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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아이 ㅣ 창비청소년문학 50
공선옥 외 지음, 박숙경 엮음 / 창비 / 2013년 5월
평점 :
중학생.
참 애매한 나이다.
어린이로 불리기엔 너무 커버렸고, 청소년으로 불리기엔 고등학생에 비해 아직은 어리고.
문학으로 따져도 어린이 문학을 읽기엔 존심 상하겠고, 청소년 문학은 고등학생은 되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초등학교 6학년과 중3인 나의 아들들을 보아도 녀석들이 읽으면 딱이겠다 싶은 청소년 문학이 별로 없는 게 사실이다.
그렇게 보면 외로운 나이일까?
오지리에 두고온 서른 살을 읽고 나는 공선옥이란 작가에게 반해버렸다.
여성들에게 당당하게 살기를 응원하는 그녀의 박수에.
그런 그녀의 응원이 이번에는 중학생 민수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파고들자면 안 아프고, 안 외로운 사람이 있나.
가족이 너무 없어서 외롭고, 가족이 너무 많아서 나를 바라보아주지 않아서 외롭고, 세상의 경쟁에서 밀려나서 외롭고.
'그래 민수야, 우리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아팠던거 외로웠던거 여수 밤바다에 던져버리고 새롭게 시작해보자."
성냥팔이 소녀를 모티브로 한 화갑소녀전.
춥고 배고픔을 피하기 위해 몸을 팔아가며 찾아간 그곳. 따뜻한 잠자리와 먹을 것을 보장 받고 살 수 있을 것 같던 거대한 공장은 일하는 사람의 생명을 빨아 그 거대함을 움직이는 곳이었다.
'우리가 우리의 힘으로 이 구조물에 지금까지 밥을 주고 잇었고, 이것이 그 힘을 삼쳐 외부로 내보내는 힘을 만들었다는 걸 이제는 알 수 있었으며, 사라진 사람들이 연료가 된 곳이 어디인지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왜 화갑소녀가 찾아간 그곳이 스마트 폰으로 한국인을 먹여살린다는 그곳으로 보일까?
정말 독특하다, 예사롭지 않은 글이다 싶었더니 역시나 구병모다.
난 구병모라면 무조건 오케이하게 될 것 같다.
한 편의 스릴러를 보는 듯한 파란아이.
우리는 과연 아이들을 내가 원하는 대로 선우로 키우는 걸까, 아니면 은결로 자라게 해주는 걸까, 아니면 짬뽕 은우로 키우는 걸까?
밀가루 말고 쌀을 먹고 싶다는 그들에게 우리는 항상 밀가루를 돈주고 사서 보냈다. 그런데 우리는 쌀이 너무 많아 처치 곤란이다.
고기만 먹는 소년, 피망만 먹는 소녀.
그들이 찾아낸 해답이 어쩌면 밀가루만 먹어야 하는 사람들과 쌀만 먹는 사람들이 배워야 하는건 아닐지.
배명훈의 푸른파 피망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떠나야 할 때를 알게 된 고양이를 보면서 나는 어쩌면 아이들을 집고양이로 사육하고 있는건 아닌가 한다.
고양이들도 고양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데 나는 아이들에게 세상을 보여주지 않고 있었나 보다.
세상이 무서워 떠나기 두려운 아이와 떠나기 싫어도 너무 일찍 등떠밀려 세상으로 떠나야 하는 아이들.
열 여섯은 정말 떠날 만한 나이였을까?
그때 공장으로 떠났던 나의 친구들과 내 동생에게, 묻고 싶다.
'열 여섯 우리, 정말 떠날 만한 나이였니?'
전성태 작가의 졸업을 읽으면서 열 여섯의 나와 곧 열 여섯이 될 아들의 졸업을 생각해본다.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됐나 보다.
최나미의 덩어리를 읽으면서 덩어리의 폭력이 얼마나 끔찍한가를 생각한다.
그 덩어리에 끼지 못할까 두렵고, 그 덩어리가 하는 일이 두려워도 외톨이가 될까 무섭고.
청소년 문학중에서도 중학생을 위한 문학이라.
기획의도 보다 작가들의 작품이 아직은 수준이 좀 더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