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덕이라서 좋아! - 있는 그대로, 가장 나답게
나봄 지음 / 필름(Feelm)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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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릴 적 참 부러워하던 친구가 있었다. 공부도 잘하고, 잘생겼고, 스타일도 좋았고 당연히 인기도 많았다. 그런데 어쩌다 저 동경의 대상이었던 그 친구가 내 단짝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고 나는 그 친구의 하나하나가 모두 부러웠다. 옷, 글씨, 어떤 상황에 대응하는 말뽐새 하나까지 그를 닮고 싶었고 은근슬쩍 그를 흉내 내고 있었다.

지금도 아쉬운 건 이 모든 게 그를 흉내 내는 내서 그쳤으면 좋으련만 나는 그 친구를 위해 너무 쉽게 그전까지 내게 소중했던 모든 것들을 놓고 있었다. 이 친구를 알고 난 후에 어쩌다 보니 그전에 내가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의 관계도 모두 끊어 버렸다. 이건 평생을 두고 아쉽고 미안하다.


그를 그렇게 부러워하며 나는 늘 내가 별볼일 없다고 생각했다. 뚱뚱하고 공부나 운동을 잘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어디에나 존재하는 평범한 배경 같은 아이. 그땐 그런 내가 정말이지 싫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이 자기혐오는 멈출 줄을 몰랐다. 나는 끊임없이 내가 아닌 누군가를 찾아다녔고 그를 닮으려 애썼다. 물론 이런 노력이 영 엉뚱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 모습들은 차곡차곡 내 속에 쌓였고 언젠가 내가 온전히 나의 것을 쌓아 올릴 때 내 생의 워너비였던 그들의 모습은 꽤 괜찮은 밑바탕이 되어주었다.


책은 웹툰으로 쉽게 읽힌다. 온 연못에서 사랑받는 자인 오리의 모습이 되기 위해 치즈 덩어리들은 부단히 애쓴다. 자신의 색, 모양, 정체성까지 그들은 과감히 바꾸어 가며 사랑받기 위해 애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알게 된다. 오리도 미치도록 닮고 싶어 하는 무언가가 있었고, 한심해마지 않았던 나의 모습을 그리는 또 다른 누군가도 있었다는 것을. 치즈덕은 그제야 스스로를 돌아보며 사랑받는 자리에 자신을 데려다 놓는다.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넙데데 한 것이 아니라 사랑받기 충분한 자의 모습임을 보게 된다. 그리고 나는 이 모습이 꼭 나의 어릴 적 같아 보였다. 그래서 책을 읽다 문득 울어버렸다.


치즈덕. 이 녀석은 치즈덩어리지만 자신이 닮고 싶었던 그 형태를 자신의 것으로 온전히 받아들였다. 나도 그랬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아직도 잘 모른다. 그런데 내가 부러워했던, 내가 그토록 되고 싶어 했던 이들의 모습이 내게 조금씩은 남아있고 그 조각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행동이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이 반복되면 인격이 된다고 했던가. 그들을 닮고 싶었던 베이스를 잘 치고 싶었던, 사진을 잘 찍고 싶었던, 글을 잘 쓰고 싶었던 어린 날의 나의 모습은 이제는 조금 어설프지만 나의 모습이 되었다.


치즈덕과 마찬가지로, 이제는 나 스스로 내가 좋다고 아주 작게나마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는 누군가에게 너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해줄 수 있게 되었다. 못생긴 치즈덩어리어도 괜찮다. 내가 나이기 위해 노력한다면 내가 어떤 모습이던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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