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뽀이들이 온다 ㅣ 사계절 1318 문고 83
윤혜숙 지음 / 사계절 / 2013년 3월
평점 :
"사시사철 바람과 햇빛이 다르듯, 사는 때마다 사는 곳마다 이야기도 다 다른 법이다. 글자가 없을 때는 이야기가 순전히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고, 이백 년 전 조선에서는 소설이라는 책으로 전해졌고, 지금은 무성영화가 대세지. 그러나 변하지 않는 건 그게 모두 이야기라는 것이야."
그래요.
우리도 이야기를 쫒지 않고 무조건 유행만 쫒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책읽어주는 엄마'입니다.
'뽀이들이 온다'에 나오는 수한이나 장생, 동진처럼 말입니다.
매주 화요일은 일주일 중에서 제일 바쁘지만 제일 행복한 아침입니다.
초등학교 아이들 교실에서 '아침 책읽어주기'를 하는 날이거든요.
일 학년이던 녀석들이 이 학년이 되고, 이제 삼 학년이 되었습니다.
어떤 책을 읽어줄까 책읽어주기 회원들끼리 의논도 하고, 읽고난 책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에 따라 책을 정하곤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반응이 제일 좋은 건 역시나 전래동화입니다.
지금까지 읽어준 책을 세어보니 50권 가까이 됩니다.
참 신기해요.
기승전결의 형식도 딱 정해져 있고, 권선징악이란 주제도 딱 정해져 있어서 이야기 책보다 더 재미있는 개콘이나, 짱구만화나 드라마도 많은데, 책을 읽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마법에라도 걸린것 처럼 책속에 빠져버린답니다.
수한의 스승이자 최고의 전기수, 도출의 마지막 말처럼, 이것이 "변하지 않는 이야기의 힘'일까요?
글자가 생기면서 이야기는 소설이 되었고, 그 소설 속 이야기를 전해줄 전기수가 필요했고, 이야기가 무성영화가 되었을 때는 영화 속 이야기를 전해줄 변사가 필요했지만, 이제 글도 모든 사람들이 읽는 시대엔 전기수가 필요 없어졌고, 유성영화가 등장하면서 변사도 사라졌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도출의 말처럼 '이야기'군요.
이 책의 결말에 수한은 떠납니다.
아마, 그는 세상의 이야기를 찾아 다니며 그 속에 살아있는 우리의 정신과 말과 글을 기록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승 도출이 그랬던 것 처럼 말입니다.
뽀이들이 온다의 작가 윤혜숙 씨는 이 책이 첫 책이라고 하네요.
잘 쓰는 글은 처음 몇 장만 읽어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 작가 만만찮은 작가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는 느낌이 팍팍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