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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수 아저씨 - 걸어다니는 이야기 보따리
김선아 글, 정문주 그림, 안대회 바탕글.해설 / 장영(황제펭귄) / 201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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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귀하던 옛시절, 사람들은 어떻게 홍길동이며, 심청 이야기며, 춘향의 이야기를 듣고 전했을까요?
물론 이 중에는 판소리를 통해 전해진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즉 구전되던 이야기들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직업인이 있었는데 바로 그들이 전기수입니다.
그들이 어찌나 맛깔나게 이야기를 읽어주는지, 그들의 한마디한마디에 청중들은 웃고, 울었다고 하니, 어쩌면 일인극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우리의 전래동화를 새롭게 그려 출판하고 있는 장영출판사에서 조선시대 걸어다니는 이야기 보따리 전기수 아저씨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그림책으로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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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날을 맞아 장터 구경을 나선 영복은 전기수 아저씨가 풀어놓은 이야기 보따리에 넋이 빼앗깁니다.
어찌나 심청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놓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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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이를 어째, 치마를 뒤집어쓰고 임당수 바다로 풍덩하고 심청이 뛰어드는데, 심청은 보이지 않고 사라지고 까지 들었는데.
전기수 아저씨는 심청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고 싶으면 다음 날 종로에 있는 종루로 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버립니다.
동네로 돌아온 영복은 전기수 아저씨로 부터 들은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들려주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심청이 임당수에서 살았는지 죽었는지를 가르쳐 달라는데, 영복인들 더는 아는게 없으니 이일을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요? 결국 영복도 전기수 아저씨가 장터 사람들에게 했던 고대로 말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심청이 어찌 되었는지 궁금하거든 내일 이 자리로 다시 와!"
영복이 친구 춘삼이는 심청이 살았는지 죽었는지가 너무 궁금해 잠을 잘 수가 없다며 춘삼이를 따라 다니며 조릅니다.
아, 답답한지고. 영복이도 그게 제일 궁금하다니까요.
과연 영복이는 심청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를 전기수 아저씨로 부터 이야기 듣게 될까요?
저는 뒷이야기가 궁금해 휘엉청 밝은 달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기어이 영복에게 자기한테만 이야기해 달라고 돌담 너머로 조르는 춘삼을 보고 박장대소 했습니다.
그래요. 이야기란 것은 이런 매력이 있습니다.
특히나 누군가가 감칠맛 나게 읊어줄 때는 말입니다.
저희 막둥이도 마찬가지 입니다.
자기가 읽으면 정말 시시하고 재미가 없는데, 엄마가 읽어주면 '어떻게나 재미가 있는지' 라며 자꾸자꾸 읽어 달라고 조릅니다.
조선 시대 실제했던 직업인 전기수에 대한 이야기 이기도 하지만 저는 '이야기가 가진 매력 또는 힘'을 그린 책으로 읽었습니다.
장영 출판사 특유의 시각적으로 편안한 색체와 등장 인물들의 익살스런 표정의 그림이 참 유쾌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