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new 시리즈 4
The School Of Life 지음, 구미화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알랭드 보통이 설립한 '인생 학교'에서 목표로 하는 '감성지능'을 높이기 위한 활동 중 하나인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다양한 관계들이 있지만 이 책에서 심도 있게 다루는 것은 '남녀관계'이다. 특히,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사랑 사이에서 우리들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보다 좋은 관계를 가지며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려운 내용보다는 쉬운 내용으로, 특히 정말 사소하다고 생각한 것들(ex. 이 청바지는 어떤 거 같아?)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을 집어주면서 그 사소한 다툼과 의견 충돌이 왜 생기는지를 하나하나 알려준다.

그것들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낭만적인 사랑'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집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낭만적인 사랑은 생각만 해도 웃음 지어지는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 로맨틱하고 다정한, 서로 죽고 못 살겠는, 너무 사랑해서 죽음도 불사할 그런 드라마틱한 것들이 연상된다. 책에서 말하는 낭만적인 사랑도 그런 것이다. 상대를 위해 희생하고, 배려하고, 온전히 수용해야 하며, 1명의 상대와 백년해로해야 한다는 그런 이미지이다. 문제는 낭만적인 그 자체가 아니다. 그로 인해 파생되어 아주 오래전부터 이렇게 전승된 사랑에 대한 고정관념이 현재 연인 또는 부부 사이에서도 갈등을 일으키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잠시 과거로 돌아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소한 일에 과민반응하는 이유', '아이 같은 배우자',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기', '대화의 중요성' 등 다양한 키워드들이 발생한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말이다. 프로이트같이 다양한 심리학자들은 과거에 충족되지 못한 것들이 현재의 문제로 발현되는 것이라 말한다. '100% 그렇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전이'되어 표현되는 것은 맞다. 생각해보면 우리들의 부모님도 완벽한 부모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 우리 역시도 스스로를 완벽한 사람이라 칭하지 못한다. 세상도 늘 불공평하고 불완전한 것들 투성이다. 우리는 자라오면서 느꼈던 불완전한 모습들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상대에게는 완벽함의 프레임을 씌워버린다.

내가 잘 받지 못했던 것들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충족 받고 싶어 한다. 주고받는 관계에서 사소한 것에 말다툼을 하는 것은 그런 이유로 발생하는 것이다. 결혼은 현실이란 말도 이런 의미에서 나왔을 것이다. 연인일 때 몰랐던 그 사람의 장점이 단점으로 둔감되어 버리기도 하고, 그때는 마냥 좋고 멋있었던 부분이 답답함으로 표현되게 한다. 일일이 부딪히고 맞춰가야 하는 것은 그렇게 서로가 다르고 양보해야 함을 받아들일 때부터이다.

 

그런데 부부를 보면 놀이방에 단둘이 남은 아이들 같을 때가 많다. 둘 다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는다고 보채기만 할 뿐 어느 누구도 어른 역할을 자처하며 상대방을 충분히 보살핀 다음 그 노력의 대가를 확인하려고 하지 않는다. 부부관계를 유지하려면 상대방의 고통을 보살피기 위해 우리의 욕구를 잠시 제쳐둬야 하는 것이 당연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알아야 한다. 그제야 비로소 사랑을 받으려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침내 주는 법도 아는 어려운 과제에 익숙해졌을 것이다. (p. 72)

 

말하지 않아도 알아야 되는 사랑이란 없다. 나도 날 모르는 게 삶인데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상대에게 말하지 않아도 알아달라고 하는 것은 부모에게 배고프다고 칭얼대는 갓난아기와 다를 바 없다. 아주 어릴 때는 울음으로 때론 떼를 쓰면서 '난 저게 필요해요', '난 저게 갖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도 어린아이의 모습을 버리지 못했다. 그게 편한 것이다. 대화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내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왜 그렇게 말했는지'에 관해 설명을 해야 하는 일이다. 말하기도 입 아플 때가 현실적으로는 많다. 거기에는 아마 이러한 우리의 어린아이가 잠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의 모든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보단 내면의 어린아이를 인정해야 하는 편이 더 필요해 보인다. 수용이 명답은 아니다. 때론 서로에 대한 충고도 필요하고 도움도 필요하다. 누가 봐도 불쾌한 행동을 해서 감정이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 우리가 불완전한 존재들이기 때문에 연인이란 특수한 관계를 통해 그것을 인정해 가는 과정일 것이다. 부부는 불완전함을 보듬어주며 헤쳐가는 동료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원이란 말로 서로를 속박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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