횔덜린의 광기 - 거주하는 삶의 연대기 1806~1843
조르조 아감벤 지음, 박문정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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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조 아감벤 지음/ 현대문학











먼저 아감벤 선생님!!! ( 마음을 다해 존경하는 분은 선생님으로 일괄 통일된다!!! ) 조르조 아감벤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이 책이 횔덜린의 작품 분석이라는 것을 잊을 만큼, 심장이 뛰었다. 읽는 내내 체하고 토하고 아프고 나름의 광기?를 경험한 독서였다.


책과 관련 없는 그러나 꼭 하고 싶은 얘기인데 존경하는 대철학자 알랭 바디우 선생님, 아감벤 선생님, 지젝 선생님,

순서대로 1937년생, 1942년생, 1949년생이신 두 분

최근 근황을 찾아보니 세 분다 아직 활발한 활동을 하셨다. 이 책의 저자이신 아감벤 선생님은 Boucheron 과의 학술 대화 (2025)에 참여하신 것으로 검색된다. 다른 두 분도 2025년 활동이 검색된다. 다행이다. 오래 건강하시기를!!!

가끔 생각하기를, 현존하시는 대철학자들의 시대가 끝나면 철학도 함께 죽는 것은 아닌가라는 걱정을 하곤 한다. (세상 걱정 혼자 다 하는 편) 그것은 매우 단편적인 걱정일지도 모른다. 철학은 인간의 죽음으로 끝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인간보다 철학은 오래 산다고 믿으며...



다시 아감벤 선생님으로 돌아와서

이 분의 작품을 읽은 것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위 책과 동일한 번역 박문정 역자의 번역으로 《저항할 권리》 《얼굴 없는 인간》 두 권을 함께 읽었을 때다.

책은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의 후반 생애 튀빙겐에서의 은둔기를 연대기적이면서도 사유적인 시선으로 다룬다. 영어 번역본은 2023년에 출간되었다. 철학자 아감벤 선생이 아니면 누가 감히 횔덜린을 말할 수 있을까?









아감벤에게 거주한다는 개념은 단지 물리적인 거주의 공간을 말함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의 형식이다. 횔덜린은 광기의 상태에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는데 이로써 새로운 시의 형태를 보여준다.

횔덜린은 누구인가? 헤겔을 읽을 때 그의 친구인 셸링과 횔덜린을 잠시 관심을 갖게 되었다. ( 도대체 튀빙겐 대학은 어떤 곳이길래 이런 천재들이 동시대에 입학하고 공부를 하는 건가?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고 싶은 내 마음의 그곳으로 )





물론 다양한 삶의 관점에서 그를 말할 수 있다. 시인이자 문학가인 횔덜린!!


아버지는 그가 두 살에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부유한 당대 시장과 재혼을 했다. 그러나 새아버지도 일찍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의 고통은 깊어진다. 다행인 것은 물려받은 재산으로 풍족한 유년을 보낸 점.

어머니의 고통을 보고 자란 횔덜린은 감수성이 예민했다.

'구원'이 횔덜린의 시에 한가운데에 들어와있을 만큼 어머니에 대한 애잔함이 컸다.

친구인 셸링과 헤겔은 한참 잘나가는 동안, 횔덜린은 안될 사랑을 한다. 세상의 사랑은 두 종류인데 될 사랑과 안 될 사랑.... 참 이상한 일이다.

될 사랑은 금방 잊히고 안 될 사랑은 영원히 남아 소설이 되고 영화가 되고 영원히 회자되곤 하지.

1802년 사랑하는 연인 쥬제테 공타르의 죽음 이후 횔덜린은 반평생을 미친 상태로 광기의 상태로 시를 쓰고 정신병원을 입원, 퇴원 반복한다.

슬픈 사랑아....

사랑이 뭐길래 사람을 미치게 하는가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시인의 삶이란 피투성이를 토해내는 것. 그런 의미에서 시의 시대는 이미 죽었다.

시인들은 앞서 '광기'를 경험하고 자신 작품의 재료 삼는다. 이 책 p.37에서 아감벤도 말한다. 이것은 필연이라고. 광기라는 필연.....

인간은 이 지상에서 시적으로 거주한다. (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



시대의 지성 아감벤은 횔덜린의 삶과 문학을 통해 사유의 또 다른 방식을 소개했다. 횔덜린의 시에서 논리가 뚝 끊어지는 지점. 그 휴지의 순간에 아무런 꾸밈이 없는 언어 그 자체 즉 순수한 말과 마주하게 된다는 아감 벤와 해석이다. 시인은 행간으로 말한다.



현대문학 출판사는 국내에서 문학과 인문학 경계의 작품들을 꾸준히 출간해왔다.

이 책 역시 문학적 감성과 철학적 사유를 함께 담아낸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내가 읽은 현대문학 중 감히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작품을 만나게 해주시다니 감사 또 감사!!!



현재 병렬 중인 책

『횔덜린 시선집」 프리드리히 횔덜린

『횔덜린 산문집」 프리드리히 횔덜린

『횔덜린 시의 해명」마르틴 하이데거

『불과 글」 조르조 아감벤

『내용없는 인간」 조르조 아감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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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로 바라본 수학적 일상 - 확률이 이끈 지성, 과학 그리고 인공지능의 세계
장톈룽 지음, 홍민경 옮김, 김지혜 감수 / 미디어숲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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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장톈룽 지음/ 미디어숲










우리가 매일 겪는 우연에 수학이 숨어있다면? 제목처럼 책은 일상의 사소한 확률 문제에서 출발한다. 나아가 알파고와 ChatGPT 같은 최첨단 기술에 수학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과정을 설명한다. 특히 저자가 베이즈 추론, 마르코프 체인, 정보 엔트로피 등 복잡한 개념을 좀 더 쉽게 설명하려 노력한 부분이 보인다. 예를 들면 어려운 수식보다는 이야기로 풀어나가려는 방식이다. 존경하는 수학자 김민형 교수님이 말씀하신 재밌는 얘기가 떠오른다. 수학 대중서, 수학 교양서에서 수식이 하나 늘어나면 독자 10%가 감소한다고 ㅎㅎㅎ


학생을 만나는 입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확률을 단순 계산의 방식으로만 설명하지 않는 점이다. 수학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확장한 저자의 의도 흥미롭다. 책날개를 보면 중국 수학자이신데 공부는 미국에서 하신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때로 확률을 오해하기도 한다. 마치 도박처럼 ‘확률=운발’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아직 있는데 이를 정정해 준다. AI는 모든 정답을 다 알까? 저자의 말처럼 AI는 가장 그럴듯한 답을 예측하는 존재이다. 책에서 확률론의 탄생 여러 가지 배경 설명 흥미롭다. 무려 1650년대의 일이다. 확률은 도대체 무엇일까라는 물음! 여러 번의 시행 중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할 빈도의 극한!! 확률은 ‘몰라서 쓰는 방법’이 아니라 모르기 때문에 더 똑똑하게 선택하는 방법이다. 여러 사례를 통해 어떤 사건의 반복되는 빈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닌 특정 사건의 불확실성을 측정하는 척도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인공지능 체험전에서 오목 대결을 한 적이 있다.

인공지능과 나는 1:1 무승부였는데 여기 책에서도 알파고가 다시 언급이 된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와 확률의 필요성 그 인과관계를 생각해 보자. 뉴스에서 자주 보는 기사 영끌 투자 실패나 코인 폭락, 투자 실패 사례는 모두 불확실한 세계에서 한 방을 노린 결과가 아닌가! 사람들은 확률은 믿을 수 없는 분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확률은 인공지능이 세상을 이해하고 움직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확률적 사고로 인간의 착각을 깨고 오히려 AI처럼 실속 있는 사고를 하라는 메시지!!










AI는 계산하지 않는다. 다만 예측할 뿐이라는 문장!!! 기억해야겠다







#확률로바라본수학적일상, #장톈룽,

#미디어숲, #수학입문서,

#수학대중서, #교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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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 소담 클래식 4
버지니아 울프 지음, 유혜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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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댈러웨이 부인 출간 100주년 기념 소담 클래식은 그간 읽었던 댈러웨이 부인과 남다른 감동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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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 소담 클래식 4
버지니아 울프 지음, 유혜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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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소담출판사















소설은 상류층 여인 클라리사의 하루를 밀도 있게 서술한다. 여성이 자기만의 방을 가지고 공부를 하고 소설을 쓴다는 자체도 희박하던 때에 여자의 이름이 소설 제목으로 전면에 등장하는 일은 흔치 않는 시대였다. 그래서 더 생각해 보게 된다. 마담 보바리의 주인공 이름이 엠마이듯이 댈러웨이 부인에게도 클라리사라는 아름다운 이름이 있다. 만약 소설 제목이 《댈러웨이 부인》이 아니라 《클라리사》였더라면 어땠을까? 소설 《마담 보바리》의 제목이 《엠마》였다면, 그렇다면 소설의 내용도 많이 달라지겠지? 유추컨대, 좀 더 자신의 삶을 개척적으로 살아가는 여성의 서사가 아니었을까. 그런 스토리를 떠올리고 썼더라면 울프는 죽지 않았을까. 그녀의 유서를 읽으면 내가 리뷰를 쓰고 있었다는 사실마저 잊고 울게 된다. 당대와 비교하면 지금은 자신의 꿈을 이루며 살아가는 여성들이 많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런 시대에 태어나서 감사한 것보다는 먼저 살다간 여성 선배들의 노고에 감사하게 된다.








버지니아 울프는 이 소설에서도 죽음에 대한 예고를 했던 게 아닐까? 스스로 삶을 마친 작가들의 소설에는 옅게나마 그런 흔적이 묻어난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출판사별로 4권을 소장 중인데 그의 소설을 읽었을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죽음'의 예고, 죽음 탐미.....








소설은 다층적인 의미를 품고 있다.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는 이 소설을 기존 소설처럼 줄거리 중심으로 이해하기에는 벅차다. 시간의 타자성, 기억, 여성, 전쟁의 트라우마, 계급과 정체성을 복합적으로 담은 깊이 있는 작품이다. 등장하는 인물이 저마다의 시점으로 내면을 묘사하는데 이 모든 인물들이 버지니아 울프의 내면 심리 반영이기도 하다. 주인공 클라리사 댈러웨이는 겉으로는 상류층 사교계의 중심이지만, 내면에서는 삶의 공허와 지나간 시간에 대한 회한으로 가득 차 있다. 젊은 시절의 사랑, 과거의 선택, 현재의 공허함으로 묘사되는 클라리사의 하루는 과거와 현재, 개인과 사회, 삶과 죽음이 겹쳐지는 거대한 거울처럼 당대 사회를 비춘다. 또한 전쟁에서 많은 공을 세운 셉티머스의 자살은 사회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 전쟁을 반대한 점, 전쟁이 준 후유증, 내적 분열은 표면적인 의미일 것이다. 현실에서 해결할 수 없는 그 모든 고통을 껴안은 셉티머스의 죽음은 한 존재의 죽음 이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소설에서도 그렇다. 셉티머스가 죽어도 파티는 잘 진행되며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죽은 자에게만 정지되는 죽음이다. 죽은 자는 죽음이라는 표현을 통해 세상과 마지막 소통을 하려고 하는 걸까.. 죽음에 대해서는 그 언급만으로도 너무 힘든 감정이 있다.



비교적 밝은 분위기로 끝나는 소설의 마지막 장면을 들여다보면 의문이 많이 생긴다. 모두들 존재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살짝 들뜬 채로 마무리된다. 결국 개인은 할 수 없고 사회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 걸까? 임종 장면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사람은 죽기 전에 잠시 반짝일 때가 있다. 잠시 의식을 되찾아 유언을 남기거나 남은 가족들이 환자가 마치 기력을 회복한 듯이 착각하게 되는 상황. 나는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이 특히 마치 임종 전 잠시 반짝임처럼 느껴졌다. 이런 생각은 너무 암울하다고 말하는 분이 있다면 실제 우리 삶은 더 암울하다고 미리 변명해둔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필 유서를 읽은 적이 있다. 글을 닫으며 다시 읽어본다.



오로지 글로써 세상과 싸웠다는 그녀

회오리바람처럼 모든 남자들이 전쟁을 옹호했던 시대, 생명을 잉태해 본 적은 없지만 모성의 마음으로 전쟁을 반대한다는!!

이젠 작가로서의 역할을 끝내야 할 때가 왔다며 추행과 폭력이 없는 세상, 성차별이 없는 세상에 대한 꿈을 말한

버지니아 울프의 간절한 바람이 과연 이루어졌는가?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사명을 우리는 이어가야 한다. 마땅히!

단 하루를 통해, 한 세기의 문명과 내면, 전쟁과 평화, 여성과 인간의 정체성을 투명하게 비추는 이 소설은 1925년 5월 14일에 발표되었으며 올해로써 딱 100년이다. 100년 전 버지니아 울프 선생님이 전해준 바통을 감히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해 본다.




난해하다는 평을 받는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이지만 소담 클래식만의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번역으로 만나면 조금 편안해진다




#댈러웨이부인, #버지니아울프,

#소담출판사, #소담클래식,

#모더니즘소설,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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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글쓰기 - 고도원의 인생작법
고도원 지음 / 해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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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글이 되고 글은 곧 삶이 된다는 저자의 글쓰기 철학 노하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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