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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냥이 찾기 - 우리보다 조금 더 따뜻한 고양이의 시간
진소라 지음 / 야옹서가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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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음악과 고양이다. - 알버트 슈바이처



고양이를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된 이들은 하나같이 고양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어떻게든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보고, 가능한 한 그들의 삶에 좋은 것들을 가져다 주려 한다. 집에서 사는 아이들뿐 아니라 길에서 사는 아이들도 그러하다. 어느 날 우연히 고양이 집사가 되며 우리 집 고양이뿐 아니라 길 위의 고양이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늘 같은 자리 벽 위에서 꾸벅꾸벅 조는 녀석,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다 말고 후다닥 도망가는 녀석, 겁도 없이 아무게나 가서 발라당 드러눕는 녀석. 그 녀석들이 눈에 밟혀 사료를 차 트렁크에 넣어 다니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집 근처에 캣맘들이 있다는 것과 그분들의 고양이 밥 주는 곳에 대해 알게 되었고, 내가 평생 그 아이들의 곁을 지킬 수 없기에 그곳에다 주로 밥을 두었다. 9년 동안 세 번의 이사를 했고 늘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아이들을 만났다.



책의 제목처럼 늘 배경처럼 길 위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아이들을 찾는 재미는 꽤 쏠쏠했다. 텅 빈 놀이터에서 혼자 그루밍하고 있는 녀석, 담벼락 위에 꾸벅꾸벅 조는 녀석, 나무 위에 올라가 세상을 호기롭게 내려 보는 녀석. 세상 혼자 사는 것처럼 저마다의 모습으로 길에 존재하는 아이들이 고맙고 기특했다.


책은 길에서 그 아이들을 직접 만난 작가님이 만난 이야기다.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내게 찾아와 의미가 되었다는 누군가의 시처럼, 고양이들의 이름을 짓고 불러주었을 때 아이들은 사람들에게 추억이 되고 의미가 되었다. 책은 이름 붙은 하나하나의 고양이들을 기록하고 있다. 뽀또는 어땠고, 오레오는 어땠고, 오즈는 어땠고 하며. 각각 과자 이름으로 불리는 아이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로 작가님의 사진에, 기억에 남았다.



길냥이에 대한 이런저런 썰을 늘어놓다 보면 '그렇게 좋으면 다 느그 집에 데려가!'라고 반응하는 이들을 쉬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을 돌볼 순 없고 또 그것이 옳은 일도 아니다. 집이 좋은 아이들도 있지만, 결국 세상이 좋은 아이들도 존재하고 그 아이들은 나름의 삶을 살게 해줘야 한다. 중국의 어느 도시에서 길고양이가 싫은 시장이 고양이들을 다 잡아 없앴더니 하수구에서 쥐가 올라왔다는 이야기처럼 그들도 그곳에 있어야 할 이유가 있고, 보이지는 않지만 그들의 삶을 통해 생의 조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1부는 길에서 만난 고양이, 2부는 여행지에서 만난 고양이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꽤 많은 귀여운 고양이 사진과 글들이 읽고 있자면 좋고 따뜻하다. 나도 큰 카메라 있는데... 언젠가 나도 꼭 한 번쯤 해봐야겠다 싶어 큰 카메라 들고 길을 나섰는데. 다들 어디 간 거니? ㅠ_ㅠ(작가님께 존경을)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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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마음 - 뻔뻔하고 씩씩하고 관대한
김나무.마이클 월린 지음 / 좋은생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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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상에게 마음을 주기로 결심하고, 단순하고 우직하게 그 마음을 지켜나가는 사람들을 볼 때, 이 사람의 인생에 그렇게 이 사람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많았었다고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도 앞으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겠다고 하는 희망이 생기고는 하는 것이다. (p.231)


고양이 하기와 청이는 각자의 방법으로 나무씨에게 다가오고 마이클과 나무씨의 가족이 된다. 이 귀여운 외국 삼촌과 나무씨는 서로의 소소한 이야기를 기억해 주고, 고양이가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 되어주고, 고양이는 집사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준다. (이를테면 목욕할 때 얌전히 있다든지) 고양이가 집을 잃어버릴까 걱정인 가족은 고양이를 위해 이사를 한다. 두 명의 사람과 두 마리의 고양이의 일상이 빼곡히 기록된 에피소드들은 따듯하고 행복하다.

마음 가는 대로 사는 것이 시대정신이라지만 가끔 무엇을 사랑하기로 결정하고 그것을 우직하게 지켜나가는 사람을 볼 때가 있다. 네 식구의 이야기를 읽으며 마이클이 그랬고, 나무씨가 그랬고 하기와 청이 두 마리의 고양이 또한 그래 보였다. 마지막 장을 덮고 책을 내려놓으며 책 제목이기도 한 `고양이의 마음`에 대해 생각했다. 아마 집사가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각자 다를 것 같기도, 하기와 청이는 참 행복한 고양이일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 따뜻하게 읽기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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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멈추지 않는다면 - 인류의 상처, 여성 폭력
일레인 스토키 지음, 양혜원 옮김 / IVP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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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여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잃어버린 사람됨에 관한 이야기다. 아프지만 함께 보고 들었으면 좋겠다. 회복은 여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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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멈추지 않는다면 - 인류의 상처, 여성 폭력
일레인 스토키 지음, 양혜원 옮김 / IVP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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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에 일하면서 여성폭력에 대해 접할 기회가 많았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당연하게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물리적, 성적인 개인적 폭력부터 여성 할례 같은 이해하기 힘든 사회적 폭력까지. 차마 익숙하기 힘든 상황들이지만 남들보다 조금은 더 이해가 깊다고 믿었는데, 이 책 <우리가 멈추지 않는다면>을 읽으며 내가 알고 있던 단편적인 지식이 얼마나 허울뿐인 것들이었나 싶었다. 그만큼 이 책은 철저하고 또 집요하다.

저자는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모든 종류의 여성폭력의 형태를 카테고리로 나누어 여러 사례를 들어 고발한다. 차마 상상하기조차 싫은 이 폭력의 증거들은 과거의 일이 아니라 지금도 이 땅에서 버젓이 행해지고 되려 인터넷 사회에서 2차 3차 가해로 확장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러한 것에 대한 문제 제기와 단편적인 행동양식의 수정을 권하는 수준에서 이야기를 끝내지 않는다. 그는 세심하고 집요하게 이 모든 폭력을 가능케 하는 원인을 파고 또 묻는다.

조혼, 여성 할례, 명예살인 등 상식 밖의 여성폭력은 남성 중심 사회인 이슬람이나 아프리카 문화권에서 좀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책에서 언급하듯 이 문제는 단지 문화의 차이에 의해 그 강도가 심해지는 것일 뿐이지 가부장제에 근거한 구조적 불평등과 폭력은 서구사회 심지어 교회 내에서도 거리낌 없이 이루어진다. 심지어 어떤 이는 성경의 권위를 빌어 이 폭력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책의 전반부는 이러한 문제 제기와 더불어 가부장제로 통칭하는 구조적 문제를 다루는데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여성에 대한 관점을 재해석한다. 과연 구약의 여호와가, 신약의 예수와 제자들이 여성에 대한 불평등과 폭력을 묵인하고 심지어 이를 정당하다 말했는지.

신이 창조한 인간은 서로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 인간을 창조주는 좋아했고 인간과 교제하길 원하셨다. 이러던 중 죄가 인간 사이에 들어왔고 그 죄는 인간 과 인간, 신과 인간의 관계를 갈가리 찢어놓았다. 교제가 끊어지고 관계가 무너지는 것. 한쪽이 다른 한쪽을 지배하고 다스리는 것을 성경은 죄라고 말하고 신이 만든 세상은 그런 곳이 아니라 증언한다. 성경은 명백히 여성폭력을 거부한다.

이는 비단 여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페미니즘의 서사도 아니다. 잃어버린 사람됨에 관한 이야기고 회복과 구원에 관한 이야기이다. 치유와 회복은 이제 여기서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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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되는가
홍대선 지음 / 푸른숲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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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장애 는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고질병이다. 
중고딩 시절 불고기버거와 치킨버거 사이에서 도진 이 병은 
성인이 되어 라떼와 아메리카노를 사이에 두고서도 유효하다. 
진단 가능한 병이라면 약이라도 있겠거니와 이런 유는 처방도 약도 없다. 
더 심각한 건 이 결정장애는 단순히 메뉴선택 수준을 넘어 개인이 무얼 잘하고 원하는지조차 모르게 한다. 
누구를 만나 사랑해야 하고 어떤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느냐 같은 우리 삶을 직접적으로 지배할 결정 앞에서조차 우리는 여전히 머뭇거리고 고민하고 때론 절망한다. 

이 병을 고치기 위해 상담을 받고 책을 읽는 이들도 있다. 
자본주의란 그런 것인지라, 감히 이 병을 고쳐주겠노라 약을 파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안타까운 건 그들이 파는 그 처방이 옳은 처방이면 다행이겠거니와 대부분의 경우, 검색 한 번이면 튀어나오는 뻔한 긍정 이론 몇 개와 함께 '할 수 있다’고 세 번 외치고 마는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그렇게 서문 몇 장을 읽고 그 자리에서 찢어발기고 팠던 자기개발서가 대체 몇 권이었던가. 

가볍지 않은 고민을 위해, 가볍디가벼운 현대의 처방전들을 대하며 결국 돌아가게 되는 것은 고전이다. 
만약 당신이 이 결정장애를 치유받을 목적으로 이 책 <어떻게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되는가>를 집어 들었다면 우리는 이 책에 세 번 배신을 당하게 된다. 

첫째, 이 책은 어떻게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되는지에 대해 사실 1도 알려주지 않는다. 
단편적인 대답을 기대하고 책을 폈다면 우리는 고교시절 죽어라 암기했던 철학자들의 이름과 밑도 끝도 없는 그들의 인생사와 그가 왜 그런 재미없는 이야기를 하고 살았는지 마주하게 될 뿐이다. 
(아, 사실 고등학교 윤리 선생님 보다 홍대선의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다. 선생님들이 이렇게만 가르쳐 줬더라도 '윤리=암기과목'이라는 공식은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둘째,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영웅적 언어와 선언을 세상에 외친 철학자들의 실제 삶은 우리 상상 이하의 쪼다들이었다는 것이다. 
부잣집에 태어났음에도 약해 빠진 체력에, 약한 여자와 하인들을 무시하고 그러면서도 입만 살아 말에서는 한 마디도 지지 않고 설령 졌다 할지라도 호시탐탐 복수할 기회만 엿보는. 
전형적인 찐따의 조건을 모두 갖춘 이들의 입에서 근대의 사상적 혁명이 시작되었다는 건 아무래도 무언가 아귀가 맞지 않는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그러려니 하고 살았던 시대에 (소심하게라도) 저항한 진따들의 고민이 오늘날 어쩌면 우리 같은 사람들의 결정장애의 해답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데카르트 는 끊임없이 의심했으며 그 의심의 끝에 더 의심할 수 없는 의심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그의 대명제 ‘나는 의심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여기서 탄생한다. 하지만 그는 체력적으로 너무 병약했고 자신이 사랑했던 이를  인형에 투시하여 그 인형과 살았던 편집증 환자였다.  

#스피노자 는 유작 <에티카>를 통해 종교가 횡횡하던 시대에 감히 선과 악의 구분을 없애 버린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단지 행복하기 위해 태어나고 그게 전부다. 
물려받은 부를 스스로 거부한 그는 렌즈를 가공하는 노동을 하며 사는데 결국 그 노동이 그의 명을 재촉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노동,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혼자만의 철학으로 감히 신을 거부한 그의 시신의 행방은 아직도 그의 관에 눕지 못하고 있다.  

정언명령으로 통칭되는 선의지, 마음속에 우러나는 도덕(양심)만이 정의라고 주창한 #칸트 는 전형적인 모범생 꼰대 스타일이다. 사람들은 그의 산책 시간으로 시계를 맞췄다고 하니 생각해보라. 그 주위의 사람들이 얼마나 피곤했을지.  

정반합을 통해 역사는 진보한다고 선언한 #헤겔 은, 그의 선언이 무색할 만큼 독재자들에 의해 가장 많이 인용된 철학자가 되었다.  

고독의 철학자, 표상의 세계를 설파한 #쇼펜하우어 는 세계를 단지 개인의 주관적 판단이라 선언해 버린다. 그렇기에 누구나 불안하게 느껴지는 삶의 문제들에 대해 ‘괜찮다'고 말한다. 패배자들과 고독자들의 위로가 된 그의 따뜻한(?) 선언과 별개로, 밝은 세상을 거부하고 현실과 친구할 수 없었던 그는 평생 여자를 경멸하고, 여성인 어머니와 평생을 대립하고 사는 듯하였으나, 삶의 끝자락에 얻게 된 인기 덕에 인생의 말년을 푸들과 산책하며 살았다.  

초인이란 이름으로  주관을 넘어 의지로 스스로 서는 인간을 주창하며 감히 신에게 사망신고를 내려버린 #니체 는 평생 여성 혐오를뱉어내다가 매독으로 사망했다고 알려져 있다.(물론 최근에 다른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책은 이 여섯 철학자의 삶을 부정하거나 변호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여섯의 삶과 인생의 문제들을 다루고 그 문제들을 통해 도출된 그들의 대답을 하나하나 설명해 나간다. 

그들의 삶은 지금 나의 삶과 비교했을 때 결단코 유복하거나 훌륭하지 않았다. 
나와 똑같이 찌질하며, 똑같이 질투하고 분노하며, 똑같이 모자랐다. 
다만 그들은 끊임없이 저항했으며 또 철저하게 주체적 개인으로 남고자 싸웠다. 
아마 이 싸움에서 당신은 세상을 살아갈 어떤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분명 그 힌트는 해답은 아닐지언정 삶을 비추는 한 줄기 길잡이는 되어 줄 것이다. 

책을 나가며 저자는 우리게 다시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이 세상에 살아있어도 되는 존재인가' 

이 질문에 나도 한 번 정직하게 마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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