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신과 영웅들 - 레전드 오브 레전드
댄 그린 지음, 데이비드 리틀턴 그림, 고정아 옮김 / 제제의숲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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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적에 만화로 그려진 그리스 로마 신화가 유행해서 여러 번 보았는데, 만화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그때 알게 된 신화 이야기가 지금까지도 도움이 되고 있다.

신화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영화, 소설, 그림, 조각, 음악과 같은 다양한 예술 작품의 소재가 되어 녹아들었기 때문에 예술을 깊이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신화를 알아야 하기도 하지만, 이는 오래전 인류의 생각이 반영된 신화가 현재 인류의 생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신화는 더 중요해진다.

'판도라의 상자'같은 단어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같은 용어도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알면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 알 수 있는데, 신화가 다양한 분야와 언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려주는 예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경험했던 것처럼 지금의, 그리고 앞으로의 아이들도 신화를 알았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이 책이 의도한 것처럼 다양한 신화를 즐겼으면 좋겠다.



<세계의 신과 영웅들>은 아이들이 자기 전에 가볍게 읽기 좋게, 재미있게 신화 이야기를 맛볼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의 큰 특징은 다양한 지역의 신화와 전설(설화)를 다양한 글 형식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친근한 구어체를 사용해서 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게 하며, 영웅 오디세우스와 함께 트로이 전쟁에 참여했다는 할아버지가 해주는 모험 이야기를 듣는 손자의 시점에서 글을 쓰거나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와 현장에 나가있는 기자가 생방송 연결을 했다는 재미있는 설정, 그밖에도 경기 해설, 일기, 안건이나 고민 상담과 그에 대한 답변을 담은 편지 형식 등 다양한 스토리텔링 방식을 사이사이 사용해서 읽는 이를 지루하지 않게 했다.

그리고 유머감각이 드러나는 글에 더해 글과 잘 어울리는, 선명하고 시원시원한 그림은 책을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다양한 스토리텔링 방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의 신화와 설화를 만날 수 있는데, 우리나라 신화보다도 더 잘 알려진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이아손과 황금 양털’, ‘하늘이 맺어 준 인연’은 네이버 웹툰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 속 등장인물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되는 ‘메데이아’와 ‘프시케’가 등장하므로 그 웹툰을 즐기는 독자라면 반갑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만 메데이아는 조금만 등장하는데, 이후 메데이아의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요즘 케이블 TV 영화 채널에서 디즈니 영화 <모아나>를 여러 번 방영해주었는데 그 <모아나>의 모티브가 된 마우이 이야기를 마우이 누나가 들려주는 ‘마우이의 1001가지 재주’는 영화를 본 아이라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신화는 그저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 속 여러 이야기 중 나에게 가장 강렬했던 이야기는 ‘노래하고 싶었던 아르마딜로’이다.

이야기 속 아르마딜로는 귀뚜라미처럼, 개구리처럼, 참새처럼 노래를 하고 싶었지만 아르마딜로가 노래를 부르면 동물들은 비웃거나 자리를 떴고, 그래서 아르마딜로는 여러 날을 굴러서 현명한 할머니를 찾아갔다.

아르마딜로의 사연을 들은 현명한 할머니는 노래를 하게 되는 대가가 가혹할 것이라고 했지만, 아르마딜로는 어떠한 대가도 치르겠다고 말했다.

아르마딜로가 치르게 된 가혹한 대가란 무엇이었을까?

...현명한 할머니는 아르마딜로를 죽여서 그의 등껍질로 차랑고라는 악기를 만들어 연주했다.

아르마딜로의 등껍질로 만든 차랑고는 다른 동물 모두가 음악을 들으러 찾아올 만큼 아름다운 소리를 냈다고 한다.

이야기는 충격적이지만, 그 때문에 때로는 원하는 걸 얻어도 생각했던 방식과 다를 수 있다는, 노래하고 싶었던 아르마딜로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현명한 할머니의 눈에 눈물이 고였어요. 아르마딜로는 멋진 동물이었거든요. 하지만 할머니가 할 일은 결정되었어요. 할머니는 아르마딜로를 죽여서 그 털투성이 등껍질로 차랑고*를 만들었어요. 현명한 할머니가 차랑고를 연주하자, 아주 아름다운 소리가 났어요. 모두 그 소리에 감탄했지요.

 "아아, 아르마딜로가 노래하는 법을 배웠구나!"

 사방에서 온 동물이 아르마딜로의 음악을 들으러 왔어요.

 

다른 사람들이 너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다고 단정 짓는 말을 듣지 마세요. 그 사람들이 뭘 알겠어요? 하지만 명심해야 할 건 때로는 원하는 걸 얻어도, 자신이 생각했던 방식과 다를 수 있다는 거예요!


*아르마딜로의 등껍질에 열 개의 줄을 달아서 만드는 악기.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 지역에서 사용한다.

p.170

책 뒷부분에는 그림지도와 사진을 넣어 각 지역별 문화 및 신화의 특징을 한 바닥(그러니까 두 페이지) 분량으로 간단히 소개했는데, 나는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문명이 흥미로워 보였다.



<세계의 신과 영웅들 (레전드 오브 레전드)>은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다양한 신화와 전설을 맛보게 하는 것이 목적으로 보이는 만큼 깊이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만큼 유머감각 있고 색다른 방법으로 풀어냈다.

다만 몇 개의 이야기는 어디에서 비롯된 이야기인지 추측할 수밖에 없었는데, 어디에서 비롯된 이야기인지를 '길가메시와 엔키두’ 이야기처럼 글을 시작할 때 언급하거나 제목 아래에 써두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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