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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의 역사 - 품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4년 10월
평점 :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영화 킹스맨을 보면서 인상깊게 보았던 장면이 있다. 수트를 멋지게 입은 영국 신사 콜린 퍼스가 'Manner Makes Man' 이라고 말하며 불량배들을 우산으로 제압하는 장면이다. 불량배, 액션, 극중 상황 등의 개연성은 제쳐두고 영국 신사, 수트, 매너에 대한 강한 인상은 영화를 본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뇌리에 박혀있다.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예절교육이 굉장히 엄하기도 했고, 사회적 배려에 대한 공감대가 사회 전반에 형성되어 있었던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 분위기가 많이 변한 것 같다. 틀딱 등 세대비하 용어가 흔해지고, 임산부 배려석에 관한 이야기가 SNS에 올라오는 등 예절에 대한 인식은 많이 희박해져 가는 것만 같다.
그런 시점에 '매너의 역사'란 책이 출간되었다고 해 읽어보게 되었다. 매너에 대한 인식이 변화해가는 요즘, 그 역사를 통해 매너의 기원이나 변화과정을 되돌아보며 생각해 볼 수 있는게 많을 것 같았다. 저자는 소비의 역사, 그랜드 투어 등을 집필해 온 연세대 사학과 교수로 서양사 전문가이자 그간 전통적인 역사서와는 결이 조금 다른 역사서를 주로 펴냈기에 이번 책도 크게 기대가 되었다.
책은 총 6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1부는 매너의 발견과 고대로부터 이어진 기원, 아직까지 매너란 개념이 명문화되어 나타나지 않았던 시기의 기사도와 쿠르투아지라는 궁정식 매너를 포함한 여러 담론들에 대해 살펴본다. 2부에서는 에라스뮈스의 저작을 기반으로 궁정예절이나 처세술을 넘어 사회적 기술로서 본격적인 매너에 대해 기술하고, 존 로크와 체스터필드의 예절 교육에 대해 살펴본다. 3부는 앞서 논의된 예절이 먼저 예법이 발달했던 프랑스 위주의 예절이었던 점에 반해, 영국식 예절의 본격적 발달과정을 살펴보고, 4부는 산업화가 진행되고 부르주아 집단이 탄생하면서, 점차 폐쇄적인 상류층 사교계 등지에서 보다 엄격한 에티켓으로 분화, 발전해가는 과정을 살펴본다. 5부에서는 자본주의의 발전과 소비문화 발달로 이런 에티켓이 사회 전반에 퍼져 나가게 되는 양상을, 마지막으로 6부에서는 20세기로 들어서면서 대중교통, 병원, 워킹맘, 여성인권 향상, 개방적인 성문화 등의 변화와 함께 에티켓이 점차 변화되어 간 과정을 알아보며 끝을 맺는다.
이 책은 고대로부터 이어진 매너에 관한 여러 저작을 통해 매너의 기원과 역사를 집대성한 보기 드문 책이다. 고대, 그리스-로마시대, 중세를 거쳐 오늘날까지 이어진 매너는 시대에 따라 궁정 처세술, 폐쇄적인 상류층 집단의 필요에 의해 변용되기도 했으나 그 근간은 사람들이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며 미덕을 통해 좋음을 추구하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에 제시된 매너의 개념인 중용과 자제력, 친애가 오늘날에도 보편적인 예절에도 통용되는 개념임을 보며 과연 요즘 이것들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매너의 역사를 통해 매너란 무엇인지 깨달음을 주는 이번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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