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봄 파랑새 그림책 97
이원수 글, 김동성 그림 / 파랑새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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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굽이 재를 두 개나 넘어야 나오는 내고향 산골 마을. 

타박타박 흙먼지 길을 십리는 걸어야 나오는 학교 가는 길.

그곳에도 봄이 왔다.

 

연분홍 복사꽃이 산중턱을 수놓으면 ,

동무들은 오줌냄새 난다고 싫다하지만 나는 환장하게 좋은 싸리꽃이

하얀 소금을 뿌린듯 지천으로 피어나던 길.

 

 

 

 

 

따가운 봄햇살에 마른 목도 축이고, 

아픈 다리도 쉴 겸 개울가 징검다리 돌에 걸터 앉으면

나 좋다고 따라 다니던 코찔찔이 성재가 빨갛게 달뜬 얼굴로  살며시 내밀던 버들피리.

 

아, 나는 입에 물면 달달한 풀냄새 나는 보리피리가 더 좋은데....

 

보름달 같이 하얀 찔레꽃을

혼자보기 아까워 울엄마 주려고 한아름 꺽어가면

하루종일 들일에 허리 못펴던 울엄마

엄마 기다리다 아까 벌써 시들어버린 찔레꽃이나마 본체만체 하더라.

 

아, 나는 그게 왜 그렇게 서럽던지.

시든 찔레꽃이 내맘같아 서러운 눈물을 찔끔거리면

소쩍새가 어떻게 내맘을 알았는지 밤새 나랑 같이 울어주었지.

 

 

 

 

 

여덟 살 나는 등에 남동생을 업고도 친구들과 함께 돌고 싶었던 동네 한 바퀴.

미나리아재비 천지였던 냇가를 돌아,

영숙이 고모가 연지곤지 찍고 꽃가마 타고 시집가던 수양버들 신작로를 따라 가다보면

재너머로 시집 가서 아들 낳고 잘 살고 있다는 영숙이 고모를 만날 수 있을까 싶어

나는 오래도록 아지랑이 피던 그 길을 보고 또 보곤했다. 

 

당산나무 아래 평상에서 잠든 덕재네 할배, 순자네 할배요,

새참 먹는 막내아지매, 안골댁 할매요,

논물 보러 어깨에 삽 매고 가는 정재아재요~

 

대나무 물총 들고,

깜장고무신 신고도 하루종일이 즐거웠던 내친구

영란아, 재호야, 귀재야.....

 

 

 

 

 

봄날 그 속에서 노느라 하루가 짧았던 그때가 그립구나. 

 



 

 

나는 늘 내고향에게 빚진 것이 없다고 생각해왔는데,

이원수 선생님과 김동성 선생님이 함께 만든 '고향의 봄'을  보고는 내가 고향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받았는지를 깨달았다.

내가 그동안 삶에 쫓겨 잊고 지냈던 그 아름다운 추억들.

그리고 친구들.

 

삼 십 몇 년 만에 고향 동무들이 그리워 가만 이름을 불러봤다.

그리고 그들에게 이 책을 보냈다.

 

"나에겐 너무나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나의 고향을 선물로 보냅니다."

 

답장이 왔다.

"니가 나의 고향 앓이에 불을 당기는구나."

"그대의 고향 선물 너무나 감사하오."

 

 

*****한우리 북카페의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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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읽어주는 엄마, 철학하는 아이
제나 모어 론 지음, 강도은 옮김 / 한권의책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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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림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책이 아니라 철학을 하기 위한 방법으로써의 그림책을 활용하는 방법에 관한 책이다. 

 

 국정원이 드디어 불법적인 대선 개입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을 잠재우고자 새누리당과 짝짜꿍이 되어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전국민에게 공개했다. 이건 뭐 외교의 기본 개념도 원칙도 없는 난장판이다. 조갑제 씨는 종편 방송에 나와서 국민이 궁금해하니 공개하는게 맞다고 하신다. 우리 국민들은 이번 오바마와의 정상회담에서 어떤 내용의 대화가 오갔는지도 몹시 궁금한데 공개해주면 어떨까 묻고 싶다. 된다고 할까?

 

얼마 전 윤창중은 미국과 정상회담 와중에 여성을 성추행 하다 꽁지 빠지게 도망와 놓고도 하는 말이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노라 발뺌하다 대한민국을 전세계에 망신 주고도 국민들에게 아직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술 취해서 벌어진 헤프닝이 아니냐고 한다.

 

왜 어른들은 잘못을 하고도 잘못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을까? 

 

나는 독일의 아이히만이 생각난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그는 이 근본적인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진부함(banality;평범한 사람들이 그들의 활동이나 비(非)활동이 낳을 결과에 대한 비판적 사고 없이 명령에 복종하고 다수의견에 따르려 하는 경향)의 작용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생각없음(thoughtlessness)이 결과적으로 악의 진부함을 낳는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이는 철저히 파편화되고 소외된 개인들과 그들의 수동적이고 마치 죽어 있는 듯하며 '생각없이' 모든 것을 안이하게 수용하는 생활에 던져진 강렬한 메시지로 작용하였다.

 

지금의 이들이 아이히만과 다른가?

어른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왜 저럴까?

 

"철학의 부재!"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 철학하는 아이> 이 책에선 '아이들이 무슨 철학을?' 하고 묻는 어른들에게,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라고 대답한다. 아이들의 한마디 한마디 얼마나 철학적인지를 1995년 부터 아이들과 현장에서 주고받은 생생한 경험을 전해주고 있다.   

하긴 유치원 다니는 우리 막내도 위에서 언급한 저런 어른들보다 훨씬 옳은 소리만 한다.

"엄마,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거예요."

"니가 그걸 어떻게 아니?"

"내가 그것도 모를줄 알아요? 그런 건 유치원에서 다 배웠는걸요!"

 

 

중학생이 된 큰 아이가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때, 나는 녀석이 '왜!"라는 물음을 던질 줄 아는 꼬마 철학자가 되길 바랬다.

물론 그 도구는 아이와 함께 읽는 책이었고.

그런데 이웃의 엄마가 그 말을 듣더니 어찌나 배꼽을 잡던지.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나 뭐라나.

그러나 나의 게으름과 동생의 탄생과 함께 꼬마 철학자로 잘 성장하지는 못했다.

그때 이런 책이 나왔더라면 혼자 꼬마 철학자를 키우기 위해 방황하는 일은 없었을터.

 

요즘 일주일에 한 번씩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에게 그림책 읽어주기를 한다.

매번 책을 읽고 어떤 이야기를 나눠볼까 늘 고민했다.

이런 질문을 하면 아이들이 제대로 대답을 할까, 너무 어려운 물음이 아닐까, 싫어하면 어쩌나.....

그 고민에 대해 이 책이 시원한 해답을 해준 셈이다.  

 

이제 나도 아이들에게 부담없이 물어 볼 수 있을 듯하다.

 

"왜 그렇게 생각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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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싸개
윤아해 지음, 이갑규 그림 / 장영(황제펭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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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호호호!!!" 

"엄마, 또 읽어주세요."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자 7살 막내가 하는 말입니다.

 

'오줌싸개'

이 책의 무엇이 아이를 이렇게 즐겁게 만드는 걸까요?

 

유치원생 민이는 오늘 아침에도 침대에다 실례를 했습니다.

엄마는 괜찮다고 하십니다.

그러나 민이는 고민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쉬를 해도 괜찮은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말입니다.

 

주룩주룩 비가 내리는 비나라에선 걱정 없겠네요.

바닷속에선요?

아이쿠 뜨거운 사막은 어떨까요?

아무곳에서나 다리를 들고 영역 표시하느라 쉬를 하는 동물나라는 또 어떨까요?

 

민이는 오늘밤에도 오줌을 쌀까 걱정이되서 그 맛있는 수박도 못 먹습니다.

오빠는 맛있게 잘도 먹는데 말입니다.

'나는 밤에 수박 많이 먹어도 오줌 안 싸는데.' 하면서 말입니다.

 

민이는 잠자기 전에 화장실에 가서 쉬를 하고 잠이 듭니다.

 

민이는 오늘 무사히 아침을 맞았을까요?

또 잠자기 전에 수박을 왕창 먹은 오빠는 별 일이 없었을까요?

 

 

 

아이들치고 한번씩 실수를 안 해본 아이는 없겠지요.

 

우리가 어렸을 때는 그렇게 전날 밤 실수를 한 아이들이 이른 아침에 키를 쓰고 소금을 얻으러 다니는 게 일상이었으니까요.

누구나 자라면서 겪게 되는 성장통이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그것으로 아이에게 수치심을 주는건 잘못입니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상상해 봅니다.

빗속에선 쉬를 해도 표시가 안 나겠지, 대신 비가 좀 많이 와야겠다.

지난 여름에 바닷물에 쉬를 너무 많이해서 바닷물이 짠가봐라고 했더니, 녀석이 물고기들도 쉬를 해서 그렇답니다.

사막에서는 쉬를 하자마자 말라버리니깐 표시가 안 나겠다고 대답합니다.

 

그래요.

오늘 오줌싸개라고 언제까지나 오줌싸개겠습니까?

민이도 자라서 멋진 선생님도 되고, 공연 기획자도 되고, 국회의원도 되고, 자동차 만드는 기술자가 되겠지요.

 

내일의 주인공이 될 민이와 같은 오줌싸개들에게

 

"얘들아, 괜찮아~"

 

 

****한우리 북카페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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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
이동형 지음 / 왕의서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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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월의 바람이 불어온다.

따뜻하다고 하기엔 너무 뜨거운 바람이다.

그바람에 묻어오는 5.18을 만나고 노통을 만난다.

왜 이렇게 오월의 바람은 아픈가?

 

대통령 노무현.

살아서는 너무도 외로웠던 사람.

인간 노무현.

마지막 몇 년이 정말 아름다웠던 사람.

아이들에게 꼭 만나게 해주고 싶었던 살아있는 아름다운 전직 대통령.

 

그의 정치엔 반대였던 나같은 사람이 그의 죽음에 눈물을 쏟는 이유는,

그의 죽음이 힘있는 권력에 의한 힘없는 자의 살인으로 보였기 때문이 아닐까?

 

반칙이 이기는 걸 보면서 아이들에게 정정당당을 계속 가르쳐야 하는건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누가 노통을 위해 억울했던 그의 이야기를 해줄까 싶었더니 이이제이의 이동형 씨가 아주 작정을 하고 나서 주었다.

정말 대단한 노빠인 모양이다.

 

이 책에선 그의 정치적 과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진 않는다.

아마 그런 이야기였다면 읽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그의 과오에 대해 냉정하게 토론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아직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다.

 

오월의 바람 끝에 실려오는 그의 자전거 방울 소리를 가만히 상상해본다.

들녘의 초록 바람에 실려오는 동네 할아버지의 자전거 소리마냥 정겹겠지.

 

아, 우리는 그런 대통령을 잃어버렸구나.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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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아이 창비청소년문학 50
공선옥 외 지음, 박숙경 엮음 / 창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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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참 애매한 나이다.

어린이로 불리기엔 너무 커버렸고, 청소년으로 불리기엔 고등학생에 비해 아직은 어리고.

 

문학으로 따져도 어린이 문학을 읽기엔 존심 상하겠고, 청소년 문학은 고등학생은 되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초등학교 6학년과 중3인 나의 아들들을 보아도 녀석들이 읽으면 딱이겠다 싶은 청소년 문학이 별로 없는 게 사실이다.

 

 

 

그렇게 보면 외로운 나이일까?

 

오지리에 두고온 서른 살을 읽고 나는 공선옥이란 작가에게 반해버렸다.

여성들에게 당당하게 살기를 응원하는 그녀의 박수에.

그런 그녀의 응원이 이번에는 중학생 민수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파고들자면 안 아프고, 안 외로운 사람이 있나.

가족이 너무 없어서 외롭고, 가족이 너무 많아서 나를 바라보아주지 않아서 외롭고, 세상의 경쟁에서 밀려나서 외롭고.

'그래 민수야, 우리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아팠던거 외로웠던거 여수 밤바다에 던져버리고 새롭게 시작해보자."

 

성냥팔이 소녀를 모티브로 한 화갑소녀전.

춥고 배고픔을 피하기 위해 몸을 팔아가며 찾아간 그곳. 따뜻한 잠자리와 먹을 것을 보장 받고 살 수 있을 것 같던 거대한 공장은 일하는 사람의 생명을 빨아 그 거대함을 움직이는 곳이었다.

'우리가 우리의 힘으로 이 구조물에 지금까지 밥을 주고 잇었고, 이것이 그 힘을 삼쳐 외부로 내보내는 힘을 만들었다는 걸 이제는 알 수 있었으며, 사라진 사람들이 연료가 된 곳이 어디인지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왜 화갑소녀가 찾아간 그곳이 스마트 폰으로 한국인을 먹여살린다는 그곳으로 보일까?

정말 독특하다, 예사롭지 않은 글이다 싶었더니 역시나 구병모다.

난 구병모라면 무조건 오케이하게 될 것 같다.

 

한 편의 스릴러를 보는 듯한 파란아이.

우리는 과연 아이들을 내가 원하는 대로 선우로 키우는 걸까, 아니면 은결로 자라게 해주는 걸까, 아니면  짬뽕 은우로 키우는 걸까?

 

밀가루 말고 쌀을 먹고 싶다는 그들에게 우리는 항상 밀가루를 돈주고 사서 보냈다. 그런데 우리는 쌀이 너무 많아 처치 곤란이다.

고기만 먹는 소년, 피망만 먹는 소녀.

그들이 찾아낸 해답이 어쩌면 밀가루만 먹어야 하는 사람들과 쌀만 먹는 사람들이 배워야 하는건 아닐지.

배명훈의 푸른파 피망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떠나야 할 때를 알게 된 고양이를 보면서 나는 어쩌면 아이들을 집고양이로 사육하고 있는건 아닌가 한다.

고양이들도 고양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데 나는 아이들에게 세상을 보여주지 않고 있었나 보다.

 

세상이 무서워 떠나기 두려운 아이와 떠나기 싫어도 너무 일찍 등떠밀려 세상으로 떠나야 하는 아이들.

열 여섯은 정말 떠날 만한 나이였을까?

그때 공장으로 떠났던 나의 친구들과 내 동생에게, 묻고 싶다.

'열 여섯 우리, 정말 떠날 만한 나이였니?'

전성태 작가의 졸업을 읽으면서 열 여섯의 나와 곧 열 여섯이 될 아들의 졸업을 생각해본다.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됐나 보다.

 

최나미의 덩어리를 읽으면서 덩어리의 폭력이 얼마나 끔찍한가를 생각한다.

그 덩어리에 끼지 못할까 두렵고, 그 덩어리가 하는 일이 두려워도 외톨이가 될까 무섭고.

  

청소년 문학중에서도 중학생을 위한 문학이라.

기획의도 보다 작가들의 작품이 아직은 수준이 좀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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