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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조작되는 것이다 ㅣ 시대철학 2
파울 요제프 괴벨스 지음 / 비원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권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조작되는 것이다」 시대철학-02
요제프 괴벨스 / 비원
권력은 힘이 센 사람이 갖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혹은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권력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됐다. 권력은 어쩌면 힘 자체보다 사람들이 무엇을 믿게 만들 것인가, 어떤 언어로 현실을 바라보게 할 것인가를 둘러싼 싸움이 아닐까싶다.
책의 제목부터 상당히 직설적이다. 목차 역시 ‘탈취’, ‘세뇌’, ‘악마화’, ‘거짓의 반복’, ‘동정심의 거세’처럼 꽤 거친 단어들로 가득하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과격한 표현을 써야 할까 싶었다. 읽다 보니 저자가 말하고 싶은 핵심은 단순히 누군가를 조종하는 기술을 알려주는 데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이미 얼마나 쉽게 프레임 안에서 사고하고 있는지를 다야한 챕터를 통해 보여준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책초반의 ‘프레임의 장악’이었다. ‘진실은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설계되는 것이다’, ‘타인의 언어에 갇힌 자는 결코 권력을 쥘 수 없다’, ‘한 번 각인된 프레임은 천 개의 팩트를 압도한다’는 문장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우리가 어떤 사건을 판단할 때 사실 자체만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됐다.
같은 사건도 어떤 단어로 설명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무엇을 강조하고 무엇을 생략할 것인지, 누구를 피해자로 부르고 누구를 가해자로 규정할 것인지에 따라 사람들이 사건을 바라보는 방향 자체가 달라진다는 것을 대중매체를 통해 봐왔다.
특히 ‘프레임’이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우리는 스스로 자유롭게 생각한다고 믿지만, 생각의 재료가 되는 언어와 질문부터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것이라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으스스 소름이 돋기까지 한다. 이미 만들어진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것을 자유로운 판단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괴벨스라니 처음에는 놀라웠다. 이 인물에 대한 관심은 세계대전사를 읽으며 더 컸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권력은 단순히 명령할 수 있는 힘이 아니라 사람들이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힘이기도 하다. 대중은 진리보다 우상을 원하고, 논리보다 두려움에 반응하기 마련이다.
분노와 증오가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역사상 많은 사례로 증명되지 않았던가!! 불편한 대목도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 불편함 때문에 더 생각하게 됐다. 인간은 언제나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안하고 화가 나고 무언가를 절실하게 원할 때는 복잡한 설명보다 단순하고 강렬한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권력을 원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욕망하는지를 아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바로 그 인간의 약한 부분을 집요하게 들여다본다.
무자비한 조종술 챕터의 경우 단순히 제목만 보면 가장 공격적인 장이다. 가상의 적을 악마화하고, 작은 침범을 허용하지 말며, 거짓이라도 반복하면 진실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내용이 이어진다. 특히 반복에 관한 부분은 생각할수록 섬뜩했는데 사실 여부와 별개로 같은 이야기가 계속 노출되면 어떤가? 어느 순간 사람의 머릿속에 익숙한 이미지로 자리 잡게된다. 그러나 한 번 굳어진 인식의 경우 나중에 새로운 사실을 접한다고 해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법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거짓말을 잘하는 법’보다 오히려 거짓말이 어떻게 힘을 갖게 되는가를 생각했다.
결국 모든 이야기가 개인에게 돌아온다. 흔들리지 않는 태도, 수치심과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는 마음,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는 자세. 그런데 나는 이 부분을 ‘지배자가 되는 법’으로 읽지만은 않았다.
책 전체의 문장은 상당히 자극적이고 때로는 지나치게 단호하다. 그래서 모든 주장을 그대로 삶의 원칙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한 발 떨어져 읽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권력을 얻기 위해 타인을 조종해야 한다는 식으로 읽는 순간 이 책이 던지는 중요한 질문을 놓칠 수도 있다.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그 반대편에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