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있고 매혹적인 고대 이집트 - 전 세계의 박물관 소장품에서 선정한 유물로 읽는 문명 이야기 손바닥 박물관 3
캠벨 프라이스 지음, 김지선 옮김 / 성안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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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 달쯤 전에 성안북스 출판사에서 출판한 손바닥 박물관 시리즈 첫 번째 책 <위대하고 찬란한 고대 로마>를 만족스럽게 읽었기 때문에 예정되어 있던 <품위 있고 매혹적인 고대 이집트>의 출간을 기다렸는데, 같은 시리즈인 <위대하고 찬란한 고대 로마>를 먼저 읽어서 책의 퀄리티가 짐작이 되었던 데다가, 고대 이집트는 신비로운 이미지가 있어서 어떤 흥미로운 유물을 만나게 될지도 기대가 되었다.

책은 먼저 전체적인 이집트 유물에 대한 소개와 고대 이집트 지도가 있고, 본문은 기원전 약 5300년경부터 서기 395년경까지의 긴 시간을 시대별로 7개의 장으로 나누었다.
각 장은 그 시대 이집트 역사를 간략하게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되며, 그 다음에 본격적으로 이집트 유물의 사진과 설명이 이어진다.

이 책의 특징을 세 가지로 말하자면, 첫 번째는 역시 큼직하고 선명한 유물 사진이다.
앞서 <위대하고 찬란한 고대 로마>를 읽으며 만족했듯 <품위 있고 매혹적인 고대 이집트>의 유물 사진 퀄리티도 만족스러웠는데, 박물관에 가서 유물을 직접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지만 시력이 좋지 않은 나에게는 이렇게 책에 수록된 크고 선명한 사진을 가까이에서 보는 것이 박물관 유리창 너머의 유물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되었다.

<품위 있고 매혹적인 고대 이집트> 속 유물들 중에 ‘역사 달력’이 시각적으로 인상적이었는데, 유물을 전체를 담지는 못했지만 그 일부를 거의 실제 크기가 아닐까 싶을 만큼 크게 담았기 때문이다.
큼직한 크기와 선명한 사진 덕분에 자세히 볼 수 있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새긴 문자를 나름대로 해석해보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두 번째 특징은 ‘손바닥 미술관 시리즈’라는 이름을 탄생하게 한 요소인데, 유물을 사람 손바닥이나 전신과 비교해서 크기를 가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각 유물의 한쪽에 (위 ‘역사 달력’은 왼쪽 상단에 위치) 유물의 실루엣과 손바닥(유물 크기가 큰 경우에는 사람 전신) 실루엣이 그려져 있어서, 유물이 책 속에만 존재하도록 두지 않고 내 곁에 있는 모습을 상상하게 해서 재미를 더해준다.
물론 이뿐만 아니라 유물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와 출처, 소장 장소, 그리고 유물의 소재와 함께 크기가 우리에게 익숙한 단위로 표기되어 있지만, 손바닥이나 전신 모양 아이콘을 활용하는 것이 더 직관적이다.
유물과 손바닥(또는 전신) 모양 아이콘은 수치만 적혀 있었다면 대충 넘어갔을 것도 다시 한번 그려보게 하는 효과가 있었는데, 그래서 ‘세넨무트와 네페루레 공주의 조상’처럼 예상보다 작은 유물도 발견할 수 있었고 ‘마법 홀’은 처음에 봤을 때 한 손에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사람 크기보다 커서 놀랐다.

세 번째 특징은 글이 간결하다는 것이다.
유물 위주의 책이기 때문에 본문에 앞서 나오는 해당 시대 이집트 역사를 알려주는 글도 3페이지로 길지 않고, 유물에 대한 설명도 간략하다.
그래서 방대한 역사를 가진 고대 이집트의 유물을 부담없이 접할 수 있으면서도, 유물의 특징과 쓰임새 그리고 유물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점 등 중요한 부분은 다 알려주기 때문에 내용 면에서 아쉬운 점이 없었다.

책을 통해 만난 고대 이집트 유물을 통해 고대 이집트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고 고대 이집트인들의 사고방식을 짐작해보는 것은 재미있는 과정이다.
유물로 남겨진, 화장할 때 쓰는 다양한 팔레트와 도구를 보며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미를 중요하게 여겼다는 걸 알 수 있었고, 그 미의식이 담긴 장신구들은 수천 년이 지난 지금 봐도 아름다웠다.
금과 터키석, 석류석, 홍옥수, 청금석, 장석으로 만들어진 ‘시라토리우네트 공주의 가슴장식과 목걸이’는 어찌나 알록달록 영롱한지!

또 고대 이집트하면 사후 세계와 미라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죽은 공주에게 물을 영원히 공급하려는 목적의 상형 문자 명문이 새겨진 ‘물병’에 대한 설명을 보고는 이집트인들은 내세에서 굶주림과 갈증을 가장 두려워했다는 걸 알 수 있었고, 사후에 망자가 자양물을 요구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드물지만 음식을 미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미라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악어 미라’와 ‘고양이 미라’였다.
‘악어 미라’는 등에 새끼 악어들이 붙어 있었다는 설명이, ‘고양이 미라’는 리넨 안쪽에 어린 고양이들이 다수 들어있었다는 게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고대 이집트에서는 고양이를 숭배했는데 그 성향을 적군이 전투에서 잔인하게 이용했다는 일화가 내 기억에 남아 있었고,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고양이 미라도 고양이에 대한 사랑에서 만든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신을 숭배할 때 쓸 봉헌물 공급을 위해 고양이를 도축했음을 ‘고양이 미라’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고 하니 새롭고도 슬픈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고양이 미라는 수천 점씩 발견되고, 베니 하산의 지하묘지에서는 18만 마리가 발견되었다고 하니 그 숫자가 어마어마하다.

고대 이집트 유물로는 널리 알려진 ‘네페르티티의 흉상’이나 ‘투탕카멘의 미라 가면’도 수록되었지만 다른 유물들이 더 흥미로웠다.
기록이 적힌 유물 중에는 람세스 3세를 암살 계획을 했다는 남녀 용의자에 대한 기록인 ‘음모이론 파피루스’가 가장 흥미로웠다.
용의자들이 진짜 람세스 3세를 암살하려고 한 것인지, 아니면 억울하게 모함을 받을 것인지, 그들이 람세스 3세를 암살하려고 한 게 진실이라면 어떤 이야기가 있었을지를 상상해보는 건 왠지 슬퍼지기도 했지만 말이다.

이번에도 전체적으로 만족하며 책을 읽었지만 세세한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조금 있었는데, 설명에 쓰인 자료 세 장의 화질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 유물 사진은 아니며 그 수도 적기 때문에 크게 거슬린다기 보다는 이 세 장 때문에 완벽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게 아쉽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유물 사진은 크고 선명해서 질이 좋았으며 설명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고, (코로나19가 이렇게 오래갈 줄은 몰랐는데) 여전히 외출을 자제해야 하는 이번에도 ‘손바닥 박물관 시리즈’ 세 번째 책으로 흥미로운 유물들을 만나며 방구석에서도 박물관을 다녀온 듯한 기분을 낼 수 있었다.

손바닥 박물관 시리즈는 이 책과 동시에 출간된 네 번째 책 <대담하고 역동적인 바이킹>을 포함해서 총 네 권으로 마무리가 된 듯하다.
(이 시리즈의 원서인 Pocket Museum 시리즈도 이렇게 네 권만 출간되어있으니 말이다)
다른 문명의 유물도 이 시리즈로 만나고 싶었는데 아직 읽지 않은 <인류 문명의 보물 고대 그리스>와 <대담하고 역동적인 바이킹>으로 마음을 달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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뮬란 새로운 여정 디즈니 오리지널 노블
엘리자베스 림 지음, 성세희 옮김 / 라곰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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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년 겨울 <겨울왕국2> 개봉에 맞춰 디즈니 오리지널 노블 <What if> 시리즈인 <겨울왕국, 또 하나의 이야기>가 출간 되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개봉이 연기 되긴 했지만 <뮬란> 실사 영화 개봉에 맞췄는지 이번에는 <뮬란 새로운 여정>이 출간되었다.

뮬란은 동아시아계 여성인데다, ‘디즈니 프린세스 시리즈’ 라고 불리는 <뮬란> 이전의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등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떠올려보면 한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는 여자 주인공 뮬란이 등장하는 이 영화를 나만이 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게 이해될 것이다.
이 소설은 그런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뮬란> 이야기가 다르게 전개되었으면 어땠을까 가정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같은 시리즈로 먼저 출간된 <겨울왕국, 또 다른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어서 <뮬란 새로운 여정>도 읽기 전부터 기대가 됐다.
또 작가 엘리자베스 림이 하버드에서 동아시아학을 부전공했다는데 <뮬란>은 동아시아의 중국을 배경으로 했기에 작가의 경력은 그녀가 쓴 <뮬란>의 다른 이야기를 궁금하게 했다.



소설의 등장인물과 그들의 관계, 그리고 설정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뮬란 새로운 여정>을 읽기 전에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뮬란>을 봐야 한다.
작가가 독자들이 <뮬란>의 내용을 알 것이라 생각하고 소설을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설의 시작은 중국을 침략하는 샨유가 이끄는 훈족과 (아버지 대신 남장을 하고 ‘핑’이라는 이름으로 군대에 들어간 파 뮬란이 속한) 리 샹 대장의 부대가 전투를 벌이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훈족에게 둘러싸인 리 샹 대장의 군대는 위기를 맞았고 뮬란이 기지를 발휘해 대포로 눈사태를 일으켜서 위기를 피한다는 것은 애니메이션 영화와 같지만, 대포를 발사한 직후 뮬란이 방심한 사이에 적에게 공격 당했을 때 뮬란 대신 샹이 깊은 부상을 입게 되었다는 것부터는 영화와 달라진다.
뮬란은 군대를 지키고 샹은 뮬란(핑)을 지킨 것이다.
이후 뮬란은 죄책감을 느끼고 샹을 살뜰히 보살피지만 리 샹의 아버지인 리 장군의 유령을 만나서 그날 밤이 지난 아침이면 샹이 죽게 될 것임을 알게 된다.
뮬란은 샹의 죽음을 막기 위해 리 가문의 수호신인 사자 쉬쉬와 함께 염라대왕을 만나러 저승으로 떠났고, 그 여정을 소설을 읽으며 따라갔다.


이렇게 이야기의 무대가 달라진 만큼 이야기 자체도 영화와 많이 다르고, 중간중간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있기는 해도 비중이 많지 않았는데, 그래서 <뮬란>의 등장인물과 설정을 신선한 느낌으로 즐길 수 있었다.
제목 그대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여정’을 담은 것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와 이 소설의 차이가 벌어진 만큼 책에 수록할 영화 장면을 선택하기가 어려웠을 텐데 최대한 소설의 흐름에 어울리는 영화 장면을 선택해서 넣으려고 했기 때문에 소설 상황과 영화 스틸 사진에 약간 차이가 보여도 (예를 들면 뮬란은 남장을 해서 ‘핑’인 상황인데 그때 옆 페이지영화 장면에는 본래 여자인 ‘뮬란’이 있다든가) 소설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고,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영화 장면을 곳곳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여자?”
“나는 뮬란이다.”
그녀가 검을 높이 들었다. 자신의 본모습으로, 그러니까 남장한 여자가 아닌 진짜 여자의 모습으로 싸운 적은 없었다. 이제 뮬란은 더는 감추지도, 흉내내지도 않았다. 자신과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까 겁내지도 않았다. 이것이 그녀가 늘 원했던 자신의 모습이었다. (...) 그 가면을 벗은 것은 아주 신나는 일이었다. 그것만으로 용기가 생겼으니까.

p.302



디즈니에서 <뮬란> 실사 영화를 제작할 거라는 소식을 봤을 때부터 기대했지만 주연 배우가 홍콩 경찰의 폭력을 옹호하는 의견을 밝힌 것을 보고 실사 영화 <뮬란>을 보지 않기로 해서 아쉬웠는데, 그런 나의 마음을 이 소설 <뮬란 새로운 여정>이 달래주었다.

코로나19로 <뮬란> 실사 영화 개봉이 미뤄져서 기다리는 사람이나 나처럼 실사 영화를 보지 않기로 한 사람에게 이 소설은 <뮬란>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찾아보니 <겨울왕국>과 <뮬란>외에도 다양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가 <What if> 시리즈로 만들어졌는데, <겨울왕국, 또 하나의 이야기>와 <뮬란 새로운 여정>이 사랑 받는다면 국내에 다른 소설도 소개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나는 파 뮬란이다. 가족과 중국을 위해 목숨을 거는 소녀. 죽어가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 저승으로 내려온 소녀. 마침내 거울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기 위해 전투에 전투를 거듭한 소녀. 이제 난 알았어.”

p.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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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고양이
다케시타 후미코 지음, 마치다 나오코 그림, 고향옥 옮김 / 살림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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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길고양이와 연이 닿은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이렇게 오래도록 길고양이와의 연이 지속될 줄은 몰랐는데, 그동안 여러 길냥이들이 스쳐가기도 했지만 꽤 오래 얼굴을 보며 지낸 고야이들도 있다.

날이 풀리고 길고양이 TNR을 진행한 후, 살림 출판사에서 출간된 <이름 없는 고양이>를 읽으면서 내 기억 속 길고양이들을 떠올려보았다.

사실 나는 좋은 일이든 뭐든 오래 하면 지치는데 이 그림책을 읽고 나니 계속해서 길고양이와의 연을 이어갈 힘을 얻었다.

그러고 보면 이 그림책과의 만남은 지나칠 수 없는 그 눈빛 때문에 손을 내밀게 되었다는 점에서 길고양이와의 만남과 비슷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어도 표지 속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저 눈망울을 보면 눈길을 거두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얀 표지 속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저 고양이는 다른 많은 길고양이들과 마찬가지로 이름이 없는데, 마을 곳곳에서 사랑을 받고 그 애정의 증거로 주어진 이름으로 불리는 다른 고양이들을 부러워한다.

멀리서 이름을 가진 고양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이름 없는 고양이의 모습을 발견할 때면 가슴이 아렸다.

그중 꼬맹이라는 이름의 채소 가게 고양이는 지금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 쪼그마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는데, 나도 큰 고양이들 사이에서 혼자 작은 몸으로 밥을 먹던 새끼 고양이에게 꼬맹이라고 이름 붙여줬다.

우리 동네 꼬맹이는 아직은 다른 고양이들보다 작지만 잘 자라는 중이니까 몇 달 뒤면 그림책 속 채소 가게 꼬맹이처럼 이름을 조금 부끄러워할 덩치가 되겠지.



또 내가 사는 곳에는 나 말고도 길고양이를 챙겨주는 분들이 있기에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고양이들이 몇 마리 있는데, 미미와 동그리라는 서로 다른 느낌의 두 이름으로 불리는 카페 고양이를 보고는 그 고양이들이 떠올랐다.

한 고양이에게 여러 이름이 붙는 이런 경우는 길고양이에 대한 따뜻한 마음 때문에 생기는 흐뭇한 일이 된다.

하지만 하나의 이름도 없어서 슬퍼하는 이름 없는 고양이는 이름을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절에 사는 고양이 보살이가 직접 이름을 지어보는 게 어떠냐며 마을에서 고양이 이름 하나쯤은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제안에 이름 없는 고양이는 자신의 이름을 찾아 나섰지만 마음에 와닿는 이름을 찾을 수가 없었고, 비를 피하는 고양이의 마음에도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이름 없는 고양이는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까?



이름을 찾는 고양이의 주눅이 든 표정과 몸짓은 그동안의 길 생활이 어땠을지를 짐작하게 하고, 고양이가 이름을 찾는 과정에서 구박받는 길고양이의 삶을 보여준다.

길고양이.

더러운 고양이.

이상한 고양이.

그런 건 이름이 아니야.


이게! 

저리 가!

훠이 훠이!

이런 것도 이름이 아니야.

작가 둘 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이고, 특히 그림 작가 마치다 나오코가 그린 고양이의 모습은 집사로서의 경험과 관찰을 바탕으로 해서인지 사실적이어서 길에서 만난 길고양이들을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했고, 종이의 질감, 그리고 물감과 붓의 흔적이 드러나는, 내가 선호하는 매력적인 방식으로 그려지고 칠해졌기 때문에 더 마음에 들었다.

또 이 그림책은 고양이와 함께 해온 글 작가 다케시타 후미코와 그림 작가 마치다 나오코에게 소중한 작품일 테지만, 그림책을 우리말로 옮긴 고향옥 번역가에게도 세상을 떠난 반려견의 이름을 담은 특별한 작품이 되었다는 게 인상적이다.


내 경험을 돌이켜봐도 이름을 붙여준 고양이는 다른 고양이들과는 다른 고양이가 된다.

더 친밀하게 느껴지고, 마음을 쓰게 되고, 더 사랑스러워지고, 그 고양이에 대한 슬픔과 기쁨 모두 배가 된다.

그래서 길고양이의 끼니를 챙겨주지만 정이 들까봐 무서워서 이름은 차마 지어주지 못했다는 분을 본 적도 있다.

그 마음을 이해하지만, 그래도 나는 여러분이 길고양이에게 이름을 붙여주었으면 좋겠다.

김춘수 시인의 유명한 시 <꽃>의 구절처럼,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다가와 또는 다가가 꽃이 되는 일을 많은 이들이 경험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길고양이와 연이 없다 해도 우리는 애착을 가졌다는 의미로 살아있는 생명체뿐만 아니라 사물에도 이름을 붙여주기 때문에 이름을 지어준다는 의미를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앞서 말했듯 <이름 없는 고양이>를 보고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가 떠올랐는데, 이름이 주는 의미와 두 작품에 담긴 감성이 보편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이 그림책에 담긴 이야기는 길고양이에게 한정되지 않고 많은 이들의 가슴에 가닿을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이 그림책을 볼 때는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면지에 그려진 고양이와 강아지를 하나하나 보고, 본문을 읽고, 책의 가장 마지막에 위치한 면지를 본다면 마음 한켠이 따스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으니 면지도 꼭 챙겨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절에 사는 고양이 보살이의 말처럼 고양이 이름 하나쯤은 쉽게 찾을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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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가문 메디치 3 - 프랑스를 지배한 여인
마테오 스트루쿨 지음, 이현경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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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피렌체의 명문가인 메디치 가문(Medici Family)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 산드로 보티첼리,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필리포 브루넬레스키 등 수많은 예술가를 후원하고 지지함으로써 르네상스 시대를 꽃피우게 한 대지와 자양분 같은 역할을 한 가문으로 알려졌는데, 이 사실은 메디치 가문을 한 나라만큼이나 유명하게 만들었고 나도 전부터 관심이 있었다.

<권력의 가문 메디치>는 세 권이 출간되었고 코시모 데 메디치를 중심으로 한 1권, 로렌초 데 메디치를 중심으로 한 2권, 그리고 카테리나 데 메디치를 중심으로 한 3권이 있다.
세 권 중 내가 이 세 번째 책을 가장 읽어보고 싶었던 이유는 메디치 가문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맛보기로 읽어보았던 프롤로그에서 고모 클라리체와 함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을 보며 눈빛을 반짝이고 재잘거리던 영리한 여자아이가 어떻게 자랐는지도 궁금했고 말이다.

같은 시리즈의 1권과 2권을 제쳐두고 3권부터 읽어도 괜찮을까 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각자 다른 인물을 다룬 개별적인 이야기여서 3권을 먼저 읽어도 문제 없었다.

<권력의 가문 메디치> 세 번째 책의 주인공인 카테리나 데 메디치는 정략결혼으로 프랑스 왕의 아들과 결혼했지만, 이탈리아 사람이나 장사꾼 딸로 불리는 등 프랑스 궁전에서 환영받지는 못하는 이방인이었다.
게다가 남편 앙리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디안 드 푸아티에라는 애인이 있었기 때문에, 앙리는 카테리나를 싫어하지는 않더라도 소홀히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앙리의 형이자 프랑스의 왕세자였던 프랑수아 왕자가 죽임을 당하자 앙리가 왕세자가 되고 카테리나는 왕세자비가 되면서 둘 사이의 후손 문제가 중요해졌다.
하지만 앙리는 애인 디안 드 푸아티에에게 빠져서 카테리나는 남편과 잠자리를 가지는 것조차 힘들었기 때문에 후손을 가지는 일은 멀게만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카테리나의 시아버지인 프랑스의 왕 프랑수아 1세가 카테리나를 좋게 보고 보호해준다는 것은 다행이지만, 이대로라면 시간이 흘러 프랑수아 1세가 세상을 떠나면 카테리나가 난처해질 것은 불보듯 뻔했기에 프랑스에서 안전하게 위치를 확고히 하려면 후손을 빨리 가져야 한다는 왕의 충고는 카테리나에게 더 와닿았다.

당시 프랑스 왕세자와 결혼한 이탈리아 출신 카테리나가 프랑스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고하게 하는 방법으로 후손을 가지는 것이 최우선이었다는 것은 씁쓸하지만 현실이었다.
카테리나는 자신의 장래에 유용할 것이라 생각한,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저서 <군주론>을 몇 번이고 읽으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기다렸지만 시간만 흘렀다.

사실 지적이고 교양있고 영리하다는 카테리나가 이 상황을 개선시킬 방법으로 점성술사 노스트라다무스을 찾기 시작한 것은 의외였는데, 나에게 그 남자는 이상한 사이비로만 보였지만 카테리나는 절박한 상황이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프란체스카 안티노리 부인과, 프랑수아 1세 덕분에 곁에 두게 된 유능하고 충직한 군인 레이몽 드 폴리냐크 사령관 덕분에 오랜 시간이 걸린 끝에 노스트라다무스(미셸 드 노스트라담)을 찾았고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듯 아들을 낳았지만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 불필요하고 속임수가 담겨있고 어리석거나 잔인한 말들은 그 말을 듣는 사람에게 던져주는 동전이지요. 보잘것없는 동전 몇 개의 가치밖에 없습니다. 말은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몇 푼 되지 않는 사기를 치려고 하는 사기꾼의 말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그 사기꾼은 그리 뛰어나지도 않습니다. 그 사기꾼은 운명입니다. (...) 그러니 당신은 오감을 신뢰하는 데 그치면 안 됩니다. 당신은 그 너머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그래야만 합니다.”

p.160-161


이 소설은 실존 인물과 역사를 바탕으로 쓰였기 때문에 소설의 배경인 1500년대(16세기)의 역사, 예를 들면 합스부르크의 카를 5세 황제군과 프랑스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이나 가톨릭과 신교도 사이의 종교 갈등 등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데, 이런 요소가 사실적인 느낌을 줘서 소설에 더 몰입할 수 있었고, 여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서 지루함 없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또 본문 앞에 카테리나 데 메디치의 초상화와 성의 사진이 수록되었는데, 앞서 말한 프롤로그에서 어린 카테리나 데 메디치가 보고 감탄했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이나 소설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퐁텐블로 성 등이 있고, 사진을 간단히 소개할 때 소설과 연관해서 설명한 것도 좋았다.

<권력의 가문 메디치> 3권을 읽으니 메디치 가문의 다른 인물과 메디치 가문 자체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역사 속 여성의 다른 이야기를 많이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 다시 한번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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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끝내는 펫시터 & 도그워커 매뉴얼 - 일상케어와 응급처치부터 노즈워킹, 카밍시그널, 클리커 트레이닝까지
박효진 지음 / 예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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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를 좋아하는 내가 해외 영화나 드라마에서 개나 고양이를 돌보는 펫시터나 강아지를 대신 산책시켜주는 도그워커를 보고 관심을 가지지 않을 리가 없었는데, 그때 국내에서는 펫시팅이나 강아지 산책을 대신 해주는 일 같은 건 생소했다.
그렇게 예전에는 해외 아니면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 같았던 펫시터와 도그워커였지만, 요즘에는 반려동물 카페나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펫시터나 강아지를 산책 알바를 할 사람을 구한다는 글이 눈에 띄기도 하니 해외나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만 가지고 펫시터나 도그워커를 해서는 안 되며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것들이 여러 가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권으로 끝내는 펫시터&도그워커 매뉴얼>은 제목과 ‘일상케어와 응급처치부터 노즈워킹, 카밍 시그널, 클리커 트레이닝까지’ 라는 부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한 권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담으려고 했고, 독자는 이 한 권으로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는 것에서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부담을 덜 수 있다.

나는 펫시터 도그워커에도 관심이 있지만 무엇보다 지금 나와 함께하는 강아지가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며 배우고자 했다.

그리고 나는 펫시터나 도그워커가 될 생각이 없다고 하더라도 반려견과 함께 하는 반려인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아니,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반려견의 반려인은 가족인 것과 동시에 펫시터이자 도그워커여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이 둘이 알아야 하는 것은 반려인도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책은 펫시터와 펫시터가 되고 싶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에 그치지 않고 펫시터를 구하고 강아지를 맡겨야 하는 보호자 입장에서도 유용한 정보를 담았는데, 펫시터를 찾고 강아지를 맡길 때 살펴야 하는 점과 펫시팅 후 후속조치로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책에서는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정보를 단순 나열한 게 아니라 실생활 및 훈련 때 유용할 정보를 알려준다는 점이 좋았는데, 예를 들면 아파트나 빌라에 사는 인구가 많은 만큼 산책 시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 그때 주의해야 할 점과 사례를 알려주고, 리드줄을 놓치거나 교통사고가 나거나 다른 개에게 물리는 등 산책 시 마주하게 될 여러 상황에 대한 조언을 해주었다.

특히 우리 강아지는 간식을 먹다가 이물질이 걸린 적이 있었고 그래서 응급처치에 대한 부분은 필수적으로 알아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폰으로 뭐든 검색해볼 수 있는 시대이지만 응급 상황이 닥치면 당황하게 되고 1초가 중요하기 때문에 미리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 알아두는 게 필요하다.
나는 이전에 강아지 목에 무언가가 걸렸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봐두었기에 고비를 넘길 수 있었지만 아직도 그 때를 생각하면 간담이 서늘하다.

이 책에 강아지가 화상을 입었을 때, 목에 이물질이 걸렸을 때, 질식 증상을 보일 때, 발작이나 경련이 일어났을 때의 응급처치와 인공호흡법이 있으니 읽어보고, 유튜브 등에서 영상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다보면 동물이 사람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이 아니라 자주 해보지 않았을까?
하지만 현실적으로 개는 인간의 언어를 말할 수 없으니 우리가 반려견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채야 한다.

‘카밍 시그널’은 개들이 보내는 모든 신호가 아니라 다양한 감정신호 중 하나로, 개가 스트레스 받거나 불편할 때, 두려움을 느낄 때, 자신과 상대를 진정시킬 때 사용하는 진정 신호라고 한다.
동물이 보내는 몸짓 신호를 알아두면 소통의 부재로 인해 생길 사고와 문제를 미연에 막을 수 있다니 강아지와 친밀해지는 것 그 이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에소그램(ethogram)은 블랙박스처럼 동물의 행동패턴을 기록해서 내 반려동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하고 문제가 일어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판단할 때 도움을 준다고 하니 나도 내 반려견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책에서 알려준대로 기록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저자가 2019년에 미국에서 전문가 과정을 이수했다는, 동물이 바람직한 행동을 했을 때 짧고 뚜렷하게 ‘딸깍’ 소리를 내는 클리커라는 장치를 사용해서 알려주는 훈련법인 클리커 트레이닝도 마음에 들었다.
클리커 트레이닝은 바람직한 행동에 보상의 주는 인도적인 긍정 교육법이고, 나 또한 칭찬과 보상을 활용하는 긍정 교육법으로 우리 강아지의 배변훈련을 했고 지금까지도 성공적이라는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저자가 반려동물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저자는 글에서 애완동물이나 애완견 대신 ‘반려동물’이나 ‘반려견’을, 그리고 ‘보호자’라는 단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호칭을 동물에게 쓰는 것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고 유난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말은 사람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단어 하나도 중요하고, ‘짝이 되는 동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반려’라는 단어는 사람과 동물이 함께 하는 친구임을 인지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단어 사용부터 반려견과 반려인 사이를 동반자로 대하는 저자의 감수성을 느낄 수 있었고, 그게 내가 이 책의 신뢰하고 더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

이 책을 읽고 실천하면 펫시터와 도그워커로서는 다른 사람과 차별화될 수 있고, 반려견의 가족으로서는 내 반려견과 더 행복하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만 사는 세상이 아니라지만 동물과 사람이 함께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배려와 함께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의 노력 또한 필요한데 그게 바로 펫티켓이고, 이 책의 내용을 실천한다면 반려견과 그 가족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도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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