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를 위한 심리상담
로버트 드 보드 지음, 고연수 옮김 / 교양인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번역자는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의 손 흔드는 '토드'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디즈니에서도선보였다던 이 유명한 우화를 난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인가. 현시대의 최대 유행어가 바로 '힐링'이 아닌가 싶다. 이것의 정확한 의미는 '고치는, 치료의, 치유'라는 뜻이다. 무엇을 우리는 그토록 치유받기를 원하는가? 자본주의의 병폐가 곳곳에서 보이는 가운데 화폐의 가치가 인간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젊은 청춘에서부터 고령의 어르신들까지 먹고 사는 것에 목숨을 걸지 않으면 안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현대인의 정신은 갈수록 황폐화되고 있다. 누구와 속시원히 대화할 상대도 없고 들어줄 여력이 없다. 지금 이게 우리네 삶이 되어 버렸다. 좀 비약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포장되어 진 삶을 보면 속앓이로 병들고 내 편이 없음에 외로워하고 있다. 정신과를 간다는 건 예전엔 소위 미친사람만 가는 곳이라 생각하던 그런 시대가 있었다. 의미와 의사의 역활도 많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지만 이젠 이런 곳을 찾는게 부끄럽고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 책의 제목처럼 '심리 상담소' 라고 명명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주인공 '토드'를 통해 현재의 나는 결코 과거를 부정한 나는 존재하지 않으며 불안한 심리가 지속된다면 치유를 통해 보다 나은 미래의 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활달하고 모험을 즐겼던 두꺼비 토드는 언제부턴가 우울한 나날을 보내며 깊은 슬픔에 빠지게 된다. 함께 모혐을 즐겼던 친구들 렛과 몰의 도움으로 심리 상담을 받게 되고 그 상담을 통해 어릴 적 나와 조우하고 치유해 가는 과정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흥미롭고 좋았던 것은 나를 견주어 보고 어린 아이들을 함께 관찰하며 '아이 자아 상태'를 살펴볼 수 있었다. 실제 그들에게서 보여지는 감정들은 극히 본능적이고 단순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학습의 과정을 통해 이 감정이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며 거기에 대처하는 방법도 키워가게 된다. 문제는 이 '아이 자아 상태'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고 혼란한 시기를 보내거나 어른들의 무관심으로 내버려 둔다면 극단적이거나 폭력적인 감정으로 숨어있다가 어른이 된 뒤에도 폭력적 본능으로 그대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무서운 연결고리인가? 우연일 수 없고 어른들의 방치와 무지에서 비롯된 인격 형성의 고리! 적응이 잘된 아이 자아 상태는 어른 자아 상태에서 성숙기를 맞고 부모 자아 상태에 이르러 비로서 온전한 자아를 누리게 되며 새 인격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갖춰지는 것이다. 폭력적인 어른이나 무관심하고 권위적인 부모들은 하나 같이 아이 자아 상태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파생되는 문제형 어른들인 것이다. 여기도 이런 류의 어른형인 '배저 아저씨'가 등장한다. 권위적이고 자기만 아는 안하무인! 토드를 주눅들게 하고 남의 말을 듣기보다는 자신의 행동이 우선인 유형. 내 어릴 적 자아를 깊게 찾아내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 내 어릴 적 아이 자아 상태를 반추해 본다.

 

 우리나라는 이런 상담소를 찾아가는 문화도 아직 시기상조인 듯 해 보인다. 자살률이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고 있는 시점에서 대응책이 무엇인지 국가가 국민을 위한 최소의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 스스로 헤쳐나갈 수 밖에! 우선 들어주는 자세부터 바꾸어 보자.

같이 욕은 못해줘도 적어도 넌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도록 맞장구 쳐주고 잘한다고 용기를 주자. 요즘 유명세를 타는 혜민 스님이 이런 얘기를 자주 하시는 듯 하던데 듣는 이는 추임새를 넣어서 용기를 주고 말하는 이는 자신을 비약하지 말고 일어나지 않은 일에 미리 겁을 먹지 말자는 것이다. 아이 혼을 낼 때도 '니가 누굴 먼저 때렸어? 니가 동생꺼 뺏었니?' 비난조로 아이를 몰아세우기보단 아이의 감정을 번저 헤아리고 물어 보기!

요즘 아이가 클수록 좀처럼 안되는 일 중에 하나다. 나에겐 이래저래 큰 도움을 받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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