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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모비 딕 1~2 - 전2권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허먼 멜빌 지음, 황유원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8월
평점 :
허먼 멜빌 1819~ 1891
시간대를 비교하면 도스토옙스키(1821~1881)와 거의 동시대를 살다가신 분이다.

나의 도스토옙스키 지수( 내가 만든 점수표인데 꼭 소장해야 할 좋은 책을 선택하기 위한 나만의 점수표)가 100점이라고 했을 때,
이 소설은 85 정도의 점수를 줄 수 있다. 매우 후한 점수다. 대부분의 소설이 감히 60을 넘기지 못하기 때문^^
그 시절 미국 소설가들에게는 영국 문학의 벽을 넘어서기 위한 강박이 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본격적인 도입에 들어가기까지 '어원'과 '발췌문' 파트가 무려 38페이지 분량이 있는데 "이 부분이 소설의 첫 번째 장벽이다"라고 쓰고 나는 무척 재미있었다. 고래에 대한 각종 문학적 은유, 과학적인 사실까지 당대 자료를 모은 것으로 소설 모비딕을 쓰기 전 기초작업으로 볼 수 도 있다. 오늘날 소설가님들이 책상 앞에 앉아서 챗 gpt가 알려주는 자료를 모으는 것과는 감각적으로 다르다 ㅎㅎㅎ
발췌문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날 고래에 대한 묘사와 비슷한 점 다른 점을 만날 수 있다. 멜빌이 과연 소설을 쓰기 위해 모은 기록인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두 작가 모두 19세기라는 시간대 속에서, 인간 존재의 밑바닥에 자리한 광기와 신앙, 욕망과 구원의 문제를 끝내 집요하게 응시한다는 점에서 무척 닮아 있다.
(멜빌의 바다는 곧 도스토옙스키의 지하실 아닐까 ㅠㅠ) 아... 지하생활자 ㅠㅠ
도스토옙스키가 내면의 심연을 뚫어낸다면 멜빌은 우주의 심연을 항해한다....
읽으며 나는 멜빌이 도스토옙스키보다 덜 무겁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의 바다는 죽음과 광기의 무대지만, 동시에 희극적이고 풍자적인 장면들도 많다.
리뷰에서 언급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 읽으며 여러 가지 내용을 정리해둔 것이 많은데 그중 일부를 옮겨와본다.
인물은 다섯명 정도로 추려본다. 이슈미얼, 퀴퀘그, 에이해브 선장, 스타벅 그리고 모비 딕
이슈미얼은 이야기의 눈, 화자이지만 관찰자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다.
에이해브 선장은 서사의 추진력 있게 끌고 간다. 광기와 집착으로 묘사되는 인물인데 소설 마지막에서 (이 인물이 마냥 밉지는 않았다. 인간은 누구나 양명성이 있기에 함부로 판단해서도 안되고 또 절대악은 없다는 생각이다. )
스타벅은 (스타벅스 창업자가 이 이름을 브랜드 네임으로 쓰기도한 ) 이성의 상징( 이 사람에게 좀 더 추진력, 동력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이다.
퀴퀘그, 이름 발음하기 어려운 이 인물은 우정과 구원의 상징이다.
그리고 모비 딕 → 절대적 자연, 운명, 거스를 수 없는 신 그외에도 많은 의미를 포함한다.
▶ 나에게 해보는 질문
나는 이 중에 누구와 비슷한가? 누구와 대칭 선상에 있는가?? 그 외에도 언급할 인물은 너무 많다.... 그런데 가장 큰 의문은 여성 화자의 부재다. 고래잡이의 특성상 여성이 배에 오를 수 없기에 당연한 설정이다. 모비 딕 자체가 남성들의 집착, 권력, 파괴 충동을 극단까지 밀어붙이는 이야기이기에!! 만약 여성이 등장한다면 에이해브의 광기를 막거나, 해결을 해버리는 역할이 되었을 것 같아서 아마 소설의 결말이 완전히 달라졌을 듯.
이 결말을 내가 썼다면 ( 감히 고전에서 이런 생각 하는 자체가 좀 웃긴데 ㅋㅋ) ?? 이미 써봤다 ㅎㅎㅎ
여성 화자를 굳이 넣어보고 싶다. 실존 인물이 아닌 상징으로써, 선원들의 어머니 특히 에이해브와 관련된 인물로 이미 죽어 유령이 된 연인 정도로 설정하면 어떨까 ㅎㅎㅎ)
책 초반부터 먼저 묘사력에 놀란다. 예를 들면 이런
→ 극심한 우울증에 사로잡힐 때는 거리로 나가 사람들의 모자를 차례로 쳐서 떨어뜨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려면 엄청난 도덕심을 발휘해야 할 때, 그럴 때면 서둘러 바다로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내게는 이 방법이 권총과 총알을 대신한다
그리고 덧붙여서 바다를 알게 되면 신분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언젠가는 바다에 대해 나와 비슷한 감정을 품게 될 테니라는 문장을 읽고서, 화자의 마음을 이해해게 되었다. 처음에는 불안지수가 엄청 높은 사람인가 보다 생각했으나 차츰 화자는 곧 나 자신이 되었다.
▶ 나에게 해보는 질문 2
왜 크리스마스 아침에 승선일까? 극단적인 성스러움과 광기의 대비로 보인다. 왜냐면 예수의 탄생일에 출발하는 배는 원래 ‘구원의 배’처럼 보일 수 있지만, 선장 에이해브의 광기가 이끄는 피쿼드호는 정반대로 죽음과 집착의 길이다. 멜빌은 이런 대조를 통해, 인간이 종교적 상징을 붙잡고도 여전히 파멸을 향할 수 있음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성경이나 신화가 많이 차용되는 이유도 궁금했다. 이는 당대 미국 문학이 영국의 발아래에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된다.
절대적인 가치인 성경이나 신화를 인용함으로써 감히 반박할 수 없는 분위기, 신뢰성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모비 딕』을 읽고 나면 도스토옙스키를 덮을 때와 살짝 비슷한 기분이 든다. 인간은 끝내 어둠으로 빠져들지만, 동시에 그 속에서만이 빛을 붙잡을 수 있다는 깨달음.........
《모비 딕》 분에 멜빌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이 생겼다.
함께 읽지 않았더라면 과연 시도를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