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정원 - 고대 그리스인들이 발견한 자기 발견 놀이터
울리히 코흐 지음 / 보누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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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로를 무척 사랑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책장에 꽂힌 한 권의 미로 책을 만나면서였습니다.

그런데 그 책엔 이미 누군가가 선명한 펜으로 길을 찾아둔 것이었습니다.

소년은 부모님께 미로 책을 좀 사달라고 했습니다.

미로 같은 건 공부에 하등 도움도 안 될 뿐만 아니라 애들 낙서에 지나지 않는다며 부모님은 절대 사주지 않았습니다.


미로의 매력에 푹 빠진 소년은 도서관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도서관에 있는 미로 책들도 집에 있는 책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미 누군가가 길을 찾지 못해 헤맬 독자를 위해 친절히 선명한 길을 표시해둔 상태였습니다.


소년은 결국 자기가 미로를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오늘, 그 소년은 한 권의 미로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바로 『미로 정원』입니다.

 

 

 

책에 바로 표시를 해버리면 다음에 다시 이 책을 보게 될 동생들을 위해 요렇게 복사해서 풀어주시는 센스.

다 아픔에서 나오는 삶의 지혜입니다. ㅎㅎ


 

 

 

하나의 미로를 푸는데 보통 30분 정도는 소요됩니다.

이런 건 역시 꼼꼼한 사람이 잘 풀어요.


제가 풀던 미로는 저기 있네요.

머리에 쥐나는 줄 알았습니다.


우와, 저걸 쉬지 않고 풀고 있는 우리 아들은 정말 대단한 집중력의 소유자 임이 확실합니다.


미로의 유래가 된 미노스 왕의 이야기를 하면서 오랜만에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추억도 해보았습니다.


미로, 그 길을 찾으려고 하는 자와 찾지 못하게 하는 자의 두뇌 싸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고, 동생처럼 시도도 해보지 않고 포기한 자, 막둥이처럼 몇 번 길을 찾다가 아무래도 미로를 잘못 만든 건 게 확실하다는 자, 두뇌를 혹사하며 끝까지 물고 앉아서 문제를 해결하고선 희열을 느끼는 자.....

 

 

 

자신도  미로를 사랑하신다는 초등 2년 막둥이는 이게 제일 쉬워 보인다고 도전을 했습니다.

결과는 뭐, 중도 포기.

활동적인 몸놀이를 좋아하는 녀석에게 꼼짝 않고 집중해서 풀어야 하는 이런 미로는 좀 많이 무립니다.



처음 들어갔던 길이 막혀 되돌아오기도 하고, 꼬불꼬불 꼬인 길을 열심히 찾아갔더니 결국은 원래 위치로 되돌아오기도 하고, 확실히 잘못된 미로라 생각하고 포기했다가 잠시 쉬고 풀어보면 결국 길이 나오기도 하고, 도저히 풀리지 않아 거꾸로 길을 찾아보면 또 풀리기도 하고, 갈림길에서 어디로 갈지 갈등도 해보고....


『미로 정원』 속 미로를 풀면서 이 미로가 우리네 인생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옥에 티 하나, 제본의 문제지만 양쪽 페이지를 가득 채운 미로의 경우 아무리 책을 펼쳐봐도 미로가 연결되지 않을 때, 이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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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헤는 아이, 윤동주 햇살그림책 (봄볕) 1
반성희 그림, 우현옥 글 / 봄볕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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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잠자리에 누워 '별 헤는 밤'을 낭송해 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


 

네루다를 우러러보는 칠레가 참 부러웠습니다.

부러움을 넘어 배가 아프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잊고 있었습니다.

우리에겐 민족 시인 윤동주가 있는데.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 바로 윤동주이지요.

우리가 그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의 시가 참 아름답기도 하지만 독립운동을 하다 맞게 된 가슴 아픔 죽음 때문이기도 합니다.


 제가 윤동주의 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동요를 통해서입니다.


별을 사랑하는 아이야

달을 사모하는 아이야

이제는 날이 저물었으니 우리 모두 손을 잡고 집으로 가자

베게 맡에 무릎 꿇고 앉아서 무언가 기도하는 아이야

조그만 소원이 무언고 하니 장난감 자동차가 갖고 싶다네

산에 산에 사는 아이 산나물 먹고

바닷가에 사는 아이 물고기 먹네

뒤뜰에 풀잎들은 이슬 먹는데

별나라 아이들은 무얼 먹나요

별똥 먹나요 별똥 먹지요



아주 어렸던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 때 부르던 노래인데 윤동주 시인의 시였다는 사실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였습니다.

아이들이 자랄 때 제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서 함께 부르곤 했습니다.

지금 읽어도 참 아름다운 시입니다.

(물론 동요로 약간은 개사가 됐지만)


우현옥 작가가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를 아이들 앞으로 불러내 주었습니다.

바로 『별 헤는 아이 윤동주』라는 그림책으로 말입니다.


예전에는 위인전이라 불렸던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의 이야기는 책이 지나치게 두껍고 따분해서 어른들은 참 좋아하지만 고학년의 아이들도 참 읽기 싫어하고 머리 아파하는 책이지요.  

다행히도 요즘은 유치원 아이들이 초등 저학년 아이들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인물 이야기책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저는 우현옥 작가의 책은 감꽃이 별처럼 쏟아지던 날을 통해 먼저 알게 되었습니다.

잊고 있었던 깡촌에서 살았던 아득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돌아볼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도시의 아파트가 다 인줄 알고 자라는 아이들의 이야기 말고도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니, 아직도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작가가 있어 참 반가웠습니다.


우현옥 작가의 또 다른 책이기도 한, 고 김근태 선생님의 삶을 통해 배우게 되는 인권 이야기 「진실은 힘이 세다」를 읽으면서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인물 이야기가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별 헤는 아이 윤동주』 이 책이 더 반가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잠자리를 펴고 베개를 턱에 받치고 막둥이 녀석과 나란히 엎드려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의 시를 낭낭 읽어 봅니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

내일 빔이 남은 까닭이오,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



 

가을이 아니더라도 아이와 함께 이 책을 들고 윤동주를 생각하며「별 헤는 밤」을  밤새워 읽을 수 있을 듯합니다. 


 

아 참, 칠레의 자랑이라는 네루다 보다  윤동주가 더 좋습니다.

백 배,

천 배,

아니 백만 배는 더 윤동주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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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 북멘토 그래픽노블 톡 2
박건웅 지음, 최용탁 원작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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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 작가가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를 출간한 후, 왜 아직도 광주를 쓰느냐는 물음에, 


"우리는 아직 5.18 광주에 대해 아무것도 쓴 것이 없다. 그 일에 대해 1/10, 1/100, 아니 손톱만큼도 이야기 한 것이 없는데, 사람들은 왜 5.18에 대해 마치 다한 것처럼 말하느냐?"

라고 대답했다.


우리에게 역사와 세상의 광기에 희생된 사람들이 있고, 그것을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기록하고 끊임없이 재조명해야 하는 이유를 대변한 한마디라 생각한다.


세대가 바뀌고 백 년, 이 백 년의 시간이 지나도 기록되고 다시 해석되고 또다시 쓰고 또다시 해석해야 할 역사들이 우리에겐 아직 너무 많다.

5.18이 그렇고, 제주 4.3과 세월호와 천안함, 쌍용차와 제주 강정, 친일파들이 그러하고 위안부와 노근리가 그렇다.

그리고 국민보도연맹 학살도 그렇다.



네 살짜리 물푸레나무가 본 진기한 풍경.

학살.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말을 하고, 같은 생김새와 같은 음식을 먹지만 다만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쥐도 새도 모르게 골짜기로 끌려가 죽임을 당한 사람들.

그들에게도 분명 이름이 있고, 살던 곳이 있으며, 함께 한 가족들이 있었을 것이다.

돌아오지 못한 이들.

그 죽음의 처참함이 소 돼지의 죽음보다 낫다 할 것이 없다.

 

검은색 하나만으로 표현된 만화.

다양한 색을 동원하지 않아도 그 처참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만화라기 보다 판화에 가까운 기법이다.

 

 

 

생명을 담은 푸른 물푸레나무 잎을 닮은 표지의 색이 아름답다.

책이 품은 잔혹한 죽음들과 비교돼 아이러니하다.



인간은 그 학살을 망각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네 살이었던 물푸레나무는 60여 년의 세월이 흘러서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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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려줘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2
A. S. 킹 지음, 박찬석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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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에 팍 꽂히는 책이 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김훈의 칼의 노래 첫 문장이다.

'하나의 유령이 유럽에 떠돌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칼 막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공산주의 선언의 첫 문장이다.


이 문장을 읽고도 그대로 책을 덮을 수 있는 강심장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미 그 문장에 심장을 빼앗겼으니까.


첫 몇 장만으로도 심상치 않은 무게감이 느껴지는 책이 있다.

그런 책은 미뤄두었다 읽기,

안 된다.

모든 일을 제쳐두고 지금 바로 끝을 봐야 한다.

나를 돌려줘 이 소설이 그런 책이다.


하고 싶은 게임이 줄을 잇고, 만나야 할 친구들이 줄을 섰고, 책보다 노는 것이 더 좋은 (청소년이니까 노는 게 제일 좋은 건 당연하지만) 청소년이라면 재미있는 책이라야 책 읽기를 도중에 멈추지 않고 한 권을 끝까지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독서근이 생겨야 두고 읽어도 좋은 책과 쉬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나를 돌려줘와 같은 청소년 문학이 필요한 이유다. 


리얼리티 TV프로그램 출신, 그것도 똥싸개라는 문제아의 좌충우돌 자기 인생 찾기 대소동이라는 소재 자체만으로도 시선을 끄는 작품이다.

게다가 소년의 일탈행동의 원인이 문제아 자신이 아니라 그 가족이었고, 그 해결책은 자신의 발목을 옥죄어온 가족을 끊어내는 것이란 결말에 시원한 통쾌함마저 든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도 가끔은 이런 상상을 해보지 않을까?


"나는 똥사개보다 더 나쁜 인생을 사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똥싸개보다 더 도망치기에 좋은 이유를 가진 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똥싸개보다 더 울기에 좋은 이유를 가진 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한나 엄마한테서 온 문자메시지를 하나하나 보면서 나는 내가 이기적인 나쁜 놈이라는 걸 깨달았다."

--338쪽--


나만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고, 나만 세상에서 가장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는 시기가 청소년기에 한 번쯤은 찾아온다.

제럴드가 한나의 삶을 통해 깨달았듯이, 우리 아이들도 타인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도 살아볼 만하다고 깨닫지 않을까? 


"인생을 그렇게 내팽개쳐버리면 넌 결국 세계 최고의 루저가 되고 말 거야. 얼마나 시간 낭비냐?"

--255쪽--


왜냐고?

넌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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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왜? -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사실‘海피아’ 출신의 반성적 진단
정유섭 지음 / 조선뉴스프레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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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싶다.

이 책을 왜 썼는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사실을 기록했다고 했다.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사실이 정말 있는가?

전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이었다는 해피아 출신의 반성적 진단이라고 했다.

도대체 이책 어디에 그런 반성이 담겨있단 말인가? 민간 기업도 아니고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에서 녹을 먹던 관료라면 그 월급에 어울리는 진심어린 양심고백이 한단락이라도 담겨있었더라면 그래도 이책 한 권을 인내로라도 읽어줄 수 있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두고 자신의 탐욕을, 무관심을 반성하지 않은 국민이 이땅 어디에 있었던가 묻고 싶다.

그러한 국민들의 참회와 반성의 자세에 비해, 높디높은신 관료들의 반성이 무겁다 할 수 있을까?

그에 걸맞는 책임을 진 자가 있기나 했단 말인가?


"이주영 해수부장관의 사고수습 방식은 문제가 없었나?"

라고 물었고 본문에선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하면서도 그정도라면 잘했다고 평가했다.

이주영 씨의 요즘의 행보를 보면 그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져야할 위치에 있었던 사람이라고 볼 수가 없다. 


그렇다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자 수천억을 들여 이름까지 고쳤던 안전행정부의 대응은 어떻했고, 집권당인 새누리의 대처는 어떻했으며, 300명의 국민들이 수장을 당하고있는 국가 위기의 사태에 7시간 동안 보고만 받았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에 대한 물음은 왜 없는가?

반성적 진단이라면 그걸 먼저 물어야 하는게 아닌가?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해부했다고 했다.


나는 아무리 읽어도 우리가 지금까지 귀에 딱지가 앉도록 언론을 통해 들었던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대처에 관한 무수한 이야기들에서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한 것인데, 해운전문가라  말에 어울리는 진단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이 저자는 도대체 왜, 이책을 냈단 말인가?

내보기엔 자기만족 이외에 아무것도 없다.

이런것이 반성문이라면 그런 글은 저자의 일기장에나 쓰는 것이 옳다.

아직도 평형수를 이야기하고, 3등항해사의 서툰 판단을 운운하고, 진도 VTS의 안일함과 해경123정의 무능과 무책임을 운운할 꺼라면 굳이 종이를 낭비하고 독자의 시간과 주머니를 털 필요는 없다.

 

 

멀리갈거 없다. 세월호라고 검색만 해도 이보다 더 좋은 글들이 넘쳐나는 것을..... 


비상메뉴얼도 새롭게 만들고, 국가재난에 대비한 콘트롤타워도 새로이 만들고, 특별법도 만든답시고 일년을 보냈다.


그렇다면 물어보자.


내일 고등학생인 아이들이 다시 인천항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도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을까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책이라고 다 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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