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지도 -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네 번째 이야기 페러그린 시리즈 4
랜섬 릭스 지음, 변용란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흥미로운 설정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해서 내가 몇 번이고 재미있게 본 영화이다.

이 영화는 원작 소설이 있는데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시리즈로, 총 세 권이 출간되며 마무리가 된 것으로 보였지만 이번에 <시간의 지도>라는 제목의 네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나는 영화는 여러 번 봤어도 원작 소설은 본 적이 없었기에 세 권의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았는데 과연 네 번째 책인 <시간의 지도>를 즐길 수 있을까 걱정되었지만, 제이콥이 정신병원에 강제로 끌려가는 위기에 처했으며 아이들은 루프 밖으로 나와 생활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보고 바로 읽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책을 읽기 전에 내가 했던 걱정은 기우였다.

원작 소설을 읽지 못하고 영화만 봤는데도 재미있게 이 소설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원작 소설을 다 읽었더라면 <시간의 지도>를 더욱 즐길 수 있었겠지만 나는 영화만 봤는데도 소설을 읽는 데 큰 무리가 없었다.

다만 영화는 각색되어 소설과 다른 부분이 있는데, 영화와 소설 제목인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과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의 차이와는 달리 상당히 다른 부분이다.

바로 주인공 제이콥 포트먼의 여자친구인 엠마의 설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엠마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평소에는 몸이 뜨지 않도록 무거운 신발을 신고 다니는데, 소설에서는 그게 아니라 불을 다루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즉, 엠마와 올리브의 설정이 뒤바뀐 것이다.

이 점만 알아두면 나머지는 소설을 읽으면서 이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대략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책 사이에 끼워져 있는 작은 책자인 '이상한 용어 사전'에 간략하게 주요 등장인물 소개와 설정에 대해 나와있으니 이것을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이야기는 앞서 말한 것처럼 제이콥이 부모님과 삼촌들에게 이끌려 강제로 정신병원에 끌려가는 상황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그들이 타고 있는 차를 막아선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페러그린 원장과 이상한 아이들이었다.

이전에 제이콥이 페러그린 원장과 아이들을 도왔던 것처럼 이번에는 이들이 제이콥을 도와 위기에서 구해낸 것이다.

그렇게 제이콥의 집에 오게 된 페러그린 원장과 아이들이 있는 풍경을 부모님과 함께 했던 집보다 더 편안하게 느끼는 제이콥을 보면 그동안 제이콥이 심적으로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제 이상한 아이들은 루프 밖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지만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반복되는 과거에서 살아온 만큼 평범한 세계에서 평범한 사람들처럼 지내는 법을 익혀야 했는데, 이들에게 그 방법을 가르치는 건 제이콥의 몫이 되었다.

이상한 세계인 루프에서는 같은 날이 반복되기 때문에 무슨 일을 벌여도 때가 되면 원상태로 돌아갔지만 평범한 세계에서는 사람을 죽이거나 도둑질을 하면 돌이킬 수 없으니 그런 기본적인 것부터 익히도록 해야 했다.

그러나 제이콥의 할아버지이자 이상한 아이들의 옛 친구인 에이브의 집에 들렀다가 에이브가 남긴 업무 일지와 지도를 발견하면서 또다시 모험이 시작된다.



이 소설의 매력은 흥미로운 설정과 책 곳곳에 수록된 사진들이다.

내가 영화를 보기 전에 온라인에 올라온, 이상한 사진들이 수록된 책이라는 내용으로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에 대해 먼저 접했을 만큼 독특한 특징이다.

사진들 중 일부는 한눈에 봐도 괴이해 보이며 다른 사진들은 오래되어 색이 바랜듯한 컬러 사진과 흑백 사진이 자아내는 묘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방송 프로그램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 나올 법한 사진같다고 하면 감이 올 것이다.



이 사진들은 단순히 눈요기로 수록되어 있는 게 아니라 작가가 이야기에 잘 활용하여 녹여냈는데, 그래서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느껴져서 더 맛깔났다.

예를 들면 위 사진은 소설 속에서 아래와 같이 사용되었다.

 "다른 곳으로도 여행을 많이 했어. 엠마, 제이콥한테 네가 찍어온 사진을 보여줘!" 브로닌이 말했다.

...

 첫 번쨰 사진은 열 명쯤 되는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이 소풍이라도 나선 듯 무심한 태도로, 성난 거인이 무너뜨린 것처럼 어처구니 없이 기울어진 집들의 삐딱한 지붕에 서 있는 장면이었다.

 "칠레에서 발생한 지진 장면이야. 안타깝게도 인화지가 기록 보관용이 아니어서 악마의 영토를 떠난 뒤로 심하게 바랬어." 엠마가 설명했다.


p.40-43

이전 시리즈 이후에 제이콥과 이상한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가 궁금하다면, 약 680페이지의 분량을 부담스럽기는커녕 나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네 번째 책인 이 <시간의 지도>에 이어 다섯 번째 책도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앞으로도 매력적인 아이들의 이야기와 인상적인 사진이 담긴 독특한 소설을 읽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그해, 여름 손님》 리마스터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많은 팬이 있는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원작 소설인 <그해, 여름 손님>이 리마스터판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책 제목은 영화 제목과 동일하게 바귀었고, 책 표지는 신경을 많이 쓴 테가 나는데, 색감도 그렇지만 손끝을 스치는 거친 촉감에 마치 복숭아를 손에 쥐었을 때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책 커버를 벗기면 드러나는 하얀 표지는 깔끔한 영어 원서 같은 느낌을 주는데, 둘 다 홍보 문구나 인용문을 넣지 않아서 심플한 매력이 더욱 드러났다.




이야기는 엘리오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엘리오의 부모님은 매해 여름에 이탈리아에 있는 별장으로 손님을 초대했는데, 엘리오가 열일곱이었던 그해 여름에 스물넷의 올리버가 손님으로 찾아온 것이다.

엘리오는 올리버를 처음 봤을 때부터 사랑에 빠졌고, 올리버 또한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고 엘리오는 생각했다.

그러나 소설의 배경이 1980년대이고 이 둘은 모두 남자였던 만큼 (심지어 성인과 미성년자였다) 서로 신중하고 또 조심스러웠다.

 다음 날 우리는 테이스 복식 경기를 했다. 쉬는 시간에 그가 마팔다의 레모네이드를 마시면서 한 팔을 내 어깨에 걸치고는 친근하고 부드럽게 마사지하듯 엄지와 검지로 살짝 꼬집었다. 정말 다정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나는 마법에 홀린 듯 완전히 정신을 빼앗겨 그의 손에서 빠져나오려고 몸을 비틀었다. 조금이라도 더 그대로 있다가는 큰 태엽을 만지는 순간 불구의 몸이 허물어져 버리는 작은 목각 인형처럼 속수무책일 것 같았다.


p.25

한편으로는 사춘기 소년의 심정만큼이나 격렬하고 노골적이기도 하다는 게 소설의 특징이다.

이 둘이 모두 공존할 수 있을까 싶지만 이 소설에는 조심스러운 접근과 격렬하며 노골적인 것이 모두 담겼다.


퀴어 영화나 퀴어 요소가 있는 드라마는 본 적이 있지만 퀴어 소설은 이 책이 처음이어서 그런지... 색달랐다.

아니, 이 소설에는 색다름을 넘어서는 자극적인, 비위를 건드리기까지 하는 요소가 있다.

무엇보다 나를 불편하게 했던 것은 이런 일들이 미성년자와 성인 사이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글 자체도 술술 읽히는 편이 아니었다.

영화를 먼저 보지 않은 나에게는 더욱 그러했는데, 위 사항을 기꺼이 감수할,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팬이라면 소설을 읽으며 이탈리아의 여름 풍경을 머릿속에 그리고, 엘리오가 올리버를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가고, 엘리오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전히 연필을 씁니다 - 젊은 창작자들의 연필 예찬
태재 외 지음 / 자그마치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내 나이쯤 되면 대부분 펜이나 샤프를 쓰지 연필을 쓰는 사람은 흔치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종이 위에 연필을 쓸 때의 사각사각함, 연필을 깎을 때의 서걱서걱함, 손에 묻어나는 나무 냄새, 지울 수 있다는 유연함 등 연필의 매력에 빠져 여전히 펜과 샤프를 쓰는 것만큼 연필을 쓰고 있다.

이 책 <여전히 연필을 씁니다>는 제목처럼 여전히 연필을 쓰고 있으며 연필이 삶의 일부분이 된 9명의 젊은 창작자들이 쓴 글을 담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연필을 좋아하지만 연필을 주제로 한 아무개의 책이었다면 다 읽을 때까지 손에 들고 있었을 거라고 장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연필과 창작자라는 조합은 서로의 매력을 수십 배쯤은 커지게 했고, 그래서 내가 관심을 가지게 하고, 글을 읽는 것을 더 즐겁게 만들었다.



저자들은 연필로 인해 생긴 굳은살을 이야기하고, 그림을 그리기에 완벽한 연필을 찾는 여정을, 엄마가 연필로 쓴 편지를, 수집에 대한 사유를 이야기한다.

각자 연필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교정을 보며 필담을 하기도 하고, 책에 밑줄을 긋고, 필사를 하고, 연필을 모아 가게를 열기도 했다.


전 카피라이터이자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만화가, 매거진 에디터, 공간 디렉터, 편집자, 에세이스트, 유튜브 크리에이터, 손글씨 크리에이터, 문구 편집숍 운영자(두 명이지만 여기에서는 하나로 묶는다) 총 9명의 창작자의 글에는 각자의 직업이 반영되었지만 글에 드러나는 연필이 가지는 특징과 연필에 대한 생각은 신기하게도 비슷한 부분이 많았는데, 그것은 나의 생각과도 같아서 공감을 수없이 불러일으켰다.

어쩌면 우리 대부분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는 연필을 사용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사프를 사용하기 시작하고, 펜을 사용하는 게 더 익숙해지는, 같은 길을 걸어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서관 책 귀퉁이를 접는 일은 저자에게는 이렇게 글로 써 책으로 출판할 수 있는 기억일지몰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책 읽는 즐거움을 반감시킨다는 걸 기억해주길. 나 같은 사람에게 말이다)


저자들의 연필과 관련된 기억들은 나의 기억과 닮아 향수를 불러일으켰는데, 어렸을 적 학교 가기 전날 밤에 연필을 깍아 필통에 넣는 일과나 연필을 우르르 들고 가면 아버지가 칼로 하나하나 깍아 주시던 희미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만화가 재수 씨가 입시 미술을 하며 4B연필을 깎은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내가 연필깍이가 아닌 칼로 연필을 하나하나 깎는 재미를 제대로 느끼게 된 계기였던 미술 시간이 떠올랐다.

미술 연필은 연필깎이가 아닌 칼을 사용해서 깎아야만 했는데, 나는 그게 귀찮지 않고 재미있었다.


<여전히 연필을 씁니다>에는 연필에 대한 애정 어린 사색과 경험담뿐만이 아니라 연필을 소재로 쓴 짧은 소설도 수록되었고, 연필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는 정보성 글도 있다.

9명의 글 중 내가 특히 재미있게 읽은 글은 가장 먼저 등장하는 작가 태재 씨의 글이다.

카피깨나 썼던 이력을 가져서인지 재치 있는 문장들에 연필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나 싶을 정도였다.

 이렇게 계속 연필 깎는 일을 핑계로 쉬고 오는 나 녀석, 이래 봬도 엄연한 작가로서 이 지면을 받았다. 누군가 내 핑계에 인상을 쓰며 "너 이 녀석, 여러 자루를 미리 깎아 놓으면 안 되는 거야?" 하고 묻는다고 해도 나는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다. "내가 설마 그 짓을 안 해 봤겠어요? 그치만 그러면 쉬지 않고 일해야 한다고요!"


p.17


꿈은 '저런 애도 글로 밥 벌어서 먹고 사는데...'에서 '저런애'를 맡아 모두에게 힘이 되는 것이라는 재미있는 문장으로 소개되는 매거진 에디터 김혜원 씨의, 연필 때문에 잘 보이고 싶은 사람에게 발끈했던 일화나 일기가 아닌 자신의 모든 글에는 약간의 거짓이 섞여 있다고 솔직하게 쓴 글도 귀여웠지만, 다른 저자의 글과는 달리 글에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틀린 부분이 몇 군데 보이는 게 아쉬웠다.

(의도한 건 아닌데 저자의 글을 그대로 옮겨 온 아래 발췌문만 봐도 알 수 있다)

 혹시나 정말로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까 봐 짧게 설명하자면.... 내가 일기를 꾸준히 쓸 수 있었던 비결은, '일기장에 연필로 쓰는 이야기'만이 진짜이기 때문이다. 그 외는 다 가짜다. 회사에서 쓰는 기사, (나의 본업은 잡지 에디터다) 업무상 작성한 메일, 연애 편지,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혼잣말, 친구에게 보내는 카카오톡 메시지까지. 내가 쓰는 모든 글에는 약간의 거짓이 섞여 있다. 일기를 쓰지 않는다면 나는 완전히 거짓말쟁이가 되 버릴 것이다.


p.64

9년간 편집자로 일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김은경 씨의 글을 읽다 보니 편집자의 고충을 알게 되어서 이걸 서평에 언급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아쉬웠던 부분은 솔직하게 적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역시 언급한다.

저자의 말처럼 다른 사람의 오류를 지적하는 일은 미안한 일이기도 하다.

 옮음만이 존재해야 하는 사각 교정지 내에서 연필은 의외의 숨 쉴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 무언가를 적어 놓았더라도 언제든 철회하면 그만이었고 지우개로 박박 지우면 흔적이 남지 않았다. 틀릴 자유, 이 얇고 흐린 연필에는 실수를 넉넉하게 품어 주는 여유가 있었다.


p.95

그리고 작가 태재 씨의 글을 이 책의 가장 앞에 배치한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처럼, 편집숍 흑심의 글을 가장 마지막에 배치한 것 또한 탁월한 선택이었다.

흑심은 연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알려졌다고 생각하는 연필 가게인데, 수록된 사진들과 함께 글을 읽으면 책을 덮자마자 당장 가게로 달려가 연필을 사고 싶어진다.




연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예쁜 노란 빛깔로 겉과 속 모두 물든 <여전히 연필을 씁니다>는 연필에 애정이 있는 사람들은 공감하며 읽고, 연필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도 추억을 회상하고 연필과 사랑에 빠질게 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겨울왕국, 또 하나의 이야기 디즈니 오리지널 노블
젠 캘로니타 지음, 성세희 옮김 / 라곰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한민국에 겨울이 찾아오고 많은 사람들이 기다려온 영화 <겨울왕국2>가 개봉하면서 다시 한번 겨울왕국 열풍이 불고 있다.

이때 우리에게 함께 찾아온 책들도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이 책 <겨울왕국, 또 하나의 이야기>이다.



이 책이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은 영화 <겨울왕국>과는 다른 이야기라는 것에 있다.

우리는 서사가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즉 영화나 소설 같은 것을 보거나 읽으며 만약 이랬다면 (What if...)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보곤 한다.

그런 생각은 팬픽션(팬픽)으로 탄생하기도 하는데, 이 소설은 영화 <겨울왕국>에서 엘사와 안나가 어렸을 때 트롤 파비 할아범이 안나에게서 엘사의 마법과 같은 능력에 대한 기억을 지웠던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둘 모두에게 엘사의 능력에 대한 기억은 물론이고 둘이 자매라는 기억도 사라져 버린다면 하고 상상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이 소설은 팬픽이 아니라 엄연한 디즈니 오리지널 노블로, 디즈니에서 공인한 겨울왕국의 또 다른 이야기이니 팬들에게는 의미가 남다르다!



나는 영화 <겨울왕국2>는 보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겨울왕국>은 보고 이 소설을 읽기를 추천한다.

<겨울왕국> 영화 속 장면이 많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영화를 봐야 더 수월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소설을 읽을 수 있다.

이 말은 <겨울왕국> 영화 스틸 사진이 곳곳에 쓰였다는 것뿐만 아니라 영화와는 다른 이야기임에도 작가가 영화 속 장면을 잘 활용해서 독자가 소설을 읽으면 저절로 머릿속에 영상이 재생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엘사는 아렌델의 왕국에서 왕과 왕비와 함께 외동딸로 자라고 안나는 아렌델이 내려다보이는 마을 하몽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부부 토말리와 요한의 양녀로 자라는데, 왕 아그나르와 왕비 이두나 그리고 왕비 이두나의 오랜 친구 토말리와 토말리의 남편 요한은 엘사와 안나에게 자매가 있다는 사실, 더불어 안나에게는 안나가 공주라는 사실을 비밀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왕과 왕비는 배를 타고 2주간 외교 여행을 떠나게 되어 엘사 혼자 궁에 남게 되는데, 엘사가 "꼭 가셔야 해요?" 하고 묻는 장면은 영화 속 장면을 그대로 빼다 박은 듯했다.

그리고 영화를 본 나는 그렇게 떠난 왕과 왕비가 실종되어 돌어오지 못할 것을 아니 더욱 슬픔에 목이 멨다.


엘사에게는 이제 영화에서보다 더한 상황이 됐다.

안나에 대한 기억이 없으니 엘사에게는 가족이라고는 하나도 남지 않고 완전히 혼자가 된 것이나 다름 없으니까.

게다가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마법 능력까지 발동되어 더욱 당황스러운 상황에 처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안나 대신 올라프가 엘사 곁에 있게 된다.


아니, 네가 왜 거기에서 나와? 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이에 대해 설명하자면, 책 띠지의 "우리는 언젠가 반드시 다시 만나!"라는 말은 엘사와 안나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겨울왕국>의 등장인물들, 엘사, 안나, 올라프, 크리스토프, 스벤 그리고 (별로 반갑지 않은 둘인) 한스와 위즐튼 공작까지, 다른 방식으로, 약간을 달라진 관계이긴 하지만 모두 만나게 되니까.

여기에서는 왕과 왕비의 추도식을 앞두었을 때, 엘사가 부모를 잃은 슬픔과 마법 능력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희미한 기억에 남은 사랑의 느낌, 안나와 눈사람을 만들던 것을 떠올리며 올라프를 만들게 되었고, 올라프는 이후 엘사의 비밀스러운 친구가 되어 함께 지내게 된 것이다.

엘사와 올라프는 희미한 기억과 흔적을 바탕으로 안나를 찾지만 몇 년 동안 진전이 없었다.

그러다 엘사의 대관식을 바로 앞두고 엘사와 올라프는 아버지인 왕 아그나르가 엘사에게 남겼던 상자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는데...



원작을 바탕으로 해서 쓴 다른 이야기는 등장인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이야기 전개에 억지로 맞추려고 하거나, 작가의 입맛에 맞추려는 경향 때문에 원작 캐릭터가 붕괴되어 괴리감이 느껴지거나 이야기 전개가 급작스럽고 어색할 떄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영화와 다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모습이 영화 속에서 보여준 것을 뺴다 박았으며 설득력 있는 전개와 영화 속 장면을 제대로 살린 짜임새에, 어색함을 느끼기는커녕 정신 차리고 보면 페이지가 훌쩍 넘어가 있는 그런 소설이다.

역자 이름도 익숙해서 보니<겨울왕국2 아트북>을 비롯하여 디즈니 아트북을 몇 권 번역한 번역가였기에 번역가 선정에도 신경을 썼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때문에 (크리스마스 이브에 말하기에는 조금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이 책은 <겨울왕국>을 좋아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할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화를 알면 역사가 보인다 - 그림으로 보는 세계 신화 보물전
최희성 엮음 / 아이템비즈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신화를 알면 역사가 보인다고? 신화는 허구적인 옛날이야기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신화를 아는 사람들은 살면서 그 허구적 이야기인 신화가 과거에도 현재에도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몇 번이나 느껴보았을 것이다.

신화에는 옛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이 담겨있으며, 옛날부터 지금까지 종교, 문화, 예술 분야는 물론이고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생각에도 영향을 주었다.



폴로네시아 문명의 신화이자 폴리네시아 신화에 기반을 두고 있는, 영웅이자 악동인 마우이 이야기를 예로 들어보자.

마우이는 태어났을 때 어머니에게 버림받아 바다의 신 랑기에게서 키워졌다.

하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 가장 먼저 자신의 가족을 찾았다고 하는데, 마오리족은 신원이 불분명하면 재능이 뛰어나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불문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원이 분명하지 않으면 재능이 있어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당시 사람들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이 책은 한국인에게 한국 신화보다 더 친숙할 그리스 로마 신화부터 내가 흥미로워 하는 이집트 신화와 수많은 신들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 인도 신화, 마블 영화 시리즈 이후 자주 보이는 북유럽 신화뿐만 아니라, 메소포타미아 문명, 페르시아 문명, 중국 문명, 헤브리아 문명, 동유럽 / 슬라브 문명, 아메리카 문명, 아시아 문명, 아프리카 문명, 켈트 문명, 그리고 내가 디즈니 영화 <모아나>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된 폴로네시아 문명의 신화까지, 5대양 6대주 전 세계 곳곳의 신화를 담았다.


이렇게 수많은 신화를 575여 페이지에 담았기 때문에 각 신화의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인도 문명 신화의 분량이 40페이지 정도다) 다양한 신화의 주요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는 신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메이저 신화부터 마이너한 신화까지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특히 앞서 말했듯 디즈니 영화 <모아나>를 인상 깊게 보았기 때문에 17페이지 분량인 폴로네시아 문명의 신화가 특히 반가웠다!



이 책으로 <모아나>에서 노래를 부르며 간략히 요약해서 보여준 마우이의 활약들을 읽을 수 있었고, 화와이 신화 속 화산의 여신 펠레는 영화 속 테 카와 테 피티를 떠올리게 했다.

폴로네시아 문명의 신화를 알게 되니 태평양 군도의 폴리네시아 신화와 문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기 위해 견학을 하고 자문단을 만드는 제작진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는 걸 알 수 있었고, 영화의 모태가 된 신화에 대해 더 알아가는 기쁨을 맛보았다.



그리고 신화와 관련된 여러 사진과 그림이 수록되어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해줬다.

다양한 문명의 신화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유사점을 통해 인류 공통의 생각을 발견하는 것도 신화를 읽는 즐거움 중 하나다.

대표적으로 홍수 신화가 있는데, 홍수 신화들은 상당히 유사해서 말을 안 하면 같은 문명의 신화로 알았을지도 모른다.

알려지기로는 노아의 방주가 더 알려졌지만 메소포타미아의 홍수 신화가 가장 오래되었다는 흥미를 끌 만하다.



다양한 신화를 읽으며 재미는 물론이고 세계가 확장되는 것을 느꼈다.

신화를 읽었을 뿐인데 그동안 보고 들었던 예술과 문화,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신화를 알면 역사만 보이는 게 아니라 모든 걸 더 깊고 넓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에는 아쉬운 점이 있는데, 위처럼 상태가 좋지 않은 그림이나 사진 또한 수록되었다는 것이다.

책의 부제가 '그림으로 보는 세계 신화 보물전'인 만큼 그림과 사진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도 마치 이미지 파일이 깨져서 픽셀이 두드러지는 듯하거나 흐릿한 그림과 사진이 일부 있었다.

앞으로 그림과 사진을 수록한 책을 만들 때 출판사 측에서 인쇄 상태를 꼼꼼하게 확인한다면 완성도 높은 책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