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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생각날 때마다 길을 잃는다 - 전영관.탁기형 공감포토에세이
전영관 지음, 탁기형 사진 / 푸른영토 / 2013년 4월
평점 :
To. 졸업 여행을 떠난 나의 큰아들에게
벌써 네가 졸업여행을 떠날만큼 자랐구나.
뭐, 졸업이라고 해야 중학교이지만. 그래도 어느새 중학생 하고도 졸업생이라고 하니깐, 참 많이 컸구나 싶긴하다.
아침엔 너무 정신이 없어서 재미있게 놀다오란 인사는 커녕, 네가 교문으로 들어가는 모습 조차도 제대로 보지 못했구나.
졸업여행이라고 해봐야 1박 2일, 내일이면 퇴근하는 엄마보다 먼저 집에 돌아와 있겠지만....
'헤어짐'이란 게 잠시잠깐이지만 '그리움'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그런가, 엄마는 벌써부터 마음이 허전하다.
엄마는 요즘 <그대가 생각날 때마다 길을 잃는다>라는 책을 읽고 있단다.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영관 작가가 시처럼 아름다운 글로 '사랑'을 쓰고 있고, 사진 작가인 탁기영 씨가 사진을 통해 그 사랑을 눈에 보이게 해주는 책이란다.
우리 아들은 '사랑'이라고 하면 어떤 사랑을 떠올릴까?
사춘기 청소년인 만큼 '남자와 여자'의 사랑을 제일 먼저 생각할까, 아니면 우리 7살 막둥이 처럼 세상에서 제일 좋은 우리 엄마, 아빠 같은 가족의 사랑?
예전에 물었었지.
우리 아들도 쳐다보고 있으면 가슴이 콩닥콩닥 뛰게하는 여자친구가 있느냐고. 뭐 실망스럽게도 그때 너는 없다고 하더구나.
엄마는 그때 사리살짝 걱정됐단다. 혹시?
"그럼 복도에서 여자 애들을 마주치면 어떤 느낌이니?"
하고 물었지.
얼굴이 빨개지고, 심장이 두근거린다고 해서 '휴~' 안도했단다.
(에휴, 어쩌겠니. 엄마도 이런 일에 걱정하고, 또 안도하는 사람이 될줄 몰랐단다.)
아빠를 처음 만났을 때를 아직도 기억한단다.
아빠에게선 국화향이 났지. 보조개가 참 매력적인 사람이었단다. 그리고 둘이 정말 열심히 사랑했단다.
어른이 되면 사람들은 가끔 묻곤 한다.
'그를 사랑 한 것을 후회합니까?'
아니! 엄마, 아빠는 참 열심히 사랑했고, 그래서 후회는 없단다.
"사랑해서 이별하는 거라면 실컷 사랑하고 이별할 걸 그랬다. 붙잡기 전에 얼른 가라고 할 거면 차라리 절대로 보낼 수 없다고 손목이라도 잡아볼걸 그랬다. 부치지도 못할 편지를 수백 통 쓰느니 달려가 당장 나와보라고 소리칠 걸 그랬다." ---61쪽___
우리 아들도 앞으로 여자친구를 만나거든 '후회가 남지 않도록 열심히 사랑하거라'.
그리고 두 사람의 사랑도 좋지만 더불어 사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아빠도 말씀하셨듯이 살면서 요즘처럼 힘든 때가 없구나.
엄마, 아빠처럼 아주아주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기가 참 힘든 시절이네.
너에게 '공부, 공부'를 외치지 않는 이유는 개천에선 이젠 용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간혹 그렇게 태어난 용도 사실 별로 행복하지 않더구나.
"내 딴엔 노력해서 성공한 인생이고 그럴 만한 자격이 된다고 자신한다면 실패한 사람들, 사회의 바닥을 헤매는 사람들도 그럴 만해서 실패했다고 업신여겨도 되나. 물질적 평등을 성취할 수단이고 방법이고 없는 세상에서 만인이 평등하다는 논리란 얼마나 허망한가."
그래 '나만 행복한 사람' 보다 '나도 행복한 사람'이 더 좋지 않겠니!
아, 우리 아들이 빨리 자랐으면 좋겠다.
왜냐고?
이런 책을 같이 읽고 사랑에 대해, 문학에 대해, 여행에 대해, 삶에 대해 밤세워 이야기 할 수 있을 거잖니.
<그대가 생각날 때마다 길을 잃는다> 이 책에 작가가 둘째 아들을 군대보내면서 쓴 글을 읽다가 엄마는 아직 중학생인 아들을 뒀는데도 벌써 코끝이 찡해지더라. 손꼽아 보니까 4~5년 후면 그게 바로 '엄마'의 일이 된다는데 어떻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겠니.
아니다. 너무 빨리 자라진 말자.
같은 이불을 덮고 누워서 텔레비젼 이야기, 너희 반 꼴통친구 이야기, 성적 이야기, 솜털같은 너의 콧수염 이야기, 맛있는 과자 이야기도 아직 다 못했거든.
내일 네가 돌아오면 어제 이야기했던 '오리불고기'를 먹자꾸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먹는 음식 만큼 맛있는 게 있겠니.
아들, 사랑하고 즐거운 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돌아오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