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신과 영웅들 - 레전드 오브 레전드
댄 그린 지음, 데이비드 리틀턴 그림, 고정아 옮김 / 제제의숲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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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적에 만화로 그려진 그리스 로마 신화가 유행해서 여러 번 보았는데, 만화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그때 알게 된 신화 이야기가 지금까지도 도움이 되고 있다.

신화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영화, 소설, 그림, 조각, 음악과 같은 다양한 예술 작품의 소재가 되어 녹아들었기 때문에 예술을 깊이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신화를 알아야 하기도 하지만, 이는 오래전 인류의 생각이 반영된 신화가 현재 인류의 생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신화는 더 중요해진다.

'판도라의 상자'같은 단어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같은 용어도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알면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 알 수 있는데, 신화가 다양한 분야와 언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려주는 예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경험했던 것처럼 지금의, 그리고 앞으로의 아이들도 신화를 알았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이 책이 의도한 것처럼 다양한 신화를 즐겼으면 좋겠다.



<세계의 신과 영웅들>은 아이들이 자기 전에 가볍게 읽기 좋게, 재미있게 신화 이야기를 맛볼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의 큰 특징은 다양한 지역의 신화와 전설(설화)를 다양한 글 형식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친근한 구어체를 사용해서 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게 하며, 영웅 오디세우스와 함께 트로이 전쟁에 참여했다는 할아버지가 해주는 모험 이야기를 듣는 손자의 시점에서 글을 쓰거나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와 현장에 나가있는 기자가 생방송 연결을 했다는 재미있는 설정, 그밖에도 경기 해설, 일기, 안건이나 고민 상담과 그에 대한 답변을 담은 편지 형식 등 다양한 스토리텔링 방식을 사이사이 사용해서 읽는 이를 지루하지 않게 했다.

그리고 유머감각이 드러나는 글에 더해 글과 잘 어울리는, 선명하고 시원시원한 그림은 책을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다양한 스토리텔링 방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의 신화와 설화를 만날 수 있는데, 우리나라 신화보다도 더 잘 알려진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이아손과 황금 양털’, ‘하늘이 맺어 준 인연’은 네이버 웹툰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 속 등장인물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되는 ‘메데이아’와 ‘프시케’가 등장하므로 그 웹툰을 즐기는 독자라면 반갑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만 메데이아는 조금만 등장하는데, 이후 메데이아의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요즘 케이블 TV 영화 채널에서 디즈니 영화 <모아나>를 여러 번 방영해주었는데 그 <모아나>의 모티브가 된 마우이 이야기를 마우이 누나가 들려주는 ‘마우이의 1001가지 재주’는 영화를 본 아이라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신화는 그저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 속 여러 이야기 중 나에게 가장 강렬했던 이야기는 ‘노래하고 싶었던 아르마딜로’이다.

이야기 속 아르마딜로는 귀뚜라미처럼, 개구리처럼, 참새처럼 노래를 하고 싶었지만 아르마딜로가 노래를 부르면 동물들은 비웃거나 자리를 떴고, 그래서 아르마딜로는 여러 날을 굴러서 현명한 할머니를 찾아갔다.

아르마딜로의 사연을 들은 현명한 할머니는 노래를 하게 되는 대가가 가혹할 것이라고 했지만, 아르마딜로는 어떠한 대가도 치르겠다고 말했다.

아르마딜로가 치르게 된 가혹한 대가란 무엇이었을까?

...현명한 할머니는 아르마딜로를 죽여서 그의 등껍질로 차랑고라는 악기를 만들어 연주했다.

아르마딜로의 등껍질로 만든 차랑고는 다른 동물 모두가 음악을 들으러 찾아올 만큼 아름다운 소리를 냈다고 한다.

이야기는 충격적이지만, 그 때문에 때로는 원하는 걸 얻어도 생각했던 방식과 다를 수 있다는, 노래하고 싶었던 아르마딜로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현명한 할머니의 눈에 눈물이 고였어요. 아르마딜로는 멋진 동물이었거든요. 하지만 할머니가 할 일은 결정되었어요. 할머니는 아르마딜로를 죽여서 그 털투성이 등껍질로 차랑고*를 만들었어요. 현명한 할머니가 차랑고를 연주하자, 아주 아름다운 소리가 났어요. 모두 그 소리에 감탄했지요.

 "아아, 아르마딜로가 노래하는 법을 배웠구나!"

 사방에서 온 동물이 아르마딜로의 음악을 들으러 왔어요.

 

다른 사람들이 너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다고 단정 짓는 말을 듣지 마세요. 그 사람들이 뭘 알겠어요? 하지만 명심해야 할 건 때로는 원하는 걸 얻어도, 자신이 생각했던 방식과 다를 수 있다는 거예요!


*아르마딜로의 등껍질에 열 개의 줄을 달아서 만드는 악기.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 지역에서 사용한다.

p.170

책 뒷부분에는 그림지도와 사진을 넣어 각 지역별 문화 및 신화의 특징을 한 바닥(그러니까 두 페이지) 분량으로 간단히 소개했는데, 나는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문명이 흥미로워 보였다.



<세계의 신과 영웅들 (레전드 오브 레전드)>은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다양한 신화와 전설을 맛보게 하는 것이 목적으로 보이는 만큼 깊이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만큼 유머감각 있고 색다른 방법으로 풀어냈다.

다만 몇 개의 이야기는 어디에서 비롯된 이야기인지 추측할 수밖에 없었는데, 어디에서 비롯된 이야기인지를 '길가메시와 엔키두’ 이야기처럼 글을 시작할 때 언급하거나 제목 아래에 써두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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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습니다 ㅣ I LOVE 그림책
제프 뉴먼 지음, 래리 데이 그림 / 보물창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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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린 듯한 이 그림책 <찾습니다>는 글자 하나 없이 그림으로만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이 그림책을 보기 전 예상했던 것보다 더 보편적이고 와닿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러니 반려동물과 함께 한 경험이 없어서 그림책에 공감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접어두어도 된다.

이 그림책은 '모든 인연'에 대한 이야기니까.


참, 보통 서평을 적을 때는 이야기의 결말을 적는 것은 피하는데 이 그림책이 가지는 의미를 가감 없이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 이 서평에서는 결말을 언급하고 싶다.

그리고 결말을 알고 그림책을 봐도 좋을 거라고, 더욱 그림책을 보고 싶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비 오는 날 창밖을 바라보는 소녀의 시선이 길을 헤매고 있는 한 강아지에게 닿는다.

소녀는 그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왔는데, 소녀의 집에는 강아지 집과 사료가 모두 준비되어 있다.

'도담이'라고 적혀 있는 강아지 밥그릇과 소녀가 강아지와 함께 찍은 사진 등의 흔적을 보며 우리는 소녀에게 도담이라는 강아지가 있었다는 걸, 방 한켠에 붙어있는 도담이를 찾는다는 전단지를 보고는 소녀가 지금은 도담이와 함께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녀가 빗속에서 다른 강아지를 만났지만 도담이를 잊지 못했기 때문에 강아지가 도담이의 물건을 발견해서 가지고 노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새로운 인연이 된 강아지에게 정을 붙이고 잘 지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는 강아지를 찾는 전단지를 보게 되는데 그 전단지에는 소녀의 품에 안겨 있는 강아지 사진이 있다.

소녀가 발견한 강아지의 이름은 초롱이로, 다행이도 애타게 찾고 있는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었다.

강아지에게 정이 든 소녀는 전단지를 본 뒤 잠에 들지 못하고 고민하지만, 도담이를 애타게 찾았던 소녀는 강아지를 찾고 있을 가족들의 심정을 잘 알기에 결국 초롱이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다.

정이 든 강아지를 떠나보낸 소녀는 터덜터덜 길을 걸어 집으로 향했는데, 이별이 있으면 또 다른 만남이 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 말처럼 소녀는 유기견 쉼터를 지나가다 자신의 또 다른 인연이 될 강아지를 보게 된다.

슬픈 소녀의 얼굴에 살짝 걸린 미소를 보면 유기견 쉼터 창문을 통해 마주한 강아지가 소녀와 함께할 것임을 직감할 수 있고, 책의 마지막에 그려진 소녀의 집 풍경에서 그 강아지를 발견하면서 미소 지으며 책을 덮을 수 있다.



글 없이 오직 그림만 그려져 있음에도 그림 속에 흔적들을 통해 이야기의 디테일을 잡아낼 수 있어 글이 필요치 않았으며 그림책을 덮고 나서는 한 편의 단편 영화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서평 앞부분에 언급한 것처럼 <찾습니다>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또는 함께 한 사람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도담이를 잃은 소녀가 빗속에서 초롱이를 만나고, 또다시 초롱이를 떠나보낸 뒤 유기견 쉼터에서 또 다른 강아지를 만나는 과정을 보며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이별 뒤에는 또 다른 만남이 있다는 우리 삶 속의 인연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그림책으로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이별 뒤에는 또 다른 만남이 기다리고 있으니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슬퍼할 필요는 없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만남과 이별을 겪으며 인연을 찾아 여행하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더욱 와닿는 이야기였고,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감상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위로받을 수 있는 그림책, 계속 펼쳐보고 싶은 그림책이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는데, 길을 잃은 동물을 발견하거든 그 동물을 간절히 찾고 있을 가족이 있는지 먼저 찾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림책 속 소녀는 도담이를 찾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초롱이의 가족을 찾아다녔고 뒤늦게 전단지를 발견하게 된 거라 생각하지만, 그 과정이 생략되어 있기 때문에 이 서평을 읽는 이들이 실수하지 않도록 글 말미에 덧붙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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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달처 지음, 고유경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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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쳐보니 현실과 많이 닮은 모습에 몰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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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달처 지음, 고유경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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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수많은 여성들의 고군분투가 있었기에 우리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수많은 저항과 행동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잊은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여성들이 지금처럼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힘든 과정을 거쳐 가지게 된 목소리를 잃을 수도 있음을 상기시키는 소설이 출간되었나보다.



<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는 대통령과 칼 코빈 목사의 주도하에 여성들의 사회적 활동을 막고 권리를 앗아가는 '순수 운동'이 일어난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디스토피아 소설인데, 여성들은 책을 읽을 수도 없으며 그들의 손목에는 하루 할당량인 100단어를 초과하면 충격이 가해지는 카운터가 채워져 언어 또한 통제당한다.

주인공 진 매클렐런은 뇌졸중으로 인한 언어혼란으로 잃어버린 언어를 되살려주는 연구를 하는 박사이자 인지 언어학자였지만, '순수 운동' 이후에는 언어를 통제당하는 수많은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애플워치를 찼던 그녀의 손목에는 이제 카운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의 최대 걱정거리는 그녀의 손목에 채워진 카운터가 아니었다.

진은 남편 패트릭과의 사이에 네 자녀가 있는데, 열일곱 스티븐과 열한 살 쌍둥이 샘과 레오는 남자아이였지만 막내 소니아는 여자아이였기 때문에 여섯 살의 어린 나이에도 손목에 카운터를 차고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었고, 그래서 진은 항상 소니아를 걱정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진과 소니아는 손목에 채워진 카운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된다.

대통령의 형이 스키 사고로 의식은 있지만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베르니케 실어증 환자가 되었는데, 관련 연구를 했던 진에게 연구 팀에 들어와 달라는 제안을 한 것이다.

진은 고민했지만 자신뿐만 아니라 딸 소니아의 카운터도 풀고 학교를 그만 다니게 한다는 조건으로 연구 팀에 합류하기로 했다.

그리고 옛 상사였던 린과, 진과 깊은 관계에 있었던 로렌조를 다시 만나 연구를 진행하던 중 그들의 연구 결과를 악용하려는 정부 음모를 알게 되고, 그것을 막고 목소리를 되찾기 위한 행동을 한다.


여자들에게 하루 100단어만 주어지는 세상이라고 하니 <멋진 신세계>처럼 먼 미래가 배경일 것 같지만 이 소설의 배경은 그보다 훨씬 가까운 미래다.

그래서 과연 이런 세계가 가까운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의심하면서도,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 여자를 신경질적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대사나 혼전 관계나 혼외 관계 시 여성들에게만 책임을 묻는 등, 현실과 똑 닮은 모습이 보일 때면 그런 의심은 뒤로하게 된다.

<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는 우리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목소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장이다.

 (...) 하지만 내 잘못이 맞다. 다만 내 잘못은 목요일에 모건의 계약서에 서명했을 때 시작된 게 아니다. 20년 전에 시작되었다. 내가 처음으로 투표하지 않았을 때부터.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시위에 참여하거나 포스터를 만들거나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 수 없다고 재키에게 수없이 말했었던 그때부터였다.


p.348

주인공 진 매클렐런은 과거에는 여권을 위해 분투했던 인물이 아니었고, 목소리를 잃은 후에야 행동하게 된 인물이다.

오히려 적극적인 페미니스트의 모습을 보여주는, 과거 룸메이트였던 재키 후아레즈가 목청 높여 '순수 운동'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행동으로 옮길 때 진은 재키가 필요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재키가 투표를 독려했음에도 불구하고 투표하지 않았고, 여성 의원이 있던 자리를 점점 '국가에 가장 큰 이익이 될' 남성 의원이 차지할 때도, 옛 상사 린 대신 서툰 남자 과장이 그녀를 대신했을 때도 이런 미래를 예상하지 못했다.

 재키는 내가 중고품 가게에서 산 소파에 책 한 권을 던졌고, 나는 양손을 뻗었다.

 "이거 읽어봐. 모두가 그 얘길 하고 있어. 모두."

 나는 책을 집어 들었다.

 "소설이네. 나 소설 안 읽잖아."

 그 말은 사실이었다. 일주일에 500쪽짜리 논문을 읽어야 하는 나로서는 허구의 세계에 빠질 여유가 없었다.

 "뒤표지만이라도 읽어봐."

 나는 재키 말대로 뒤표지의 문구들을 읽고 대답했다.

 "이런 일은 절대 없을 거야. 절대. 여자들이 참지 않을걸."

 "지금이야 쉽게 말하겠지."

 

p.157

 "악마는 착한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승리한다. 그들은 그렇게 말하잖아요?"


p.304

그렇다, <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속 끔찍한 미국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고 방관한 결과다.

이 페미니즘 소설은 재키 후아레즈의 목소리를 통해서, 그리고 끔찍해진 미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가 목소리를 내지 않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목소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상황이 나빠질 대로 나빠진 뒤에도 돌이킬 수 있을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한다면, 돌이키는 것은 나빠지는 것을 막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길이라는 것을 알아두기를 바란다.

 다시 내게 재키 목소리가 들렸다.

 자유로워지려면 뭘 해야 할지 생각해봐.


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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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의 땅 1부 2 : 자연의 법칙 ㅣ 용기의 땅 1부 2
에린 헌터 지음, 신예용 옮김 / 가람어린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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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같은 일러스트가 그려진 엽서가 부록으로 내부에 수록되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온 킹>을 실사화 한 동명의 영화가 개봉했을 때 때맞춰 출간된, 아프리카 대초원을 배경으로 한 <용기의 땅> 시리즈 첫 번째 책에 이어 이번에 읽은 두 번째 책에서는 용기의 땅에 큰 위기가 찾아왔다.

용기의 땅 동물들이 따르는 위대한 어머니가 살해 당한 뒤 큰 혼란이 찾아와 많은 동물들이 불안해하고 무리는 흩어졌으며 갈등이 일어난 것이다.

위대한 어머니는 다음 위대한 부모에게 위대한 영혼을 전할 시간도 가지지 못한 채 죽임을 당해서 그 누구도 다음 위대한 부모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게다가 위대한 어머니의 죽음에 괴로워하듯 하늘에서는 비가 계속 쏟아져 용기의 땅에 혼란을 더한다.

이런 상황에 세 주인공 개코원숭이 쏜, 코끼리 스카이, 사자 피어리스에게는 각자 맞서야 할 과제가 있다.



배신의 음모를 밝히려는 개코원숭이

개코원숭이들의 계급사회인 빛나는 숲 무리를 이끄는 스팅어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다른 개코원숭이들을 살해했다는 것은 쏜만이 알고 있는데, 쏜은 진실을 밝히고 싶지만 다른 동물들이 노련한 개코원숭이인 스팅어보다 자신의 말을 믿어줄 것 같지 않았다.

어느 날 긴꼬리원숭이들의 습격을 받아 개코원숭이들은 망가진 터전을 뒤로하고 새로운 터전을 찾아 나서게 되었고, 스팅어는 믿음직한 전사들을 모아 튼튼한 가지라는 새로운 계급을 만들었는데 쏜은 그들과 함께 다니며 진실을 밝힐 기회를 노린다.

  "네가 튼튼한 가지가 되고 싶어 하다니, 기분 좋구나. 난 너처럼 영리한 개코원숭이를 잘 키울 수 있지."

 "그거 참....... 좋네요."

 쏜이 대꾸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불안해졌다. 쏜이 스팅어를 지켜보고 싶은 만큼, 스팅어도 그를 곁에 두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적당한 시기가 되면 튼튼한 가지가 될 수 있는 시험을 치르게 해주지."

 스팅어가 돌아서서 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스팅어의 예리한 눈이 번뜩거렸다.

 "쏜, 넌 네 능력을 증명할 거야. 그건 염려 말거라."

 쏜은 걸음을 멈추고, 어둠 속에서 앞서 걸어가는 스팅어를 바라보았다. 쏜은 침을 꿀컥 삼키고 온몸에 돋은 소름을 떨쳐 내려는 듯 진저리를 쳤다.

 '왜지? 왜 저 말이 약속이 아니라 협박처럼 들리지?'

 

p.35

자신의 운명을 알지 못하는 코끼리

코끼리 스트라이더 가족 무리에 속해 있고 죽은 위대한 어머니의 손녀인 스카이는 슬픔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무거운 짐을 지게 되었다.

뼈를 읽을 수 있고 환영도 볼 수 있으며 어른들보다도 앞장서서 자연의 법칙을 따르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이유로 코끼리 무리는 스카이에게 위대한 영혼이 깃들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혹시 저를 다음 위대한 어머니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스카이는 당황에서 뒷걸음질 쳤다.

 "그럴 리 없어요. 전 아니에요!"

 "우리도 확실하지 않다는 건 알아. 그리고 넌 아직 어리지. 아주 많이 어려. 하지만 이 모든 게 우리에게 알려 주는 사실은 단 하나야. 위대한 영혼은 네 안에 자리를 잡았다는 것."

(...)

 스카이는 심장이 쿵쾅거리면서 빠르게 뛰었다. 자신의 안에서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대한 영혼이 자신에게 깃들었다면 낯선 느낌이 들어야 했다. 지금까지 스카이와는 달라야 했다.

(...)

스카이는 가족을 둘러보았다. 코끼리 모두의 얼굴은 희망으로 빛났다. 하지만 스카이는 자신이 가족의 희망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p.45-46

복수를 준비하는 사자

사자 피어리스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비겁한 방법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타이탄의 무리에 속해서 누나 베일러, 엄마 스위프트와 함께 지낸다.

스위프트는 피어리스의 아빠 갈란트 무리에 속해 있을 때는 뛰어난 후각과 빠른 속도를 가진 사냥꾼이었지만 지금은 눈도 보이지 않고 타이탄 무리에서 소외되어 제대로 먹지 못해 갈비뼈가 드러나 있다.

아직 어려서 힘이 없는 피어리스는 그것을 보고도 어찌할 수가 없는 처지이지만 타이탄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의 불꽃은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



혼란 속에서 개코원숭이 스팅어는 용기의 땅의 다른 동물 무리를 모아 위대한 회합을 개최했다.

위대한 영혼을 믿지 않는 사자 무리에서 유일하게 위대한 영혼을 믿는 피어리스와 위대한 영혼을 믿지는 않지만 함께 따라나선 누나 베일러도 몰래 위대한 회합을 지켜본다.

위대한 어머니의 죽은 몸이 있는 웅덩이에 모여 위대한 부모를 찾고자 하는 동물들 사이에서 코끼리 스트라이더 가족의 우두머리 레인이 스카이가 다음 위대한 어머니라고 얘기하지만, 코뿔소 스트롱하이드가 나서서 자신이 다음 위대한 아버지라고 선언했다.

처음에 동물들은 코뿔소 스트롱하이드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놀랍게도 어떤 신호처럼 지금까지 줄곧 내리던 비가 멈추고 강한 바람이 불었고, 개코원숭이 스팅어가 먼저 코뿔소 스트롱하이드를 따르기로 하자 다른 동물들도 이어서 따르게 된다.

 스팅어는 자세를 바로잡고 입을 열어 뭔가를 말하려 했다. 그때 낯선 침묵이 찾아왔다. 동물들은 여전히 구시렁대며 발을 굴렀다. 쏜 역시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요란한 빗소리도, 이따금 치던 천둥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쏜의 털이 더는 비에 젖지 않았다.

 비가 그쳤다. 감쪽같이 그쳐 버렸다.


p.105

이상 기후와 혼란 등 용기의 땅에 찾아온 위기는 스트롱하이드라는 새로운 위대한 부모의 등장으로 끝날 수 있을까?

그리고 세 주인공이 마주한 위기는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먼 아프리카 대초원에서 일어나는 동물 세계의 일이지만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 같지 않은 이유는, 권력에 눈이 멀어 비겁한 수를 쓰는 개코원숭이 스팅어와 사자 타이탄과 같은 인물들을 인간 사회에서도 볼 수 있고 시험을 치러 통과해야 상위 계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 개코원숭이 무리와 같은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 기후와 지도자의 부재 등으로 혼란한 용기의 땅을 보면서는 지금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위기를 맞아 혼란스러운 지구 곳곳이 떠올랐는데, 불안에 휩쓸려 갈등할 게 아니라 함께 힘을 모아 현명하게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2권은 용기의 땅에 어려운 시기가 닥친 만큼 어두운 분위기로 진행되지만 그 때문에 3권이 기다려진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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