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8.1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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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새해를 맞아 샘터가 새 단장을 마쳤다. 경기 불황 속에서도 2,500원을 유지하던 가격을 3,500원으로 인상하고, 내용 구성과 필진들을 새롭게 맞이했다. 누구나 하는 새해의 고민들의 첫걸음을 뗐다. 그래서일까, 이번 호에는 '처음'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시작은 누구나 힘들고 가시밭길이지만 이제 조금씩 자신만의 터를 일군 사람들의 이야기가 새해의 희망을 가지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중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임헌일의 인터뷰와 뽀빠이 화원이었다.

임헌일의 인터뷰는 메이트의 음악을 즐겨 들었던 터라 관심 있게 읽게 되었다. 올해 아이엠 낫이라는 새로운 밴드를 만들어 찾아온 그는 꾸준히 영감을 얻기 위해 기록하기 위해 펜을 들고 다닌다고 하였다. 과거 솔로 앨범도 그렇게 적어온 메모들에서 탄생한 작품이었다. 그렇게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던 그도 깊은 회의감을 느꼈던 적이 있다고 한다. 공연을 완벽하게 준비해서 보여주고 내려오는 자리에서 관객들은 감명받아 손뼉을 쳤지만 정작 자신은 아무런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그의 초심 찾기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그의 초심을 되찾아 준 건 LP를 듣는 것이었다. 음악과 공연에 대한 슬럼프를 음악을 통해 극복한 사례였다. 초심을 찾는다는 것은 초심을 갖게 했던 그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부분이었다.


무언가를 좋아했던 마음이 녹록지 않은 현실에 빛 바래질 때
첫 마음을 상기시켜주는 물건이나 취미를 만난다는 건 굉장히 큰 행운 같아요.


뽀빠이 화원에 대한 이야기는 가업을 잇는다는 이야기가 새롭게 다가왔다. 꽃집의 막내딸 수현 씨가 부모님을 위해 시작한 꽃집 운영은 새로운 감각으로 재탄생되어 젊은 층도 찾아오는 꽃이 되었다. 그녀의 꿈을 포기하고 내린 이 결정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고 또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하였다. 우연히 남은 꽃들로 작은 꽃다발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작은 꽃다발은 금액도 부담이 없고 누군가에게 또는 자기 자신에게 선물하기 딱 좋았다. 스스로에게 선물을 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미니 꽃다발 판매는 그녀의 진심이 잘 전달되는 상품이 되었다. 얼마 전 나도 미니 꽃다발은 산 적이 있었다. 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사고 나니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대상이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스스로가 웃음 지을 수 있는 선물이면 그걸로 되었다는 생각이 든 부분이다.


꽃다발이 화려하다고 상대가 감동받는 건 아니에요.
비싸도 괜찮으니 무조건 크게 만들어달라는 손님에게 도리어 미니 꽃다발을 권해요.
주는 사람이 직접 고른 꽃 몇 송이면 마음을 표현하기에 충분하죠.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꽃도 마찬가지고요.


새로운 시작은 누구나 늘 힘든 것 같다.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커서 도리어 힘이 드는 것 같다. 이번 새해에는 '꼭 무엇을 해야지!'보다는 '무엇을 하더라도 내가 조금이나마 웃을 수 있어야지!'로 목표를 잡아야 겠다. 어떤 일을 하던 노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노력 속에서도 내가 조금 즐길 수 있는 것을 하다 보면 웃을 날도, 거창하지 않지만 새로운 꿈도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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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즐거움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new 시리즈 3
The School Of Life 지음, 이수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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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학교 시리즈>는 알랭드 보통이 세운 '인생 학교'에서 목표로 하는 '감성지능'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소개하는 책이다. 그중 <소소한 즐거움>은 "우리를 미소 짓게 하는 작은 행복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살면서 우리는 '행복해져야지'라는 말은 많이 한다. 행복을 느끼는 기준은 누구나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 스스로가 내면에서부터 우러나오는 행복을 느껴야만 진정한 행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면서 과연 우리는 얼마만큼 행복했을까?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말은 잘 아는 사실이다. 일상의 작은 사건과 습관, 사람들로부터 얻는 소소한 즐거움들이 모여 순간의 행복을, 한 해의 행복을 만들어낸다. 여기 52개의 소소한 즐거움들은 정말 일상적인 것들이다. '별', '할머니', '창밖 응시하기', '동틀 무렵', '오래된 돌담', '자꾸만 듣고 싶어지는 노래' 등 실천해야지 하고 하는 것들이 아니라 이미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아 내가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이나 존재하는 사람, 물건, 풍경이다. 이미 익숙하다고 여기는 것들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좋다'라고 한마디를 내뱉고 있을지 모른다.


소소한 즐거움이란 언어의 차이를 뛰어넘은 미소처럼 무언의 작은 행동에 나타난 진심을 언뜻 일별할 때 느껴지는 행복감과 동의어일 때가 많다. 가게 주인의 얼굴 근육 움직임은 몹시 사소한 것임에도 우리에게 소중한 사실 하나를 일깨워준다. 이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수면 아래로 수많은 선한 마음이 흘러 다니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그것을 평소에는 잘 알아보지 못한다. (p. 78)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쉽게 집에 대한 그리운 감정과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답답하고 지루하게 느껴졌던 것도, 늘 잠을 자던 침대의 푹신함과 거리의 표지판, 자주 가던 단골 카페와 같이 잘 모르고 지내던 것이 "어때, 나 소중하지?"하고 고개를 치켜든다. 진심은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진심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존재이다. 우리가 느끼던 익숙함의 진심은 소중함일지 모른다. 소중하다는 건 품에 꼭 안고 싶게 만든다. 진심을 마음속에 간직하듯이 말이다.


우리는 상황이 정말로 끔찍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상황이 우리가 원하는 기대와 기준에 못 미치기 때문에 괴롭거나 우울해지는 것이다. 최악을 예상하는 것은 뜻밖에도 우리에게 힘을 북돋워준다. 비관주의는 우리에게 말한다. 삶이란 우연히 또는 잠시 비참한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누구에게나 힘들고 버거운 것이라고. (p. 100)


소소한 즐거움에는 비관주의도 포함된다. 처음에는 물음표가 생성되지만 사실 긍정보다 부정을 많이 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부정을 부정하며 살아가기란 어려운 것이기에 수긍이 간다. 최악을 예상하는 것은 때론 도움이 된다. 최악을 통해 잃어버리는 것들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삶 자체가 늘 긍정적이고 탄탄대로일 수 없다고 말한다. 주변을 돌아보면 나와 같은 사람이 많고 서로 의지하고 고민을 털어놓으며 근심을 덜어놓는다. 비관주의 앞에 '너그러운'이 붙으면 비관도 조금의 아량을 베푸는 아이임을 느끼게 해준다. 그것이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소소한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피로감은 종종 무언가를 포기해야 할 이유가 된다. 쓸 수 있는 힘이 다 소진되었기에, 중요한 일에 손을 대야 하지만 두뇌 에너지가 방전되었기에, 문제의 해결책을 아직 찾지 못했지만 이미 지쳤기에, 포기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피로감이 반갑다. 우리는 하루의 끝에서 소중하고 값진 피로를 경험했다. 에너지가 바닥나서 짜증 나기는커녕, 그 기분 좋은 피로감이 하루의 노고에 대한 자연스럽고 정당한 보상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숙면을 위한 좋은 재료가 되어줄 것이다. (p. 191)


'오늘 하루도 끝이 났다' 혼잣말과 함께 온갖 피로감이 몰려든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싶다가도 또 하루를 버텨냈다는 생각에 뿌듯함도 느낀다. 에너지는 소진되었지만 무언가를 하며 산다는 생(生)의 소리이기 때문에 이렇게 한 번더 살아있음을 느낀다. 쓰러질 듯한 몸을 침대에 던지면 푹신한 이불이 그날따라 더 포근하게 느껴진다. 곧 잠도 쏟아질 것 같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누우면 더 기분 좋은 노곤함이 몰려올 것 같다. 그런 하루를 보냈을 때 우리는 가장 기분 좋은 꿀잠을 잔다. 어떤 생각도 안 나고 바로 눈이 감기는 상태는 꽤 기분이 좋다. 이런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이렇게 다양한 즐거움이 우리 주변에 있다. 잊고 사는 것도 있고, 맞는다고 맞장구치게 되는 것도 있었다. 행복의 종착지는 과연 어디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생이란 열차의 간이역은 이러한 소소한 즐거움일 것이다. 잠시 정차해서 스트레칭도 하고 간식도 먹고 상쾌한 공기도 마셔보는 그런 잠깐의 여유가 우리 모두에게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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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new 시리즈 4
The School Of Life 지음, 구미화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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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알랭드 보통이 설립한 '인생 학교'에서 목표로 하는 '감성지능'을 높이기 위한 활동 중 하나인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다양한 관계들이 있지만 이 책에서 심도 있게 다루는 것은 '남녀관계'이다. 특히,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사랑 사이에서 우리들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보다 좋은 관계를 가지며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려운 내용보다는 쉬운 내용으로, 특히 정말 사소하다고 생각한 것들(ex. 이 청바지는 어떤 거 같아?)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을 집어주면서 그 사소한 다툼과 의견 충돌이 왜 생기는지를 하나하나 알려준다.

그것들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낭만적인 사랑'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집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낭만적인 사랑은 생각만 해도 웃음 지어지는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 로맨틱하고 다정한, 서로 죽고 못 살겠는, 너무 사랑해서 죽음도 불사할 그런 드라마틱한 것들이 연상된다. 책에서 말하는 낭만적인 사랑도 그런 것이다. 상대를 위해 희생하고, 배려하고, 온전히 수용해야 하며, 1명의 상대와 백년해로해야 한다는 그런 이미지이다. 문제는 낭만적인 그 자체가 아니다. 그로 인해 파생되어 아주 오래전부터 이렇게 전승된 사랑에 대한 고정관념이 현재 연인 또는 부부 사이에서도 갈등을 일으키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잠시 과거로 돌아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소한 일에 과민반응하는 이유', '아이 같은 배우자',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기', '대화의 중요성' 등 다양한 키워드들이 발생한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말이다. 프로이트같이 다양한 심리학자들은 과거에 충족되지 못한 것들이 현재의 문제로 발현되는 것이라 말한다. '100% 그렇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전이'되어 표현되는 것은 맞다. 생각해보면 우리들의 부모님도 완벽한 부모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 우리 역시도 스스로를 완벽한 사람이라 칭하지 못한다. 세상도 늘 불공평하고 불완전한 것들 투성이다. 우리는 자라오면서 느꼈던 불완전한 모습들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상대에게는 완벽함의 프레임을 씌워버린다.

내가 잘 받지 못했던 것들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충족 받고 싶어 한다. 주고받는 관계에서 사소한 것에 말다툼을 하는 것은 그런 이유로 발생하는 것이다. 결혼은 현실이란 말도 이런 의미에서 나왔을 것이다. 연인일 때 몰랐던 그 사람의 장점이 단점으로 둔감되어 버리기도 하고, 그때는 마냥 좋고 멋있었던 부분이 답답함으로 표현되게 한다. 일일이 부딪히고 맞춰가야 하는 것은 그렇게 서로가 다르고 양보해야 함을 받아들일 때부터이다.

 

그런데 부부를 보면 놀이방에 단둘이 남은 아이들 같을 때가 많다. 둘 다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는다고 보채기만 할 뿐 어느 누구도 어른 역할을 자처하며 상대방을 충분히 보살핀 다음 그 노력의 대가를 확인하려고 하지 않는다. 부부관계를 유지하려면 상대방의 고통을 보살피기 위해 우리의 욕구를 잠시 제쳐둬야 하는 것이 당연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알아야 한다. 그제야 비로소 사랑을 받으려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침내 주는 법도 아는 어려운 과제에 익숙해졌을 것이다. (p. 72)

 

말하지 않아도 알아야 되는 사랑이란 없다. 나도 날 모르는 게 삶인데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상대에게 말하지 않아도 알아달라고 하는 것은 부모에게 배고프다고 칭얼대는 갓난아기와 다를 바 없다. 아주 어릴 때는 울음으로 때론 떼를 쓰면서 '난 저게 필요해요', '난 저게 갖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도 어린아이의 모습을 버리지 못했다. 그게 편한 것이다. 대화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내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왜 그렇게 말했는지'에 관해 설명을 해야 하는 일이다. 말하기도 입 아플 때가 현실적으로는 많다. 거기에는 아마 이러한 우리의 어린아이가 잠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의 모든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보단 내면의 어린아이를 인정해야 하는 편이 더 필요해 보인다. 수용이 명답은 아니다. 때론 서로에 대한 충고도 필요하고 도움도 필요하다. 누가 봐도 불쾌한 행동을 해서 감정이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 우리가 불완전한 존재들이기 때문에 연인이란 특수한 관계를 통해 그것을 인정해 가는 과정일 것이다. 부부는 불완전함을 보듬어주며 헤쳐가는 동료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원이란 말로 서로를 속박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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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 - 소품집 이야기 Op.1
종현 (SHINee) 노래 / SM 엔터테인먼트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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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끝까지 주고자 했던 위로이며, 받고 싶었던 위로가 들어있는 이 앨범 절대 잊지 않을께요.늘 하루 끝에 당신의 노래를 곁에 두고 살아볼게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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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가르다 - 제6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샘터어린이문고 51
김혜온 지음, 신슬기 그림 / 샘터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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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어보는 가슴 따뜻한 동화들이다.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바람을 가르다>, <천둥 번개는 그쳐요?>, <해가 서쪽에서 뜬 날> 3개의 단편동화가 실려있다. 모두 장애 아동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누군가는 '걔도 혼자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반면 또 다른 누군가는 '도대체 왜 저러는 거냐'라고 말한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과연 어느 쪽에 속해 있을까?


장애를 극복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는 이야기 말고,
무조건 도와줘야만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이야기 말고,
어떤 장점으로 인해 비로소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이야기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서로가 서로에게 스미고 물들어 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작가가 수상소감으로 다음과 같이 말한 것처럼 가볍게 읽어내려 간 것과 달리 책의 주제는 무거웠다. 많은 책에서 우리는 장애를 가진 친구를 도와줘야 하고, 우리가 모르는 친구의 장점을 알고 같이 친해져야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 시선이 편견 없이 장애를 바라보는 점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진짜 편견이 없는 것은 <바람을 가르다>의 용재처럼 '신발 신는 것 정도는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무심결에 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도와줘야 해'라는 말속에는 수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착한 일이고 말하지 않아도 나서야 하고 불편을 느끼기 전에 내가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 등 상대를 수동적인 존재로 단정 지어버리는 태도가 들어있다. 그것이 가족이라면 <천둥 번개는 그쳐요?> 속 해미처럼 오빠를 매일 챙겨야 하는 책임감이란 울타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을 보면 도와주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에 빠진다. 그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기에 오는 편견, 특히 일반적인 편견은 아직 내 눈에 씌여있다. 그건 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해하면 안 돼'라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갑작스럽게 또는 일상으로 다가오면 그런 주문의 효과는 사라지기 마련이니까. 그런 점에서 나는 아직 편견이 있다. 이해라는 한 발자국을 떼기 위해서는 작가가 말한 것처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가능한 것이다. 나는 여기 서있고 당신은 반대편에 서 있다는 그 사실부터 인정하는 것, 거기서부터 작은 변화가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해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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