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습니다 I LOVE 그림책
제프 뉴먼 지음, 래리 데이 그림 / 보물창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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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흰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린 듯한 이 그림책 <찾습니다>는 글자 하나 없이 그림으로만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이 그림책을 보기 전 예상했던 것보다 더 보편적이고 와닿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러니 반려동물과 함께 한 경험이 없어서 그림책에 공감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접어두어도 된다.

이 그림책은 '모든 인연'에 대한 이야기니까.


참, 보통 서평을 적을 때는 이야기의 결말을 적는 것은 피하는데 이 그림책이 가지는 의미를 가감 없이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 이 서평에서는 결말을 언급하고 싶다.

그리고 결말을 알고 그림책을 봐도 좋을 거라고, 더욱 그림책을 보고 싶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비 오는 날 창밖을 바라보는 소녀의 시선이 길을 헤매고 있는 한 강아지에게 닿는다.

소녀는 그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왔는데, 소녀의 집에는 강아지 집과 사료가 모두 준비되어 있다.

'도담이'라고 적혀 있는 강아지 밥그릇과 소녀가 강아지와 함께 찍은 사진 등의 흔적을 보며 우리는 소녀에게 도담이라는 강아지가 있었다는 걸, 방 한켠에 붙어있는 도담이를 찾는다는 전단지를 보고는 소녀가 지금은 도담이와 함께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녀가 빗속에서 다른 강아지를 만났지만 도담이를 잊지 못했기 때문에 강아지가 도담이의 물건을 발견해서 가지고 노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새로운 인연이 된 강아지에게 정을 붙이고 잘 지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는 강아지를 찾는 전단지를 보게 되는데 그 전단지에는 소녀의 품에 안겨 있는 강아지 사진이 있다.

소녀가 발견한 강아지의 이름은 초롱이로, 다행이도 애타게 찾고 있는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었다.

강아지에게 정이 든 소녀는 전단지를 본 뒤 잠에 들지 못하고 고민하지만, 도담이를 애타게 찾았던 소녀는 강아지를 찾고 있을 가족들의 심정을 잘 알기에 결국 초롱이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다.

정이 든 강아지를 떠나보낸 소녀는 터덜터덜 길을 걸어 집으로 향했는데, 이별이 있으면 또 다른 만남이 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 말처럼 소녀는 유기견 쉼터를 지나가다 자신의 또 다른 인연이 될 강아지를 보게 된다.

슬픈 소녀의 얼굴에 살짝 걸린 미소를 보면 유기견 쉼터 창문을 통해 마주한 강아지가 소녀와 함께할 것임을 직감할 수 있고, 책의 마지막에 그려진 소녀의 집 풍경에서 그 강아지를 발견하면서 미소 지으며 책을 덮을 수 있다.



글 없이 오직 그림만 그려져 있음에도 그림 속에 흔적들을 통해 이야기의 디테일을 잡아낼 수 있어 글이 필요치 않았으며 그림책을 덮고 나서는 한 편의 단편 영화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서평 앞부분에 언급한 것처럼 <찾습니다>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또는 함께 한 사람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도담이를 잃은 소녀가 빗속에서 초롱이를 만나고, 또다시 초롱이를 떠나보낸 뒤 유기견 쉼터에서 또 다른 강아지를 만나는 과정을 보며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이별 뒤에는 또 다른 만남이 있다는 우리 삶 속의 인연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그림책으로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이별 뒤에는 또 다른 만남이 기다리고 있으니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슬퍼할 필요는 없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만남과 이별을 겪으며 인연을 찾아 여행하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더욱 와닿는 이야기였고,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감상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위로받을 수 있는 그림책, 계속 펼쳐보고 싶은 그림책이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는데, 길을 잃은 동물을 발견하거든 그 동물을 간절히 찾고 있을 가족이 있는지 먼저 찾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림책 속 소녀는 도담이를 찾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초롱이의 가족을 찾아다녔고 뒤늦게 전단지를 발견하게 된 거라 생각하지만, 그 과정이 생략되어 있기 때문에 이 서평을 읽는 이들이 실수하지 않도록 글 말미에 덧붙이고 싶었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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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달처 지음, 고유경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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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쳐보니 현실과 많이 닮은 모습에 몰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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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달처 지음, 고유경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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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수많은 여성들의 고군분투가 있었기에 우리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수많은 저항과 행동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잊은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여성들이 지금처럼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힘든 과정을 거쳐 가지게 된 목소리를 잃을 수도 있음을 상기시키는 소설이 출간되었나보다.



<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는 대통령과 칼 코빈 목사의 주도하에 여성들의 사회적 활동을 막고 권리를 앗아가는 '순수 운동'이 일어난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디스토피아 소설인데, 여성들은 책을 읽을 수도 없으며 그들의 손목에는 하루 할당량인 100단어를 초과하면 충격이 가해지는 카운터가 채워져 언어 또한 통제당한다.

주인공 진 매클렐런은 뇌졸중으로 인한 언어혼란으로 잃어버린 언어를 되살려주는 연구를 하는 박사이자 인지 언어학자였지만, '순수 운동' 이후에는 언어를 통제당하는 수많은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애플워치를 찼던 그녀의 손목에는 이제 카운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의 최대 걱정거리는 그녀의 손목에 채워진 카운터가 아니었다.

진은 남편 패트릭과의 사이에 네 자녀가 있는데, 열일곱 스티븐과 열한 살 쌍둥이 샘과 레오는 남자아이였지만 막내 소니아는 여자아이였기 때문에 여섯 살의 어린 나이에도 손목에 카운터를 차고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었고, 그래서 진은 항상 소니아를 걱정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진과 소니아는 손목에 채워진 카운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된다.

대통령의 형이 스키 사고로 의식은 있지만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베르니케 실어증 환자가 되었는데, 관련 연구를 했던 진에게 연구 팀에 들어와 달라는 제안을 한 것이다.

진은 고민했지만 자신뿐만 아니라 딸 소니아의 카운터도 풀고 학교를 그만 다니게 한다는 조건으로 연구 팀에 합류하기로 했다.

그리고 옛 상사였던 린과, 진과 깊은 관계에 있었던 로렌조를 다시 만나 연구를 진행하던 중 그들의 연구 결과를 악용하려는 정부 음모를 알게 되고, 그것을 막고 목소리를 되찾기 위한 행동을 한다.


여자들에게 하루 100단어만 주어지는 세상이라고 하니 <멋진 신세계>처럼 먼 미래가 배경일 것 같지만 이 소설의 배경은 그보다 훨씬 가까운 미래다.

그래서 과연 이런 세계가 가까운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의심하면서도,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 여자를 신경질적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대사나 혼전 관계나 혼외 관계 시 여성들에게만 책임을 묻는 등, 현실과 똑 닮은 모습이 보일 때면 그런 의심은 뒤로하게 된다.

<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는 우리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목소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장이다.

 (...) 하지만 내 잘못이 맞다. 다만 내 잘못은 목요일에 모건의 계약서에 서명했을 때 시작된 게 아니다. 20년 전에 시작되었다. 내가 처음으로 투표하지 않았을 때부터.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시위에 참여하거나 포스터를 만들거나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 수 없다고 재키에게 수없이 말했었던 그때부터였다.


p.348

주인공 진 매클렐런은 과거에는 여권을 위해 분투했던 인물이 아니었고, 목소리를 잃은 후에야 행동하게 된 인물이다.

오히려 적극적인 페미니스트의 모습을 보여주는, 과거 룸메이트였던 재키 후아레즈가 목청 높여 '순수 운동'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행동으로 옮길 때 진은 재키가 필요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재키가 투표를 독려했음에도 불구하고 투표하지 않았고, 여성 의원이 있던 자리를 점점 '국가에 가장 큰 이익이 될' 남성 의원이 차지할 때도, 옛 상사 린 대신 서툰 남자 과장이 그녀를 대신했을 때도 이런 미래를 예상하지 못했다.

 재키는 내가 중고품 가게에서 산 소파에 책 한 권을 던졌고, 나는 양손을 뻗었다.

 "이거 읽어봐. 모두가 그 얘길 하고 있어. 모두."

 나는 책을 집어 들었다.

 "소설이네. 나 소설 안 읽잖아."

 그 말은 사실이었다. 일주일에 500쪽짜리 논문을 읽어야 하는 나로서는 허구의 세계에 빠질 여유가 없었다.

 "뒤표지만이라도 읽어봐."

 나는 재키 말대로 뒤표지의 문구들을 읽고 대답했다.

 "이런 일은 절대 없을 거야. 절대. 여자들이 참지 않을걸."

 "지금이야 쉽게 말하겠지."

 

p.157

 "악마는 착한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승리한다. 그들은 그렇게 말하잖아요?"


p.304

그렇다, <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속 끔찍한 미국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고 방관한 결과다.

이 페미니즘 소설은 재키 후아레즈의 목소리를 통해서, 그리고 끔찍해진 미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가 목소리를 내지 않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목소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상황이 나빠질 대로 나빠진 뒤에도 돌이킬 수 있을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한다면, 돌이키는 것은 나빠지는 것을 막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길이라는 것을 알아두기를 바란다.

 다시 내게 재키 목소리가 들렸다.

 자유로워지려면 뭘 해야 할지 생각해봐.


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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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의 땅 1부 2 : 자연의 법칙 용기의 땅 1부 2
에린 헌터 지음, 신예용 옮김 / 가람어린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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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같은 일러스트가 그려진 엽서가 부록으로 내부에 수록되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온 킹>을 실사화 한 동명의 영화가 개봉했을 때 때맞춰 출간된, 아프리카 대초원을 배경으로 한 <용기의 땅> 시리즈 첫 번째 책에 이어 이번에 읽은 두 번째 책에서는 용기의 땅에 큰 위기가 찾아왔다.

용기의 땅 동물들이 따르는 위대한 어머니가 살해 당한 뒤 큰 혼란이 찾아와 많은 동물들이 불안해하고 무리는 흩어졌으며 갈등이 일어난 것이다.

위대한 어머니는 다음 위대한 부모에게 위대한 영혼을 전할 시간도 가지지 못한 채 죽임을 당해서 그 누구도 다음 위대한 부모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게다가 위대한 어머니의 죽음에 괴로워하듯 하늘에서는 비가 계속 쏟아져 용기의 땅에 혼란을 더한다.

이런 상황에 세 주인공 개코원숭이 쏜, 코끼리 스카이, 사자 피어리스에게는 각자 맞서야 할 과제가 있다.



배신의 음모를 밝히려는 개코원숭이

개코원숭이들의 계급사회인 빛나는 숲 무리를 이끄는 스팅어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다른 개코원숭이들을 살해했다는 것은 쏜만이 알고 있는데, 쏜은 진실을 밝히고 싶지만 다른 동물들이 노련한 개코원숭이인 스팅어보다 자신의 말을 믿어줄 것 같지 않았다.

어느 날 긴꼬리원숭이들의 습격을 받아 개코원숭이들은 망가진 터전을 뒤로하고 새로운 터전을 찾아 나서게 되었고, 스팅어는 믿음직한 전사들을 모아 튼튼한 가지라는 새로운 계급을 만들었는데 쏜은 그들과 함께 다니며 진실을 밝힐 기회를 노린다.

  "네가 튼튼한 가지가 되고 싶어 하다니, 기분 좋구나. 난 너처럼 영리한 개코원숭이를 잘 키울 수 있지."

 "그거 참....... 좋네요."

 쏜이 대꾸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불안해졌다. 쏜이 스팅어를 지켜보고 싶은 만큼, 스팅어도 그를 곁에 두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적당한 시기가 되면 튼튼한 가지가 될 수 있는 시험을 치르게 해주지."

 스팅어가 돌아서서 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스팅어의 예리한 눈이 번뜩거렸다.

 "쏜, 넌 네 능력을 증명할 거야. 그건 염려 말거라."

 쏜은 걸음을 멈추고, 어둠 속에서 앞서 걸어가는 스팅어를 바라보았다. 쏜은 침을 꿀컥 삼키고 온몸에 돋은 소름을 떨쳐 내려는 듯 진저리를 쳤다.

 '왜지? 왜 저 말이 약속이 아니라 협박처럼 들리지?'

 

p.35

자신의 운명을 알지 못하는 코끼리

코끼리 스트라이더 가족 무리에 속해 있고 죽은 위대한 어머니의 손녀인 스카이는 슬픔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무거운 짐을 지게 되었다.

뼈를 읽을 수 있고 환영도 볼 수 있으며 어른들보다도 앞장서서 자연의 법칙을 따르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이유로 코끼리 무리는 스카이에게 위대한 영혼이 깃들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혹시 저를 다음 위대한 어머니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스카이는 당황에서 뒷걸음질 쳤다.

 "그럴 리 없어요. 전 아니에요!"

 "우리도 확실하지 않다는 건 알아. 그리고 넌 아직 어리지. 아주 많이 어려. 하지만 이 모든 게 우리에게 알려 주는 사실은 단 하나야. 위대한 영혼은 네 안에 자리를 잡았다는 것."

(...)

 스카이는 심장이 쿵쾅거리면서 빠르게 뛰었다. 자신의 안에서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대한 영혼이 자신에게 깃들었다면 낯선 느낌이 들어야 했다. 지금까지 스카이와는 달라야 했다.

(...)

스카이는 가족을 둘러보았다. 코끼리 모두의 얼굴은 희망으로 빛났다. 하지만 스카이는 자신이 가족의 희망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p.45-46

복수를 준비하는 사자

사자 피어리스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비겁한 방법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타이탄의 무리에 속해서 누나 베일러, 엄마 스위프트와 함께 지낸다.

스위프트는 피어리스의 아빠 갈란트 무리에 속해 있을 때는 뛰어난 후각과 빠른 속도를 가진 사냥꾼이었지만 지금은 눈도 보이지 않고 타이탄 무리에서 소외되어 제대로 먹지 못해 갈비뼈가 드러나 있다.

아직 어려서 힘이 없는 피어리스는 그것을 보고도 어찌할 수가 없는 처지이지만 타이탄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의 불꽃은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



혼란 속에서 개코원숭이 스팅어는 용기의 땅의 다른 동물 무리를 모아 위대한 회합을 개최했다.

위대한 영혼을 믿지 않는 사자 무리에서 유일하게 위대한 영혼을 믿는 피어리스와 위대한 영혼을 믿지는 않지만 함께 따라나선 누나 베일러도 몰래 위대한 회합을 지켜본다.

위대한 어머니의 죽은 몸이 있는 웅덩이에 모여 위대한 부모를 찾고자 하는 동물들 사이에서 코끼리 스트라이더 가족의 우두머리 레인이 스카이가 다음 위대한 어머니라고 얘기하지만, 코뿔소 스트롱하이드가 나서서 자신이 다음 위대한 아버지라고 선언했다.

처음에 동물들은 코뿔소 스트롱하이드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놀랍게도 어떤 신호처럼 지금까지 줄곧 내리던 비가 멈추고 강한 바람이 불었고, 개코원숭이 스팅어가 먼저 코뿔소 스트롱하이드를 따르기로 하자 다른 동물들도 이어서 따르게 된다.

 스팅어는 자세를 바로잡고 입을 열어 뭔가를 말하려 했다. 그때 낯선 침묵이 찾아왔다. 동물들은 여전히 구시렁대며 발을 굴렀다. 쏜 역시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요란한 빗소리도, 이따금 치던 천둥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쏜의 털이 더는 비에 젖지 않았다.

 비가 그쳤다. 감쪽같이 그쳐 버렸다.


p.105

이상 기후와 혼란 등 용기의 땅에 찾아온 위기는 스트롱하이드라는 새로운 위대한 부모의 등장으로 끝날 수 있을까?

그리고 세 주인공이 마주한 위기는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먼 아프리카 대초원에서 일어나는 동물 세계의 일이지만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 같지 않은 이유는, 권력에 눈이 멀어 비겁한 수를 쓰는 개코원숭이 스팅어와 사자 타이탄과 같은 인물들을 인간 사회에서도 볼 수 있고 시험을 치러 통과해야 상위 계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 개코원숭이 무리와 같은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 기후와 지도자의 부재 등으로 혼란한 용기의 땅을 보면서는 지금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위기를 맞아 혼란스러운 지구 곳곳이 떠올랐는데, 불안에 휩쓸려 갈등할 게 아니라 함께 힘을 모아 현명하게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2권은 용기의 땅에 어려운 시기가 닥친 만큼 어두운 분위기로 진행되지만 그 때문에 3권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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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
존 그린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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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폴리오 출판사에서 미국 영 어덜트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 조노 그린의 소설 한 권이 새로 출간되었다.

존 그린의 신작은 아니고 그의 두 번째 소설로, 미국에서는 대표작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보다 먼저 출간된 소설이다.

찾아보니 국내에서는 <이름을 말해줘>라는 제목으로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가 이번에 북폴리오 출판사에서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라는 제목으로 다시 출간된 것이다.

존 그린의 대표작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는 내 인생 소설이고, 그래서 읽은 그의 다른 소설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도 좋았기에 이번에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 출간 소식을 알게 되었을 때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서 읽은 두 권의 소설과는 달리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콜린 싱글턴이라는 남자아이인데, 얼마 전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제목 그대로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차여 이름처럼 싱글이 되었다.

한 명의 캐서린에게 열아홉 번 차인 게 아니라, 번호를 19까지 붙인 캐서린들에게 매번 차였다는 것이다.

캐서린이라는 이름이 드물지는 않다지만 지금껏 줄곧 콜린이 캐서린이라는 이름의 여자아이하고만 사귀어왔다는 건 역시 이상한데, 그것도 이름 철자가 C로 시작하는 캐서린이 아닌 K로 시작하는 Katherine 이어야만 했다.

콜린은 상대방의 언어적인 부분에 관심이 있다나.


실연의 아픔에 욕조 속에 잠겼던 몸뚱이처럼 슬픔에 잠겨있는 콜린을 이끌어낸 건 찰진 입담을 가진 친구 하산이었다.

콜린의 상태를 본 하산은 해결책으로 자동차 여행을 추진하고, 콜린은 책으로 가득한 배낭과 더플백을, 하산은 옷으로 가득한 더플백과 함께 자동차를 타고 길을 떠난다.

둘은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제1차 세계대전을 촉발한 계기가 된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의 무덤이 있다는 광고판을 보고 테네시 주의 벽촌 것샷에 가는데, 그곳 잡화점에서 점원이자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 무덤의 가이드이자 구조 대원이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놀랍게도 열일곱 인생 첫 번째 남자친구의 이름이 콜린인 린지 리 웰스를 만났다.

그리고 린지 리 웰스의 엄마 홀리스의 제안에 둘이 것샷에서 머물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콜린이 남들과 다른 점은 지금까지 캐서린이라는 이름의 여자아이만 사귀었다는 것 외에도 하나 더 있는데, 신동으로 불렸다는 것이다.

그는 기억력도 남달랐지만 특히 언어적 재능이 있어서 무려 열한 개 국어를 할 줄 알았고 단어의 알파벳 위치를 바꿔서 다른 단어를 만드는 애너그램이 취미이자 특기여서, 소설 곳곳에서 애너그램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콜린은 영재와 천재의 차이를 분명히 하고, 자신이 천재가 아니라 볼 장 다 본 영재쯤으로 생각하며 무가치한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워한다.

소설 속에 드러나는 의식의 흐름을 보면 알 수 있듯 콜린은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 때문에 괴짜의 면모가 돋보이는데, 끝나버린 사랑을 정리하는 방법도 수학적으로 '사랑의 정리'를 완성하려는 것이다. 

그러면 그동안의 연애를 그래프로 나타낼 수 있고 앞으로의 연애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연애의 끝을 수학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긴 사람들이 많을 것 같기도 하다.

'유레가'의 순간으르 마주하며 서서히 발전시켜나가는 콜린의 '사랑의 정리'는 어떤 모양일까?


참, 콜린의 수학적 사랑의 정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소설의 일부를 이해할 수 없다거나 읽기 어려울 거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소설은 사랑의 정리를 이해하지 못해도 소설을 즐기는 데에는 상관이 없도록 쓰여서 나 또한 콜린의 사랑의 정리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소설을 읽는 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 속 수학적 내용은 작가 존 그린의 수학자 친구 대니얼 비스에 의해 만들어져 탄탄하다고 하니 콜린의 사랑의 정리가 궁금하고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은 맨 뒤에 부록으로 수록된, 수학자 대니얼 비스가 콜린의 사랑의 정리를 설명해주는 글을 읽어보면 된다.



재미있는 소설 안에 마음에 훅 다가오는 문장이 있다는 것이 내가 지금까지 읽은 존 그린 소설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 역시 존 그린다운 소설로, 재치있는 글 속 등장인물의 말빨 하며, 그 속에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리고 이 소설은 콜린만의 성장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와 금세 친구가 되는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대학에 가거나 일을 하기는커녕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소파에 파묻혀 방송 프로그램 <주디 판사>만 보고 싶어 하는 하산, 스스로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소녀였지만 쿨하게 행동하는 것으로 학교 최고 인기남 콜린(콜린 싱글턴이 아닌 다른 콜린이다) 과 사귀는 린지도 자신의 잃어버린 조각을 찾고 있다.

 "다행으로 알아. 넌 차는 쪽이고, 난 말도 안 되게 섹시한 여자애랑 사귀잖아. 세상이 뒤집힌 거라고. 갑자기 눈보라가 보고 싶어진 신이 우리가 갇혀 있는 스노우볼을 신나게 흔들어댔나 봐."


p.232

 "잃어버린 것으로 빈 공간을 채우는 건 불가능해. TOC 를 남자친구로 만든다고 알포 사건이 묻히는 건 아니라고. 잃어버린 마음의 조각들을 되찾는다고 해서 그것들이 예전처럼 딱딱 들어맞는다는 보장은 없어. 캐서린처럼. 난 그걸 깨달았어. 걔가 나한테 돌아온다 해도 처음에 걔가 날 떠나면서 만들어 놓은 구멍은 완전히 채워지지 않을 거야."


(TOC : 린지의 남자친구인 또 다른 콜린의 약자)


p.280

앞서 말했다시피 존 그린의 다른 소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와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를 읽은 나는 그 두 소설에서 보았던 것을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에서 발견할 수 있었는데, 영원에 대한 생각이나 나뭇가지들이 하늘을 갈라놓았다는 풍경 묘사가 그렇다.

만약 미래가 영원하다면, 그는 생각했다. 결국 미래는 우리 모두를 집어삼키겠지. 2,400년 전에 살았던 인물들 중 콜린이 아는 이는 불과 몇 명에 불과했다. 앞으로 2,400년 후면 지난 세기의 위대한 천재들은 완전히 잊힐 것이다. 소크라테스조차도. 미래는 모든 것을 지워 버릴 것이다. 제 아무리 유명하고 천재라 해도 '잊힘'을 초월할 수는 없다.

(...)

하지만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이야기.


p.296

이 책은 이렇게 존 그린 소설 특유의 맛깔나는 글이면서도 이제 두 번째 소설을 쓰고 있던 작가의 글에 서 묻어나는 풋풋함 또한 느낄 수 있는 성장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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