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없습니다 - 나를 갉아먹는 관계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한 해방 심리학
라마니 더바술라 지음, 최기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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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쯔양의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책을 읽은 지는 며칠 됐지만 어떻게 글을 써야 하나 생각만 하고 있던 찰나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세상에 저렇게 예쁘고 유명한 사람 도 가스라이팅 피해자라니.. 하루 종일 마음이 쿵쾅거렸다.


우울증으로 정신과를 찾아간 적이 있다. 물론 병원에서는 내게 우울증이라는 병명까지는 허락하지 않았다. 지금이었다면 소리라도 질러보고, 멱살이라도 잡아봤을 것 같은데 그때 그는 내게 커다란 벽 같았다. 내가 절대로 흔들 수 없는 무엇. 그를 쥐고 흔들 힘은 커녕 마주 볼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그때 나의 선택은 그저 그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눈을 피하는 것 뿐이었다. 나는 그저 무가치한 쫄병 1 이었다. 그때 난 참 출근이 싫었다. 내가 겪은 이 일이 가스라이팅이라는 것도 나중에 인지했다.


나르시시스트.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에 반했다는 소위 자기 잘난 맛에 살아가는 이상한 사람 정도로 나르시시스즘을 이해하는 사람이 꽤 많다. 하지만 실상 이들은 사이코패스와 견줄 정도로 위험한 인간 군상이다. 세상의 중심이 오직 본인이어야만 하며 모든 잘못은 남의 탓이라 (실제로 믿고) 이야기하는 이 인간들 덕분에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정신과를 찾는다. 정신과 의사가 그랬단다. 진짜로 정신과에 와야 할 사람들은 안 오고 그 사람에게 피해 입은 사람들만 여기를 찾는다고. 이런 세상을 살아가는 중에 이 책이 왔다. 


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할 수는 없습니다.


정말 어디 가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을 정도로 명징한 선언이었다. 옳다. 누구도 타인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다. 심지어 이 것이 나라면 외침은 더 단단해진다. 눈에 보이는 몸에 관한 것이든 보이지 않는 마음에 관한 것이든 상관없다. 결코 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 이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피해자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간다. 가스라이터는 피해자의 영혼을 보이지 않는 새 야금야금 갉아먹어 결국에는 피해자를 무장해제 시켜버린 채 마음대로 조종한다. 피해자도 피해자인 줄 모르고, 가해자도 저가 가해자인 줄 모르는 상황. 그런 상황에 놓은 우리에게 책은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7가지 신호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1. 상대에게 긴 설명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2. 피해자로서 느끼는 감정을 입증할 증거를 제시한다(예 : 오래전에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보여준다).

3. 공개적으로 또는 은밀하게 대화를 녹음하여 상대가 말한 내용을 증거로 남긴다.

4. 자신의 감정을 파악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말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5. 무슨 말을 하기 전에 서론이 길다.

6. 소통할 때마다 증거를 남기기 위해 서면으로 작성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느낀다.

7. 상대에게 미안하지도 않은데, 그냥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생각하 며 대충 사과하며 상황을 모면한다.


어떤 특정한 사람 앞에서 이런 마음을 가진다면 저자는 반드시 가스라이팅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한다. 이는 남이 아니라 부모나 형제 혹은 배우자일 가능성이 더 높다. 남이면 차라리 끊어버리고 말 테지만 지근거리에 붙어 내 숨통을 조여오는 인간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질문에 저자는 명징하게 말한다. 끊어버리고, 용서하지 말라고. 그리고 끊임없이 이 상황을 남들에게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이야기하라고. 당신은 잘못이 없다고.


때로 우리는 너무 쉽게 용서를 말한다. 용서하면 편해진다고? 진짜 피해를 입은 이들은, 피눈물 나는 자리에서 누군가를 한없이 저주해 본 이들은 결코 그렇게 말할 수 없다. 용서하라, 나를 성장시키려는 신의 뜻이었다 따위의 이야기는 이 모든 상황이 종료되고 이 상황을 웃어넘길 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용서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구하는 것이지,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내밀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길지도 않은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자꾸 휑하고 아팠다. 책장 사이로 아이들이 그렇게도 외치는 '너는 특별하단다'라는 책이 보였다. 어쩌면 이 녀석이 문제일 수도 있겠다란 생각도 들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괄호를 굉장히 많이 치고 싶었다. 너만큼이나 모든 사람은 특별하고 소중하다.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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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업의 발견 - 당신의 명함을 대신할 일곱 가지 인생 솔루션
성은숙 지음 / 화담,하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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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송길영은 최근의 저서 <시대 예보>에서 다가올 불공정 거래를 이야기했다. 이제까지의 역사는 자녀의 전성기와 부모의 쇠락기가 맞물려 여느 시간이 되면 자녀가 부모를 봉양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이 당연한 거래가 21세기에 드디어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유사 이래 우리는 처음으로 자녀가 부모보다 경제력이 부족한 시대를 맞았다고 한다. 설상가상 아예 취업이나 결혼, 나아가 경제활동 마저 하지 않겠다는 자녀들도 적지 않다. 부모 입장에서는 속이 터질 노릇이다. 백세시대라지만 60세 언저리로 정해진 정년은 변함없고, 그날은 자꾸만 다가오는데 그 다음의 삶은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암담하기만 하다. 

평생을 한 직장에서 일했음에도 예전 같은 존경이나 사회적 예우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오히려 희망퇴직이나 임금피크제를 들먹이며 이제 그만 나가달라는 눈치가 더 크다. 창밖의 저 폐지 줍는 노인이 10년 뒤의 내 모습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2.5년 전 서울 본사로 발령이 나며 우연찮게 한 마케터 모임의 멤버로 초청받았다. 처음으로 회사 밖의 사람들과 네트워킹하는 자리였는데 이곳에서의 자기 소개가 재미있었다. 보통 ’00회사에서 00일 합니다‘가 소개말인데 이곳의 사람들은 ‘저는 마케터예요. 00 다녀요’라고 앞뒤 순서를 바꾸었다. 그리고 모일 때마다 한 명 정도는 이 회사에서 저 회사로 옮겼다고 했다. 그랬다. 세상은 바뀌었다. 더 이상 회사가 아닌 업이 자신을 표현하는 시대다. 이들은 자신이 어느 회사의 소유물이 아니라 스스로의 능력이 회사와 시너지를 낸다고 믿는다. 그리고 자신의 소임을 다했을 때 꽤 쿨하게 새로운 커리어를 찾아 떠난다. 애사심? 아직도 이런 얘기를 하는 이들이 있던데 그 낭만의 시대는 이미 끝난 것 같다. 아! 이 모임의 멤버들은 모두 이름만 대면 아는 회사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다.



3. 바뀐 세상에선 인생 말년에 있을 줄 알았던 퇴직이라는 이벤트는 이제 막 40줄에 들어선 내게도 언제고 찾아와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 되었다. 이른바 뉴업의 시대. 그렇게 이 책은 꽤 적확한 시기에 우리에게 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4. 책은 여전히 회사형 인간이 익숙한, 이 기준을 벗어나기 힘든 우리에게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을 하나씩 일러준다. 거기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꽤 꼼꼼하게 우리네 삶을 하나씩 때리는 것도 읽다 보면 제법 위로가 된다. 그는 먼저 퇴직할 준비가 되었는가에 대한 다섯 가지 체크리스트를 우리에게 주고 얼마나 준비되었나 묻는다. 


1) 심리와 정서 : 예측 가능성, 자기 객관화 등 

2) 관계와 태도 : 관계 안정성, 소통 방식

3) 목표 가치와 라이프스타일 : 목표 가치 인지 정도, 실행 준비 정도 

4) 커리어 경쟁력 : 역량인지도, 재취업 경쟁력 

5) 뉴업 준비도 : 뉴업인지도, 명확성, 네트워킹 역량, 창의력 


어떤가? 이제는 냉정해져야 한다. 객관적으로 자신을 톱아보았다면 이제는 일거리, 놀 거리, 생각할 거리를 중심으로 지금의 회사를 넘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저자는 사뭇 진지하게 우리를 안내한다. 



5. 개인적으로 뉴업, 다음 스텝을 준비하는 이가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뼈 때리는 그래서 오히려 좋았던 뉴업의 실패와 성공의 5가지 요인이다.

뉴업에 실패하는 5가지

1) 성공의 기준이 높다

2) 할 수 없는 이유를 먼저 찾는다

3) 계획 수립에 익숙하다

4)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길다

5) 스스로를 위한 새로운 일을 해본 적이 없다


뉴업에 성공하는 5가지

1) 미리 준비한 사람들이다

2) 본인의 역량 요소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3) 회사 범위를 벗어난 인적 네트워크가 있다

4) 자신에게 투자할 용기를 가졌다

5) 되는 방법을 먼저 구상한다


저자는 이를 뉴업의 성패 기준이라 소개하지만 사실 이는 우리가 어떤 업에서든 레벨 업 하기 위한 기준이기도 하다. 회사형 인간에게 요구받는 조건과 뉴업형 인간에게 요구되는 기준은 다를 수 밖에 없고, 굳이 퇴사를 고민하지 않더라도 이 열 가지는 우리가 일이라는 걸 한다면 꼭 되짚어 봐야만 한다.


6. 이어 그는 실제적으로 뉴업에 적용할 수 있는 몇 가지 사례를 들려주며 ‘취향을 발견하라 - 롤 모델을 찾아라 - 액션플랜 구상하라 - 작은 성공으로 무장하라’는 4단계 액션플랜을 던져주며 작은 성공을 매일의 삶에서 이루어갈 것을 권한다. 

거듭 말하지만 세상은 바뀌었다. 회사는 더 이상 정년까지 우리를 책임질 생각이 없고 자녀나 다른 사회시스템도 그러하다. 그렇다면 남은 인생의 스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오래된 격언이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단다. 우리는 로또에 내일을 기대지만 운과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것을 잡는 자는 결국 준비된 사람들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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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X 2024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 - 세상을 변화시키는 DX 플랫폼
윤커뮤니케이션즈 디지털미디어랩 지음 / 연두에디션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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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DX가 뭐지? 하신다면 추천 :) 다른 회사는 디지털 그거 어떻게 하는데? 하신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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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브랜딩을 하는 사람입니다
허준 지음 / 필름(Feelm)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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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에 <디즈니 만화동산>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렇게 반가웠다. 그랬다. 우리 시대를 공유하는 이들치고 어릴 적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디즈니 만화동산을 안본 사람은 거의 없다. 당시만 해도 밥상머리에 온 가족이 앉아 밥 먹는 게 당연하던 시절이라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눈은 TV에 꽂혔던 기억, 교회 가는 친구들은 만화 봐야 되는데 교회 차 왔다고 울면서 떠났던 기억. 그렇게 <디즈니>는 의도치 않게 우리 모두의 마음에 새겨져버렸다. 그때만 해도 도널드 덕이 스크루지 아저씨인 줄 알았다.


2. 어느 모임에서 지난주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근황 소개를 들은 적이 있다. 응?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조금 더 듣고 있자니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조금 의아했다. 그냥 사업한다고 하면 되지 왜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할까? 


3. 배민이 유행시킨 수많은 말 중에 00다움이란 말이 있다. 00답다. 지금도 비슷하지만 모두가 유행처럼 각자 00다움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거의 모든 기업들은 00다움이라는 이름 아래 온갖 좋은 것들을 같다 붙였지만 하나같이 노잼(그것도 슬로건 뿐인) 영상 몇 개 인쇄물 몇 개가 되어 사라졌다. 


누군가는 정체성을 얘기하고 찾으려 했지만 사실 이게 될 리가 없다. 애초에 극소수의 기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기업의 정체성은 먹고사니즘이고 브랜딩 목표는 최대의 홍보다. 브랜딩을 포장지로 쓰려 하는 기업에 정체성이라니.. 


4. 그럼에도 많은 기업이 브랜드팀을 만들고 소위 브랜드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영입하고, 브랜드 컨설팅에 천문학적 돈을 쏟아붓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잘 모르는 새로운 시장에는 진짜와 가짜가 섞이기 마련이고 찐을 찾는 건 쉽지 않다. 그리고 여기 꽤 괜찮은 레퍼런스를 가진 책이 하나 더 추가 되었다. 자본의 도움 없이 바닥부터 시작해 지금의 <노티드>를 만든 이의 이야기라면 브랜딩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봐야 한다.


5. 그는 지금의 <노티드>가 있기 까지의 A부터 Z까지 하나하나 알려준다. 마치 누군가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처럼 세세하고 섬세하게. 생각해 보면 <노티드>도 그랬다. 꽤 다가가기 어려운 맛집이었지만 그 긴 줄 끝에 솔드아웃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돌아설 때도 한 번도 그들이 불친절하거나 오만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다운타우너>도 마찬가지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처음 보는데도 차갑지 않고 꽤 친근했다. 그리고 그의 브랜딩에 대한 이야기에서 대강의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브랜딩은 절대 전략이나 기술이 아니다. 내 브랜드를 전달하고 가치관을 설명하며 공감시키고 설득하는 과정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고객들과 쌓인 유대감과 친밀감은 결국 우리 브랜드를 더욱 애정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용 하게 된다.(p.108)


6. 어떻게 사업을 성장시키며 브랜드를 쌓아 올리는지, 이를테면 인플루언서는 어떻게 활용해야 하며 직원 교육은 어때야 하며 SNS 전략은 어떻게 가져가는 것이 좋은지. 그의 이야기가 다 정답은 아닐 테지만 그는 <노티드>의 사례를 빌어 이러한 것들을 하나하나 들려준다. 개인적으로 <짱고책방>을 어떻게 수익화하고, 괜찮은 브랜드로 만들어갈지에 대한 욕심이 있는데 조금 고민이 많아지기도 했다.


7. 인플루언서 이야기하며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사실 일을 하다 보면 비즈니스로 끝나는 관계가 많은데 그 와중에도 내 사람을 찾아 사적 관계를 유지할 것을 권유하는 편이다. 나만 해도 지금 내 주위에서 내게 도움이 되는 일들은 하나같이 쪼렙때 대학생 봉사자로 나를 도왔던 이들이다. 밥 사주던 관계에서 밥 얻어먹는 관계로. 이제는 친구이자 파트너가 된 녀석들을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꽤 있는데 이 네트웤의 옥석 가리기도 꽤 필요한 브랜딩 능력일지도 모르겠다.


브랜딩을 고민하거나 해야 한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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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덕이라서 좋아! - 있는 그대로, 가장 나답게
나봄 지음 / 필름(Feelm)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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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참 부러워하던 친구가 있었다. 공부도 잘하고, 잘생겼고, 스타일도 좋았고 당연히 인기도 많았다. 그런데 어쩌다 저 동경의 대상이었던 그 친구가 내 단짝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고 나는 그 친구의 하나하나가 모두 부러웠다. 옷, 글씨, 어떤 상황에 대응하는 말뽐새 하나까지 그를 닮고 싶었고 은근슬쩍 그를 흉내 내고 있었다.

지금도 아쉬운 건 이 모든 게 그를 흉내 내는 내서 그쳤으면 좋으련만 나는 그 친구를 위해 너무 쉽게 그전까지 내게 소중했던 모든 것들을 놓고 있었다. 이 친구를 알고 난 후에 어쩌다 보니 그전에 내가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의 관계도 모두 끊어 버렸다. 이건 평생을 두고 아쉽고 미안하다.


그를 그렇게 부러워하며 나는 늘 내가 별볼일 없다고 생각했다. 뚱뚱하고 공부나 운동을 잘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어디에나 존재하는 평범한 배경 같은 아이. 그땐 그런 내가 정말이지 싫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이 자기혐오는 멈출 줄을 몰랐다. 나는 끊임없이 내가 아닌 누군가를 찾아다녔고 그를 닮으려 애썼다. 물론 이런 노력이 영 엉뚱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 모습들은 차곡차곡 내 속에 쌓였고 언젠가 내가 온전히 나의 것을 쌓아 올릴 때 내 생의 워너비였던 그들의 모습은 꽤 괜찮은 밑바탕이 되어주었다.


책은 웹툰으로 쉽게 읽힌다. 온 연못에서 사랑받는 자인 오리의 모습이 되기 위해 치즈 덩어리들은 부단히 애쓴다. 자신의 색, 모양, 정체성까지 그들은 과감히 바꾸어 가며 사랑받기 위해 애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알게 된다. 오리도 미치도록 닮고 싶어 하는 무언가가 있었고, 한심해마지 않았던 나의 모습을 그리는 또 다른 누군가도 있었다는 것을. 치즈덕은 그제야 스스로를 돌아보며 사랑받는 자리에 자신을 데려다 놓는다.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넙데데 한 것이 아니라 사랑받기 충분한 자의 모습임을 보게 된다. 그리고 나는 이 모습이 꼭 나의 어릴 적 같아 보였다. 그래서 책을 읽다 문득 울어버렸다.


치즈덕. 이 녀석은 치즈덩어리지만 자신이 닮고 싶었던 그 형태를 자신의 것으로 온전히 받아들였다. 나도 그랬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아직도 잘 모른다. 그런데 내가 부러워했던, 내가 그토록 되고 싶어 했던 이들의 모습이 내게 조금씩은 남아있고 그 조각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행동이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이 반복되면 인격이 된다고 했던가. 그들을 닮고 싶었던 베이스를 잘 치고 싶었던, 사진을 잘 찍고 싶었던, 글을 잘 쓰고 싶었던 어린 날의 나의 모습은 이제는 조금 어설프지만 나의 모습이 되었다.


치즈덕과 마찬가지로, 이제는 나 스스로 내가 좋다고 아주 작게나마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는 누군가에게 너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해줄 수 있게 되었다. 못생긴 치즈덩어리어도 괜찮다. 내가 나이기 위해 노력한다면 내가 어떤 모습이던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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