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하드커버 에디션)
존 그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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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그린의 최근작인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르르 인상 깊게 읽은 후 존 그린의 유명작인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를 읽었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는 영화 <안녕, 헤이즐>의 원작 소설인데, 이 영화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이전에는 원작 소설을 읽어보지 않았었다.

그렇듯 나는 영화를 본 후에는 영화 원작 책은 거의 읽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은 후에 생각이 바뀌었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는 많은 사랑을 받아온 결과 이번에 새 옷을 입게 되었는데, 반짝이는 일러스트가 그려진 튼튼한 하드커버 에디션을 손에 들고 이 작품을 다시 읽게 되었다.

나는 한 번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경우는 무척 손에 꼽지만 이 작품은 몇 번이고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는 암에 걸린 십대 남녀의 이야기인데, 주인공 헤이즐은 항상 산소통을 가지고 다녀야 하고 거스(어거스터스)는 암 때문에 다리 하나를 자르고 의족을 해야 했다.

이 책도 이전에 읽었던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와 마찬가지로 소설 안에 녹아들어가 있는 작가의 척학과 메시지가 인상 깊었다.

같은 작가의 책이어서 그런지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와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는 비슷한 느낌을 주는데, 그래도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가 더 좋았다.

존 그린은 제목을 참 잘 짓는 것 같다.

소설을 읽고 왜 책의 제목이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인지를 알게 되니 이처럼 시적이고 의미 있으며 잘 어울리는 제목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

셰익스피어가 카시우스의 편지에 쓴 "친애하는 브루투스여, 잘못은 우리 별에 있는 것이 아닐세. / 우리 자신에게 있다네."라는 말은 틀려도 이보다 더 틀릴 수 없는 말입니다. 로마의 귀족이라면 (혹은 셰익스피어라면!) 쉽게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지만, 우리의 별에는 잘못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p.120

아래는 헤이즐과 거스가 만날 첫날에 대화를 나누는 부분인데, '비극적 결함', '암적 이득' 같은 단어 하며 '담배를 물고 있지만 불을 붙이지 않는 것'을 '죽음을 행할 수 있는 힘을 주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는 시각이 독특하며 재미있지 않은가?





특히 어거스터스 워터스(거스)라는 캐릭터는 독보적이라고 생각했다.

거스는 상징을 좋아하고 책의 구절을 인용할 줄 알고 웃는 모습이 매력적이고 배려심도 겸비했는데 재미까지 있는 그런 남자아이로 완벽해 보였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거스의 인간적인 면모를 만나게 되면서 더 마음을 끌었다.

(영화에서 거스 역을 맡은 배우 안셀 엘고트는 거스 그 자체가 아닐까 싶을 만큼 거스와 잘 어울린다)

헤이즐은 책을 좋아하는 시니컬한 캐릭터인데, 헤이즐이 망각이 두렵하는 거스에게 처음 한 말은 거스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도 큰 인상을 주었다.

거스는 헤이즐의 이런 말을 듣고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데, 나는 어떨까?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거야. 우리 모두 죽는 날이. 모두 다. 인류가 죄다 사라져서 누가 이 땅에 존재했다는 사실도, 우리 인류가 여기서 뭘 했다는 것도 기억하라 사람이 전혀 없게 되는 날이 올 거라고. 너희들은 고사하고 아리스토텔레스나 클레오파트라를 기억하는 사람조차 없어지는 거야. 우리가 하고 만들고 쓰고 생각하고 발견했던 모든 것들이 잊히고 이 모든 것들이 무(無)로 돌아가게 되는 거야."


p.17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가상의 책 <장엄한 고뇌>를 빠뜨릴 수 없는데, <장엄한 고뇌>는 헤이즐의 인생 책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요소다.

책을 읽어가면 왜 헤이즐이 이 책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데, 작가는 책 속의 책 또한 기발하게 결말을 맺었다.

헤이즐과 거스는 서로 좋아하는 책을 교환해서 읽고 대화를 하는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지고 있는 로망이지 않은가.

두른 운둔한 <장엄한 고뇌> 작가를 만나러 직접 암스테르담에 여행까지 간다.


다른 사람보다 죽음에 더 가까운 이들, 죽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본 이들이 나오기에 책을 읽는 나 역시 죽음에 대한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죽음을 대하는 헤이즐과 거스의 차이를 보며 나는 거스에게 좀 더 공감했다.


이 소설은 단지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것을 담고 있어서 더 좋았다.

헤이즐의 독백, 헤이즐과 거스의 말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지, 얼마나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는지, 얼마나 마음을 울리는지...


영화를 먼저 봤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영화의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르기도 하고, 영화와 비교가 되기도 했다.

소설 속의 장면을 영화에서 어떻게 구현해냈는지, 그리고 무엇을 바꾸었는지 생각하며 읽는 것도 재미있었다.

역시 소설이 영화에서는 알 수 없었던 것들, 그리고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많이 담고 있었기 때문에 <안녕, 헤이즐>을 본 사람도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를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글은 책을 읽고 시간이 좀 지난 뒤에 쓰고 있다.

책을 읽은 직후에는 밑줄을 그은 부분이 많은 것만큼 너무 할 말이 많아서 뒤죽박죽이었기 때문에, 좀 가라앉은 다음에 블로그에 서평을 올려야지 한 것이다.

그 때문에 서평이 조금 싱거운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인상적이고 좋은 책이었다는 뜻이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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