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칠 짐은 없습니다 - 스무 가지 물건만 가지고 떠난 미니멀 여행기
주오일여행자 지음 / 꿈의지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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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라이프가 유행한 지 좀 된 것 같은데, 아직도 꾸준하게 미니멀 라이프 관련 글이 올라오고 책이 출간되는 걸 보면 이 유행은 앞으로 더 갈 것 같다.

나는 해외여행하면 캐리어와 거대한 배낭이 함께 떠올랐다.

공간이 부족하다며 더 큰 캐리어를 장만해야 하나 하는 고민글이 올라오고, 사람 몸도 들어갈 만한 크기의 긴 배낭을 메고 세계를 여행하는 배낭여행에 대한 글과 영상도 자주 보인다.

그렇게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자유로워 보이기도 했지만, 큰 짐을 낑낑대며 끌고 메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한편으로는 그게 족쇄 같아 보이기도 했다.



제목을 보면 예상할 수 있듯, 이 책은 미니멀리즘을 여행에 적용한 미니멀 여행기를 담고 있다.

월세와 카드값 등이 족쇄가 되어 돈을 버는 삶을 살던 저자는 책 속에서 K라고 불리는 남자친구와 여행을 떠나는데, 처음에는 이 둘도 많은 사람들처럼 큰 배낭여행용 배낭을 짊어지고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여행 중 만난 다른 여행자의, 짐으로 가득 찬 배낭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저자와 여행 동지 K의 최대 문제는 짐으로 가득 찬 배낭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짐들을 돌아본 그들은 배낭 안에서 여행 중 한 번도 입지 않은 옷가지들과 심지어 한 번도 켜지 않은 블루투스 스피커까지 나오는 것을 보고 어이없어했다.


나는 여행을 할 때 (여행을 안 간지는 오래되었지만, 어쨌든 오래전의 여행을 돌아보면) 짐을 바리바리 싸 가는 편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어릴 때에는 여러 가지를 챙겼지만 여행지에서는 결국 대부분 꺼내지도 않는다는 것을 비교적 일찍 알아챘고, 그 이후로는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잘 챙기지 않게 되었다.

어린 마음에도 그렇게 짐을 줄이니 얼마나 편하던지!

저자는 그런 편한 느낌은 물론이고,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는 여행을 했다.



본격적인 미니멀 여행을 하기 전, 인터넷 시대에 으레 그렇듯 저자는 검색을 통해 미니멀 여행에 대해 찾아보고 짐을 꾸리는 팁을 얻고자 했다.

이전에도 세계적으로 미니멀한 여행 사례는 있었다.

가벼운 가방 하나 들고 떠나는 여행을 넘어,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의 짐만 챙기거나 (스마트폰과 충전기는 빠뜨릴 수 없는 짐이 됐다) 심지어 입은 옷 외에 짐 하나 없이 유럽 여행을 한 커플도 있다고 한다.

이들은 자신만의 여행 스타일에 맞춰 최소한의 짐을 꾸렸다는 것 외에는 명확한 해답을 얻을 수 없었지만, 저자와 K는 대체할 수 있는 물건들을 빼는 것에 집중했다.

(...)

 "그 프로젝트도 그렇고 우리의 배낭 없는 여행도 그렇고, 각자의 인생에서 스스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기회인 것 같아. 결국 자신이 선택하는 물건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이자, 삶의 우선순위이니까. 여행하기 위해 혹은 물건을 정리하기 위해 우리가 가진 것 중 최소한만 남기는 이 과정이 결국은 우리 삶의 가치를 재구성하는 일이 아닐까?"


p.37-38

이렇게 미니멀한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여행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저자의 미니멀리즘에 대한 생각에 공감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한 뒤로 이를 잘못 받아들여 무조건 버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물건을 또 사는 사람들과 버린 물건의 빈자리를 다른 물건으로 채우는 사람들을 여럿 보았다.

나는 미니멀 라이프의 핵심은 버리는 게 아니라 소비하는 방식을 바꾸는 거라고 생각했고, 얼마 전부터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 쓰레기와 환경 문제 때문에 무조건 버리는 행위를 좋게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저자의 글을 만나니 반가웠고,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했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일회용처럼 쓰고 버리는 물건들이 이 세게를 망치고 있다는 걸. 자주 샀다가 자주 버리는 싸고 질 나쁜 물건들이 농약처럼 이 행성을 병들게 하고 있다는 걸. 누구도 어쩌지 못하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 유해한 화학 물질과 강으로 흘러드는 폐수까지, 모두.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미니멀리즘은 무조건 버리기만 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나쁘게 만들어지고 빠르게 버려지는 물건을 구매하지 않고, 가치가 담긴 물건을 조심스레 구매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바라던 미니멀리즘이다. 어쩌면 필요할 때에 필요한 만큼의 물건을 사고, 옳은 가치를 담은 물건을 사는 데 집중했더라면 소유한 물건들을 정리해 나가는 미니멀리즘은 애초에 필요치 않았을지도 모른다.


p.46

그저 또 다른 유행에 동참하는 기분으로 미니멀해지고 싶은 게 아니라면, 미니멀리즘은 소비를 통해 자신이 무엇에 가치를 두는지를 증명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무엇을 사지 않는 데만 몰두하지 않고 무엇을 살 것이가에 대해 고민하며, 무조건 버리는 유행에 현혹되기보다 그 일이 환경과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관찰해야 한다.


p.46-47

각자 스무 가지 남짓의 적은 짐이 든 가방 하나씩만 들고 떠난 저자와 K의 여행은 특히 이동할 때 엄청난 장점이 되었다.

기다려서 수화물을 부치고 찾는 일도 생락되고, 짐을 들고 다녀도 부담이 되지 않으니 숙소에 들를 필요가 없어서 시간도 체력도 절약이 되었다.

이들의 여행을 읽고 있는 내가 다 가볍고 편했다.

공항 직원이 수화물이 없는지 확인할 때, "네, 부칠 짐은 없습니다."라는 대답이 낯설고도 시원했다.


그러나 미니멀 여행에는 불편함 점도 있었다.

여러 나라를 다녔기 때문에, 영상 15도와 영하 15도의 계절을 넘나드는 여행을 할 때 드러났는데, 추워도 껴입을 옷이 한정적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혼자 살지 않는 곳이고 다정한 사람들이 곳곳에 있기에, 두툼한 겨울 외투와 모자, 우산같이 필요한 것들을 빌려 쓰며 부족한 부분을 메꿔 여행할 수 있었다.

(나중에는 유럽 사람들처럼 우산을 안 쓰고 다니기도 했지만)

저자가 만난 이런 사람들과 이런 경험 때문에 책을 읽는 나도 세상의 온기를 느꼈다.


이 책은 가벼운 가방처럼 가볍고 편한 내용만 담지 않았다.

한 예로 이스라엘 여행에서는 보이는 것만으르 보지 않고, 다들 행복하고 풍족해 보이는 화면 너머를 본다.

수영장을 바라보며 주변국들의 수자원까지 독점하는 이스라엘과 주변 지역의 현실을 생각한 것이다.




저자는 여행지의 민낯과 깨달음을 솔직하게 글에 적었다.

그중 하나가 인종차별을 마주한 일화로, 저자는 인종차별을 당해보고 나서야 지금까지 여행지에서 자신이 편견을 가지고 본 사람들의 입장에 서볼 수 있게 된다.

이 부분은 이 책에서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이다.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갈등이 극단적으로 치닫는 요즘, 특히 읽어보고 생각해볼 만한 부분이다.

(...) 우리가 개똥처럼 피하려던 사람들의 고단하고 남루한 삶은 우리에게 어떤 그림자도 드리우지 않는다. 우리를 좀먹는 그림자는, 가장 평범한 얼굴로 우리 사이에 피어나는 증오의 그림자이다.


p.113

저자는 가벼운 짐으로 자유로운 여행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했고, 자신을 돌아보고 사유하며 배운다.

저자가 '여행은 가볍게, 영혼은 무겁게'를 추구해서인지, 글은 재미있고 무겁지 않게 잘 읽히면서도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이 여행 경험을 통한 저자의 사유와 깨달음은 여행에서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우리의 삶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우리는 다르다는 이유로 그렇게 매번 소수자가 된다. 아주 평범한 일상의 순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 그래서 나폴리 공원과 바리 기차역의 흑인 이민자들, 텔아비브 주변의 무슬림들, 그 누구도 내가 아니지 않다. 그것이 모든 소수자, 그들이 누구든, 무엇을 믿고 누구를 사랑하던, 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유이다. 그 모든 이들이 바로 나이기 때문에.


p.114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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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하드커버 에디션)
존 그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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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그린의 최근작인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르르 인상 깊게 읽은 후 존 그린의 유명작인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를 읽었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는 영화 <안녕, 헤이즐>의 원작 소설인데, 이 영화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이전에는 원작 소설을 읽어보지 않았었다.

그렇듯 나는 영화를 본 후에는 영화 원작 책은 거의 읽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은 후에 생각이 바뀌었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는 많은 사랑을 받아온 결과 이번에 새 옷을 입게 되었는데, 반짝이는 일러스트가 그려진 튼튼한 하드커버 에디션을 손에 들고 이 작품을 다시 읽게 되었다.

나는 한 번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경우는 무척 손에 꼽지만 이 작품은 몇 번이고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는 암에 걸린 십대 남녀의 이야기인데, 주인공 헤이즐은 항상 산소통을 가지고 다녀야 하고 거스(어거스터스)는 암 때문에 다리 하나를 자르고 의족을 해야 했다.

이 책도 이전에 읽었던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와 마찬가지로 소설 안에 녹아들어가 있는 작가의 척학과 메시지가 인상 깊었다.

같은 작가의 책이어서 그런지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와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는 비슷한 느낌을 주는데, 그래도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가 더 좋았다.

존 그린은 제목을 참 잘 짓는 것 같다.

소설을 읽고 왜 책의 제목이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인지를 알게 되니 이처럼 시적이고 의미 있으며 잘 어울리는 제목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

셰익스피어가 카시우스의 편지에 쓴 "친애하는 브루투스여, 잘못은 우리 별에 있는 것이 아닐세. / 우리 자신에게 있다네."라는 말은 틀려도 이보다 더 틀릴 수 없는 말입니다. 로마의 귀족이라면 (혹은 셰익스피어라면!) 쉽게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지만, 우리의 별에는 잘못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p.120

아래는 헤이즐과 거스가 만날 첫날에 대화를 나누는 부분인데, '비극적 결함', '암적 이득' 같은 단어 하며 '담배를 물고 있지만 불을 붙이지 않는 것'을 '죽음을 행할 수 있는 힘을 주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는 시각이 독특하며 재미있지 않은가?





특히 어거스터스 워터스(거스)라는 캐릭터는 독보적이라고 생각했다.

거스는 상징을 좋아하고 책의 구절을 인용할 줄 알고 웃는 모습이 매력적이고 배려심도 겸비했는데 재미까지 있는 그런 남자아이로 완벽해 보였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거스의 인간적인 면모를 만나게 되면서 더 마음을 끌었다.

(영화에서 거스 역을 맡은 배우 안셀 엘고트는 거스 그 자체가 아닐까 싶을 만큼 거스와 잘 어울린다)

헤이즐은 책을 좋아하는 시니컬한 캐릭터인데, 헤이즐이 망각이 두렵하는 거스에게 처음 한 말은 거스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도 큰 인상을 주었다.

거스는 헤이즐의 이런 말을 듣고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데, 나는 어떨까?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거야. 우리 모두 죽는 날이. 모두 다. 인류가 죄다 사라져서 누가 이 땅에 존재했다는 사실도, 우리 인류가 여기서 뭘 했다는 것도 기억하라 사람이 전혀 없게 되는 날이 올 거라고. 너희들은 고사하고 아리스토텔레스나 클레오파트라를 기억하는 사람조차 없어지는 거야. 우리가 하고 만들고 쓰고 생각하고 발견했던 모든 것들이 잊히고 이 모든 것들이 무(無)로 돌아가게 되는 거야."


p.17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가상의 책 <장엄한 고뇌>를 빠뜨릴 수 없는데, <장엄한 고뇌>는 헤이즐의 인생 책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요소다.

책을 읽어가면 왜 헤이즐이 이 책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데, 작가는 책 속의 책 또한 기발하게 결말을 맺었다.

헤이즐과 거스는 서로 좋아하는 책을 교환해서 읽고 대화를 하는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지고 있는 로망이지 않은가.

두른 운둔한 <장엄한 고뇌> 작가를 만나러 직접 암스테르담에 여행까지 간다.


다른 사람보다 죽음에 더 가까운 이들, 죽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본 이들이 나오기에 책을 읽는 나 역시 죽음에 대한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죽음을 대하는 헤이즐과 거스의 차이를 보며 나는 거스에게 좀 더 공감했다.


이 소설은 단지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것을 담고 있어서 더 좋았다.

헤이즐의 독백, 헤이즐과 거스의 말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지, 얼마나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는지, 얼마나 마음을 울리는지...


영화를 먼저 봤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영화의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르기도 하고, 영화와 비교가 되기도 했다.

소설 속의 장면을 영화에서 어떻게 구현해냈는지, 그리고 무엇을 바꾸었는지 생각하며 읽는 것도 재미있었다.

역시 소설이 영화에서는 알 수 없었던 것들, 그리고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많이 담고 있었기 때문에 <안녕, 헤이즐>을 본 사람도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를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글은 책을 읽고 시간이 좀 지난 뒤에 쓰고 있다.

책을 읽은 직후에는 밑줄을 그은 부분이 많은 것만큼 너무 할 말이 많아서 뒤죽박죽이었기 때문에, 좀 가라앉은 다음에 블로그에 서평을 올려야지 한 것이다.

그 때문에 서평이 조금 싱거운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인상적이고 좋은 책이었다는 뜻이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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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파도에 몸을 실어, 서핑! - 허우적거릴지언정 잘 살아 갑니다 Small Hobby Good Life 1
김민주 지음 / 팜파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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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쭉 물을 무서워했고, 바다에 가본 지도 10년이 넘은 나의 버킷리스트에는 '서핑'이 있다.

영화 푸른 바다를 향해 큰 서핑 보드를 들고 달려가는 사람들의 몸짓에서, 파도를 향해 헤엄쳐 가 파도를 타는 그들의 얼굴에서 행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핑이 도대체 뭐기에 그들을 먼바다까지 달려가게 하고 하루 종일 바다에서 살게 할까?

서핑 그 자체보다 서핑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서핑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고 나도 서핑을 하면 저렇게 열정적이고 행복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버킷리스트에 서핑하기를 넣은 것이다.

(그리고 물을 멀리한 지 오래되어 겁을 좀 상실한 것도 한몫했겠다)

하지만 버킷리스트에 넣은 많은 것들이 그렇듯 서핑하기는 요원해 보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한발짝 더 다가간 것 같다.

몸의 근육도 습관대로 굳어지듯이 마음에도 근육이 있어 살아온 방식대로 살게 된다. 마음도 몸의 일부고, 몸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오랜 시간 특정한 모양으로 굳어진 마음의 모양을 바꾸기 위해서는 몸을 다르게 움직여야 했다. 나는 새로운 나를 만들기 위해서 이전의 나라면 영영 하지 않았을 것, '나는 못 할 거야'라는 무기력한 생각 때문에 도전하지 않았던 것, 서핑을 해 보기로 했다.


p.14-15


저자는 타인의 말과 평가에 유난히 신경을 쓰는 성격으로, 그로 인해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자신을 괴롭혔다.

서핑은 일종의 충격요법으로, 이런 자신을 바꾸기 위해 스스로에게 준 미션이었다.

사실 저자는 바다에 빠진적도 있고, 친한 언니를 바다에서 잃은 경험으로 바다를 두려워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아픈 기억을 가지고도 바다에 나가기로 한 용기를 보며 나도 내 두려움을 이기고 서핑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친한 언니를 잃은 경험은 두려움만 남기지는 않았다.

삶의 유한함을 느끼는 계기가 되어 저자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뀌게 한 것이다.

그리고 일상과 일에 구분이 없어 주말마저 일을 해야 하는 생활을 하는 중에 직장 선배들이 병가를 내는 모습을 보며 저자는 퇴사를 결심한다.

이런 삶은 다른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지 않나 싶다.



항상 내 보드는 내가 제어해야 하며, 보드가 어디에 있는지, 주변 사람과의 충돌 위험은 없는지 주시해야 한다. (...) 만약 친구와 같이 서핑을 배우러 왔다면 친구가 어떻게 타는지 넋 놓고 구경해서는 안 된다. 구경하다가 내 보드 제어에 소홀하게 되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보드를 내가 챙기는 것이 무조건 1순위다. 내가 내 것을 지킨 결과가 남을 보호하는 일이라니, 육지와는 다른 바다의 섭리였다.


p.21

책을 읽으면서 어렴풋했던 서핑에 대해서 알아갔다.

서핑 강습은 어떻게 진행되는지부터 서핑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나 장비와 용어도 알게 되었다.

내 보드를 잘 챙기는 것이 안전에 있어서 무척 중요해서 1순위이며, 서핑에서는 보드에 올라타 파도를 타는 라이딩이 실력을 가른다고 생각했는데 서핑 실력은 (보드 위에서 팔을 저어 헤엄치는) 패들링이 좌우한다는 것 등...

서핑 슈트가 3mm의 고무라는 것을 알게 되고는 (겨울용은 그보다 더 두껍다) 그 두꼐에 입을 때도 벗을 때도 고생이겠구나 싶었지만, 부력이 있어 물에 뜨도록 되어 있다니 한편으로는 든든해 보였다.

서핑에 대해 알아갈수록 잠깐의 짜릿함을 위해 갖춰야 할 것들과 견뎌야 할 것들이 많다(p.32)는 저자의 말이 딱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책 속에는 저자의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나처럼 서핑을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적당한 정보와 서핑 노하우가 있다.

서울에서 강원도까지 운행되는 서핑 버스, 수온은 한 계절씩 늦게 변한다는 것, 발리 서핑 여행 팁 등이 그렇다.


또한 이 책은 그저 서핑 이야기만 담고 있지 않다.

저자가 살아온 세상과 바다의 서핑 보드 위에서 바라본 세상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통해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는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갈지 생각해보게 한다.


시원한 바다에 갔다 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Small Hobby Good Life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은 요즘같은 여름과 잘 어울렸다.

이 시리즈로 앞으로는 어떤 취미와 삶을 담아낸 책이 나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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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속기사는 핑크 슈즈를 신는다
벡 도리-스타인 지음, 이수경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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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픽션이 아니라 저자가 백악관에서 일한 경험담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을 책이다.

저자 벡은 워싱턴 D.C.에서 아르바이트를 여러 개 하면서 임시 직장에 다니고 있었고, 안정된 직장에 취직하기를 소망하며 구직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미국의 중고거래 사이트이자 부동산 직거래 사이트이자 구인구직 사이트인) 크레이그스리스트에서 법률회사 속기사를 구한다는 글을 보고 지원했는데, 그 구인글은 사실 백악관 속기사를 구하는 것이었다는 소설 같은 일이 벌어진다!

벡은 속기사 일에 지원하면서도 적극적인 자세는 아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벡이 백악관 속기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벡이 (국회의원들의 아들딸들과 손자 그리고 당시 대통령이던 버락 오바마의 딸들이 다니는) 시드웰 프렌즈 학교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백악관에서 근무할 사람은 능력도 중요하지만 위험이 되지 않는 사람이어야 하기 떄문에 이게 큰 장점이 된 것이다.

백악관 속기사로서의 일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법원의 속기사처럼 실시간으로 말을 듣고 빠르게 타이핑을 하거나 사무실에 앉아 녹화된 영상과 녹음된 음성을 들으며 타이핑만 하는 줄 알았는데, 대통령이 출장을 가면 따라가서 동료들이 듣고 타이핑해 문서로 남길 수 있도록 대통령의 인터뷰와 브리핑들을 녹음하는 일을 하고, 사무실에서 영상과 음성을 들으며 타이핑하기도 하지만 실시간으로 하는 타이핑이 아니라 빠른 속도는 필요하지 않기에 속기술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여기서 눈여겨봐지는 건 백악관 속기사는 말단 직원이지만 대통령의 곁에서 (녹음을 하며) 역사적인 순간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가제본으로 읽었기에 사진은 모두 가제본을 찍은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아니, 제목을 볼 때부터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떠오른다.

국내 번역본 제목을 이렇게 바꾼 이유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떠올리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책을 읽으면서도 그 영화를 여러 번 떠올렸기에, 서평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워싱턴은, 사람으로 치면 절대 상스러운 말을 입에 담지 않으며 항상 얼굴에 풀 메이크업을 하고 다니는 여자다. 또는 가까운 친구 10명과 주말에 함께할 브런치를 예약하고 종업원에게 주는 팁 15퍼센트가 적당하다고 굳게 믿는 남자다. 나는 여행 가방 2개를 들고 정신을 바짝 차린 채 워싱턴에 왔다. 내 이력서에 경력을 채우는 용도로 이 도시를 이용해야지. 물론 이 도시는 집세와 맛없는 11달러짜리 샌드위치 값으로 내 돈을 몽땅 빼앗아가겠지만.


p.19-20

영화의 주인공 앤디와 벡은 자신이 일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은 분야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직장에서 일을 하게 된다.

초반에 벡이 워싱턴이란 도시 자체가 자기와는 맞지 않다며 '워싱턴족'에 대해 말하는 부분은 영화에서 앤디가 남자친구에게 패션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말하며 불평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앤디처럼 벡은 초반에는 적응의 어려움을 보이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백악관 내에서 마음 편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도 생기고 일에도 익숙해져 간다.

출장 때 운동 후 시간에 쫓겨 급하게 짐을 내놓느라 땀에 젖은 옷과 함께 샤워 후 갈아입을 속옷까지 몽땅 내놓거나 호텔 헬스장에서 당시 대통령이었던 오바마가 말을 걸 때 말 한마디 못 했던 벡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바마와 잡담을 나누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벡은 출장에서 돌아오면 또 다음 출장을 위한 가방을 싸야 하는 바쁜 생활을 하는데,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이나 미디어 전세기를 타고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보고 경험하는 것을 글로 읽으면서 백악관에서 일하는 것도 흥미롭고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꿈꾸던 삶을 산다'는 말은 백악관 세계의 생활을 표현하는 우리만의 은어 같은 것이다. 놀랍고, 스트레스 넘치고, 흐릿하고, 피곤하고, 낙담할 때도 많지만 내가 누구 밑에서 일하는지,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떠올리는 순간 그 모든 게 감내할 만한 것이 되는 그런 생활. 그리고 '꿈꾸던 삶을 살고 있어'라는 말은 친구나 가족에게 보내는 이메일에 '지금 당장 누군가 날 도와주지 않으면, 5분이라도 쉬지 못하면, 지금 당장 커피를 마시지 못하면, 일주일 동안 휴가를 떠나지 못하면 나 조만간 누구 한 명 죽일지도 몰라'라고 쓰고 싶을 때 대신 쓰는 말이기도 하다.


p.119

이야기 중 그녀의 연애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워싱턴에서 사귄 남자친구 샘과 백악관에서 만난 제이슨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남자친구 샘이 바람을 피웠던 데다가 일 때문에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와중에, 10살 차이가 나지만 대화도 잘 통하고 백악관 직원 모두에게 인기 있는 제이슨에게 끌리게 된 것이다.

특히 벡에게는 추억의 자동차이기 때문에 계속 눈여겨보았던 차의 주인이 제이슨이었다는 부분을 읽으면서는 나도 모르게 앞으로 이 둘이 뭔가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남자친구와의 불화 이후 능력 있는 남자의 등장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비슷하지만, 벡의 연애 이야기는 솔직하게 쓴 만큼 더욱 현실적이고 답답하기도 했다.



벡이 백악관에서 근무 중일 때 미국 대통력은 버락 오바마였다.

당시에는 버락 오바마에 대한 좋은 일화가 먼저 보여서 몰랐지만, 이후에 일본에 대한 태도나 한반도에 미친 영향을 알게 되면서 나에게는 버락 오바마가 좋게만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벡이 생일 때 타보게 된 (미국 대통령을 위한 헬기인) 마린 원 안에서 버락 오바마와 한 대화를 보면 인간 대 인간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사람이겠구나 싶었다.

책에 전체적으로 버락 오바마에 대한 호감이 녹아있는 만큼 벡의 필터를 거쳤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현재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이야기는 어떨지 궁금해서 누가 책으로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포터스는 백악관 직원들이 대통령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의 약자))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점은 과거형(~했다)이 아닌 현재형(~한다)로 쓰였다는 점이다.

때문에 문장이 익숙지 않았지만, 글에 현장감을 주려고 이렇게 쓰지 않았나 싶다.


벡은 앤디처럼 글을 쓰는 사람이고, 백악관 근무 중에도 백악관 사람들과 근무를 소재로 개인적인 글을 썼다.

예전에 조깅 중에 대통령 고위 보좌관 중 한 명인 데이비드 플러프가 벡을 추월해 달린 적이 있었는데, 백악관 사람들은 운동과는 거리가 멀 거라는 자기의 편견을 깬 그에 대해 글을 쓴 적도 있다.

어느 날 데이비드 플러프가 백악관에서 마지막 근무를 하게 되었을 때, 벡은 '날쌘돌이 전략가'라고 제목을 붙인 그 글을 선물하게 되는데, 나는 그 부분을 인상적으로 읽었다.



그렇게 글을 쓰며 작가의 꿈을 키워온 저자는 이 책을 출간하며 꿈을 이룬 게 된 것이다.

이 책은 백악관에 대한 호기심이나 관심이 있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을 위해 움직이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여럿 보이는 만큼, 그 영화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이 책도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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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로망, 로마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시공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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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맛집을 찾아다니며 먹는 즐거움을 누리고, 여행의 추억을 상기시켜줄 물건이나 사고 싶었던 물건을 쇼핑하고, 여행지나 예술작품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감상하고 느끼는 것이 깊이가 없는 여행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작품을 볼 때 작품과 그것을 만든 예술가에 대해 알고 보면 더 많은 것이 보이고 느껴지는 것과 같이 여행지에 대해서 알고 여행하는 것과 알지 못하고 여행하는 것은 다르다고, 이것은 선호도의 차이일 뿐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아무튼 이전에 (다른 책을 통해서)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따라 도시를 여행했을 때 만족했기에 이번 책을 통한 로마 여행도 기대가 됐다.



책의 저자는 카페에서 사진을 찍고 트레비 분수에 가는 것이 하이라이트가 되는 로마 여행을 안타까워하여,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깊이 있는 로마 방문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자 했다.



로마는 고대 로마와 르네상스라는 찬란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찾아가는 유명 도시다.

책은 저자와 함께 이탈리아 로마 곳곳을 다니며 로마가 가지고 있는 거대한 역사를 다루고 있는데, 로마의 여러 고전들도 소개해서 더불어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역사에는 문화 역시 포함되므로, 로마 안의 여러 장소와 미술관에 있는 예술 작품과 그 작품을 만든 예술가에 대해서도 담았다.



책은 실용적인 여행 가이드로서의 노릇도 하는데, 로마 여행을 할 떄 유용할 만한 조언도 해준다.

포로 로마노를 잘 모른다면, 그곳 입장료는 비싸고 햇빛은 강한데 그늘도 없으니 밖에서 구경하는 게 낫다는 것이 그 하나다.

또 저자는 얼핏 보면 계획적인 여행을 즐길 것만 같지만, 독자들에게 로마에서 의도적으로 길을 잃어볼 것을 권유하기도 한다.



모르고 로마에 갔다면 멋진 건물이네, 작품이네 하며 스윽 보고 지나갔을지도 모를, 심지어 눈에 제대로 담지도 못하고 스쳐 지나갔을 장소도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알게 됐다.

특히 처음에 만난 '세르비우스의 성벽'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무려 맥도날드 매장 안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로마가 찬란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로마 자체가 큰 유적지이며, 곳곳에 역사적 흔적과 작품이 많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본다.

로마라는 도시 안에는 의미 있지만 볼 거리가 많은 만큼 모르면 지나칠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이 책은 우리가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도우며 로마 여행에 깊이를 더해줄 책이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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