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을 찾아서 -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여행
양국희 지음 / 쿠키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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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빨강머리 앤>에서 앤이 마릴라하고 매슈와 함께 지내는 초록지붕 집 ‘그린 게이블스’가 책 밖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가?
캐나다의 작은 섬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PEI)는 <빨강머리 앤>의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태어나고 자라고 소설을 쓰고 묻힌 곳인데, 그곳에 그린 게이블즈를 비롯하여 <빨강머리 앤>에 영감을 준 장소가 여러 곳 있다.
이 책은 4년 전인 2016년에 작가 양국희 씨가 마릴라에 가까워진 나이에 오랜 친구 앤의 흔적을 찾아 그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PEI)로 떠난 이야기를 그렸다.

그렇다면 이 책은 시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해외 여행기와 다를 바 없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빨강머리 앤을 찾아서>는 먼저 독립서점에서 판매되는 독립출판물로 만들어졌다는데 그래서인지 대형 출판사를 통해 시중에 나온 책과는 다른, 독립출판물의 감성이 엿보인다.
그리고 여행기에는 보통 사진이 수록되며 그림이 들어가더라도 책장을 넘기다가 드문드문 볼 수 있을 뿐인데, <빨강머리 앤을 찾아서>는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이 주가 되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에이번리의 봄처럼 따뜻한 느낌의 수채화와 색연필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이렇게 <빨강머리 앤을 찾아서>는 앤의 감성과 꼭 어울리는 감성을 가졌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나도 작가와 함께 친구의 집을 방문하는 기분으로 프린스 에드워드 섬(PEI)을 여행했다.

작가 양국희 씨는 <빨강머리 앤>의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거주해서 그녀와 <빨강머리 앤>이 관련된 장소가 모여있는 마을 캐번디시(Cavendish)와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의 중심도시인 샬럿타운(Charlottetown)을 중심으로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곳곳을 누빈다.
나는 여러 장소 중 역시 둘의 흔적이 많았던 두 곳, 앤의 집인 그린 게이블즈(Green Gables)와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친척 캠벨(Campbell) 일가의 집을 방문한 게 인상적이었다.

그린 게이블즈는 놀라울 정도로 소설 속 앤의 집과닮았는데, 앤이 유령의 숲이라고 불렀던 숲과 매슈의 헛간도 있고, 마치 앤과 마릴라와 매슈가 살고 있는 것처럼 옷가지가 침대 위에 놓여있거나 방금 구운 것 같은 빵 덩어리가 놓여있기도 했다.
그리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러 소품들, 다이애나와 잠깐 헤어지게 된 계기였던 산딸기 시럽이나, 앤이 마릴라에게 억울하게 오해를 받게 했던 자수정 브로치 숄이나, 앤이 보니라고 이름을 붙여준 제라늄으로 추측되는 화분 등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소설을 읽은 독자라면 이 여행을 더욱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작가에게도 관심이 많기 때문에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흔적을 따라가며 그녀가 사는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듯 한 경험을 하는 것도 즐거웠다.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는 <빨강머리 앤>과 관련된 장소가 아니더라도 풍경이 예쁜 곳이기 때문에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곳곳의 풍경을 담은 그림 또한 예쁠 수밖에 없었다.
책을 읽다보면 내가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를 여행하고 있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빨강머리 앤을 찾아서>의 작가 양국희 씨가 프린스 에드워드 섬을 찾은 것은 5월 말로 앤이 그린 게이블즈에 처음 왔던 6월보다 조금 이른 때였는데, 앤과 비슷한 시기에 그린 게이블즈를 찾았다는 것이 낭만적으로 보여서 나도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 방문한다면 6월에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5월 말은 성수기를 비켜간 때여서 관광객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여유롭게 섬 이곳저곳을 다니는 게 가능했지만, 관광객이 많이 없어서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곳들도 있었다고 하니 자신의 여행 스타일에 맞는 시기를 잘 정하는 게 좋겠다.

작가의 여행을 따라가다보면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를 여행할 때 도움이 될 정보를 알게 되며 작가가 여행지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를 하단에 적어두기도 해서 프린스 에드워드 섬을 여행하기 전에 읽어봐도 좋겠지만, 여행 예정 여부를 떠나 <빨강머리 앤>을 좋아한다면 앤과 닮은 감성을 가진 따뜻한 그림과 글이 담긴 이 책도 즐겁게 읽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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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실용음악 화성학 - 입문자도 입시생도 독학하기 쉬운 음악이론 실용음악 화성학
이화균 지음 / 해피엠뮤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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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음악이론을 배운 것은 거의 20년 전에 피아노 치면서 악보 보는 법을 배웠을 때였다.
그 이후에 학교에서 음악 시간에 음악 교과서로 음악이론을 배우기도 했지만, 대한민국 학교에서 음악 수업이나 음악 시험은 다른 과목에 비해 중요하지 않게 여겨지기 때문에 나도 시험 전에 바짝 벼락치기하며 음악이론을 외우고는 며칠이 채 지나기도 전에 잊어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악보를 볼 줄 안다고는 해도 디테일한 부분을 놓치기도 하는데다 악기 연주에서 더 나아가 작곡을 본격적으로 해봐야겠다 생각하면서 음악이론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손에 든 이 책, <기초 실용음악 화성학>은 총 190여 페이지에 책 두께가 얇은 편이어서 초보자가 음악이론 공부를 시작할 때 부담없이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책 내부도 그림과 도표를 활용해서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내용만을 간략하게 설명해서 깔끔했고, 주요 용어는 영문 표기를 병기해서 후에 배움을 이어가면서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보거나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때에도 수월하도록 했다.
이론 설명 후에 ‘핵심 정리’와 ‘연습문제’ 코너에서 배운 것을 정리하고 확인해볼 수 있게 한 것은 일반적인 교재의 구성과 같았다.

‘CHECK’라는 연보라색 네모 상자 안에는 음악이론을 배우면서 궁금해할 만한 정보나 음악이론을 배우는 과정에 대한 조언(팁)이나 요령 등 독학으로 음악이론을 공부할 때 도움이 되는 정보가 담겨있다.
그중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는 온쉼표와 2분쉼표를 외우는 방법이 인상적이었는데, 세숫대야를 닮은 온쉼표는 세숫대야라는 4글자처럼 4박자이며 모자를 닮은 2분 쉼표는 모자라는 2글자처럼 2박자라고 기억하면 된다니, 재치있는 설명에 온쉼표와 2분 쉼표를 헷갈릴 일은 평생 없겠다 싶었다.

<기초 실용음악 화성학>은 음악이론 초보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악보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들인 음표와 쉼표, 박자와 여러 기호, 그리고 음이름과 계이름처럼 아주 기초적인 음악이론부터 알려준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음악이론도 이번에 다시 정리하면서 흐릿했던 내용을 다시 명확하게 할 수 있었고, 기초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기억하지 못하거나 잘 몰랐던 것도 알고 넘어갈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이후 화음, 조성, 코드, 텐션처럼 좀 더 심화된 내용을 배울 때 앞서 기초 음악이론을 탄탄하게 다시 정리하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왕초보에게도 부담없을 이 책을 통해 배운 음악이론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음악 공부를 계속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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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가 다한 요리 - 셰프만 알고 있는 토마토 비밀 레시피 33
김봉경 지음 / 이덴슬리벨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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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가 몸에 좋다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이다.
토마토는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에도 좋고, 토마토에 들어있으며 항산화 작용을 하는 라이코펜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동안의 비법으로 알려져서 나를 포함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거기에다 <토마토가 다한 요리>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토마토가 이 외에도 수많은 장점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고, 혈관 건강에도 좋고, 토마토를 많이 먹으면 암 발병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이런 저런 장점이 있지만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토마토에 들어 있는 구연산 덕분에 우울할 때 토마토를 먹으면 기분 전환이 된다’는 것과, 토마토에는 간장이나 다시마 같은 재료에 많고 감칠맛을 내는 글루타민산이 있어서 ‘토마토로도 화학 조미료와같은 풍부한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토마토의 장점을 소개하는 프롤로그와 맛있는 토마토 고르는 법이나 토마토 보관법 같은 기본 정보를 알려주는 페이지를 넘기면 다양한 토마토 요리법이 등장한다.
<토마토가 다한 요리> PART1에서는 각 장에서 먼저 토마토소스, 홀토마토, 토마토 고추장, 토마토청, 선드라이 토마토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이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 레시피를 소개하기 때문에 구성이 탄탄한데, 이 다섯 가지 외의 토마토를 활용한 다른 레시피는 PART2에서 다룬다.

나는 토마토를 좋아해도 보통 다른 과일처럼 생으로 먹거나, 샐러드에 넣거나, 갈아서 주스를 만들어 마시고, 토마토 요리 하면 모짜렐라 치즈와 함께 만든 카프레제나 피자와 파스타, 영화 <라따뚜이>에 등장하는 라따뚜이 정도를 떠올렸는데, 이 책에는 내가 떠올릴 수 있는 토마토를 활용한 요리 그 이상의 것이 담겨 있었다.
책에는 간단한 샐러드부터 방송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온 아란치니나 스튜와 덮밥 같은 먹음직스러운 요리도 소개되지만, 토마토 고추장 짜글이 찌개나 토마토 김치처럼 생각도 못한 요리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정말이지 김치에 미친 민족이다...)

찌개나 국에 토마토를 넣는다는 건 나처럼 생각도 안 해본 사람들이 많을 테고 오히려 맛이 이상하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도 할 텐데,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토마토는 감칠맛을 가지고 있어서 무언가 부족한 맛이 날 때는 토마토를 하나넣으면 음식의 맛이 더 깊어지고 풍미가 진해진다고 했으니 그를 활용해 요리를 한 셈이다.
이렇게 생각지도 못했을 만큼 다양한 요리법을 만날 수 있는 게 이 책의 큰 특징이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요리들은 대부분 요리 왕초보인 내가 보기에도 어렵지 않고 설명이 간결하다.
먼저 필요한 만큼 계량해서 알려준 재료를 준비해서 요리 중에 넣기만 하면 되는 정도이며, 짧게는 3과정 많아봤자 7과정을 거치고 대부분 5과정 내외면 요리가 완성된다.

책에서 알려주는 레시피 중에서도 쉬운 ‘연근 토마토 통들깨 마리네이드’는 이름은 길지만 재료도 쉽게 구할 수 있는데다 방울토마토와 연근을 데치고 드레싱을 섞어주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요리이고 맛이 좋았기 때문에 나는 두 번이나 만들어 먹었다.

그리고 각 레시피마다 하나씩 있는, 네모칸 안의 팁(tip)이 정말 유용했다.
예를 들어 토마토 종류가 여럿인 건 알아도 그 차이는 잘 몰랐는데, 신맛이 나는 완숙 토마토를 사용할 때는 대추방울토마토를 섞어서 요리하면 한층 더 맛있어진다는 것처럼 요리의 맛을 더욱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여러 조언이 네모난 상자에 담겨 곳곳에 위치해있다.

<토마토가 다한 요리>는 건강에 좋은 토마토를 보다 맛있게, 많이, 효과적으로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책의 레시피를 따르면 각종 요리에 토마토를 넣을 수 있으며, 토마토 안에 있는 항산화 효과로 유명한 라이코펜 성분은 열을 가하거나 오일과 함게 먹으면 흡수율이 2~3배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대부분 레시피의 난이도가 높지 않아서 요리 초보자에게도 유용하지만, 요리깨나 해봤다는 사람도 생각지 못한 토마토를 활용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다음에는 ‘토마토 소스를 올린 달걀찜’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역시 간단한 레시피인데, 평범한 달걀찜 위에 토마토 소스를 만들어 올리는 것만으로도 맛이 얼마나 풍부해질지 기대된다.
그리고 그 다음 타자는 아마 내 호기심을 유발하는 ‘영양부추 한입 토마토 김치’가 될 것 같다.
토마토가 가장 맛있는 여름이 지나기 전에 <토마토가 다한 요리> 속 다양한 요리를 해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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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자매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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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이 기억났다. 나와 언니 둘 중 하나는 악마다.”


‘나’가 악마면 악마고 ‘언니’가 악마면 악마지 ‘나’와 ‘언니’ 둘 중 하나가 악마라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가 되찾은 기억이란 도대체 무엇이기에 그럴까?
띠지에 있는 이 문구를 보고 소설에 구미가 당겼다.

<마쉬왕의 딸>의 작가 카렌 디온느의 신작 <사악한 자매>는 사이코패스 딸이 있는 엄마 제니와 사이코패스 언니를 둔 레이첼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먼저 정신병원에 있는 레이첼의 시점에서부터 시작하면서 중요한 사건 하나를 알려준다.

스물여섯 살 레이첼 커닝햄은 스스로 정신병원에서 지내고 있었다.
세상에는 레이첼의 아빠 피터가 레이첼의 엄마 제니를 총으로 쏘고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사건에서 엄마를 쏜 것은 자신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 믿음은 쓰러진 어머니 앞에 라이플(총)을 들고 서 있었던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다.
때문에 속죄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고정신병원에서 15년째 지내던 중 정신병원에서 만나 친구가 된 스코티의 남동생이자 기자 지망생인 트레버가 레이첼이 겪었던 사건에 관심을 가지면서 취재를 하고 싶어 했고, 그 과정에서 레이첼은 트레버가 건넨 사건 수사 보고서에 따르면 자신이 엄마를 죽인 범인이 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제니의 시점이 전개되는 시간은 과거로, 총기 사건 한참 전부터 시작된다.
처음에 제니는 남편 피터 그리고 딸 다이애나와 함께 도시에서 살았지만, 어느 날 이웃집 아이 윌리엄이 제니네 집 수영장에 빠져 죽은 채로 발견된 이후 숲 속에 외따로 있는 피터네 집안 별장으로 이사를 했다.
어린 아이가 자신의 집 수영장에 빠져 죽은 기억이 끔찍하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다이애나 때문이다.
다이애나는 윌리엄이 수영장에 빠졌을 때 집 안에 있었다고 했지만, 제니는 다이애나의 옷이 젖어 있는 걸 발견했었다.


“다이애나, 아가, 왜 동생 얼굴을 베개로 눌렀어? 그러면 아기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거 몰랐어? 숨이 멎을 수도 있었다고.”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나는 아기가 숨이 멎을 때가 좋거든. 얼굴색이 변하잖아.”
“얼굴색.... 너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어?”
아이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p.116


우리는 제니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이의 고집으로만 볼 수 없는 폭력성과 아이의 순진함으로 넘길 수 없는 잔인함이 다이애나에게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제니도 딸 다이애나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린 나이에 다이애나가 낙인 찍히는 것이 싫어서 남편 피터 외 다른 사람들에게는 다이애나의 이상을 숨겼으며 사람과 접촉이 드문 숲 속으로 숨어 들다시피 한 것이다.

레이첼은 15년 동안 정신병원에서 미래를 포기하고 지내며 자신에게 있었을 수많은 가능성을 뒤로 한 것에 분노했지만, 탓할 수 있는 사람도 없고 그래봤자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한다.
그리고 정신병원을 나와 현재는 자신과 9살 나이차가 있는 언니 다이애나와 이모 샬럿이 살고 있는, 자신이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자 부모님이 죽은 끔찍한 기억을 만든 숲 속 별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사건의 진실을 알기 위해서 찾아간 별장에서 언니 다이애나의 수상한 움직임을 발견하는데...


나는 라이플을 들고 어머니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서 있다.
검시관은 딸이 라이플을 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나는 살인자인가, 아닌가. 알아낼 방법은 하나뿐이다. 내가 알고 있는 그곳으로, 가장 행복하고도 가장 끔찍한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집으로.

p.42


곰과 큰까마귀 등 야생 동물이 사는 숲 속 외딴 곳에 위치하며, 그 어두운 내부에는 여러 개의 총기와 수많은 박제 동물이 있고, 거주하는 사람 수에 비해 방 개수가 많아서 누가 몰래 숨어들어 살아도 눈치 채기 힘들 정도라는 거대한 별장은 어디선가 쿰쿰한 냄새가 나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레이첼의 시점과 제니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퍼즐 조각을 하나씩 놓듯 전체적인 이야기를 완성해 간다.

만약 내가 딸이 사이코패스인 다이애나의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 것인가, 무려 15년 간 정신병원에서 보낸 뒤에서야 자신의 믿음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레이첼이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면서 읽으니 긴장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파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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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걷는 여자들 - 도시에서 거닐고 전복하고 창조한 여성 예술가들을 만나다
로런 엘킨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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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프랑스어는 한국어와 달리 단어에 성별이 있다.
<도시를 걷는 여자들>의 원제 Flaneuse(플라뇌즈)는 ‘산보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남성 명사 Flaneur(플라뇌르)를 여성형으로 바꾼 것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영어가 모국어인 저자 로런 엘킨이 자신의 책 제목으로 프랑스어를 선택한 것은 파리를 걸으며 걷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할 테지만 프랑스어가 가지고 있는 이런 특수성도 한몫 했을 것이다.


“ (...) 플라뇌르는 남성적 특권과 여유를 지닌 인물형이다. 시간도 있고 돈도 있으나 당장 신경 써야 할 일은 없는 사람. 플라뇌르는 도시 다른 거주민들은 잘 알 수 없는 방식으로 도시를 이해한다. 플라뇌르는 도시를 발로 머릿속에 담았다. 길모퉁이, 골목, 계단 하나를 지날 때마다 새로운 몽상을 머리에 떠올린다. 여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 누가 이곳을 지나갔나? 이 장소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p.18”


걷는 것이 숨을 쉬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권리로 여겨지는 지금과 달리 19세기 여성들에게 혼자 집 밖으로 나가 걷는다는 것은 오명을 쓸 위험이 있었다.
저자는 과거 여성들이 걷던 도시를 걸으며 진 리스, 버지니아 울프, 조르주 상드, 소피 칼, 마사 겔혼과 같은 인물들을 떠올린다.
그러면 나는 저자의 글을 따라 파리, 런던, 베네치아 등 내가 가보지 못한 여러 도시들을 걸어보고, 그곳을 앞서 걸었던 여성들에 대해 알게 된다.
도시를 걷는다는 일상적인 행위를 저자 로런 엘킨은 매력적으로 풀어냈다.


“ 공간은 중립적이지 않다. 공간은 페미니즘의 이슈 가운데 하나다. 우리가 차지하는 공간, 여기 도시의 공간은 끝없이 다시 만들어지고 해체되고 구성되고 경탄의 대상이 된다. “공간은 의심이다.” 라고 조르주 페렉이 말했다. “나는 끝없이 공간을 표시하고 표기해야 한다. 공간은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고 나에게 주어지지도 않고 내가 정복해야만 한다.”

테헤란이든 뉴욕이든, 멜번이든 뭄바이든, 여자는 여전히 남자와 같은 방식으로 걸을 수 없다.

p.421“


책을 읽으면서 지금의 여성들 역시 걷는 자유를 누리는 것에 한계가 있음을 생각했다.
거리는 여전히 여성들에게 더 위협적인데, 보통 사람들이 여성 인권에 있어서 깨어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선진국에서조차도 그렇다.
예전에 한 여성이 길을 걸으며 찍은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영상 속 그 여성이 걸을 때 사방에서 희롱하고 지분거리는 남자들을 볼 수 있었다.
내가 그 영상에서 본 행동은 해외에서 흔히 일어나는 ‘캣콜링’이라고 했는데, 유튜브에 검색해보면 그 외에도 수많은 캣콜링 영상이 올라와 있다.

이는 비단 거리를 걷는 것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고, 과거 여성들의 이야기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걸었던 여성들을 잊지 않고 우리도 우리 뒤를 걸을 여성들을 떠올리며 걸어나가야 한다고,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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