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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읽어주는 엄마, 철학하는 아이
제나 모어 론 지음, 강도은 옮김 / 한권의책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그림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책이 아니라 철학을 하기 위한 방법으로써의 그림책을 활용하는 방법에 관한 책이다.
국정원이 드디어 불법적인 대선 개입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을 잠재우고자 새누리당과 짝짜꿍이 되어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전국민에게 공개했다. 이건 뭐 외교의 기본 개념도 원칙도 없는 난장판이다. 조갑제 씨는 종편 방송에 나와서 국민이 궁금해하니 공개하는게 맞다고 하신다. 우리 국민들은 이번 오바마와의 정상회담에서 어떤 내용의 대화가 오갔는지도 몹시 궁금한데 공개해주면 어떨까 묻고 싶다. 된다고 할까?
얼마 전 윤창중은 미국과 정상회담 와중에 여성을 성추행 하다 꽁지 빠지게 도망와 놓고도 하는 말이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노라 발뺌하다 대한민국을 전세계에 망신 주고도 국민들에게 아직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술 취해서 벌어진 헤프닝이 아니냐고 한다.
왜 어른들은 잘못을 하고도 잘못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을까?
나는 독일의 아이히만이 생각난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그는 악이 근본적인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진부함(banality;평범한 사람들이 그들의 활동이나 비(非)활동이 낳을 결과에 대한 비판적 사고 없이 명령에 복종하고 다수의견에 따르려 하는 경향)의 작용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생각없음(thoughtlessness)이 결과적으로 악의 진부함을 낳는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이는 철저히 파편화되고 소외된 개인들과 그들의 수동적이고 마치 죽어 있는 듯하며 '생각없이' 모든 것을 안이하게 수용하는 생활에 던져진 강렬한 메시지로 작용하였다.
지금의 이들이 아이히만과 다른가?
어른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왜 저럴까?
"철학의 부재!"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 철학하는 아이> 이 책에선 '아이들이 무슨 철학을?' 하고 묻는 어른들에게,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라고 대답한다. 아이들의 한마디 한마디 얼마나 철학적인지를 1995년 부터 아이들과 현장에서 주고받은 생생한 경험을 전해주고 있다.
하긴 유치원 다니는 우리 막내도 위에서 언급한 저런 어른들보다 훨씬 옳은 소리만 한다.
"엄마,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거예요."
"니가 그걸 어떻게 아니?"
"내가 그것도 모를줄 알아요? 그런 건 유치원에서 다 배웠는걸요!"
중학생이 된 큰 아이가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때, 나는 녀석이 '왜!"라는 물음을 던질 줄 아는 꼬마 철학자가 되길 바랬다.
물론 그 도구는 아이와 함께 읽는 책이었고.
그런데 이웃의 엄마가 그 말을 듣더니 어찌나 배꼽을 잡던지.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나 뭐라나.
그러나 나의 게으름과 동생의 탄생과 함께 꼬마 철학자로 잘 성장하지는 못했다.
그때 이런 책이 나왔더라면 혼자 꼬마 철학자를 키우기 위해 방황하는 일은 없었을터.
요즘 일주일에 한 번씩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에게 그림책 읽어주기를 한다.
매번 책을 읽고 어떤 이야기를 나눠볼까 늘 고민했다.
이런 질문을 하면 아이들이 제대로 대답을 할까, 너무 어려운 물음이 아닐까, 싫어하면 어쩌나.....
그 고민에 대해 이 책이 시원한 해답을 해준 셈이다.
이제 나도 아이들에게 부담없이 물어 볼 수 있을 듯하다.
"왜 그렇게 생각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