어주는 관계다. 책을 읽다 보면 지금 시대가 잃어버린 공동체의 새로운 형태를 발견하게 된다. 예전에는 학교와 회사가 자연스럽게 인간관계를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재택근무와 프리랜서가 늘어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한 문제와 마주했다. 자유를 얻었지만 외로움도 함께 얻은 것이다.

이 책은 그 대안으로 거창한 연대나 끈끈한 소속감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주 느슨한 연결을 제안한다.

언제든 혼자가 될 수 있지만, 필요할 때 서로의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관계 말이다.

목차를 보면 책의 분위기가 더욱 선명해진다.



정문정 작가의 「북향에서 쑥쑥 커나가는 비결」은 혼자 일하는 사람에게도 출근할 장소와 동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고수리 작가의 「파란 문을 열면」은 프리워커 시대에 네트워크가 단순한 인맥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생태계라는 점을 보여준다. 신효원의 「외롭지 않은 혼자로 일하기」는 생산성에 집착하는 프리랜서의 불안한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김세희의 「비가 되는 경험」은 혼자였다면 결코 시도하지 못했을 일을 곁의 사람들이 가능하게 만드는 순간들을 이야기한다. 천지혜의 「천 개의 지혜」는 의외로 공동 작업실이 감성이 아니라 효율의 공간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황유진의 「1도씩 용감해지는 사람」은 서로가 서로의 벽을 두드려주는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말한다. 김지연의 「땅에 뿌리를 못 내린 식물이라서」는 부레옥잠이라는 비유를 통해 떠다니는 삶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현아의 「유리 덮개를 열고 바다를 향해」는 현대인의 다중 정체성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읽는 내내 떠오른 단어는 '동지'였다.


요즘은 친구도, 동료도, 회사도 예전 같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동지라는 단어가 새롭게 다가온다.

나를 통제하지 않지만 응원해 주는 사람.

경쟁하지 않지만 자극을 주는 사람.

내 삶을 대신 살아주지는 않지만, 포기하지 않도록 곁에 있어 주는 사람.

어쩌면 현대인에게 필요한 공동체는 이런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외로움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견딜 수 있는 연결의 방식을 보여주는 책이다. 혼자여도 괜찮고, 함께여도 부담스럽지 않은 관계. 그 적당한 거리감을 만들어가는 연습. 아마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따로 또 같이 유연하게 연결되는 법'일 것이다.


혼자 일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시대다.

그래서 이제는 성공하는 방법보다 오래 지속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이 책은 그 답을 아주 다정하게 건네는 책이다.


#혼자서일하지만외롭긴싫으니까 #정문정 #고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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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가르침, 단독자로 살아라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정영훈 엮음, 김경수 옮김 / 메이트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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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가르침, 단독자로 살아라 』 혼자 서기 위한 니체의 100가지 인생 지혜

프리드리히 니체 저 | 정영훈 편 | 김경수 역 | 메이트북스




19세기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오해받고 가장 많이 소환되는 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은 니체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신은 죽었다나 초인(위버멘쉬)같은 단어가 떠오른다. 그래서 어렵고 공격적인 철학자로만 기억하기 쉽다.

하지만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니체가 평생 던진 질문은 의외로 단순하다.


당신은 정말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가?

그는 인간이 타인의 기대와 사회적 기준, 관습적인 도덕 속에서 너무 쉽게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다고 보았다. 모두가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성공을 좇고, 같은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는 순간 인간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길들여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래서 니체는 평생 '혼자 서는 인간'에 주목했다.


요즘에는 초인라는 개념이 자주 언급되지만, 니체 철학의 핵심은 초인이 되라는 명령이 아니라 단독자가 되라는 요구이다.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정답을 따라가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판단하며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것. 그것이 니체 철학의 출발점이다.


방대한 니체의 저작을 처음부터 읽기에는 부담스러운 독자들을 위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선악의 저편, 도덕의 계보 등의 핵심 사상을 오늘날의 언어로 재구성해 놓았다.

특히 목차 구성이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이야기했던 정신의 세 가지 변신, 즉 낙타-사자-아이의 구조를 그대로 가져왔다.

첫 번째 단계는 순종하는 인간에서 벗어나는 과정이을 말한다. 무리라는 감옥, 칭찬은 길들이려는 덫이다, 접속을 끊어야 당신의 생각이 시작된다 등의 문장은 지금 시대를 정조준한다. 특히 SNS와 알고리즘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고독은 결핍이 아니라 반드시 훈련해야 할 근육이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다가온다.


두 번째 단계는 파괴다. 우리를 억압하는 낡은 가치관과 편안함, 감정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과정이다. 고통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재료로 삼으라는 니체의 관점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왔던가를 떠올리게 된다.

니체 철학은 파괴에서 끝나지 않는다.


기존의 신념을 부순 자리에 나만의 가치 체계를 세우는 것이 핵심이다.

마지막은 니체 철학의 정수인 아모르 파티. 즉 운명애다. 삶의 좋은 부분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와 상처, 고통과 좌절까지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말한다.

인생을 통째로 긍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타인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인간이 된다. 니체읽기가 어렵다면 이렇게 정리한 책을 먼저 읽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철학은 원전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니체의가르침단독자로살아라 #프리드리히니체

#니체 #철학책추천 #인문학 #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

#아모르파티 #단독자 #고독의힘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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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의 생각 수업 - 수학적 모델링과 과학적 사고를 둘러싼 30가지 질문
주하오난 지음, 이지수 옮김, 김지혜 감수 / 미디어숲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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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수학자의 생각 수업』

주하오난 지음/ 미디어숲(펴냄)



12년 동안 배운 수학, 왜 삶에서는 꺼내 쓰지 못할까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우리는 최소 12년 이상 수학을 배운다. 그런데 막상 현실은 어떤가. 수학을 아주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싫어하지는 않아야 하는데, 오히려 수많은 사람들이 "나는 수학과는 안 맞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때로 스스로를 수포자라고 말한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정작 사회에 나와서는 수학을 활용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가계부를 쓰고, 뉴스를 해석하고, 데이터를 읽고,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판단하고,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정작 그것이 수학적 사고와 연결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이 책은 수학을 잘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왜 수학을 싫어하게 되었는지, 왜 오랫동안 배웠음에도 삶의 무기가 되지 못했는지를 설명한다

읽다 보니 한국의 교육 현실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정답을 얼마나 빨리 맞추는지, 공식을 얼마나 정확하게 외우는지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질문은 사라져 버렸다.


'왜 이런 공식을 만들었을까?'

'이 개념은 현실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을까?'

'세상을 이해하는 데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잃어버린 질문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모두 30개의 대화편으로 선생님과 학생의 대화로 사술된 책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수학적 모델링에 대한 설명이다. 현실 세계의 복잡한 현상을 단순화하고, 핵심 요소를 추출하고,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과정 자체가 수학이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것은 과학자의 사고방식이자 동시에 현대인이 반드시 갖춰야 할 생존 능력이기도 하다.


AI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계산 능력 자체의 가치는 점점 낮아질 수 있다. 대신 중요한 것은 무엇이 핵심인지 구분하고, 데이터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학생들만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학부모와 교사, 그리고 이미 학교를 졸업한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책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수학은 중요하다"고 말해 왔지만, 정작 왜 중요한지 제대로 설명해 주지 못했다. 어쩌면 우리 역시 시험을 위한 수학만 배웠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수학은 숫자를 계산하는 학문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언어다.


이 책은 잊고 있던 그 본질을 다시 꺼내 보여준다.

12년 동안 배운 수학이 헛되지 않으려면 성적표가 아니라 사고방식으로 남아야 하는게 아닐까 생각하며 책을 덮는다.

수학교양서 입문용으로 추천합니다



#수학자의생각수업

#미디어숲

#수학교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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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지 않은 쌍둥이 - 프란츠 카프카 x 에곤 실레 ㅣ 세계문화전집 2
프란츠 카프카.에곤 실레 지음, 홍선기 엮음 / 모티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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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만나지 않은 쌍둥이 프란츠 카프카 × 에곤 실레』

홍선기 (지음)






카프카의 소설을 좋아한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이상하게도 자꾸 찾게 된다. 명쾌한 결론 대신 인간의 불안과 죄의식을 말하는 작가!

이 책 표지부터 호기심이 생겼다.





도대체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와 화가 에곤 실레가 어떤 접점으로 묶일 수 있을까.

두 사람은 실제로 만난 적도 없고, 활동 분야도 전혀 다르다. 그런데 책의 제목은 과감하게 만나지 않은 쌍둥이라고 말한다.

두 사람은 같은 시대를 살면서도 서로 다른 언어로 같은 질문을 던진 예술가였다.

카프카가 문장으로 그려낸 불안과 고립을, 실레는 선과 색으로 표현했다.






작년 이맘때 카프카를 집중적으로 읽었다.

그레고르 잠자가 벌레가 되는 사건 자체보다 더 무서운 것은 가족들의 반응이었다. 인간이 얼마나 쉽게 쓸모로 평가받는 존재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카프카는 늘 질문한다.

'인간은 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가.'

'왜 우리는 타인의 기준 앞에서 끊임없이 심판받는가.'


이 질문들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것 아닐까 싶다. 회사에서, 학교에서, 심지어 SNS 안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며 살아간다.

에곤 실레의 작품과 글을 함께 읽는 경험도 인상적이었다. 그의 그림은 아름답다기보다 불편하다. 삐뚤어진 신체, 불안정한 시선, 앙상한 손가락들.

하지만 그 낯섦이야말로 인간의 진짜 모습에 가까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레는 인간의 외형이 아니라 인간 내부의 균열을 그렸다. 카프카 역시 인간 내면의 균열을 문장으로 드러냈다. 둘 다 인간을 이상화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간이 얼마나 취약하고 불완전한 존재인지 끝까지 응시했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단순히 작품집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 「변신」뿐 아니라 카프카의 단편들과 실레의 시와 편지, 그리고 두 사람을 연결하는 해설이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다.

특히 중간중간 삽입된 인터미션은 두 사람의 시대적 배경과 검열, 예술가로서의 고독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런 작품들이 탄생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은 카프카 입문서라기보다는 이미 카프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큰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그리고 에곤 실레를 그림으로만 알고 있었던 사람에게는 또 다른 문을 열어준다.

한 권의 책 안에서 문학과 미술이 서로를 설명하고, 서로를 완성하는 드문 독서 경험이었다.






카프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펼쳐보길 권하고 싶다.

어쩌면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두 명의 예술가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이름 붙이지 못했던 우리 자신의 불안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만나지않은쌍둥이 #프란츠카프카 #에곤실레

#카프카 #변신 #아버지에게드리는편지

#세계문화전집 #고전읽기 #예술과문학 #북리뷰 #독서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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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케임브리지 몽골 제국사 1~3 세트 - 전3권 ㅣ 케임브리지 몽골 제국사
모리스 로사비 외 지음, 미할 비란 외 엮음, 김석환 옮김 / 사계절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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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자의 역사를 넘어 '연결'의 역사를 읽다 《케임브리지 몽골 제국사》 1~3 기념비적인 역사책 !!

미할 비란 & 김호동 외 지음/ 사계절 펴냄







1~3권을 관통하며 가장 크게 깨닫게 되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몽골 제국을 오해해왔는가 하는 점이다.

학교에서 배운 몽골 역사는 늘 침략자였다. 칭기스 칸과 쿠빌라이 칸의 이름을 외우고, 고려 침략 횟수를 암기하고, 원나라와의 관계를 배우며 자연스럽게 침략자, 정복자의 이미지가 형성되었다. 거대한 기마군단이 초원을 달리며 도시를 파괴하고 사람들을 굴복시키는 장면 말이다. 그러나 《케임브리지 몽골 제국사 3》는 정복 이후에 남겨진 관계의 지도를 펼쳐서 보여준다. 누가 세계를 지배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세계를 연결했는가를 묻는 책이다.






참 신기하기도 하다. 나의 학창시절 역사책에서 몽골 제국은 늘 '침략'이었고, 콜럼버스는 '신대륙 발견'이었다.

한쪽은 파괴와 정복의 이미지였고, 다른 한쪽은 탐험과 개척의 이미지였다. 너무 오랫동안 그렇게 배워왔기에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 왜 몽골은 침략자이고 콜럼버스는 발견자인가. 누구의 시선으로 역사를 배워왔던 것일까. 생각해보면 콜럼버스의 '발견'은 누군가에게는 침략의 시작이었다. 반대로 몽골 제국의 '침략'은 역설적으로 세계를 연결하는 거대한 교류망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몽골 제국의 폭력과 학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콜럼버스가 열어젖힌 세계사의 의미가 모두 부정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 책은 내가 너무 오랫동안 단순한 단어들 속에 역사를 가둬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든다.

침략, 발견, 정복, 개척의 키워드들!!!!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사용하는 단어들조차 사실은 누군가의 관점에서 붙여진 이름일 뿐이었다.






이 시리즈는 그간 내가 배워온 세계사의 빈틈을 메우며 이 방대한 작업은 세 가지 질문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질문은 "몽골 제국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두 번째 질문은 "몽골 제국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세 번째 질문은 "몽골 제국은 각 지역에서 어떻게 기억되고 받아들여졌는가."

세 권을 모두 관통하고 나면 어느 순간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던 몽골 제국은 거대한 이야기의 아주 일부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1권 정치사는 가장 익숙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몽골 초원의 여러 부족을 통합한 테무진이 칭기스 칸이 되는 과정, 정복 전쟁, 후계 체제의 확립, 쿠빌라이 칸의 원나라 건설과 네 개 칸국의 형성, 그리고 분열과 쇠퇴까지 하나의 거대한 서사를 따라간다.





하지만 이 책은 흔한 영웅 서사를 만들지 않으며 오히려 놀라울 정도로 차갑고 객관적이다. 칭기스 칸은 전설적인 영웅도 아니고, 잔혹한 폭군도 아니다. 그는 탁월한 조직가이자 현실주의자이며, 필요하다면 기존의 제도를 과감히 빌려와 활용하는 정치적 설계자였다.

우리는 흔히 몽골이 독창적인 제국 운영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중국의 행정 시스템을 차용했고, 페르시아의 관료들을 활용했으며, 각 지역의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등용했다. 제국 운영에 도움이 된다면 출신도, 종교도, 민족도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몽골은 자신들의 문화를 강요하는 데 집착하기보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실용주의자들이었다. 그래서 이 제국은 이전의 어떤 제국과도 달랐다.

로마처럼 동일한 시민 정체성을 만들려 하지도 않았고, 중국 왕조처럼 하나의 문화권으로 동화시키려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서로 다른 존재들을 연결하고 관리하는 거대한 플랫폼에 가까웠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2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1권이 정복의 역사였다면, 2권은 연결의 역사다. 2권은 몽골 제국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바라본다. 유라시아 대륙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도로망처럼 연결되기 시작했고, 사람과 물건뿐 아니라 사상과 기술, 종교와 지식까지 이동하기 시작했다.





흔히 이를 '팍스 몽골리카(Pax Mongolica)'라고 부른다. 몽골의 평화라는 뜻이다. 물론 이 평화는 현대적 의미의 평화와는 거리가 멀다. 폭력과 학살 위에 구축된 질서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질서가 만들어낸 변화는 엄청났다. 이전에는 수 세대에 걸쳐 천천히 이동하던 지식과 기술들이 폭발적인 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종이 제조 기술, 화약, 인쇄술, 천문학, 의학 지식 등이 국경을 넘어 이동했다. 상인들은 이전보다 더 먼 거리를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고, 종교인과 학자들 역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특히 흥미로운 개념은 '칭기스의 교환(The Chinggis Exchange)'이다.







콜럼버스의 교환이 신대륙 발견 이후 대륙 간 생물과 물자의 이동을 의미한다면, 칭기스의 교환은 그보다 앞선 시기에 유라시아 전체를 하나의 교류권으로 만들었던 현상을 설명한다. 생각해 보면 오늘날 세계화의 원형이 이미 이 시대에 등장한 셈이다. 우리는 인터넷과 비행기로 연결된 세계를 당연하게 여기지만, 몽골 제국은 이미 13세기에 그것의 원시적 형태를 만들어냈다.

동시에 이 책은 몽골을 지나치게 낭만화하지도 않는다. 몽골이 가져온 것은 번영만이 아니었다. 교류가 빨라진 만큼 질병 역시 빠르게 확산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흑사병이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길은 지식만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재난도 함께 이동시켰다. 연결은 언제나 양면성을 가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도 닮았다!!!



그리고 마지막 3권에 이르면 시선은 다시 한번 전환된다. 이번에는 몽골 제국을 중심에 놓지 않는다. 대신 주변부의 사람들이 어떻게 이 거대한 제국과 관계를 맺었는지 살펴본다. 바로 이 지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역사를 중심의 시선으로만 배우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3권은 몽골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구조 안에서 고려, 러시아, 중동, 인도, 동남아시아, 유럽, 캅카스 지역이 각각 어떤 경험을 했는지 보여준다. 같은 제국이었지만 모두에게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누군가에게는 침략자였고, 누군가에게는 협력자였으며,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회였다.






특히 3권의 2장 「몽골 제국 속의 고려」 에서 특히 고려를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흥미롭다. 이 장을 집필한 이는 서양의 몽골 제국 연구자인 데이비드 로빈슨이다. 한국사를 오랫동안 한국인 연구자들이 주도적으로 서술해온 상황에서, 외부 연구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고려라는 점 자체가 신선한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고려를 단순히 몽골 침략의 피해자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 장은 고려를 몽골 제국이라는 거대한 네트워크 안에서 움직인 하나의 구성원으로 조명한다. 동시에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조명되었던 불편한 역사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특히 고려 여성의 공녀 문제를 다루는 대목은 쉽게 넘길 수 없었다. 흔히 우리는 '공녀'라는 단어를 하나의 역사 용어처럼 익숙하게 배워왔지만, 이 책은 그 단어 뒤에 감춰진 인간의 삶을 복원하려고 노력한다. 여성들은 외교적 교환의 대상이자 제국의 필요에 따라 선발되고 이동되는 존재였으며, 때로는 하나의 인격체라기보다 거래 가능한 재화처럼 취급되기도 했다.

읽는 내내 불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역사 교과서 속 짧은 몇 줄로 지나쳤던 사건이 사실은 수많은 개인의 삶과 존엄이 훼손된 비극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외부 연구자의 시선이 기존의 익숙한 민족주의적 서술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피해와 저항의 역사만을 강조하기보다, 고려가 몽골 제국 내부에서 어떤 방식으로 편입되고 협력하며 때로는 이용당했는지를 보다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아마 이것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아닐까? 특정 국가의 역사로 몽골 제국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얽히고 연결된 세계사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

책은 그 불편한 진실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 방대한 역사서가 결국 오늘날의 세계를 설명하는 책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들의 이동, 글로벌 공급망, 문화의 혼종성, 정보의 확산, 팬데믹의 전파, 정체성의 재편까지.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대부분의 현상들이 이미 800년 전 몽골의 시대에 실험되고 있었다. 이 시리즈는 거대한 정복 전쟁의 기록도 아니다. 세계가 하나의 세계가 되어가는 과정을 기록한 문명사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서로 다른 언어와 종교, 민족과 문화가 어떻게 충돌하고 섞이고 다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인간 연결의 역사다.





방대한 분량의 책을 덮고 나면 더 이상 몽골 제국을 하나의 국가로 바라볼 수 없게 된다. 그것은 하나의 시대였고, 하나의 시스템이었으며,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탄생시킨 거대한 실험이었다. 그리고 그 실험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의 일상 속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역사는 늘 선과 악으로 구분되기를 거부한다.


긴 글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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