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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 ㅣ 소담 클래식 4
버지니아 울프 지음, 유혜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7월
평점 :

버지니아 울프/ 소담출판사
소설은 상류층 여인 클라리사의 하루를 밀도 있게 서술한다. 여성이 자기만의 방을 가지고 공부를 하고 소설을 쓴다는 자체도 희박하던 때에 여자의 이름이 소설 제목으로 전면에 등장하는 일은 흔치 않는 시대였다. 그래서 더 생각해 보게 된다. 마담 보바리의 주인공 이름이 엠마이듯이 댈러웨이 부인에게도 클라리사라는 아름다운 이름이 있다. 만약 소설 제목이 《댈러웨이 부인》이 아니라 《클라리사》였더라면 어땠을까? 소설 《마담 보바리》의 제목이 《엠마》였다면, 그렇다면 소설의 내용도 많이 달라지겠지? 유추컨대, 좀 더 자신의 삶을 개척적으로 살아가는 여성의 서사가 아니었을까. 그런 스토리를 떠올리고 썼더라면 울프는 죽지 않았을까. 그녀의 유서를 읽으면 내가 리뷰를 쓰고 있었다는 사실마저 잊고 울게 된다. 당대와 비교하면 지금은 자신의 꿈을 이루며 살아가는 여성들이 많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런 시대에 태어나서 감사한 것보다는 먼저 살다간 여성 선배들의 노고에 감사하게 된다.
버지니아 울프는 이 소설에서도 죽음에 대한 예고를 했던 게 아닐까? 스스로 삶을 마친 작가들의 소설에는 옅게나마 그런 흔적이 묻어난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출판사별로 4권을 소장 중인데 그의 소설을 읽었을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죽음'의 예고, 죽음 탐미.....
소설은 다층적인 의미를 품고 있다.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는 이 소설을 기존 소설처럼 줄거리 중심으로 이해하기에는 벅차다. 시간의 타자성, 기억, 여성, 전쟁의 트라우마, 계급과 정체성을 복합적으로 담은 깊이 있는 작품이다. 등장하는 인물이 저마다의 시점으로 내면을 묘사하는데 이 모든 인물들이 버지니아 울프의 내면 심리 반영이기도 하다. 주인공 클라리사 댈러웨이는 겉으로는 상류층 사교계의 중심이지만, 내면에서는 삶의 공허와 지나간 시간에 대한 회한으로 가득 차 있다. 젊은 시절의 사랑, 과거의 선택, 현재의 공허함으로 묘사되는 클라리사의 하루는 과거와 현재, 개인과 사회, 삶과 죽음이 겹쳐지는 거대한 거울처럼 당대 사회를 비춘다. 또한 전쟁에서 많은 공을 세운 셉티머스의 자살은 사회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 전쟁을 반대한 점, 전쟁이 준 후유증, 내적 분열은 표면적인 의미일 것이다. 현실에서 해결할 수 없는 그 모든 고통을 껴안은 셉티머스의 죽음은 한 존재의 죽음 이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소설에서도 그렇다. 셉티머스가 죽어도 파티는 잘 진행되며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죽은 자에게만 정지되는 죽음이다. 죽은 자는 죽음이라는 표현을 통해 세상과 마지막 소통을 하려고 하는 걸까.. 죽음에 대해서는 그 언급만으로도 너무 힘든 감정이 있다.
비교적 밝은 분위기로 끝나는 소설의 마지막 장면을 들여다보면 의문이 많이 생긴다. 모두들 존재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살짝 들뜬 채로 마무리된다. 결국 개인은 할 수 없고 사회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 걸까? 임종 장면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사람은 죽기 전에 잠시 반짝일 때가 있다. 잠시 의식을 되찾아 유언을 남기거나 남은 가족들이 환자가 마치 기력을 회복한 듯이 착각하게 되는 상황. 나는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이 특히 마치 임종 전 잠시 반짝임처럼 느껴졌다. 이런 생각은 너무 암울하다고 말하는 분이 있다면 실제 우리 삶은 더 암울하다고 미리 변명해둔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필 유서를 읽은 적이 있다. 글을 닫으며 다시 읽어본다.
오로지 글로써 세상과 싸웠다는 그녀
회오리바람처럼 모든 남자들이 전쟁을 옹호했던 시대, 생명을 잉태해 본 적은 없지만 모성의 마음으로 전쟁을 반대한다는!!
이젠 작가로서의 역할을 끝내야 할 때가 왔다며 추행과 폭력이 없는 세상, 성차별이 없는 세상에 대한 꿈을 말한
버지니아 울프의 간절한 바람이 과연 이루어졌는가?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사명을 우리는 이어가야 한다. 마땅히!
단 하루를 통해, 한 세기의 문명과 내면, 전쟁과 평화, 여성과 인간의 정체성을 투명하게 비추는 이 소설은 1925년 5월 14일에 발표되었으며 올해로써 딱 100년이다. 100년 전 버지니아 울프 선생님이 전해준 바통을 감히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해 본다.
난해하다는 평을 받는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이지만 소담 클래식만의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번역으로 만나면 조금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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