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연습
팀 번즈 지음, 정미현 옮김 / 베이직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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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이라는 의미가 이렇게 내게 절실하게 다가올 줄을 몰랐다 세월이 가면 나이를 먹듯이 20대에서 30대는 전혀 꺼리낌없이 그렇게 보내왔건만 딱 40의 문턱을 밟으면서 혼란스럽기 시작했다. 예부터 불혹이라 하면 남자는 사회의 인정과 더불어 자신의 지위를 굳히는 나이이고 여자는 아이들을 어느정도 키워놓고 자기 계발을 하거나 혹은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의 수가 많아지는 나이였던 것 같다. 허나 그것에 부합된 현실의 나는 정 반대다. 유치원 다니는 어린 아이 둘에 끝이 보이지 않는 육아와의 전쟁, 그렇다고 신랑도 마음 놓고 다니는 직장의 세계가 아니니 어디 혼란스럽지 않을 수 있으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시시때때로 업습하고 있다. 이 마음을 잡고자 펴든 <중년 연습>!

단번에 읽어 내리기보다 옆에 두고두고 천천히 읽을 만한 책이였던 것 같다.

 

  우선 이 책 저자는 누가 '그러했다러라'로 시작하는게 아니라 본인의 이야기를 주소재로 다루며 중년을 거점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형식을 빌린 일종의 자기 계발서와도 같다. 이 정도의 나이가 되면 실천하고자 하는 욕구도 크지만 하루가 지나면 쉽게 포기하고 마는 좌절의 나이이기도 하다.

'내가 어떻게?' 혹은 '이 나이에 무슨' 같은 염려증이랄까. 저자는 행복의 6가지 요소를 조목조목 이야기하고 본격적으로 중년 튜닝 작업을 이야기한다.

성공의 6가지 요소는 열정, 목적, 힘, 계획, 관점, 인내력 으로 요약한다. 목적이 있어야 그 목적에 도달하려는 열정이 생길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의 체력을 유지하고 가꿔야 한다. 그 과정에서는 실패가 언제나 도사리고 있으니 인내를 갖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꿈을 꾸어라!' 내 유년시절에도 이렇다할 꿈이 없었고 지금의 10대들도 여전히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대학가기 위해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한다. 스피치 강사 김미경 원장의 '꿈'에 관한 강연을 TV에서 본 기억이 있다. 그 순간은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고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을 것 같고 하고 싶은 일들이 내 머리속으로 마구 쏟아져 들어왔다. 나이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 나이가 걸림돌이라고 지레 겁먹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 즉 긍정적 사고가 인생을 보다 행복하게 영위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저자는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로 인해 성격이 피폐해지고 용서라는 단어 자체를 사용하려고 생각지 않았다고 한다. 끔찍한 상황이 닥치게 되면 최악의 순간만을 돌이키며 관점의 전환을 시도하기가 쉽지 않다. 실패가 두려운 나이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실패가 두렵지 않은 나이는 없으므로 정서적 안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라 말한다. 그 위기를 쉽게 빠져 나오기 위해서는 우선 나를 용서하는 것과 남을 용서하고 종교적인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길이라 안내한다.

본격적으로 중년을 튜닝하는 과정에서는 경제적 지침이 크게 한 몫을 차지한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결코 빠트리고 인생을 여유롭게 살아갈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여러가지 지침이 나오기는 하나 사실 우리나라 가정의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 지침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충분히 고려해 보고 유용한 정보들이 훨씬 더 많다.

 

  중년은 앞으로의 삶을 반성해서 노년을 보다 즐겁게 살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임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허나 현실은 생각했던 이론적인 것들과 상반된 경우가 더 많다. 이 책을 읽을 때는 '그래 그래야지!'하는 결의에 찼었는데 책장을 덥고나니 중년의 무게는 또 다시 내 어깨를 누른다. 하지만 예전처럼 누룬다고 그 무게에 납작하게 엎드려 있지는 않을 생각이다. 생각했던 두 가지를 실천했고 작은 거라도 꾸준히 해 볼 생각이다.

나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나를 거울로 삼고 따라하는 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내 자신을 사랑하고 계발해 볼 참이다. 중년은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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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유대인 - 하버드를 지배한 유쾌한 공부법
힐 마골린 지음, 권춘오 옮김 / 일상이상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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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지구상에는 인간이 존재하고 인간들은 집단을 만들고 그 무리에 맞는 사상과 교육을 만들어가며 발전해 왔다. 어떤 종족이 더 우수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무수히 긴 세월을 거쳐오면서 나름의 시행 착오와 역경을 딛고 지금까지 그 뿌리와 정신이 살아있다면 그 집단을 연구하고 보다 나은 방향을 모색하는게 글로벌을 지향하고 인간들이 상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허나 인간의 이기와 질투는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법. 앞서나가는 단체나 집단 혹은 개인이 있다면 절대 상생하려 하지 않는다. 단합해 한 쪽을 무너뜨리면 남은 종족은 서로 또 물고 뜯는 싸움이 시작된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인간의 이기와 질투로 인한 피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집트에서 떨어져 나온 유대인들은 어찌 그 속박과 절망의 나날속에서 그 뿌리는 식지 않았고 그 정신은 빛을 더해 어떻게 오늘에 이르렀을까? 책을 펼 때의 시작은 무작정 유대인의 근간이 무엇인지와 그들의 교육관, 철학. 전반적인 것들을 생각했다. 그것을 알고 싶다면 방대한 역사서를 보는 게 나았을 듯.

 

  이 책은 kbs 다큐멘터리가 우선 제작되었고 그것이 근간이 되어 책으로까지 엮게 되었다. 방송 광고하는 걸 보긴 했지만 본방송을 보지 못한터라 책으로 접하게 되었다. 저자 힐 마골린은 유대인이며 두 명의 한국아이를 입양해 유대의 교육관으로 아이들을 교육시켰고 그 중 릴리 마골린은 하버드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하게 된다.

각 4장으로 나뉘어 있지만 그 내용의 기본 골격은 유대인의 기본 교육 방식과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를 획일화 시키지 말 것 등으로 압축하여 요약할 수 있다. 정말 생각해 볼 만한 방식들이 다수 있고 부모된 입장인지라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하에 아이들에게 어떤 창조적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막연하지만 나만의 생각에 확신을 얻은 느낌이랄까. 유대 교육법을 이야기하면서 '후츠파'와 '하브루타'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후츠파'는 철면피와 뻔뻔스러움을 뜻하는 히브리어이지만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밀고나가는 유대인의 정신을 뜻한다. 자칫 독불장군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은 '하브루타'로 보완될 수 있다. '하브루타'는 두 명 혹은 그룹이 짝을 이루어 텍스트의 의미를 현재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함께 논의하고 토론하여 이해하는 것이다. 이런 비판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공유하면서 남에게도 정확한 사실을 설명할 수 있고 가르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출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교육의 가장 근본이 되는 것들이 탄탄히 자리를 잡고 그 수를 늘이면 느릴수록 존재감 높은 성인이 되는 것이며 미래의 주역이 되는 것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부럽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도 교육이라면 어디가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열성적이긴 한데 부모때 부터 체계적으로 잡히지 않은 주먹구구식 엄마표 교육 방법이라고나 할까. 엄마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한국 아이들의 교육!

 

  유대의 속담에 '100명의 유대인이 있다면 100개의 의견이 있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허나 우리 아이들은 하나의 정답에 도달하기 위해 끼워 맞추고 어른들은'그건 아니야!'라고만 한다.

'다른 것도 얘기해 볼래?'가 안된다고나 할까. 책 후반부에 7가지의 학습자 유형을 얘기하면서 어느 쪽에 가까운지를 알아보고 이 학습자의 유형은 복합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분명 부모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으며 인격체를 형성하는데 큰 몫을 하는 곳은 학교가 아니라 가정이라는 걸 의심치 않는다. 우리도 제도적으로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교육 시스템이 구축되면 얼마나 좋을까. 요즘 'ADHD' 문제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정신과에 몰려들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선생님들이 조금의 여지도 없이 조금만 산만하면 부모들에게 ADHD를 의심해보고 병원가기를 권유한다는 것이다. 아뿔사! 1학년들이 앉아 있는 걸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까? 씁쓸하고 이런현실에 가까워질수록 두렵기까지 하다.

이 책을 덮으며 느낀 것은 아이들을 몰아세울게 아니라 어른들이 정신을 바로 차리고 배움에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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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암 허준
이재운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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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준'의 일생은 다방면으로 재조명된 바 있어 새로운 면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자칫 인생 겉핥기식이 될 수 밖에 없을 듯 싶었다. 드라마는 이미 국민 드라마로 자리매김된 바 있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어린 꼬마까지 허준을 모르면 간첩이다. 역사의 유물이나 고서를 살펴보다 보면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그 무엇보다도 뛰어난 감각으로 작품을 만들고 책을 써낸 걸 보면 현대의 기준으로 바라보아도 가히 놀랍다고 밖에는 표현할 도리가 없는 것들이 많다.

<동의보감>도 그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동의보감>이 나오기 전까진 중국 의서에 의존하면서 민간 요법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허준'이라는 역사적 인물이 굳은 결의와 열정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의 의학은 어떤 길을 가고 있을까? 지금 우리나라의 의술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술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곳이 되었다.

 

  이 책은 허준의 일생을 찬찬히 훑어 가는데 그 과정에서 역사적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되고 그 시련과 역경 속에 책을 발간하기까지. 소설이라기보다 전기와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된다. 스승 '유의태'와의 만남은 그의 일생에서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고 이미 독자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므로 간략하고 짧게 소개한다.

그 많은 제자들 속에서 묵묵히 치료하고 공부하며 자신의 길로 매진하는 허준. 그 뒤를 묵묵히 따르는 아내의 내조도 그의 인생에 큰 몫을 한다. 백성들이 병으로 고통받는 것을 보고 그들의 치료가 최우선이긴 하나 서자 출신이라 언제나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기 위해 몸부림치던 허준은

그 어린 날 목구멍의 가시같았던 굴레를 벗고나고자 내의원 시험에 응시하게 되는데 이것의 그의 인생에서 두 번째로 큰 인생의 굴곡을 만들게 된다.

선조와의 만남과 임진왜란! 조정은 당파의 싸움으로 늘 어지럽고 그 힘에 왕권을 확립하지 못하는 비운의 왕. 그의 인해 헐벗고 굶주리며 병마와 싸워야 하는 백성들의 고단한 삶을 보면서 민간에 보급되어야 할 의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가운데 왕의 명으로 <동의보감>의 대장정이 시작된다. 의원의 기본 자세인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이 묻어나는 대목이 임해군과 있었던 사건이다. 정신적으로 쇠약한 그를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그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한 부분이다. 오늘날 의사들이 진정 배워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진료실로 들어가기까지 오래 기다렸다 들어가면 입 벌리고 귀보는 로보트적인 기본 말고 큰 중병이 아닌이상 환자의 마음을 헤아려 보려고 노력하는 의사로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자세.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는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의료 서비스가 아닐까 싶다.

 

  삶속의 어느 한 부분을 집약적으로 들여다보는 소설이 아니고 전체적인 숲을 보는 거라 그다지 흥미롭고 다음을 기대하게 되는 책은 아니었던 것 같다.

기존에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간략하게 요약하고 설명하는 수준이라 아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위인전 같은 느낌이었다. 위대한 인물이 다음 시대에도 계속 회자되는 일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당연하다고 그냥 넘기기보다 그 인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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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 지음, 김재혁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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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어린 날 청소년기에 읽었던 '데미안'을 명확하게 기억하진 못하지만 우유뷰단한 친구에게 자유로운 영혼과 구원의 손길을 뻗치던 그 대단한 존재 '데미안'만은 잊을 수 없다. 어렵고 잔잔하고 깊이있는 문장들이 때론 어린 내게 무겁게 다가오기도 했지만 틀에 박힌 교육의 현장 한 가운데서 사춘기를 제대로 겪을 겨를도 없이 스치듯 지나가는 과정에서 읽은 그 책은 영혼의 친구를 만난 듯 했다. 그리고 그 책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수레바퀴 아래서>를 불혹의 나이에 접하게 됐다. 이 뭉클함과 잔잔함 속에 녹아있는 사춘기의 애잔함!

명작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깊이를 더해간다고 했던가! 중년으로 가는 이 시점에서 여유롭기는 커녕 그 두려웠던 사춘기 시절처럼 왠지모를 불안감을 느끼는 요즘 마음의 안정을 조용하게 되찾게 해준 책인 듯 싶다.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 외모상으로도 연약하기가 이루 말할수 없고 어릴 적 부터 두각을 나타내 아버지의 기대와 나아가서 마을의 유망주로 떠오른 하얀 얼굴의 공부벌레! 공부만 잘한다고 어른들이 전력질주해서 그쪽으로 밀어부치는 행위가 과연 정당하고 옳은 일인가? 그 시대가 그런 인간형을 만드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고 오랜 교육 방식에 개몽되지 못한 부모의 교육 방식이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합리화 해 본다면 지금의 우리시대는 어떤가? 한 세기를 넘어섰고 부모의 의식은 개몽에 개몽을 거듭해 부모가 자식의 스펙을 쌓아주는 경지에 이르렀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춘기의 아이들은 더 자유롭고 나름의 생각할 시간과 여유를 갖고 살고 있는가? 누가, 무엇이, 고귀하고 순수해야 할 나이의 아이들을 지독한 고독과 악독한 교육의 현장으로 내몰고 있단 말인가. 씁쓸한 기운을 책을 다 읽은 후까지도 못내 지울 수 없었다.

수재들만 들어간다는 신학교를 들어간 한스는 자신의 본문에 맞게 공부에 온 정신과 마음을 쏟아 붓지만 자연을 벗하고 느긋한 그만의 세계를 잃어버리면서 마음이 병들기 시작한다. 마침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친구'헤르만 하일너'를 만나지만 어른들이 추구하는 세계가 옳은 길이라 믿고

있던 한스는 점점 문제아로 낙인 찍히고 친구와의 교류를 통해 사춘기를 관통하면서 새로운 사고를 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물론 어디나 그렇듯 그 틀에 순응하고 적응하는 인간유형도 많다. 하지만 다른 사고와 다른 생김새를 가진 무리를 가둬두고 모두 똑똑한 수재가 되기를 강요하는 그들은 누구를 위한 교육을 하는 것인가. 헤세가 하고픈 말이 그대로 들어난 문구가 있다.

 

아버지와 몇몇 옛 선생들의 야비한 야망과 학교가 이 연약한 인간을 이 지경에 이르게 만들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왜 그는 인생에서 가장 민감하고 위험스런 소년 시절에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를 해야 했던가?

 

 청소년기를 지나고 청년이 되어 가면서 한스는 어린 날 자신을 되돌아본다. 친구가 많거나 큰 사고를 일으킨 적은 없지만 조용한 가운데 자신을 돌아보고 이웃의 소소한 일상을 사랑했으며 낚시를 즐기고 수영을 좋아했으며 풀밭에 누워 명상 하기를 좋아했다. 그랬던 그는 어느 날 푸른 옷을 입은 기계공이 되어 있었으며 이기지 못하는 술에 흠뻑 취한 자신을 발견한다.

그가 느낀 현실의 무게는 어떻게 다가왔으며 그 시절을 그리워할 여유도, 느끼지도 못하게 된 한스는 어떤 삶을 선택하기를 희망했을까

한스를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은 눈물겹다. 자신이 의도한 적도 없고 자신이 선택한 것도 아닌데 물흐르듯 흘러와 버린 현재의 나와의 조우!

어른들의 냉혹하리만치 단절된 대화. 우리나라 창소년 아이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 그 오랜 옛날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일까. 가슴이 저리다.

 

 인격 형성은 뒷전이고 우리의 아이들은 부모가 쌓아주는 스펙에 목숨을 걸어야 하고 자신의 목적 의식도 없이 제 2차 성장을 치뤄내고 있다. 이 아이들이 더 불안하고 안쓰러운 것은 마땅히 대화의 상대도 들어줄 상대도 없다는 것이다. 불혹은 맞은 나 같은 사람은 심리적 불안을 겪고 있다곤

하지만 그 동안 쌓아둔 인생의 경험과 나름 관리해 둔 인간관계가 이 감정의 기복을 조용히 거칠지 않게 치료해 줄 것이다.

허나 이 아이들은 어떻게 그들만의 자유를 찾을 것이며 문득 찾아드는 자아의 존재감과 고독을 치유하고 성숙시켜 나갈 것인가?

학교에 밀어 넣고 눈가리고 귀를 막고 그 시기를 넘기면 된다고 얘기할 것인가. 우리는 이런 고전적 문학 작품을 통해서도 볼 수 있듯이 감정을 치유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게 보다 중요할 것이다. 어른의 한 사람으로써 이 불타는 사명감을 어디다 쓸 것인가.

마지막으로 한스의 수도원 교장선생이 회유를 하면서 한마디 던지는 장면이 있다. 우리는 어떤 어른의 모습을 보일 것인가 생각해 볼 문제다.

 

"그래, 아무렴 그래야 해. 한스. 해이해지면 안 돼. 그랬다간 수레바퀴 아래 깔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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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를 위한 심리상담
로버트 드 보드 지음, 고연수 옮김 / 교양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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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역자는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의 손 흔드는 '토드'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디즈니에서도선보였다던 이 유명한 우화를 난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인가. 현시대의 최대 유행어가 바로 '힐링'이 아닌가 싶다. 이것의 정확한 의미는 '고치는, 치료의, 치유'라는 뜻이다. 무엇을 우리는 그토록 치유받기를 원하는가? 자본주의의 병폐가 곳곳에서 보이는 가운데 화폐의 가치가 인간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젊은 청춘에서부터 고령의 어르신들까지 먹고 사는 것에 목숨을 걸지 않으면 안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현대인의 정신은 갈수록 황폐화되고 있다. 누구와 속시원히 대화할 상대도 없고 들어줄 여력이 없다. 지금 이게 우리네 삶이 되어 버렸다. 좀 비약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포장되어 진 삶을 보면 속앓이로 병들고 내 편이 없음에 외로워하고 있다. 정신과를 간다는 건 예전엔 소위 미친사람만 가는 곳이라 생각하던 그런 시대가 있었다. 의미와 의사의 역활도 많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지만 이젠 이런 곳을 찾는게 부끄럽고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 책의 제목처럼 '심리 상담소' 라고 명명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주인공 '토드'를 통해 현재의 나는 결코 과거를 부정한 나는 존재하지 않으며 불안한 심리가 지속된다면 치유를 통해 보다 나은 미래의 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활달하고 모험을 즐겼던 두꺼비 토드는 언제부턴가 우울한 나날을 보내며 깊은 슬픔에 빠지게 된다. 함께 모혐을 즐겼던 친구들 렛과 몰의 도움으로 심리 상담을 받게 되고 그 상담을 통해 어릴 적 나와 조우하고 치유해 가는 과정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흥미롭고 좋았던 것은 나를 견주어 보고 어린 아이들을 함께 관찰하며 '아이 자아 상태'를 살펴볼 수 있었다. 실제 그들에게서 보여지는 감정들은 극히 본능적이고 단순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학습의 과정을 통해 이 감정이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며 거기에 대처하는 방법도 키워가게 된다. 문제는 이 '아이 자아 상태'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고 혼란한 시기를 보내거나 어른들의 무관심으로 내버려 둔다면 극단적이거나 폭력적인 감정으로 숨어있다가 어른이 된 뒤에도 폭력적 본능으로 그대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무서운 연결고리인가? 우연일 수 없고 어른들의 방치와 무지에서 비롯된 인격 형성의 고리! 적응이 잘된 아이 자아 상태는 어른 자아 상태에서 성숙기를 맞고 부모 자아 상태에 이르러 비로서 온전한 자아를 누리게 되며 새 인격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갖춰지는 것이다. 폭력적인 어른이나 무관심하고 권위적인 부모들은 하나 같이 아이 자아 상태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파생되는 문제형 어른들인 것이다. 여기도 이런 류의 어른형인 '배저 아저씨'가 등장한다. 권위적이고 자기만 아는 안하무인! 토드를 주눅들게 하고 남의 말을 듣기보다는 자신의 행동이 우선인 유형. 내 어릴 적 자아를 깊게 찾아내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 내 어릴 적 아이 자아 상태를 반추해 본다.

 

 우리나라는 이런 상담소를 찾아가는 문화도 아직 시기상조인 듯 해 보인다. 자살률이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고 있는 시점에서 대응책이 무엇인지 국가가 국민을 위한 최소의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 스스로 헤쳐나갈 수 밖에! 우선 들어주는 자세부터 바꾸어 보자.

같이 욕은 못해줘도 적어도 넌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도록 맞장구 쳐주고 잘한다고 용기를 주자. 요즘 유명세를 타는 혜민 스님이 이런 얘기를 자주 하시는 듯 하던데 듣는 이는 추임새를 넣어서 용기를 주고 말하는 이는 자신을 비약하지 말고 일어나지 않은 일에 미리 겁을 먹지 말자는 것이다. 아이 혼을 낼 때도 '니가 누굴 먼저 때렸어? 니가 동생꺼 뺏었니?' 비난조로 아이를 몰아세우기보단 아이의 감정을 번저 헤아리고 물어 보기!

요즘 아이가 클수록 좀처럼 안되는 일 중에 하나다. 나에겐 이래저래 큰 도움을 받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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