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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니피와 스내피의 모험 ㅣ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35
완다 가그 글.그림, 정경임 옮김 / 지양어린이 / 201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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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생쥐가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1963년 일본 작가 나카가와 리에코의 구리와 구라 보다 먼저 나온 생쥐들 이야기가 있었네요.
그 주인공은 바로 현대적 그림책의 시작으로 꼽히는 <백만 마리의 고양이>의 작가 완다 가그의 <스니피와 스내피의 모험> 속 주인공 '스니피와 스내피' 오누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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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소개에 앞서 이 책을 만든 작가 완다 가그에 대해 조금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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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다 가그, 1893~1945년, 미국, 사진은 알라딘에서 퍼왔습니다>
그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그림책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유럽을 중심으로 먼저 발전해왔습니다.
주로 종교적인 내용 전달을 위한 도구로 이용되어 오다가 차츰 아이들의 학습을 위한 도구로 발전해왔다고 합니다.
현대적인 의미에서, 아동 문학이라는 개념으로서의 그림책은 1900년대가 되면서 본격적인 모습을 나타냅니다.
그러던 것이 1,2차 세계대전이라는 극심한 혼란기를 겪으면서 그 무대를 유럽 사회 중심에서 미국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유럽의 정치적 혼란과는 반대로 정치적 안정과, 경제 부흥을 맞은 미국의 경제적인 상황, 유럽의 예술인과 사상가들의 미국으로의 이주로 인한 인적 요소가 맞아 떨어지면서 그림책에 있어 아메리카 시대가 열립니다.
바로 그때 나타난 작가가 완다 가그로 그녀의 <백만마리 고양이>를 현대적 그림책의 시작으로 봅니다.
그 이유로 우선, 이 책에 이르러 본격적인 스토리 전달을 위한 일러스트레이션이 전개 된 점, 일부의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 책이 아니라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대량 판매된 점, 그리고 무엇보다 문학적 완성도와 예술적인 면에서 인정을 받은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림책의 세계, 신명호, 주니어김영사, 215~217쪽 참조>
1928년 <백만 마리 고양이>에 이어 1931년 만들어진 <스니피와 스내피의 모험(Snippy and Snappy)>과 같은 완다 가그의 작품에서는 그녀 부모님의 고향인 보헤미안의 향수가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칼라를 쓰지 않고 흑백만을 사용한 간결한 선과 면 중심의 그림(스니피와 스내피의 모험은 백만 마리의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원래는 흑백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출판 된 책은 칼라를 입혔습니다. 저는 그 의도를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완다 가그가 굳이 칼라가 아니라 흑백의 그림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있는데, 그 느낌이 아주 많이 반감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완다 가그는 이 검은 색을 표현하기 위해 아주 많은 노력을 했다고 전하거든요.), 이때의 검은 색은 차갑지 않고 오히려 따뜻하며 부드럽습니다. 선은 거칠거나 날카롭지 않고 둥글둥글하면서도 책속의 스니피와 스내피가 털실을 쫓아 가는 길을 따라가보면 길과 언덕이 구불구불한 것이 오히려 투박하다고 까지 느껴집니다. 흔히 고향의 느낌 혹은 할머니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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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하나 특이 한 점은 이책의 글씨체는 기계화된 활자체를 택했지만 원래의 완다 가그의 책은 그녀의 동생 하워드의 손글씨를 그대로 사용해서 만들 정도로 완다 가그가 신경을 썼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 출판 된 책에서는 볼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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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세 아이들이 <백만 마리 고양이>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사실 저는 그게 의아했어요.
그림이나 색이 화려하지 않고 낡은듯하고, 이야기의 구조가 변화무쌍하거나, 등장인물이 흥미로운 것도 아니며, 글씨체는 직접 손으로 쓴 듯이 성의가 없고 유행이 지난듯하고, 그런데 아이들은 바로 그것 때문에 좋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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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완다 가그의 그림책에서 어쩌면 할머니, 할아버지로 부터 옛날 이야기를 듣는듯한 느낌을 받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지양어린이에서 출판된 <스니피와 스내피의 모험>은 전반부에선 우리말로, 후반부에선 영어 원본으로 된 한 권이 두 권인 책으로 만날 수 있어 독자로선 큰 행운입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저는 영어를 잘 모르지만 원작에서의 시적인 글을 살리지 못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스니피와 스내피의 모험>을 통해 완다 가그의 또하나의 작품을 만나다는 의미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