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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의 땅 1부 4 : 어둠의 그림자 ㅣ 용기의 땅 1부 4
에린 헌터 지음, 윤영 옮김 / 가람어린이 / 2021년 5월
평점 :
악한 개코원숭이 스팅어를 해치우고 위대한 전투가 끝났지만 위대한 부모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생존을 위해서만 다른 동물을 죽일 수 있다는 자연의 법칙을 어겨 동물을 살해한 뒤 가슴을 갈라 심장만을 가져간 흔적이 남은 사체가 용기의 땅 곳곳에서 발견되는 의문스러운 일이 일어난다.
<용기의 땅 4 어둠의 그림자>는 위대한 전투 이후 시간이 흐르고 새로운 위기를 맞은 용기의 땅과 또다시 각자 갈등을 마주한 주인공 삼총사 이야기의 서막을 열었다.
<용기의 땅> 시리즈는 사자 피어리스, 코끼리 스카이, 개코원숭이 쏜, 이렇게 삼총사가 주인공이지만, 또다른 국면을 맞이하는 4권에서는 책표지를 장식한 개코원숭이 쏜의 이야기가 돋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용기의 땅의 정신적 지주인 위대한 영혼이 개코원숭이 쏜에게 깃들게 되면서 쏜이 위대한 아버지가 되었으니 말이다.
쏜이 위대한 아버지가 된 일은 쏜 자신에게 가장 놀라웠겠지만, 전 위대한 어머니의 손녀인데다 위대한 영혼이 잠시 머물기도 했으며 선한 마음과 지혜로운 코끼리가 될 싹이 보였던 스카이가 위대한 어머니가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도 놀랐다.
하지만 이전에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위대한 부모를 사칭한 동물들과는 달리, 위대한 부모는 용기의 땅 동물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는 만큼 그 어깨에 짊어지게 되는 책임감의 무게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아는 쏜은 자신이 위대한 아버지가 될 만한 재목이 아니라며 위대한 아버지가 되기를 거부한다.
거기에다 쏜이 속해있는 개코원숭이 빛나는 숲 무리의 우두머리 자리도 비어 있는데 그 자리에 앉을 개코원숭이로도 쏜이 유력하니, 이쪽이든 저쪽이든 쏜에게는 부담되는 일뿐이었다.
백 번 양보해서 개코원숭이 무리의 우두머리까지는 할 수 있어도 용기의 땅의 위대한 아버지 역할은 할 수 없다는 것이 쏜의 입장이다.
한편 사자 피어리스는 아직 풍성한 갈기를 갖지는 못했지만 잘 성장하고 있는 중이며, 누나 베일러를 포함한 사자 몇 마리로 이루어진 사자 피어리스 무리의 우두머리로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뛰어난 사냥꾼인 베일러에게 존중 받지 못하는 것 같고 무리의 다른 사자들도 자신을 우두머리로 존경하지 않는 것 같아 자신의 역량에 아쉬움을 느끼던 중에 베일러의 짝 마이티가 무리에 들어오게 되면서 갈등이 깊어진다.
마이티는 갈기가 풍성한 수컷 사자로 사냥 능력이 뛰어나면서도 겸손해서 무리의 다른 사자들은 현재우두머리인 피어리스보다 마이티에게 더 의지하는 듯한 데다, 피어리스는 신체적으로 아직 성숙하지 않아 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위험에 빠진 친구를 바로 구하지도 못했다는 죄책감에 빠지기도 한다.
코끼리 스카이가 속한 코끼리 스트라이더 가족은 위대한 어머니와 레인이 죽은 뒤 코멧이 우두머리가 되었지만, 코멧은 아직 코끼리 가족을 이끌기에는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스카이와 스트라이더 무리는 위대한 영혼의 부재에 슬퍼했다.
그리고 자신이 스팅어를 죽이며 자연의 법칙을 어겼다는 생각이 스카이를 괴롭혔고, 수컷은 스트라이더 가족 무리에 속할 수 없었기 때문에 위기를 함께 헤쳤왔던 친구 록과 만나지 못한다는 것도 가슴 아픈 일이었다.
결국 스카이는 스트라이더 무리가 떠날 때 함께 가지 않고 남기를 선택했고, 무리와 떨어진 이후 친구 치타 러쉬가 의문을 죽음을 당하면서 남긴 새끼 치타도 두 마리도 챙기게 되었다.
다행인 것은 그토록 찾아다녔던 친구 록을 다시 만났고, 이들이 스카이의 새로운 여행 동료가 되어 여행길이 외롭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전에 위대한 전투가 끝나면 용기의 땅 삼총사는 어떻게 지낼지 궁금했기 때문에 이번에 위대한 전투 이후로 시간이 흐른 뒤의 용기의 땅 삼총사를 만나게 되어 더욱 반가웠다.
그리고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개코원숭이 쏜이 위대한 아버지가 된 것, 그리고 쏜이 위대한 아버지가 되기를 거부하며 필사적으로 친구들에게 자신에게 위대한 영혼이 깃들었다는 사실을 숨기는 것, 위대한 아버지의 능력으로써 쏜에게 발현되어 마치 빙의가 된 것처럼 다른 동물이 처한 상황뿐만 아니라 감각과 감정까지 느끼게 되는 환영, 그 능력으로 인해 오히려 위기에 처하는 쏜, 그리고 생존을 위해서만 다른 동물을 죽일 수 있다는 자연의 법칙을 어기고 동물을 사냥하는 자는 과연 누구인가... 이렇게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가 가득하니 책장이 휘리릭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개코원숭이 무리 빛나는 숲의 우두머리가 되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용기의 땅의 정신적 지주인 위대한 아버지가 되어야 하는 운명에 처한 쏜의 심정도 이해가 가고, 안 그래도 무리의 우두머리로서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하는 것 같아 불안하던 차에 사자 무리의 우두머리로 제격인 마이티가 등장하여 심경이 복잡해진 피어리스의 입장에도 이입이 되어서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또 스카이와 귀여운 새끼 치타 두 마리의 관계성도 좋았고, 삼총사가 이전보다 성장한 만큼 4권에서는 로맨스적인 요소도 돋보였는데, 아니, 코끼리의 로맨스가 이렇게 간질거릴 일이냐고요.
“스카이, 난 네가 해야 할 일을 모두 잘 해냈어. 용감하게 해내면서도 따뜻한 친절을 잃지 않았어. 항상 정의로웠지. 그래서 내가......, 너에게......, 마음이 끌린 거야. 그래서 이 감정을......, 꼭 표현하고 싶었어. 아, 미안해.”
p.196
“그런데 왜? 왜 나와 함께하고 싶은 거야? 너도 알겠지만, 나의 짝이 되면 힘들 거야. 난 다른 코끼리들과는 달라. 난 무리와 함께 지내지 않아. 다 같이 떠나야 하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난 우두머리의 말을 어겼어. 그리고 위대한 영혼이 내 안에 깃들어 있었잖아? 언젠가 또 내가 필요한 순간이 올 테고, 그땐 또 그 일을 해야만 해. 거부할 수 없는 일이야.”
스카이는 눈을 내리깔고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록......, 다른 그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이 또 하나 있어. 난 자연의 법칙을 깼어. 살해를 저질렀잖아.”
영원처럼 길게만 느껴지던 그 순간, 록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떨리는 코로 스카이의 뺨을 어루만졌다.
“스카이, 내가 그걸 다 모르는 줄 알아? 너의 그런 점 때문에 네가 특별한 거야. 그리고 너를 특별하게 만드는 그 모든 것 때문에 내가 널 사랑하는 거야, 스카이 스트라이더.”
p.198
<용기의 땅 4 어둠의 그림자>는 이전의 세 권보다 더 재미있게 읽어서 5권을 더욱 기다리게 된다.
<용기의 땅(Brave Lands)> 시리즈의 작가 에린 헌터는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전사들(Warriors)>뿐만 아니라 <살아남은 자들(Survivors)>, <모험을 찾아 떠나는 자들(Seekers)> 시리즈에서 모두 동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는데, 그렇게 기나긴 집필 경험에서 나오는 바이브란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