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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하는 근본주의자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60
모신 하미드 지음, 왕은철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완벽한 미국인이 되고자 했으나 이슬람 근본주의자가 된 파키스탄 청년의 자기 고백.
그는 왜 테러리스트로까지 불리는 근본주의자가 되었을까?
파키스탄의 라호르를 찾은 무언가 임무를 띄고 온 듯한 미국인을 만난, 미국을 사랑하며 이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친절한 찬게즈.
그는 머리를 짧게 깍고 군인의 느낌이 나는 미국인을 찻집으로 안내해 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국의 프린스턴에서 대학을 마치고 유능한 기업 재정분석 전문가로 살아가던 20대 청년 찬게즈는 파키스탄 인이다.
미국 백인 청년이었던 첫사랑을 못잊어하는 에리카이지만 찬게즈는 그런 그녀를 사랑한다.
"내가 그라고 생각해 봐요."
그리고 그녀에게 그가 되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엘리카에겐 그가 되어주고, 회사에선 최고의 성과를 보여주며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미국인으로 살고자 하던 어느날 뉴욕의 월드트레이드 센터가 파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날 이후 찬게즈를 향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마닐라에서 미국으로 돌아오는 공항 입국 심사대에선 자신 보다 영어를 못하는 여자가 묻는다.
"미합중국에 온 목적이 뭐죠?"
"나는 여기 살아요."
"내가 물은 건 그게 아니에요. 미합중국에 온 목적이 뭐냐고요?"
에리카와의 사랑은 실패하고, 9.11 이후 미국은 그의 조국 파키스탄에 군대를 보낸다. 그리고 '장비도 형편없고 먹는 것도 변변치 않은' 아프카니스탄을 폭격한다.
"아프가니스탄은 파키스탄의 이웃이자 우리의 친구엿어요. 게다가 같은 이슬람 국가였어요. 당신네 나라 사람들이 침략하기 시자하는 걸 보면서 나는 분노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어요."
칠레의 산티아고에서 만난 출판사 대표 후안바우티스타를 통해 예니체리에 대해 듣게 된다.
"예니체리는 오스만 젝구에 사로잡혀 당시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였던 이슬람 근대에서 군사 훈련을 받은 기독교 소년들이었어요. 그들은 사나웠고 대단히 충성스러웠죠. 그들은 그들 자신의 문명을 없애려고 싸웠죠, 그들에겐 돌아설 곳이 달리 없었어요."
찬게즈 자신이 바로 미국의 예니체리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당신들은 스스로의 차이, 우월함에 대한 신화 속으로 들어가 있었어요.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세계 무대에서 실현에 옮겼어요, 그래서 지구 전체가 당신들 분노의 여파에 요동쳤어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전쟁에 직면한 내 가족도 마찬가지였죠. 그런 미국은 다른 인류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당신들을 위해서도 제지당해야 했어요.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그렇게 하기로 결심했어요."
찬게즈는 파키스탄으로 돌아와 대학 강사가 되었고 파키스탄이 미국의 속박에서 벗어날 것을 가르쳤고, 미대사관 앞에서의 시위대를 조직했으며, 수많은 학생들의 멘토가 되었다. 그리고 믹구의 조정자를 암살하려는 음모에 가담했다는 의심을 사게 된다.
그리고 이제 그가 만난 미국인과의 대화는 끝을 향해 간다.
과연 군인의 느낌도 나고, 옆구리에 권총을 찬 느낌도 나고, 자신에 대해 적개심을 가진, 우연한 만남처럼 보였으나 꼭 만나려고 했던 이 미국인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9.11이나 이슬람에 대한 우리의 일방적인 적개심의 정체에 대해 생각해본다.
나는 어쩌면 이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 아니라 미국만의 이야기를 들어온 것은 아닐까?
'주저하는 근본주의자'의 작가 모신 하마드 역시 찬게즈처럼 미국의 프린스턴에서 공부한 파키스탄 출신이다.
그의 눈에 비친 9.11.
"그때, 나는 미소를 지었어요. ...나의 첫 반응은 놀랍게도 즐거움이었어요....하지만 그 순간, 나는 그 공격의 희생자들을 생각한 게 아니에요. 나는 그 모든 것의 상징성에 빠져들었던 거죠. 누군가가 그렇게 가시적으로 미국의 무릎을 꿇렸다는 사실에 그랬던 거죠. 자기 나라의 불행에 다른 사람이 흡족해하는 걸 보는 건 가증스러운 일이지요."
"우리는 당신네 텔레비전 채널에 나오는 것처럼 가난한 과격주의자들이 아니라 성인들과 시인들과 용감무쌍한 왕들이었어요. 우리는 이 도시의 사원과 샬리마르 정원을 만들었어요. 당신네 나라가 아직 대륙의 가장자리를 야금야금 먹어가는 작은 식민지 열세 개의 집합체였을 때, 우리는 이런 것들을 해냈단 말입니다."
나는 이책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당신네 나라가 다른 나라 일에 계속 관여하는 건 참을 수 없었어요. 베트남, 한국, 타이완 해협, 중동, 그리고 이제는 아프카니스탄까지 말이죠. 미국은 우리 아시아 대륙을 둘러싼 갈등 대부분과 교착 상태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어요. 게다가 나는 파키스탄인으로서의 경험을 통해 미 제국이 힘을 행사하는 주된수단이 재정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원조와 제재를 번갈아 하면서 말이죠."
우리는 과연 미국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가?
우리는 파키스탄이 한국을 생각하는 것처럼 그들을 생각하고 있는가?
지금까지 소극적이나마 미국의 예니체리로 살지 않았나, 나를 반성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마지막의 옮긴이의 글을 반드시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의 감동 못지 않은 좋은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