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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멈추지 않는다면 - 인류의 상처, 여성 폭력
일레인 스토키 지음, 양혜원 옮김 / IVP / 2020년 7월
평점 :
NGO에 일하면서 여성폭력에 대해 접할 기회가 많았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당연하게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물리적, 성적인 개인적 폭력부터 여성 할례 같은 이해하기 힘든 사회적 폭력까지. 차마 익숙하기 힘든 상황들이지만 남들보다 조금은 더 이해가 깊다고 믿었는데, 이 책 <우리가 멈추지 않는다면>을 읽으며 내가 알고 있던 단편적인 지식이 얼마나 허울뿐인 것들이었나 싶었다. 그만큼 이 책은 철저하고 또 집요하다.
저자는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모든 종류의 여성폭력의 형태를 카테고리로 나누어 여러 사례를 들어 고발한다. 차마 상상하기조차 싫은 이 폭력의 증거들은 과거의 일이 아니라 지금도 이 땅에서 버젓이 행해지고 되려 인터넷 사회에서 2차 3차 가해로 확장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러한 것에 대한 문제 제기와 단편적인 행동양식의 수정을 권하는 수준에서 이야기를 끝내지 않는다. 그는 세심하고 집요하게 이 모든 폭력을 가능케 하는 원인을 파고 또 묻는다.
조혼, 여성 할례, 명예살인 등 상식 밖의 여성폭력은 남성 중심 사회인 이슬람이나 아프리카 문화권에서 좀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책에서 언급하듯 이 문제는 단지 문화의 차이에 의해 그 강도가 심해지는 것일 뿐이지 가부장제에 근거한 구조적 불평등과 폭력은 서구사회 심지어 교회 내에서도 거리낌 없이 이루어진다. 심지어 어떤 이는 성경의 권위를 빌어 이 폭력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책의 전반부는 이러한 문제 제기와 더불어 가부장제로 통칭하는 구조적 문제를 다루는데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여성에 대한 관점을 재해석한다. 과연 구약의 여호와가, 신약의 예수와 제자들이 여성에 대한 불평등과 폭력을 묵인하고 심지어 이를 정당하다 말했는지.
신이 창조한 인간은 서로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 인간을 창조주는 좋아했고 인간과 교제하길 원하셨다. 이러던 중 죄가 인간 사이에 들어왔고 그 죄는 인간 과 인간, 신과 인간의 관계를 갈가리 찢어놓았다. 교제가 끊어지고 관계가 무너지는 것. 한쪽이 다른 한쪽을 지배하고 다스리는 것을 성경은 죄라고 말하고 신이 만든 세상은 그런 곳이 아니라 증언한다. 성경은 명백히 여성폭력을 거부한다.
이는 비단 여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페미니즘의 서사도 아니다. 잃어버린 사람됨에 관한 이야기고 회복과 구원에 관한 이야기이다. 치유와 회복은 이제 여기서 시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