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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자매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8월
평점 :
“ 모든 것이 기억났다. 나와 언니 둘 중 하나는 악마다.”
‘나’가 악마면 악마고 ‘언니’가 악마면 악마지 ‘나’와 ‘언니’ 둘 중 하나가 악마라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가 되찾은 기억이란 도대체 무엇이기에 그럴까?
띠지에 있는 이 문구를 보고 소설에 구미가 당겼다.
<마쉬왕의 딸>의 작가 카렌 디온느의 신작 <사악한 자매>는 사이코패스 딸이 있는 엄마 제니와 사이코패스 언니를 둔 레이첼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먼저 정신병원에 있는 레이첼의 시점에서부터 시작하면서 중요한 사건 하나를 알려준다.
스물여섯 살 레이첼 커닝햄은 스스로 정신병원에서 지내고 있었다.
세상에는 레이첼의 아빠 피터가 레이첼의 엄마 제니를 총으로 쏘고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사건에서 엄마를 쏜 것은 자신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 믿음은 쓰러진 어머니 앞에 라이플(총)을 들고 서 있었던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다.
때문에 속죄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고정신병원에서 15년째 지내던 중 정신병원에서 만나 친구가 된 스코티의 남동생이자 기자 지망생인 트레버가 레이첼이 겪었던 사건에 관심을 가지면서 취재를 하고 싶어 했고, 그 과정에서 레이첼은 트레버가 건넨 사건 수사 보고서에 따르면 자신이 엄마를 죽인 범인이 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제니의 시점이 전개되는 시간은 과거로, 총기 사건 한참 전부터 시작된다.
처음에 제니는 남편 피터 그리고 딸 다이애나와 함께 도시에서 살았지만, 어느 날 이웃집 아이 윌리엄이 제니네 집 수영장에 빠져 죽은 채로 발견된 이후 숲 속에 외따로 있는 피터네 집안 별장으로 이사를 했다.
어린 아이가 자신의 집 수영장에 빠져 죽은 기억이 끔찍하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다이애나 때문이다.
다이애나는 윌리엄이 수영장에 빠졌을 때 집 안에 있었다고 했지만, 제니는 다이애나의 옷이 젖어 있는 걸 발견했었다.
“다이애나, 아가, 왜 동생 얼굴을 베개로 눌렀어? 그러면 아기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거 몰랐어? 숨이 멎을 수도 있었다고.”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나는 아기가 숨이 멎을 때가 좋거든. 얼굴색이 변하잖아.”
“얼굴색.... 너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어?”
아이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p.116
우리는 제니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이의 고집으로만 볼 수 없는 폭력성과 아이의 순진함으로 넘길 수 없는 잔인함이 다이애나에게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제니도 딸 다이애나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린 나이에 다이애나가 낙인 찍히는 것이 싫어서 남편 피터 외 다른 사람들에게는 다이애나의 이상을 숨겼으며 사람과 접촉이 드문 숲 속으로 숨어 들다시피 한 것이다.
레이첼은 15년 동안 정신병원에서 미래를 포기하고 지내며 자신에게 있었을 수많은 가능성을 뒤로 한 것에 분노했지만, 탓할 수 있는 사람도 없고 그래봤자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한다.
그리고 정신병원을 나와 현재는 자신과 9살 나이차가 있는 언니 다이애나와 이모 샬럿이 살고 있는, 자신이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자 부모님이 죽은 끔찍한 기억을 만든 숲 속 별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사건의 진실을 알기 위해서 찾아간 별장에서 언니 다이애나의 수상한 움직임을 발견하는데...
나는 라이플을 들고 어머니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서 있다.
검시관은 딸이 라이플을 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나는 살인자인가, 아닌가. 알아낼 방법은 하나뿐이다. 내가 알고 있는 그곳으로, 가장 행복하고도 가장 끔찍한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집으로.
p.42
곰과 큰까마귀 등 야생 동물이 사는 숲 속 외딴 곳에 위치하며, 그 어두운 내부에는 여러 개의 총기와 수많은 박제 동물이 있고, 거주하는 사람 수에 비해 방 개수가 많아서 누가 몰래 숨어들어 살아도 눈치 채기 힘들 정도라는 거대한 별장은 어디선가 쿰쿰한 냄새가 나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레이첼의 시점과 제니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퍼즐 조각을 하나씩 놓듯 전체적인 이야기를 완성해 간다.
만약 내가 딸이 사이코패스인 다이애나의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 것인가, 무려 15년 간 정신병원에서 보낸 뒤에서야 자신의 믿음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레이첼이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면서 읽으니 긴장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파지는 소설이었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