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즐거움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new 시리즈 3
The School Of Life 지음, 이수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인생 학교 시리즈>는 알랭드 보통이 세운 '인생 학교'에서 목표로 하는 '감성지능'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소개하는 책이다. 그중 <소소한 즐거움>은 "우리를 미소 짓게 하는 작은 행복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살면서 우리는 '행복해져야지'라는 말은 많이 한다. 행복을 느끼는 기준은 누구나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 스스로가 내면에서부터 우러나오는 행복을 느껴야만 진정한 행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면서 과연 우리는 얼마만큼 행복했을까?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말은 잘 아는 사실이다. 일상의 작은 사건과 습관, 사람들로부터 얻는 소소한 즐거움들이 모여 순간의 행복을, 한 해의 행복을 만들어낸다. 여기 52개의 소소한 즐거움들은 정말 일상적인 것들이다. '별', '할머니', '창밖 응시하기', '동틀 무렵', '오래된 돌담', '자꾸만 듣고 싶어지는 노래' 등 실천해야지 하고 하는 것들이 아니라 이미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아 내가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이나 존재하는 사람, 물건, 풍경이다. 이미 익숙하다고 여기는 것들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좋다'라고 한마디를 내뱉고 있을지 모른다.


소소한 즐거움이란 언어의 차이를 뛰어넘은 미소처럼 무언의 작은 행동에 나타난 진심을 언뜻 일별할 때 느껴지는 행복감과 동의어일 때가 많다. 가게 주인의 얼굴 근육 움직임은 몹시 사소한 것임에도 우리에게 소중한 사실 하나를 일깨워준다. 이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수면 아래로 수많은 선한 마음이 흘러 다니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그것을 평소에는 잘 알아보지 못한다. (p. 78)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쉽게 집에 대한 그리운 감정과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답답하고 지루하게 느껴졌던 것도, 늘 잠을 자던 침대의 푹신함과 거리의 표지판, 자주 가던 단골 카페와 같이 잘 모르고 지내던 것이 "어때, 나 소중하지?"하고 고개를 치켜든다. 진심은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진심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존재이다. 우리가 느끼던 익숙함의 진심은 소중함일지 모른다. 소중하다는 건 품에 꼭 안고 싶게 만든다. 진심을 마음속에 간직하듯이 말이다.


우리는 상황이 정말로 끔찍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상황이 우리가 원하는 기대와 기준에 못 미치기 때문에 괴롭거나 우울해지는 것이다. 최악을 예상하는 것은 뜻밖에도 우리에게 힘을 북돋워준다. 비관주의는 우리에게 말한다. 삶이란 우연히 또는 잠시 비참한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누구에게나 힘들고 버거운 것이라고. (p. 100)


소소한 즐거움에는 비관주의도 포함된다. 처음에는 물음표가 생성되지만 사실 긍정보다 부정을 많이 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부정을 부정하며 살아가기란 어려운 것이기에 수긍이 간다. 최악을 예상하는 것은 때론 도움이 된다. 최악을 통해 잃어버리는 것들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삶 자체가 늘 긍정적이고 탄탄대로일 수 없다고 말한다. 주변을 돌아보면 나와 같은 사람이 많고 서로 의지하고 고민을 털어놓으며 근심을 덜어놓는다. 비관주의 앞에 '너그러운'이 붙으면 비관도 조금의 아량을 베푸는 아이임을 느끼게 해준다. 그것이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소소한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피로감은 종종 무언가를 포기해야 할 이유가 된다. 쓸 수 있는 힘이 다 소진되었기에, 중요한 일에 손을 대야 하지만 두뇌 에너지가 방전되었기에, 문제의 해결책을 아직 찾지 못했지만 이미 지쳤기에, 포기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피로감이 반갑다. 우리는 하루의 끝에서 소중하고 값진 피로를 경험했다. 에너지가 바닥나서 짜증 나기는커녕, 그 기분 좋은 피로감이 하루의 노고에 대한 자연스럽고 정당한 보상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숙면을 위한 좋은 재료가 되어줄 것이다. (p. 191)


'오늘 하루도 끝이 났다' 혼잣말과 함께 온갖 피로감이 몰려든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싶다가도 또 하루를 버텨냈다는 생각에 뿌듯함도 느낀다. 에너지는 소진되었지만 무언가를 하며 산다는 생(生)의 소리이기 때문에 이렇게 한 번더 살아있음을 느낀다. 쓰러질 듯한 몸을 침대에 던지면 푹신한 이불이 그날따라 더 포근하게 느껴진다. 곧 잠도 쏟아질 것 같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누우면 더 기분 좋은 노곤함이 몰려올 것 같다. 그런 하루를 보냈을 때 우리는 가장 기분 좋은 꿀잠을 잔다. 어떤 생각도 안 나고 바로 눈이 감기는 상태는 꽤 기분이 좋다. 이런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이렇게 다양한 즐거움이 우리 주변에 있다. 잊고 사는 것도 있고, 맞는다고 맞장구치게 되는 것도 있었다. 행복의 종착지는 과연 어디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생이란 열차의 간이역은 이러한 소소한 즐거움일 것이다. 잠시 정차해서 스트레칭도 하고 간식도 먹고 상쾌한 공기도 마셔보는 그런 잠깐의 여유가 우리 모두에게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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