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판사
정재민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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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민 작가의 [혼밥 판사]를 읽었다. 불과 몇년 전까지 판사로 지내다 이제는 다른 일을 하며 글을 쓴다고 한다. 얼마 전부터 혼밥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다가왔다. 사실 음식점이든 카페이든 혼자서 뭘 먹는다는 것은 참 멀쭘한 일이었다. 어디 식당에 들어가던지 제일 처음 묻는 말이 몇 명이냐는 질문이다. 한 명이라는 말은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서 ‘혼자요’라는 말과 더불어 손가락 하나를 들어 ‘혼밥’임을 강조한다. 요즘은 혼밥, 혼술, 혼행이 유행이다 보니 혼자 즐길 수 있는 장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래도 역시 혼자 밥을 먹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혼자 여러 명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리고 식당의 누군가가 나를 쳐다보며 처량해 할 것 같아서 급하게 밥을 먹다 체하기가 일쑤다. 그리고 혼자 가면 화려한 식사를 하기 힘들다. 레스토랑에 가서 혼자 스테이크를 썰기도 그렇구, 혼자 비싼 고기를 구워 먹기도 좀 그렇다. 그리고 혼자 먹는 뻘줌함을 이겨내기 위해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다 보면 밥을 먹는 건지, 배를 채우는 건지 모르게 입맛이 떨어질 때가 많다. 그래도 어쨌든 살기 위해서는 혼밥도 즐길 줄 알아야 하는 때가 온 것 같다. 

내게 있어 가장 힘들었던 혼밥의 시간은 당연히 유학생 때가 아닌가 싶다. 그것도 외국말을 처음 배우는 곳에서 여러 가지 사정으로 초중고 학생들의 급식을 먹어야 했는데, 그때 참 힘들고 외로웠던 것 같다. 그것도 아직 입에 맞지 않는 파스타를 매일 먹어야 하니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애기 같은 초딩들도 엄청 맛있게 먹는데, 나는 매번 다 먹지 못하고 남은 파스타를 버리곤 했다. 그리고 나 홀로 외국인이자 동양인 이었기에 흘끔흘끔 아이들이 쳐다볼 때면 ‘뭘 봐’라고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점점 구석진 곳을 찾았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지겨웠던 파스타를 이제는 맛집을 찾아서 먹으러 다닌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음식과 법의 닮은 점을 여러 번 피력한다. 하기야 음식을 만들고 팔고 먹는 것의 가장 큰 목적은 살기 위해서이고, 법정에서 피고와 원고가 다투며 최대한 잘못을 피해가려고 하는 것 또한 더 잘 살고 싶은 개인적인 욕망의 발로이다. 법정에서 일어난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 안타까운 사정을 심정적으로는 헤아리면서도 어쩔 수 없는 판결을 내려야만 하는 판사들의 고충도 알게 되었다. 저자의 폭넓은 음식에 대한 정보 전달로 전혀 알지 못했던 음식들의 기원(도시락, 샌드위치, 짜장면, 짬뽕 등)이 흥미롭게 전해져 더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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