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주파수를 찾습니다, 매일 -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보낸 단짠단짠 16년 일하는 사람 2
차현나 지음 / 문학수첩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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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나 피디의 [당신과 나의 주파수를 찾습니다, 매일]을 읽었다. 문학수첩에서 발간된 '일하는 사람' 두 번째 시리즈이다. 부제는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보낸 단짠단짜 16년'이다. 노안이 와서 그런지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면 멀미가 나는 것처럼 어지러움이 느껴진다. 그래서 요즘 젊은이들처럼 유튜브를 즐기지 못하는 비겁한 변명을 대고 싶다. 특히 요즘 청소년들은 포털사이트이 검색창에서 모르는 것을 묻기 보다 유튜브에서 찾아본다고 하니 IT 세계의 속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진척되는 것 같다. 


더 이상 아파트 후미진 곳에서 친구들을 사귈 수 없는 상황이기에 현대의 아이들은 학원에 비싼 돈을 내가며 친구들을 만나고 사귀게 된다.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서 또래 집단에 속해야 하는데 학원을 가지 않고서는 도저히 같은 또래의 친구들을 만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마도 지금의 아이들이(물론 어른들도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에 중독되어가는 것은 웹상의 세계에서 그들만의 놀이가 형성되고 거기에 끼지 않으면 도태되고 때로는 왕따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라디오는 요샛말로 레트로 감성이 풍부한 아재들이나 라떼는 말이야 같은 말을 반복하는 사람들이 들었던 오래전 대중문화로 여겨지는 듯 하다. 요즘 라디오를 즐겨듣는 청소년들이 있을까?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고 그 내용이 방송되어 다음 날 학교에서 주목받는 일이나,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올 때 얼른 카세트 공테이프에 녹음 버튼을 누르고 잡음이 들어가지 않기를, 노래가 끝날때까지 DJ가 아무말도 하지 않기를 바랬던 마음을 요즘 아이들이 상상할 수 있을까? 


저자가 말한 것처럼 요즘 라디오는 일하는 사람들과 출퇴근 중에 듣는 사람들이 대부분의 청취자일 것이라 생각된다. 하루종일 반복되는 일을 하며 다른 곳에 눈을 둘 수 없고 오로지 작업하는데 집중해야 하지만 귀 만큼은 어디론가 향할 수 있고 무료하고 지루한 작업에 조금이나마 기운을 북돋아 주는 게 라디오 방송의 매력이기도 하다. 또한 출퇴근 시간에 막히는 길목에서 활기찬 댄스가요나 적절한 발라드가 흘러나오면 내 앞으로 가로막는 새치기 차량도 가끔은 너그럽게 끼워주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잠들지 않는 늦은 밤 차라도 한잔 우려내 좋아하는 DJ의 나긋나긋한 위로의 말들을 듣고 있으면 누군가 나를 묵묵히 위로해주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제, 어제 우리 방송을 들어주었던 그 청취자가 오늘도 문자로 인사를 보내왔다면, 적어도 그분에게는 오늘 아주 시급하거나 안 좋은 일은 생기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오늘도 그저께처럼, 어제처럼, 라디오를 켜고 문자 하나를 보낼 만큼 그분에게는 평범한 하루였을 거라는 생각, 얼굴도 모르는 그 청취자의 평범한 안부가 참으로 다행스럽게 느껴진다.(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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