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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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킨 흥미로운 소설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는 역시 무언가 다르긴 다른 모양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열세 살 때부터 신기하고 놀랍다고 생각한 이야기들을 수집했다니 말이다.
이 책에 담긴 길고 짧은 이야기들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지어낸 것이 아니라 듣고 보고 읽은 것들인데, 때로는 거기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생각이나 해석이 더해지며, 흥미로운 소설을 쓰는 그의 상상력의 원천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의 개정판으로, 기존 383항목에서 542항목으로 내용이 대폭 늘면서 <개미>와 <신>뿐만 아니라 <제3인류>와 <죽음>에서 추려낸 백과사전도 추가되었으니 이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을 읽은 독자도 읽을 거리가 많은 책이 될 수 있겠다.

사실 책 제목을 보고 거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책을 펼쳐보면 그런 생각이 쏙 들어갈 텐데, 문학, 역사, 종교, 신화, 과학, 생물, 미스터리 등 다양한 분야의 수백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묶어 놓았으니 (간단한 통계/조사 결과도 있고 때로는 뜬금 없이 레시피가 나오기도 하고) 어디를 펼쳐도 흥미진진한 내용을 마주할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내용도 있지만 몰랐던 내용이 훨씬 많아서 마치 어린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이 이야기를 수집하면서 느꼈던 것처럼 세상에는 이렇게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 많구나 감탄했다.

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의 원천을 엿보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면서 내 상상력도 자극받는 경험을 했다.
예를 들어 문어에 대한 부분을 보면, 문어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감각기를 가지고 있어 감각이 예민하고 뇌의 기억 용량도 커서 기억력이 좋지만 암컷은 새끼들이 알을 깨고 나오면 죽어버리고 수컷은 새끼들 일부를 잡아먹고 도망친다는 약점이 있다.
그러니 문어 새끼들은 부모의 사랑이나 자녀 교육같은 것 없이 알아서 생존해 가야 하는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치 유전자에 스스로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한 암호가 새겨져 있는 것만 같은데, 만약 문어들이 이런 행동을 하지 않고 새끼들에게 경험과 지식을 전수한다면 문어들의 문명은 어떻게 달라질지 상상해보게 한다.
그리고 연장선으로 제대로 교육하지 않고 기억이 전수되지 않는다면 인간의 문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도 묻는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은 750여 페이지로, 내용이 백과사전급이어서 두께도 백과사전급인데, 양장본임에도 딱딱하지 않고 유연성이 있으면서도 튼튼하게 제본되어 신기하게도 책을 읽을 때 불편하지가 않았다.
항목 찾아보기가 등재순과 가나다순으로 정리되어 이루 원하는 내용을 찾아보기도 좋았고 말이다.

그리고 일단 내용이 흥미로운 것이 큰 몫을 하지만 각 항목이 짧게는 단 몇 줄만 쓰인 것도 있고 길어도 몇 페이지 분량이니 읽다보면 페이지가 훌쩍 넘어가 있고 시간도 훌쩍 지나가버려서 750여 페이지 읽는 것은 일도 아니다.
다양한 분야의 흥미로운 수백 가지 소재를 다루지만 각각을 깊게는 들어가지는 않아서 부담도 없고.
그래, 특히 팟캐스트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얉은 지식>,줄여서 <지대넓얕>을 즐겨 들었다면 이 책도 취향에 맞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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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의 아름다움 - 원자폭탄에서 비트코인까지 세상을 바꾼 절대 공식
양자학파 지음, 김지혜 옮김, 강미경 감수 / 미디어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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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바흐의 추측, 이 수학 난제를 증명하는 것에 미친듯이 매달려 젊음, 더 나아가 삶을 바친 수학자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인상적으로 읽었다.
단 하나의 공식에 집착하는 그 수학자를 보면서 한 사람을 이렇게 열정적으로 만드는 수학 공식에는 도대체 무슨 매력이 있는 걸까 궁금했고, 수학 공식의 아름다움을 알면 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공식의 아름다움>을 읽게 되었다.

이런 수학자는 허구적인 이야기 속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에 더욱 궁금했던 것인데, 실제로 유명한 수학 난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360년 가까이 되는 긴 시간동안 수많은 수학자들이 증명에 시간과 열정을 들였고, 이를 최초로 완벽하게 증명한 앤드류 와일즈라는 영국의 수학자도 앞선 수학자가 이미 페르마 추측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고 여겼음에도 8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아직도 풀지 못한 수학 난제가 있으니 지금도 난제에 매달리고 있을 수학자는 한둘이 아닐 것이다.

각 장에서 공식을 소개하기에 앞서 양면을 꽉 채운 감각적인 일러스트를 볼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 <공식의 아름다움>은 중국의 과학 교육 플랫폼 양자학파에 의하여 쓰인 책이고, 고등학교 수학교사가 번역하였으며 대학과 대학원에서 수학을 전공한 AI. 전기공학과 부교수의 감수까지 받아 전문적인 번역을 기대할 수 있었다.
책은 먼저 크게 이론과 응용편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이론편에서는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는 ‘1+1=2’에 도달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대한민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뇌리에 콕 박혀있을 ‘피타고라스의 정리’와 “나는 절묘한 증명 방법을 찾았지만 이 책의 여백이 부족해 쓰지 않는다.”라는 간단한 메모에서 촉발되어 수학자들을 358년이나 괴롭히는 동시에 수학의 발전을 이끌어낸 ‘페르마 정리’, 독립적인 영역으로 여겨졌던 미분과 적분을 연결할 수 있게 한 ‘뉴턴-라이프니츠 공식’, 사과 일화로 유명한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 각각의 개성이 있는 5대 상수를 한 자리에 불러모았다는 점에서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공식으로 꼽히며 치명적인 수학적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는 찬사까지 들어 이 책의 제목에 가장 어울리는 공식이라는 생각이 드는 ‘오일러 공식’, 비운의 수학 천재 갈루아와 ‘갈루아 이론’, 리만 본인은 한가롭게 제시했지만 세상 사람들에게 리만이라는 존재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된 ‘리만 가설’, 우주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4개의 공식으로 전자기 현상을 완전하게 설명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맥스웰 방정식’, 무엇을 의미하는 공식인지는 몰라도 일단 알고는 있는 아인슈타인의 E = mc2 ‘질량 에너지 보존의 법칙’, 상자 안 고양이로 들여다보는 양자 세계 ‘슈뢰딩거 방정식’,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어 당시 가장 유명한 물리학자였던 하이젠베르크를 질투하게 만들고 현대 물리학의 초석이 되었으며 물리학자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는 ‘디랙 방정식’, 매우 분명한 약점이 있지만 어쨌든 당대 최고의 물리학 이론이라는 것이 이미 실험실에서 증명되어 위대한 업적으로 남은 ‘양-밀스 이론’ 등을 만날 수 있다.

위처럼 이론편은 이름만 알고 있던 공식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는, 대강만 알고 있었던 공식에 대해서는 더 알 수 있는 장이다.
예를 들어 ‘피타고라스 정리’는 하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서 툭 치면 공식이 튀어나올 정도이기 때문에 그래도 꽤 알고있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피타고라스를 스스로 무덤에 빠뜨리게 했다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었다.
이게 어떤 이야기인가 하면, 우주 만물은 모두 유리수에 의해 통치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었던 피타고라스 학파였지만 정작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의하면 직각을 낀 두 변 모두 길이가 1인 직각 삼각형의 빗변의 길이는 √2, 그러니까 무리수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 흥미로운 사실은 피타고라스 학파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히파수스가 발견했는데, 안타깝게도 교칙을 어겼다는 명목으로 많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산 채로 바다에 버려져 익사하고 말았다.

이론편에 이은 응용편에서는 정보 전송 속도의 상한선을 정의하는 공식으로 현대 통신의 거의 모든 이론은 이 공식에 기초하여 전개되며 5G시대 통신기술의 새 지배자로 여겨지는 ‘섀넌 공식’, ‘블랙-숄즈 방정식’을 응용하여 뛰어난 운용수단을 만들어 내어 금융권을 뒤집어 놓았던 기업 LTCM의 흥망, 탄알이 한 사람의 머릿속을 관통하는 과정 속에 숨겨진 수학적 원리와 수학적 공식, 시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숨은 영웅 ‘후크의 법칙’, 전통적인 통계 방법보다 효과적이어서 일기예보든 주식이든 상관없이 시장, 언어 연구, 공학, 바이오의학, 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카오스 이론’, 고급 도박꾼의 세계에서 아주 유명한 공식으로 통하는 ‘켈리 공식’, AI뒤에 숨은 수학 공식 ‘베이즈 정리’, 1995년 해결된 ‘페르마의 대정리’와는 달리 아직 수학계의 과제인 ‘삼체문제’, 안전성 없이는 비트코인 통화 신용이 불가능한데 비트코인의 안전성을 보장하여 비트코인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타원곡선 방정식’처럼 이론편과는 달리 이름도 낯설지만 우리 삶과는 더욱 밀접하게 다가오는 공식들에 대해 읽을 수 있었다.

이렇듯 책에서 보편적이고 실용적인 공식을 선정하여 다루었기 때문에 수학적 교양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워낙 과거 내로라하는 수학자들도 머리를 싸맸던 공식들을 향연이라 이 책으로 소개된 공식 하나하나를 전부 이해했다고 하면 내가 바로 수학 천재 만재일 것인데, 나는 대한민국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거쳤을 뿐인 범인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알파벳과 수학 기호와 숫자가 복잡해 보이는 공식을 꿰지 못하더라도 흐름을 따라가며 몰랐던 수학을 만나는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리고 각 공식의 역사와 특징을 알게 될수록 어렵고 지루하게만 보이던 공식이 점점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나보다 공식을 훨씬 더 깊게 이해하는 수학자들이 공식에 매료되어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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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은밀한 취향 - 왕과 왕비의 사적인 취미와 오락
곽희원 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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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은밀한 취향>은 제목만 보면 거시기한 이야기라도 적혀있을 것 같지만 건전하게 왕과 왕비를 비롯한 왕실 사람들의 취미와 오락거리를 통해서 그들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책으로,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학예연구관 그리고 국립무형유산원 학예원구사까지 총 열두 명의 저자가 <한국일보>에 연재한 글을 다듬고 추가하여 나온 책이어서 내용면에서 더욱 신뢰가 간다는 장점이 있다.

이 신뢰도 높은 31개의 글은 제1장 동물 애호가들 / 제2장 왕과 꽃과 나무 / 제3장 취미와 오락 사이에서 / 제4장 소설과 그림을 탐하다 / 제5장 도자기에 담긴 마음 이 다섯 장에 주제별로 나뉘어 실렸는데, 서평에서는 이 책에서 읽은 왕실 사람들의 취미 두세 가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먼저, 조선을 이은 대한제국의 황제인 고종과 순종의 취미였던 ‘옥돌’이 떠오르는데, 옥돌이 무엇이냐하면 당시에 ‘당구’를 부르던 명칭이다.
신문물의 영향으로 황제의 여가 생활에도 변화가 나타난 것인데, 당시의 신문인 <매일신보>와 <시대일보>을 보면 고종과 순종 그리고 순정효황후도 당구를 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하니 황실에서 당구는 남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현재 고종이 애용한 덕수궁 덕홍전 당구장(옥돌장)의 사진이나 유물은 남아있지 않지만, 순종과 순정효황후가 이용한 창덕궁 인정전 내 당구장은 당구 점수 계산기 같은 당구장의 일부가 박물관에 소장되어있고 남아있는 카탈로그 사진도 있어 책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책, 특히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눈여겨보게 되는, 소설 읽기를 즐겼던 왕실 사람들에 대한 글이 떠오른다.
자신이 직접 밝힌 바에 따르면 소설책을 한 번도 펼쳐보지 않았으며 선비들이 소설을 읽는 것을 금지하기까지 했던 정조도 있지만, 많은 왕실 사람들은 소설을 즐겼다.

효종과 인선왕후는 함께 <삼국지연의> 한글 번역본을 제작했고, 영조는 지금 우리가 오디오북을 듣듯 신하가 소설을 낭독하는 것들 들었는데 영조 또한 <삼국지연의>와 <서유기>그리고 <수호전>을 즐겨 읽었다.

또 사도세자의 생모인 영빈 이씨와 사도세자에 대해서도 읽을 수 있었는데, 영빈 이씨의 장서임을 알 수 있는 ‘영빈방’ 인장이 짝혀있는 책 3종이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서각에 소장되어있다.
그 세 권의 책은 <고문진보언해>, <무목왕정충록>,<손방연의>로, 두 번째와 세 번째 책이 소설이다.
단 몇 권의 책만으로 한 사람의 취향을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저자는 위 두 소설의 내용을 생각하면 영빈 이씨가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남성 주인공들의 갈등과 대결을 그린 소설에 관심을 보였음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도세자는 소설을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의 명을 받아 궁중 화원이 그린 그림 128면이 실려있는 소설 삽화집 <중국소설회모본>을 편찬했다.
이중 <서유기> 삽화가 가장 많기 때문에 저자는 사도세자가 <서유기>에 깊이 매료되어 있었을 것이라 추측한다.
<중국소설회모본>의 가장 앞에 위치한 서문 두 편은 사도세자가 직접, 그것도 그가 뒤주에 갇히기 나흘 전에 쓴 것인데, 그에 따르면 그에게 소설은 병을치료하는 수단이자 도피처였을 것이라는 글을 읽으니 어쩐지 복잡한 마음이 되었다.

이전에는 조선 왕실의 취미라고 하면 사냥이나 말타기 정도만 떠올랐는데 <조선의 은밀한 취향>을 읽으면서 조선 왕실 사람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취미와 오락거리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들의 사적이고도 인간적인 면을 보며 거리가 한결 가까워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역시 왕의 취미는 단순히 취향의 영역에만 머물 수만은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부분도 있었다.
숙종은 조선 어느 왕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 그림에 관해서라면 많은 글을 남겼는데, 농사일의 어려움을 그려낸 그림을 보고는 군주로서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정치의 기본을 생각했으며 교훈적인 내용의 고사나 역사적 충신 등을 주제로 한 그림은 자기 성찰의 거울이 되기도 했고, 또 왕이 특정 주제의 그림을 가까이 하는 것만으로도 정치적 의미를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라니 말이다.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조선의 은밀한 취향>은 글 하나하나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부담없는 분량으로 쓰여서 편하게 읽을 수 있었으며, 해당 글과 관련된 사진과 도판 자료도 만족스럽게 볼 수 있어 역사 교양서의 교과서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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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를 걷는 신라공주 - 신라공주와 페르시아왕자의 약속
이상훈 지음 / 파람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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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빼앗긴 페르시아 왕자가 도망쳐 도착한 먼 나라 신라의 공주와 사랑을 했고, 그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페르시아의 영웅이 되었다는 설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인데, 거기에다 <삼국유사>와 같은 설화적 기록인 페르시아 서사시 <쿠쉬나메>가 발견되고 그 이야기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역사의 조각까지 살그머니 모습을 드러내어 실크로드의 중심 페르시아 제국의 왕자와 실크로드의 동쪽 끝 신라의 공주의 인연이 역사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하자 가슴이 뛰었다.
그러니 전설과 설화를 소재로 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내가 <테헤란로를 걷는 신라공주>를 읽지 않을 수 있었을까.

이 소설은 두 가지 이야기로 전개된다.
하나는 현대에 사는 희석이 자신의 뿌리를 찾는 여정이다.
희석은 이국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는데, 그의 고향에는 희석처럼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많았기에 그 마을 사람들의 조상은 페르시아에서 왔다는 이야기가 오래 전부터 전해졌다.
희석의 할아버지도 우리의 조상은 신라 때 페르시아 제국에서 건너온 왕자의 후손이라고 말했다.
희석과 페르시아의 인연이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이란에 건설 책임자로 가게 된 아버지를 따라가서 페르시아 땅이었던 이란에서 어린시절을 보내기도 했고, 이후에도 대학에서 역사 전공을 하며 계속 페르시아 제국과 신라의 자료를 파헤쳤다.
희석이 방송국 다큐멘터리 피디가 된 것도 이 때문이었지만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의 사랑 이야기에 대한 다큐멘터리는 제작하지 못했는데, 영국국립박물관에서 발견된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의 이야기가 담긴 기록물 <쿠쉬나메>가 그에게 날개를 달아준다.

다른 하나는 천오백 년 전 과거의 이야기다.
이슬람 혁명으로 무장한 아랍 반란 세력에 의해 페르시아 제국이 무너지고, 페르시아 왕자 아비틴은 당나라에 흩어져 있는 페르시아 세력을 모아 나라를 되찾기 위해 머나먼 당나라로 떠난다.
하지만 아랍인들은 아비틴의 목을 내놓으라며 당나라를 협박해왔고, 아비틴을 환영해주었던 당 고종이 병석에 누워 측천무후가 실권을 잡는 등 상황이 바뀌어 아비틴은 당나라를 떠나야만 했다.
그렇게 작은 인연이 있던 신라로 가게 된 아비틴이 신라에서 프라랑 공주를 만나 사랑을 했고 둘 사이에서 아들 페리둔이 태어나지만, 아비틴이 전부터 염원했던 일, 자신의 나라를 찾기 위한 여정이 이어지며 이들은 또 헤어지게 되는데...

이렇게 두 시대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역사와 역사 속 인물들의 이름도 등장하고, 특히 현대에 사는 희석이 페르시아 제국과 신라에 대한 자료를 찾으며 파헤쳐나가는 과정은 페르시아 왕자가 신라에 방문해서 신라 공주와 맺어지고 그들 사이에 아들이 있다는 설화가 실제 역사일 것만 같이 생생하게 다가오게 한다.

그리고 소설을 더욱 잘 이해하며 흥미로운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도와주는 각주가 있는 것도 좋았다.
‘신라와 페르시아의 인연, 그 흔적들’ 장에서 소설에서 언급되는 사마르칸트 아프라시압 벽화(정말 소설 속에서 말한 것과 같이 한민족이 그려진 것이 보인다)를 비롯한 관련 사진 자료를 볼 수 있는 것도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주었고 말이다.

호응이 맞지 않은 조사가 쓰이는 등 오탈자가 있고 비문도 있는 것이 작가의 열정이 담긴 책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아쉬웠지만, 그동안 우리가 유럽 위주의 역사를 접한 것을 안타까워 한 작가의 의도대로 소설을 읽으면서 페르시아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또 페르시아가 전보다 가깝게 느껴졌다.

<테헤란로를 걷는 신라공주>는 실제로 발견된 페르시아 서사시 <쿠쉬나메>와 역사를 바탕으로 하여 작가의 상상력으로 사이를 채운 탄탄한 이야기라는 점이 흥미로워서 마치 역사서 반 소설 반을 읽듯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역사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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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주근깨 공주
호소다 마모루 지음, 민경욱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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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이름을 기억하게 된 계기는 디지몬 어드벤쳐 극장판인 <디지몬 어드벤쳐 : 운명적 만남>과 <디지몬 어드벤쳐 : 우리들의 워 게임!>이었고, 이후 나를 비롯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던 <디지몬 어드벤쳐> TV애니메이션 21화 <현실세계로 돌아온 태일!>편도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놀랐더랬다.

그래서 나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하면 <디지몬 어드벤쳐>가 떠오르지만, 보통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대표작으로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떠올리고, 다음으로는 <늑대아이>가 잘 알려지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나 또한 두 영화 모두 감동하며 보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영화 사이에 개봉했던 <썸머 워즈>를 더 많이 보았다.

위에서 언급한 영화를 모두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나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영화중에서도 사이버 가상 세계를 배경으로 한 것을 좋아한다.
어렸을 적부터 <디지몬 어드벤쳐>를 사랑해온 마음이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디지몬 어드벤쳐>의 다른 에피소드나 극장판보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참여한 결과물을 선호하는 것을 보면 내 안에서 호소다 마모루 감독과 사이버 가상 세계의 조합이 잘 맞았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을 일컫는 말인 ‘메타버스’가 정보통신기술 발달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추세 가속화로 주목을 받고 있다는데, <썸머 워즈>와 <용과 주근깨 공주>는 둘 다 메타버스 영화로 전자는 시대를 조금 앞서갔고 후자는 시기적절하게 개봉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용과 주근깨 공주>는 사람마다 U라는 사이버 가상 공간에서 각자의 개성을 가진 As라고 불리는 아바타를 가지고 있고 이것이 사람들 삶의 일부가 되었다는 점에서 사람마다 OZ라는 사이버 가상 세계의 아바타(계정)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 현실 세계의 일까지 처리한다는 <썸머 워즈>와 무척 닮았기 때문에 <썸머 워즈>를 재미있게 보았던 사람으로서 <용과 주근깨 공주>가 궁금했다.

<용과 주근깨 공주>의 주인공 스즈는 어렸을 적 엄마가 다른 아이를 구하다가 세상을 떠난 뒤로는 노래를 부르지 못했지만 사이버 가상 공간 U에서는 아름답고 개성있는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은 벨이다.
현실에서는 남아있는 사람도 별로 없는 시골에 살고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로 아빠와 사이도 소원한, 소극적이고 우울한 고등학생 스즈이지만 U에서는 자신을 노래를 원하는 수많은 As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스타인 벨인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벨의 라이브 도중 등에 수많은 멍이 든 용이 난입하는데 그 용은 U에서 마치 울분을 푸는 것처럼 대결을 하곤 하는 폭력적인 As로 정평이 나 있었고, U의 정의와 질서를 지킨다고 주장하는 저스티스 무리는 As의 익명성을 강제 해체해서 정체를 밝혀버리는 ‘언베일’을 한다며 용을 쫓으며, 전세계 사람들 또한 용의 정체를 밝히는 데 주목한다.

<용과 주근깨 공주>에는 U라는 사이버 가상 세계를 상상해보는 즐거움을 비롯해서 책을 계속 읽게 하는 원동력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용의 정체에 대한 것이었다.

이렇게 용을 비난하는 수많은 As들이나 용의 정체가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는 나와는 달리 스즈, 그러니까 벨은 이야기의 주인공 답게 용을 포용하고 그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며 종국에는 그를 구원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비하하며 벨 뒤의 자신을 드러내는 데 겁을 먹었던 스즈도 구원 받는다.

한편 <용과 주근깨 공주>는 <썸머 워즈>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미녀와 야수>를 합쳐놓은 것만 같은데, <썸머 워즈>와의 유사점은 앞서 말했으니 <미녀와 야수>가 왜 나왔는지를 말해보자면, 소설에서 용은 야수로 벨은 동명이인 벨에 대입된다.
벨이라는 닉네임도 그렇고, 용이 숨어지내던 성에서의 장면도 그렇고,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용과 주근깨 공주>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미녀와 야수>를 오마주했다고 떠먹여주다시피 했으니 바로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최근 개봉한 영화 <용과 주근깨 공주>의 원작 소설인데 다른 작가가 아닌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직접 썼으니 감독이 하고 싶었던 본연의 이야기에 더욱 가까울 것이라는 장점이 있다.
다만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영화을 보았을 때에도 느낄 수 있는 일본 특유의 만화적 감성이 묻어나고, 라이트 노벨(일명 라노벨)에 가깝다는 인상이라 글이 쉽게 읽히기는 하지만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또한 전체적으로 보면 뻔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나말고도 많은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용의 정체는 뻔하지 않은 점은 좋았고, 책을 읽기 전부터 짐작했던대로 영화 <썸머 워즈>를 재미있게 봤다면 이 소설 <용과 주근깨 공주>도 재미있에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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