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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맥공주
이지연 지음 / 황금가지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이지연/ 황금가지 (펴냄)
어슐러 K 르 귄 선생님의 작품을 많이 번역하신 이지연 역자이자 작가의 SF 단편 모음집이다. 50대 초반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신 작가의 유고를 모은 소설집. 여섯 편 중 세 편은 최근에 쓰신 글이라고 한다.
보르후라는 남자, 죽은 아내를 그리워한다.
세상에서 가장 힘 센 것이 호기심이라는 말에 100번 공감한다. 《산맥 공주》
"영험한 무당이시여, 가슴이 허전하여 견딜 수가 없습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껍데기가 걸어 다닙니다. 무엇 때문에 숨을 쉬는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날이 가고 해가 가도 슬픔이 가시지를 않습니다." P11
이 문장을 읽는데 왜 그리 내 마음 같지, 빈 마음....
그가 무당에게 받은 씨앗이 자랐고 그 나무 밑동에서 얻은 귀한 딸, 출룬체첵
읽다 보면 이야기 속으로 쑥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타고난 이야기꾼 작가님의 소설을 이제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니 너무 슬프다 ㅠㅠ 인간의 상실을 거대한 신화적 힘으로 바꾸는 작가의 소설은 고전 민담과 SF가 맞닿을 수 있음을 증명한다.

《눈 속의 요정》 제목 그래도 눈이 수북 쌓인 곳에서 만난 요정. 과연 요정을 살릴 수 있을까
지극히 현실적인 배경 위에 환상적 요소를 얹은 느낌. 만약 정말 이런 존재를 만난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편의점 안에서 작은 요정을 둘러싼 군중의 호기심과 두려움은, 잔혹하기까지 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역표절자들》이었다. 기억이 지워지고, ‘나’라는 정체성이 흔들리는 세상. 기억을 상실당하는 윤지, 그리고 미정인 듯 미정이 아닌 유사미정들 (이런 발상 참 신박하다 )
주변의 인물들이 낯선 얼굴로 다가오는 이야기는, 단순한 추리적 재미를 뛰어넘는다. 읽는 내내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듯한 아찔함을 경험했다.
책을 덮으며 작가의 지인이신 소설가 송경아 님과 황금가지 편집부 김준혁 주간의 글까지 길고 오랜 울림을 준다. 처음 만난 소설이 작가의 마지막 작품집이라니 참으로 먹먹하다. 온 마음을 다해 고인이신 이지연 작가의 명복을 빌며 글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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