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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고 매혹적인 고대 이집트 - 전 세계의 박물관 소장품에서 선정한 유물로 읽는 문명 이야기 ㅣ 손바닥 박물관 3
캠벨 프라이스 지음, 김지선 옮김 / 성안북스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한 달쯤 전에 성안북스 출판사에서 출판한 손바닥 박물관 시리즈 첫 번째 책 <위대하고 찬란한 고대 로마>를 만족스럽게 읽었기 때문에 예정되어 있던 <품위 있고 매혹적인 고대 이집트>의 출간을 기다렸는데, 같은 시리즈인 <위대하고 찬란한 고대 로마>를 먼저 읽어서 책의 퀄리티가 짐작이 되었던 데다가, 고대 이집트는 신비로운 이미지가 있어서 어떤 흥미로운 유물을 만나게 될지도 기대가 되었다.
책은 먼저 전체적인 이집트 유물에 대한 소개와 고대 이집트 지도가 있고, 본문은 기원전 약 5300년경부터 서기 395년경까지의 긴 시간을 시대별로 7개의 장으로 나누었다.
각 장은 그 시대 이집트 역사를 간략하게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되며, 그 다음에 본격적으로 이집트 유물의 사진과 설명이 이어진다.
이 책의 특징을 세 가지로 말하자면, 첫 번째는 역시 큼직하고 선명한 유물 사진이다.
앞서 <위대하고 찬란한 고대 로마>를 읽으며 만족했듯 <품위 있고 매혹적인 고대 이집트>의 유물 사진 퀄리티도 만족스러웠는데, 박물관에 가서 유물을 직접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지만 시력이 좋지 않은 나에게는 이렇게 책에 수록된 크고 선명한 사진을 가까이에서 보는 것이 박물관 유리창 너머의 유물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되었다.
<품위 있고 매혹적인 고대 이집트> 속 유물들 중에 ‘역사 달력’이 시각적으로 인상적이었는데, 유물을 전체를 담지는 못했지만 그 일부를 거의 실제 크기가 아닐까 싶을 만큼 크게 담았기 때문이다.
큼직한 크기와 선명한 사진 덕분에 자세히 볼 수 있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새긴 문자를 나름대로 해석해보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두 번째 특징은 ‘손바닥 미술관 시리즈’라는 이름을 탄생하게 한 요소인데, 유물을 사람 손바닥이나 전신과 비교해서 크기를 가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각 유물의 한쪽에 (위 ‘역사 달력’은 왼쪽 상단에 위치) 유물의 실루엣과 손바닥(유물 크기가 큰 경우에는 사람 전신) 실루엣이 그려져 있어서, 유물이 책 속에만 존재하도록 두지 않고 내 곁에 있는 모습을 상상하게 해서 재미를 더해준다.
물론 이뿐만 아니라 유물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와 출처, 소장 장소, 그리고 유물의 소재와 함께 크기가 우리에게 익숙한 단위로 표기되어 있지만, 손바닥이나 전신 모양 아이콘을 활용하는 것이 더 직관적이다.
유물과 손바닥(또는 전신) 모양 아이콘은 수치만 적혀 있었다면 대충 넘어갔을 것도 다시 한번 그려보게 하는 효과가 있었는데, 그래서 ‘세넨무트와 네페루레 공주의 조상’처럼 예상보다 작은 유물도 발견할 수 있었고 ‘마법 홀’은 처음에 봤을 때 한 손에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사람 크기보다 커서 놀랐다.
세 번째 특징은 글이 간결하다는 것이다.
유물 위주의 책이기 때문에 본문에 앞서 나오는 해당 시대 이집트 역사를 알려주는 글도 3페이지로 길지 않고, 유물에 대한 설명도 간략하다.
그래서 방대한 역사를 가진 고대 이집트의 유물을 부담없이 접할 수 있으면서도, 유물의 특징과 쓰임새 그리고 유물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점 등 중요한 부분은 다 알려주기 때문에 내용 면에서 아쉬운 점이 없었다.
책을 통해 만난 고대 이집트 유물을 통해 고대 이집트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고 고대 이집트인들의 사고방식을 짐작해보는 것은 재미있는 과정이다.
유물로 남겨진, 화장할 때 쓰는 다양한 팔레트와 도구를 보며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미를 중요하게 여겼다는 걸 알 수 있었고, 그 미의식이 담긴 장신구들은 수천 년이 지난 지금 봐도 아름다웠다.
금과 터키석, 석류석, 홍옥수, 청금석, 장석으로 만들어진 ‘시라토리우네트 공주의 가슴장식과 목걸이’는 어찌나 알록달록 영롱한지!
또 고대 이집트하면 사후 세계와 미라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죽은 공주에게 물을 영원히 공급하려는 목적의 상형 문자 명문이 새겨진 ‘물병’에 대한 설명을 보고는 이집트인들은 내세에서 굶주림과 갈증을 가장 두려워했다는 걸 알 수 있었고, 사후에 망자가 자양물을 요구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드물지만 음식을 미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미라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악어 미라’와 ‘고양이 미라’였다.
‘악어 미라’는 등에 새끼 악어들이 붙어 있었다는 설명이, ‘고양이 미라’는 리넨 안쪽에 어린 고양이들이 다수 들어있었다는 게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고대 이집트에서는 고양이를 숭배했는데 그 성향을 적군이 전투에서 잔인하게 이용했다는 일화가 내 기억에 남아 있었고,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고양이 미라도 고양이에 대한 사랑에서 만든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신을 숭배할 때 쓸 봉헌물 공급을 위해 고양이를 도축했음을 ‘고양이 미라’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고 하니 새롭고도 슬픈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고양이 미라는 수천 점씩 발견되고, 베니 하산의 지하묘지에서는 18만 마리가 발견되었다고 하니 그 숫자가 어마어마하다.
고대 이집트 유물로는 널리 알려진 ‘네페르티티의 흉상’이나 ‘투탕카멘의 미라 가면’도 수록되었지만 다른 유물들이 더 흥미로웠다.
기록이 적힌 유물 중에는 람세스 3세를 암살 계획을 했다는 남녀 용의자에 대한 기록인 ‘음모이론 파피루스’가 가장 흥미로웠다.
용의자들이 진짜 람세스 3세를 암살하려고 한 것인지, 아니면 억울하게 모함을 받을 것인지, 그들이 람세스 3세를 암살하려고 한 게 진실이라면 어떤 이야기가 있었을지를 상상해보는 건 왠지 슬퍼지기도 했지만 말이다.
이번에도 전체적으로 만족하며 책을 읽었지만 세세한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조금 있었는데, 설명에 쓰인 자료 세 장의 화질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 유물 사진은 아니며 그 수도 적기 때문에 크게 거슬린다기 보다는 이 세 장 때문에 완벽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게 아쉽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유물 사진은 크고 선명해서 질이 좋았으며 설명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고, (코로나19가 이렇게 오래갈 줄은 몰랐는데) 여전히 외출을 자제해야 하는 이번에도 ‘손바닥 박물관 시리즈’ 세 번째 책으로 흥미로운 유물들을 만나며 방구석에서도 박물관을 다녀온 듯한 기분을 낼 수 있었다.
손바닥 박물관 시리즈는 이 책과 동시에 출간된 네 번째 책 <대담하고 역동적인 바이킹>을 포함해서 총 네 권으로 마무리가 된 듯하다.
(이 시리즈의 원서인 Pocket Museum 시리즈도 이렇게 네 권만 출간되어있으니 말이다)
다른 문명의 유물도 이 시리즈로 만나고 싶었는데 아직 읽지 않은 <인류 문명의 보물 고대 그리스>와 <대담하고 역동적인 바이킹>으로 마음을 달래야겠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