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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리언 클레이
에이드리언 차이콥스키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에이드리언 차이콥스키 (지음)/ 문학수첩
낯선 세계 앞에 서면 때로 내가 아는 언어들이 모두 무력해진다. 표지도 예쁜 이 책, 정말 읽고 싶던 SF를 드디어 만났다.
필립 K. 딕상, 휴고상 최종 후보작, 아서 C 클라크 상 수상의 화려한 필력을 가진 저자의 작품을 나는 이번에야 만났다. '경성 수면'( 항성 간 여행을 위해 신체 기능을 멈추고 건조 동결된 상태로 생명 기능을 잠시 차단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
유죄판결을 받는 기결수를 먼 행성의 노동 수용소로 보내 일을 시키기도 한다. ( 식민지 개척 배경이라면 이런 상상을 나도 해보긴 하는데ㅎㅎ)물론 경제적인 이익이 남을 때 일이다.
작품 속 글로벌 정부인 통치부가 상징하는 것은 오웰적 전체주의 그 자체다.
우주는 피라미드와 같다(p.114)라는 발굴 지원팀의 신입으로 일하는 다데브의 관점에서 피라미드 꼭대기에 앉을 수 있는 자들 예를 들면 사령관 같은 인물의 생각은 대조적이다. 지구를 넘어 우주에서도 자신을 꼭대기에 올려두려는 인간의 오만함이다. 하지만 킬른은 그 피라미드적 논리를 단숨에 무너뜨린다. 여기서 중요한 건 꼭대기가 아니라, 옆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과연 타인 없이 살 수 있을까....
살기 위한 행군이 시작되고 이곳 킬른에서는 모든 것이 모든 것을 먹는다. 모든 면에서 창의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처럼 서로 부품과 시설을 교환하는 사이. 외계 생명체에 대한 오염, 밀고로 실패한 반란, 이런 묘사의 장면에 내게 첨단과학의 세례는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진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간 사회는 더 성숙해지는가? 원시인이라고 묘사되는 과거보다 지금 인간들이 더 성숙했는가라는 질문을 해본다.
우주 사회에서도 권력의 억압과 착취, 약자들을 향한 혐오와 부당한 대우가 여전히 공존한다.
읽으며 가장 오래 머문 문장은 이것이다.
“내가 흔들리자 누군가가 나를 도우러 온다. 공감은 비가 새어 들어오게 놔둔 구멍이다” p.330
어쩌면 SF를 쓰고 싶은 내 마음도 이 구멍과 같다. 전혀 다른 세계와, 아직 쓰이지 않은 언어와, 미래의 낯선 진실과 연결되고 싶은 갈망. 내가 쓰고 싶은 것은 완벽하게 닫힌 세계가 아니라, 새어 들어오는 틈이 있는 이야기다.
SF 공간이 무한대로 넓어질 뿐 결국 우리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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