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와 광기에 관한 사전 - 99가지 강박으로 보는 인간 내면의 풍경
케이트 서머스케일 지음, 김민수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희한한 책이었다. 예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의 소품에서 출발해서 출간되어버린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 사전> 같은 느낌이랄까.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중간중간 삽화까지 하여튼 뭔가 달랐다. 와 뭐 이런 책이 있지.


2. 책은 각종 공포와 그에 따른 광기, 혐오를 설명한 책이다. 인간은 참으로 다양한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데 그것을 99가지로 정리하였다.(99가지 ㅋㅋ 하.. 디테일 보소)


3. 생각해 보니 나도 개나 고양이를 꽤 무서워했던 경험이 있다. 지금은 짖는 댕댕이들을 만나기 어렵지만 예전에 마당에 하나씩 묶여있던 개들은 낯선 이를 보면 그렇게 짖어쟀다. 어릴 적 그 녀석들 중 하나가 나를 발견했고 목줄 풀린 개에게 꽤 심하게 쫓긴 기억이 있는데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는 개만 보면 피해 다녔고 이 공포증에서 벗어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고양이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은데 공포까지는 아니었지만 담벼락에서 눈만 반짝이는 이 동물을 나는 썩 유쾌해 하지 않았는데, 뭐 이 공포증들은 고양이를 키우고 얼마 안 있어 사라져버렸다. 


4.“귀신망상”. 어릴 때 내 방 불을 끄면 창밖에서 들어오는 어스름한 불빛에 옷 그림자가 귀신처럼 늘어져 있었다. 그 그림자 귀신을 쫓기 위해 그렇게도 주기도문을 열심히 외다 잠들곤 했다. 귀신 이야기를 어쩌다 접하게 된 날은 그 귀신들이 방안 구석구석에서 튀어나왔다. 책상 밑, 거울 속, 고개를 숙이면 내 등 뒤에서.. 종류도 다양했다. 빨간 마스크, 이순신, 김민지 등등 하긴 이 녀석들은 어른이 된 지금도 가끔 나타난다.


5. 인류의 2% 정도가 “물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물에 들어가면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단다. 나도 물에 대한 공포가 있다. 어릴 적 계곡에 빠졌을 때 물속에서 정신을 놓았고 지나가던 분이 건져 인공호흡까지 하고야 의식을 찾았다고 한다. 그때를 회상하면 물에 빠졌다는 두려움, 인공호흡 이후 '살았구나'라고 한숨 돌린 기억만 있었는데, 이 지독한 물 공포증을 해결 하겠다며 수영을 배우다 그 당시 물에 빠졌을 때의 순간이 갑자기 떠오른 적이 있다. 트라우마. 수영장 물에 빠져버렸고, 다른 사람들의 부축에 의해 밖으로 나와 한동안 숨을 못 쉬고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었다. 그렇게 나는 평생 수영을 못하겠구나 생각했는데, 그놈의 고집은 나를 수영장으로 이끌었고, 어떻게 수영을 배워버렸다. 물론 아직도 물 밖의 선생님은 내 자유형을 보고 고개를 더 물 속으로 넣으라고 한다. 그런데 그건 참 되지 않더라.


6. 2003년 여성의 가슴이 동그란 구멍이 숭숭 나있는 사진이 커뮤니티에 꽤 돈 적이 있었다. 이 사진은 나중에 연꽃씨와 가슴의 합성사진으로 밝혀졌는데 이후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동그란 그림 혹은 비슷한 사진은 커뮤니티에 한동안 떠돌았고 이런 패턴에 공포를 느낀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나도 포함, 그런 사진을 보면 울렁거림) 그런데 “환 공포증”이라는 단어가 이때 만들어진 단어라는 걸 아는가?


7. 저자는 이런 기본적인 두려움 뿐 아니라 현대인, 아니 정확히는 최근에 발생하게 된 “콜포비아”나 “휴대전화 부재 공포증”에 대해서도 다룬다. 20대의 76%가 전화벨이 울리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불안감을 느낀다고 한다.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있지 않은 순간도 그러다. “발표 공포증”이나 “비웃음 공포증”도 그러한데 문득 언젠가부터 포스팅의 맺음말 '반박 시 니 말이 맞음' 이 떠올랐다. 나아가 저자는 우울, 색정, 음주, 허언 중같이 이제는 사회문제가 되어버린 현상들도 공포의 관점에서 다룬다.


8. 재미있는 공포증도 있다. 스티브 잡스에게 있었다는 “단추 공포증”, 아시아권에만 있다는 “숫자 4공포증”, 영화가 양산한 “숫자 13공포증”, 쩝쩝 소리에 기절하는 “소리 공포증”,  풍선이 언제 터질까 두려워하는 “풍선 공포증”도 있다는데, 언젠가 소지섭이 TV프로그램에서 이 얘기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외국 사람이 쓴 책에 소지섭 이서 왜 나와?;;


9. 미국 행동주의 심리학자 왓슨은 '두려움이란 타고나는 것이 아니리 학습되는 것(p.145)'이라고 했다. 우리가 가지는 공포와 불안은 태어날 때 부터 있는 것이 아니라 길들여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심리학자들 마다 조금 다르게 이야기하기는 하나 사실 큰 틀에서 우리는 낯선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이 감정 자체는 사실 나쁘거나 잘못된 일이 아니다. 

저자가 언급한 99개의 공포 중 어떤 것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또 어떤 것은 개인이 치료해야 할 종류로 구분되는데 문제는 마주하지 않고 사회적 혐오로 변질되어 버린 공포에 관한 것들이다.(“호모포비아”나 “외국인 혐오증” 우리나라의 경우 “이슬람포비아”도 포함될 수 있다) 나아가 그 혐오를 정당화 하기 위해 혐오의 시작을 공포가 아닌 진리나 당위에 관한 것으로 포장하기 시작할 때 공동체는 크게 무너지거나 흔들리고 만다.


10. 책은 흥미롭게 시작하지만 꽤 큰 함의를 던진다.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두려움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오랜만에 만나는 즐거운 꽤 자극적인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제 읽어주는 남자의 15분 경제 특강 - 금리·물가·환율부터 주식·채권·부동산·디지털 경제까지!
김광석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금리, 저성장, 인플레이션, 기준금리, 연준, 통화정책


사실 지난 3년 동안 지겹게 들어온 말이다. 물론 이 단어들은 코로나 이전에도 부유했지만 월급쟁이로 나 먹고 살기도 바쁘던 시기에 저 단어들은 거의 의미 없는 단어들이었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지고 근로소득이 위험에 처하는 것과 반대로 주식, 코인이 떡상하자 너 나 없이 경제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코인과 단타로 시장에 들어갔다지만 뭐 어쨌든 사람들은 이제 진지하게 경제라는 것에 대해 알고 싶어 하고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잠깐일지언정 우리를 흥분시켰던 그것들에 대해 꽤나 진지해졌고 그놈의 '경제적 자유' 때문에 근로소득과 사업소득보다 재산소득을 어떻게 증가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꽤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경제적 자유'라는 단어에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한 여전히 노동은 신성하고 필수불가결한 것이라 믿는다. 누군가는 시장에서 제품을 사고, 그 제품을 만들기 위한 노동의 대가로 누군가는 월급을 받는다. 노동자들은 다시 시장에 돈을 내어놓게 되고 또 누군가는 그에게 돈을 받고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매한다. 이렇게 재화가 돌고 돌아갈 때 경제는 이루어지고 굴러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요즘은 이 이 메커니즘에서 노동만 빼버린 채 그저 대박을 쫓는 많아도 너무 많아진 느낌이다. 그들 가운데 선지자 마냥 유튜브에서 경제적 자유를 떠들며 재산소득에 집중할 것을 이야기하는 이들을 보면 좀 가끔 어지럽기까지 하다. 이 책의 저자도 분명히 말한다. 오늘 벌어서 내일 잃어도 된다는 마음가짐은 투기라고. 20대는 주식이 아니라 나에게 투자해야 한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부자가 되어야 한다. 이건 인간의 가치와는 조금 별개의 선언이긴 한데, 사람은 가능하다면 부자로 살아가는 게 좋다. 물론 상대적으로 충분한 돈을 가진다는 건 대다수에게 아마 불가능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 먹기에 따라 (과하지 않은) 세 끼를 걱정하지 않고,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으며, 입고 싶은 옷을 살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삶을 영위하려면 어쩌면 매월 꼬박 벌어들이는 월급으로는 좀 부족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공부해야 한다. 투자하는 방법을? 아니 우리에게 주어진 재화를 효율적으로 잘 지키는 방법을. 


책 제목이 15분 경제특강인데 챕터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15분 정도면 한 챕터를 읽을 분량이 되는 것 같다. 물론 단어를 찾아가며 깊이 공부한다면 더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또 저자는 챕터 끝의 응용학습에 오늘의 사례를 들어 경제 환경을 설명하는데, 어제 뉴스에서 들은 이야기들이라 사실 이것만 알아도 경제 대화에 낄 수 있을 정도로 꽤 도움이 된다. 이론에서는 하품만 하다 끝난다면 뒤의 응용학습은 뭔가 이해가 되는 느낌.

14개의 챕터를 들여 저자는 꽤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집중해서 읽은 부분은 아래와 같다.


1. 투자를 하려면 최소한 내가 투자하는 회사의 재무제표는 볼 줄 알아야 한다. PER과 PBR 정도는 알고 투자하자.


2. 주식, 채권, 부동산은 어떨 때 투자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몇 개의 소스가 나와있다.


3. 가계부채 : 

DSR(채무상환비율) =원리금 상환액(월/년) / 가처분소득(연봉에서 세금, 보험료 등 고정지출을 제외한 금액)(월/년) 

-> 이것이 30%를 넘으면 안됨


4. 주택이나 사업을 제외한 생계형 부채의 급증, 즉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들의 증가는 큰 문제인데. 주변에 이런 사람은 없는지, 혹 내가 이런 사람은 아닌지.


5. 고령화 사회에 변화될 세상, 디지털 트랜스 포메이션이 바꿀 세상, ESG의 증가로 인해 어떤 분야가 살아남고 사라질 것인지.


이 밖에도 꽤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는데, 나도 투자 같은 거 1도 모르는 입장에서 사실 꽤 도움이 되었다. 도움이 되었다기 보다는 꽤 오래 저장해두고 꺼내볼 것 같았다. 경알못이라면, 위에서 언급한 단어들을 모르는데 주식이나 코인에 돈이 들어가 있다면 반드시 일독을 권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설득의 심리학 1 (20주년 기념 개정증보판) -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7가지 불변의 원칙 설득의 심리학 시리즈 1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황혜숙.임상훈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리학의 스테디셀러가 돌아왔다. 20년 전 학부시절에 누구의 집에 가도 있던 책. 당대 스테디셀러였으며, 지금도 알라딘 중고서점 같은데 가면 아마 수십 권씩 꽂혀 있을 책. 심리학 개론 수업에도 꽤 인용되었고, 우리의 젊은 날 그녀(혹은 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열심히 밑줄 치며 읽던 책. 여하튼 당대 꽤 잘 나갔고, 나름의 추억이 많은 책이었는데 이 책이 20년 만에 개정증보판으로 돌아왔다. 사실 이 것만으로 꽤나 반가운 제목이었다.


예전에는 이렇게 두껍지 않았던 것 같은데(물론 그때도 적은 페이지는 아니었지만..) 주석 빼고 582페이지. 어마어마한 마음을 먹고 읽지 않으면 함부로 덤비기도 어려울 정도로 책은 묵직해졌다. 


대체 무엇이 달려졌나 보니 일단 기존 책의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원칙(상호성 원칙, 호감 원칙, 사회적 증거 원칙, 권위 원칙, 희소성 원칙, 일관성 원칙)에 연대감 원칙이 더해서 7가지 원칙으로 늘어났다. 각 원칙에 대해서는 이미 여타 다른 블로그들에 더 잘 정리된 내용이 있으니 여기서는 설명하지 않기로 한다. 스마트폰의 발달과 함께 사람들은 더 개별화 되었지만 또 한편으로 SNS의 발달은 또 어떤 연결과 연대를 가능케했다. 인류는 예전부터 연대감의 원칙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것이 2023년에 새롭게 기능하게 될 줄이야. 저자는 디테일하게 이 연대감의 원칙의 역사와 오늘의 기능을 짚어낸다. 역시나. 


또한 저자는 지난 20년 동안 수집된 독자 편지 즉 사례들이 대거 보강하였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재미있었는데, 어떤 이야기들은 꼭 내게도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고, 심리학이 우리 삶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다루어지는지 확인하는 것도 꽤 흥미로웠다. 

(나도 시키는 대로 했는데 왜 내게는 그때 이런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일까..!)


책은 사례 뿐 아니라 다른 자료들도 최신판으로 수정 하였고, 원칙마다 적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위한 통찰도 함께 이야기한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도 대학생에서 직장인으로 변했고 20년 전과의 적용점도 달라졌을 텐데 저자가 제공하는 비즈니스 전략, 마케팅 인사이트들이 꽤 반가웠다. 실제로 몇몇은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아이디어로 꽤 많은 부분을 메모했고 다음 주 출근하자마자 검토해 볼 양이다. 그러고 보니 뭐랄까 책도 나와 함께 성장한 느낌이다. 예전에 이 책이 내게 개론서였다면 20년이 지난 지금 내 비즈니스 파트너로 다시 나타난 것 같다. 어디 갔다 이제 다시 온 거니. 괜히 책 한 권에 꽤 여러 마음이 들기도 했다. 


책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배움이, 예전에 이 책과 함께 자란 내 또래에게는 반가운 동반자가 되지 않을까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낯선 사람 - 뒤흔들거나 균열을 내거나
김도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김도훈? 얼핏 지나치다 낯익은 이름에 멈춰 섰다. 김도훈이라.. 메모장 앱을 열어 쭈욱 저장된 메모를 스캔하다 찾았다. <이제 우리 낭만을 이야기 합시다>의 저자. 아 그 글 잘 쓰는 사람!!

*이 책도 장난 없습니다. 진짜 좋아요 :)


2. 책은 조금은 낯선, 그렇지만 저자가 우리게 들려주고 픈 인물에 관한 이야기다. 미술가부터 가수, 마술사까지. 글은 하나하나의 인물에 대한 저자 나름의 이야기인데 등장하는 인물들의 스펙트럼이 꽤 깊고 넓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그럼에도 읽는 맛이 있다.


3. 개인적으로 B급, 마이너에 대한 애정이 있다. 높은 꿈을 꾸었지만 결코 도달할 수 없었던 애틋함. 최선을 다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던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다. 그런가 하면 일부러 메이저를 포기한 이들에 대한 경외감도 있다.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거절하고 오로지 자신의 길을 걷기로 경정한, 돈이나 명예보다 나를 선택한 이들에 대한 애정이다. 한때 최고의 자리에 있었지만 이제는 뒷자리에서 후배들의 길을 지켜주는 이들에 대한 존경심도 있다. 자신의 영광이 영원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주어지는 역할에 자신을 맞추어 가며 세상과 어우러지는 이들에 대한 애정이다. 책을 읽으며 어떤 마이너에 대해 생각했다. 나도 누군가에서 낯선 사람일진대 나는 어떤 낯섬의 자리에 서 있을까?


3. 김지연. 책에서 유일하게 등장하는 한국 사람이다. 소위 원 히트 원더. 단 한 곡의 히트곡을 남기고 사라진 가수에 관한 이야기인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런 이름들을 우리는 하나씩은 알고 있다. 그리고 작가의 말마따나 우리 인생도 그렇다.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나요? 저는 지금입니다'라는 강백호의 대사는 꽤 낭만적이지만 우리 대부분은 이미 지나가고 없는 우리 인생의 좋았던 기억들을 붙잡고 산다. 이미 그 시간은 끝나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그 멋진 날이 다시 올 것을 기대하면서. 타인이 보기에는 비현실적이고 세상 물정 모르는 이야기일지 모르나 그러면 어떠랴. 그것조차 낭만인 것을.


4.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누군가에겐 낯설지만 또 누군가에겐 한없이 친근한 이름일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디터 람스'가 왜? 라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도 했으니. 저자는 이에 대해 단순히 그 입장을 밝힌다. '미안하다'

어쩌겠냐. 나는 이런 저자의 당당함도 사랑스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봉태규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에서 제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어쩌다 보니 요즘은 읽어야 하는 책이 더 많아졌지만 가끔 서점이나 도서관을 들를 때면 역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게 책 제목이다. 5월에 읽어야 할 책들이 속속들이 집에 참 많이 도착했는데 그 중에서 발군으로 눈에 띄는 제목이 이 책이었다.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그랬다. 돌이켜보면 나도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 20년 재 안달복달하는 중이다. 아직도 괜찮은 어른이 되기는 멀었지만 말이다. 


가장 개인적인 문제가 결국 사회적 담론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다 같이 연대하며 언제나처럼 치열하게 잘 지내보아요. 우리 가족 사랑합니다.(p.254)


봉태규 본인의 이야기를 담은 담백한 글이 대체적으로 좋았지만 책의 마지막 이 문단을 읽을 때는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다. 결국 그는 ‘우리 가족 사랑합니다’라는 이 한마디를 위해서 그 길고 긴 글을 써 내려갔다. 그의 모든 글은 가족에 대한 애틋함에서 출발한다. 그가 지금 꾸리고 있는 아내와 자녀들 뿐 아니라, 차마 이야기를 꺼내기 힘들었을지 모를 그의 원 가족들. 지금 셀럽의 모습으로는 상상도 되지 않지만 찢어질 듯한 가난에 짓눌려있던 그의 어린 시절. 이 모든 이야기를 꺼내놓는 그의 중심에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 책일 되돌려보면 어릴 적부터 그의 고민은 하나였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나의 가족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하면 우리가 함께 행복할 수 있을 것인가’ 그는 참 많이 고민했고, 그때의 감정과 상황들을 참 많이 적었던 것 같다. 세세하게 기억하기도 힘든 어릴 적의 기억들을 그는 눈앞의 이야기처럼 써 내려간다. 기록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는 그 상황 속에서 최선의 것을 찾아낸다. 눈을 감고 싶은 순간도, 배신감에 몸부림치던 순간도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모든 이야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낸다. 책을 읽으며 본업 뿐 아니라 마음도 참 좋은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오롯이 사랑해야 할 대상을 정하고 그곳만 바라보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이 사람 참 괜찮다.


나에게는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고양이 한 마리 그리고 지금도 자다가 벌떡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조카들이 있다. 그리고 하필 오늘은 어린이 날이다. 어른으로서 내가 지켜내야 할 것들,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봉태규 처럼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나도 매일은 아니겠지만 오늘의 기록을 어디든 남겨보기로 했다. 각 잡고 쓰진 않아도 오늘 있었던 일만이라도 조금씩 기록해 놓자. 언젠가 나도 나의 글을 쓸 날이 올지도 모르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