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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브랜딩을 하는 사람입니다
허준 지음 / 필름(Feelm) / 2024년 5월
평점 :
1. 책에 <디즈니 만화동산>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렇게 반가웠다. 그랬다. 우리 시대를 공유하는 이들치고 어릴 적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디즈니 만화동산을 안본 사람은 거의 없다. 당시만 해도 밥상머리에 온 가족이 앉아 밥 먹는 게 당연하던 시절이라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눈은 TV에 꽂혔던 기억, 교회 가는 친구들은 만화 봐야 되는데 교회 차 왔다고 울면서 떠났던 기억. 그렇게 <디즈니>는 의도치 않게 우리 모두의 마음에 새겨져버렸다. 그때만 해도 도널드 덕이 스크루지 아저씨인 줄 알았다.
2. 어느 모임에서 지난주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근황 소개를 들은 적이 있다. 응?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조금 더 듣고 있자니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조금 의아했다. 그냥 사업한다고 하면 되지 왜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할까?
3. 배민이 유행시킨 수많은 말 중에 00다움이란 말이 있다. 00답다. 지금도 비슷하지만 모두가 유행처럼 각자 00다움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거의 모든 기업들은 00다움이라는 이름 아래 온갖 좋은 것들을 같다 붙였지만 하나같이 노잼(그것도 슬로건 뿐인) 영상 몇 개 인쇄물 몇 개가 되어 사라졌다.
누군가는 정체성을 얘기하고 찾으려 했지만 사실 이게 될 리가 없다. 애초에 극소수의 기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기업의 정체성은 먹고사니즘이고 브랜딩 목표는 최대의 홍보다. 브랜딩을 포장지로 쓰려 하는 기업에 정체성이라니..
4. 그럼에도 많은 기업이 브랜드팀을 만들고 소위 브랜드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영입하고, 브랜드 컨설팅에 천문학적 돈을 쏟아붓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잘 모르는 새로운 시장에는 진짜와 가짜가 섞이기 마련이고 찐을 찾는 건 쉽지 않다. 그리고 여기 꽤 괜찮은 레퍼런스를 가진 책이 하나 더 추가 되었다. 자본의 도움 없이 바닥부터 시작해 지금의 <노티드>를 만든 이의 이야기라면 브랜딩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봐야 한다.
5. 그는 지금의 <노티드>가 있기 까지의 A부터 Z까지 하나하나 알려준다. 마치 누군가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처럼 세세하고 섬세하게. 생각해 보면 <노티드>도 그랬다. 꽤 다가가기 어려운 맛집이었지만 그 긴 줄 끝에 솔드아웃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돌아설 때도 한 번도 그들이 불친절하거나 오만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다운타우너>도 마찬가지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처음 보는데도 차갑지 않고 꽤 친근했다. 그리고 그의 브랜딩에 대한 이야기에서 대강의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브랜딩은 절대 전략이나 기술이 아니다. 내 브랜드를 전달하고 가치관을 설명하며 공감시키고 설득하는 과정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고객들과 쌓인 유대감과 친밀감은 결국 우리 브랜드를 더욱 애정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용 하게 된다.(p.108)
6. 어떻게 사업을 성장시키며 브랜드를 쌓아 올리는지, 이를테면 인플루언서는 어떻게 활용해야 하며 직원 교육은 어때야 하며 SNS 전략은 어떻게 가져가는 것이 좋은지. 그의 이야기가 다 정답은 아닐 테지만 그는 <노티드>의 사례를 빌어 이러한 것들을 하나하나 들려준다. 개인적으로 <짱고책방>을 어떻게 수익화하고, 괜찮은 브랜드로 만들어갈지에 대한 욕심이 있는데 조금 고민이 많아지기도 했다.
7. 인플루언서 이야기하며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사실 일을 하다 보면 비즈니스로 끝나는 관계가 많은데 그 와중에도 내 사람을 찾아 사적 관계를 유지할 것을 권유하는 편이다. 나만 해도 지금 내 주위에서 내게 도움이 되는 일들은 하나같이 쪼렙때 대학생 봉사자로 나를 도왔던 이들이다. 밥 사주던 관계에서 밥 얻어먹는 관계로. 이제는 친구이자 파트너가 된 녀석들을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꽤 있는데 이 네트웤의 옥석 가리기도 꽤 필요한 브랜딩 능력일지도 모르겠다.
브랜딩을 고민하거나 해야 한다면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