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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의 땅 1부 2 : 자연의 법칙 ㅣ 용기의 땅 1부 2
에린 헌터 지음, 신예용 옮김 / 가람어린이 / 2020년 2월
평점 :


(표지와 같은 일러스트가 그려진 엽서가 부록으로 내부에 수록되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온 킹>을 실사화 한 동명의 영화가 개봉했을 때 때맞춰 출간된, 아프리카 대초원을 배경으로 한 <용기의 땅> 시리즈 첫 번째 책에 이어 이번에 읽은 두 번째 책에서는 용기의 땅에 큰 위기가 찾아왔다.
용기의 땅 동물들이 따르는 위대한 어머니가 살해 당한 뒤 큰 혼란이 찾아와 많은 동물들이 불안해하고 무리는 흩어졌으며 갈등이 일어난 것이다.
위대한 어머니는 다음 위대한 부모에게 위대한 영혼을 전할 시간도 가지지 못한 채 죽임을 당해서 그 누구도 다음 위대한 부모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게다가 위대한 어머니의 죽음에 괴로워하듯 하늘에서는 비가 계속 쏟아져 용기의 땅에 혼란을 더한다.
이런 상황에 세 주인공 개코원숭이 쏜, 코끼리 스카이, 사자 피어리스에게는 각자 맞서야 할 과제가 있다.

배신의 음모를 밝히려는 개코원숭이
개코원숭이들의 계급사회인 빛나는 숲 무리를 이끄는 스팅어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다른 개코원숭이들을 살해했다는 것은 쏜만이 알고 있는데, 쏜은 진실을 밝히고 싶지만 다른 동물들이 노련한 개코원숭이인 스팅어보다 자신의 말을 믿어줄 것 같지 않았다.
어느 날 긴꼬리원숭이들의 습격을 받아 개코원숭이들은 망가진 터전을 뒤로하고 새로운 터전을 찾아 나서게 되었고, 스팅어는 믿음직한 전사들을 모아 튼튼한 가지라는 새로운 계급을 만들었는데 쏜은 그들과 함께 다니며 진실을 밝힐 기회를 노린다.
"네가 튼튼한 가지가 되고 싶어 하다니, 기분 좋구나. 난 너처럼 영리한 개코원숭이를 잘 키울 수 있지."
"그거 참....... 좋네요."
쏜이 대꾸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불안해졌다. 쏜이 스팅어를 지켜보고 싶은 만큼, 스팅어도 그를 곁에 두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적당한 시기가 되면 튼튼한 가지가 될 수 있는 시험을 치르게 해주지."
스팅어가 돌아서서 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스팅어의 예리한 눈이 번뜩거렸다.
"쏜, 넌 네 능력을 증명할 거야. 그건 염려 말거라."
쏜은 걸음을 멈추고, 어둠 속에서 앞서 걸어가는 스팅어를 바라보았다. 쏜은 침을 꿀컥 삼키고 온몸에 돋은 소름을 떨쳐 내려는 듯 진저리를 쳤다.
'왜지? 왜 저 말이 약속이 아니라 협박처럼 들리지?'
p.35
자신의 운명을 알지 못하는 코끼리
코끼리 스트라이더 가족 무리에 속해 있고 죽은 위대한 어머니의 손녀인 스카이는 슬픔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무거운 짐을 지게 되었다.
뼈를 읽을 수 있고 환영도 볼 수 있으며 어른들보다도 앞장서서 자연의 법칙을 따르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이유로 코끼리 무리는 스카이에게 위대한 영혼이 깃들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혹시 저를 다음 위대한 어머니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스카이는 당황에서 뒷걸음질 쳤다.
"그럴 리 없어요. 전 아니에요!"
"우리도 확실하지 않다는 건 알아. 그리고 넌 아직 어리지. 아주 많이 어려. 하지만 이 모든 게 우리에게 알려 주는 사실은 단 하나야. 위대한 영혼은 네 안에 자리를 잡았다는 것."
(...)
스카이는 심장이 쿵쾅거리면서 빠르게 뛰었다. 자신의 안에서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대한 영혼이 자신에게 깃들었다면 낯선 느낌이 들어야 했다. 지금까지 스카이와는 달라야 했다.
(...)
스카이는 가족을 둘러보았다. 코끼리 모두의 얼굴은 희망으로 빛났다. 하지만 스카이는 자신이 가족의 희망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p.45-46
복수를 준비하는 사자
사자 피어리스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비겁한 방법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타이탄의 무리에 속해서 누나 베일러, 엄마 스위프트와 함께 지낸다.
스위프트는 피어리스의 아빠 갈란트 무리에 속해 있을 때는 뛰어난 후각과 빠른 속도를 가진 사냥꾼이었지만 지금은 눈도 보이지 않고 타이탄 무리에서 소외되어 제대로 먹지 못해 갈비뼈가 드러나 있다.
아직 어려서 힘이 없는 피어리스는 그것을 보고도 어찌할 수가 없는 처지이지만 타이탄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의 불꽃은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

혼란 속에서 개코원숭이 스팅어는 용기의 땅의 다른 동물 무리를 모아 위대한 회합을 개최했다.
위대한 영혼을 믿지 않는 사자 무리에서 유일하게 위대한 영혼을 믿는 피어리스와 위대한 영혼을 믿지는 않지만 함께 따라나선 누나 베일러도 몰래 위대한 회합을 지켜본다.
위대한 어머니의 죽은 몸이 있는 웅덩이에 모여 위대한 부모를 찾고자 하는 동물들 사이에서 코끼리 스트라이더 가족의 우두머리 레인이 스카이가 다음 위대한 어머니라고 얘기하지만, 코뿔소 스트롱하이드가 나서서 자신이 다음 위대한 아버지라고 선언했다.
처음에 동물들은 코뿔소 스트롱하이드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놀랍게도 어떤 신호처럼 지금까지 줄곧 내리던 비가 멈추고 강한 바람이 불었고, 개코원숭이 스팅어가 먼저 코뿔소 스트롱하이드를 따르기로 하자 다른 동물들도 이어서 따르게 된다.
스팅어는 자세를 바로잡고 입을 열어 뭔가를 말하려 했다. 그때 낯선 침묵이 찾아왔다. 동물들은 여전히 구시렁대며 발을 굴렀다. 쏜 역시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요란한 빗소리도, 이따금 치던 천둥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쏜의 털이 더는 비에 젖지 않았다.
비가 그쳤다. 감쪽같이 그쳐 버렸다.
p.105
이상 기후와 혼란 등 용기의 땅에 찾아온 위기는 스트롱하이드라는 새로운 위대한 부모의 등장으로 끝날 수 있을까?
그리고 세 주인공이 마주한 위기는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먼 아프리카 대초원에서 일어나는 동물 세계의 일이지만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 같지 않은 이유는, 권력에 눈이 멀어 비겁한 수를 쓰는 개코원숭이 스팅어와 사자 타이탄과 같은 인물들을 인간 사회에서도 볼 수 있고 시험을 치러 통과해야 상위 계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 개코원숭이 무리와 같은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 기후와 지도자의 부재 등으로 혼란한 용기의 땅을 보면서는 지금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위기를 맞아 혼란스러운 지구 곳곳이 떠올랐는데, 불안에 휩쓸려 갈등할 게 아니라 함께 힘을 모아 현명하게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2권은 용기의 땅에 어려운 시기가 닥친 만큼 어두운 분위기로 진행되지만 그 때문에 3권이 기다려진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