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어느 혼혈아의 마지막 하루
양성관 지음 / 글과생각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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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몸집이 커서 유난히 눈에 띄던 한 젊은이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가 얼마나 불안해하며 눈치를 보던지, 식당에서 밥도 제대로 못먹는구나, 저렇게 큰 사람이..." 

 

어느 네티즌이 어제 자살로 삶을 마감한 유명 야구인이자, 역시나 자살로 삶을 마감했던 유명했던 여배우의 전 남편에 대한 짧은 글을 읽고서 타인의 무관심한 시선조차 그에게 얼마나 얼마나 끔찍했을까를 생각했다.

그에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모조리 차가운 멸시와 분노로 느껴진 모양이다.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요즘 말로 다문화 가정의 2세 김배남의 일생을 따라 다닌 시선도 이와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는 20대의 나이에 여자 9명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사형을 언도 받고 오늘 사형이 집행된다.

결과를 두고 보면 그는 잔인한 살인마 임이 분명해 사형 당해 마땅한 짐승이다.

 

농사를 짓던 밭이 갑자기 땅값이 올라  부자가 된 부모 덕에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돈이 가져다 준 행복에 흠뻑 취해 살았다는 김배남을 담당한 정신과 의사는, 부모 마저 세상을 떠났고 결혼도 하지 않아 남들처럼 먹고 사는 데 신경 쓸 필요도 없고,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이다. 정신과 의사인 나는 그가 왜 이런 연쇄 살인마가 되었는지를 밝히고 그가 심실상실의 상태가 아니라는 감정분석 보고서를 낸다. 

 

 "어렸을 때 학대를 경험한 아이가  싸이코 패스가 되지는 않지만, 싸이코 패스는 오로지 불우한 환경에서만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김배남과 같은 칠산이 고향이며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이었으나, 책을 사는데 드는 돈만은 아낌없이 주셨던 어머니 덕분에 변호사가 된 김헌율은 국선변호사들 조차도 맡기를 거부하는 김배남의 변호를 자처한다.

 

'김배남 같은 경우에는 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다. 불우한 가정환경뿐 아니라, 선천적인 조건 때문에 사회에서 소외와 경멸을 경험해야 했다. 그 결과 인격들이 하나둘 깨어져 나갔는데 운이 나쁘게도 마지만 남은 인형은 천사가 아니라 자신이 세사에 나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라고 있던 악마였다. 만약 겹겹이 쌓여있던 인형들이 모두 깨져 나가지 않았다면, 비록 마지막 인형이 악마였더라도 악마가 그 모습을 드러낼 일은 없었을 것이다."  ---311쪽---

 

변호사가 김배남의 과거를 추적하고 그를 괴롭혔던 사람들을 만나면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한때는 김배남에게 끔찍하고 가혹했던 가해자였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그다지 심각하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입장을 바꿔놓고 자신들이 김배남이 되어서 똑같은 일을 당해도 그렇게 생각할까?

 

 

어쩌면 김배남이 살았던 그 날들 중에서 단 한사람이라도 따뜻한 시선을 보내준 사람이 있었다면, 그 악마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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