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카페, 카에데안
유리 준 지음, 윤은혜 옮김 / 필름(Feelm)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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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모두가 헤어질 날을 받아놓고 살아간다.(거북이 정도가 예외려나..) 나보다 먼저 떠날 것이 확실한 생명의 처음부터 끝을 함께하는 일은 의미 있지만, 그리고 매우 소중하지만 그 끝에 그에 못지않은 상실 또한 존재한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는 고양이를 바라보는 나도 그러하다. 11년을 함께한 나의 고양이, 노묘로 불리며 예전처럼 뛰지 않고 자주 누워있는 고양이를 보는 마음은 참 쉽지 않다.


기적의 카페, 카에데안은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과 단 한 번 더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어딘가 제발 있었으면 하는 이 이야기는 단순히 상상의 설정에 머무르지 않고, 반려동물과의 이별이 주는 깊은 상실감과 그 안에서 발견하는 사랑의 본질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우리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들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올 때까지 그 사랑의 무게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이 떠난 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나에게는 그저 소중한 존재였던 반려동물이, 반대로 나에게 전부였다는 사실을.


또 이야기는 단순히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슬픔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을 돌아보며, 그 순간들이 얼마나 값지고 아름다웠는지를 일깨운다. 그리고 그 사랑과 관계의 의미는 사람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관계를 맺고 끊지만, 떠나보내야 할 순간이 오기 전까지 그 관계의 진정한 가치를 자주 잊곤 한다.


그렇게 기적의 카페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모든 사람들이 언젠가 맞닥뜨릴 운명에 대해 담담히 이야기한다. 누구나 사랑하는 존재와의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하지만 이별이 단지 슬픔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했던 시간들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우리게 조용히 일깨워 준다.


결국, 기적의 카페, 카에데안은 죽음이라는 주제를 통해 삶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반려동물이든 사람이든, 우리가 사랑했던 존재들은 떠난 후에도 여전히 우리 안에 살아 있다. 그들이 남긴 흔적과 기억은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삶의 방향과 가치를 비추는 빛이 된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와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며 미소 짓거나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면, 이 책은 당신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줄 것이다. 어쩌면 기적의 카페, 카에데안은 단순히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관계 속에서 사랑하고 상처받고 결국엔 떠나보내야 하는 경험을 가진 이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 그렇게 마음 깊이 울컥하게 되는 우리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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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능동적
노연경 지음 / 필름(Feelm)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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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때의 여행이 내 인생을 대단히 바꿔놓지는 못했지만, 나는 떠나기 전과는 분명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내가 아닌 듯 처음 느껴보았던 새롭고 강렬했던 감정과 기억들은 나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조각들이 되어 주었다.(p.69)


다행인지 불행인지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해외출장을 떠난다. 그렇게 오늘도 잠비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이 글의 초고를 썼다.

돌이켜보면 늘 출장 전흔 분주하고 빠듯했다. 한주 혹은 두주를 한국에 없다는 부담인지 진짜로 그 시기가 바빴는지는 모르겠다. 이런 적도 있고 저런 적도 있었겠지. 역대급으로 일이 많고 바쁘고 심지어 100일이 갓 지난 사랑스러운 아이까지 돌아보아야 했던 올해는 더더욱 그랬다.


그리고 이 와중에 비행기 타기 전 날 잠이 오지 않아 책도 펼쳐 들었다. 조금이라도 졸리면 곧장 덮어버리고 잠들 양이었으나, 밤은 깊었고 행복하기 위해 오늘을 발버둥 치는 저자의 이야기는 나의 상황의 어떠함과 맞물려 꽤 오랜 시간 나를 붙잡아 두었다. 그렇게 그 밤, 행복에 관하여, 잘 사는 것에 관하여 꼼꼼히 저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프리카 출장은 늘 어렵지만 또 그만큼의 삶의 전환점을 가져다준다. 지평선으로 떨어지는 믿기지 붉은 석양, 그 석양이 지나간 자리에 피어나는 별천지, 누가 봐도 머리와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을 향해 손 흔들며 웃어주는 천진난만함 그리고 친절함. 그 풍경을 지키기 위해 일이라는 걸 했다. 딱히 대단한 사명감이 있는 건 아니다. 좋아서. 그 웃음이 그 풍광이 좋아서. 그렇게 15년이 흘렀다. 그런데 살다 보니 나는 계속해서 다른 무엇을 찾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여기 있었는데.



2. 늘 작가가 될 만큼은 아니지'라는 생각에 글쓰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도처에 널려 있는데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꼴이라니. 작가가 될 필요가 있었나? 글 쓰는 걸 좋 아하는 나는 글 쓰는 '나' 자체로 이미 완성인걸. 그걸로 이미 다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냥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계속해서. (p.27)


다른 이들에 비해 좋아하는 것이 명확하다고 믿는 편이다. 커피를 좋아하고, 야구를 좋아하고, 고양이를 좋아하며,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 책 읽는 걸 좋아하고 무엇에 대해 쓰는 것을 좋아한다. 요즘은 아이를 무릎 위에 올린 채 한참을 아이와 함께 웃는 것도 좋아한다. 누가 그랬다. 남겨야 한다고. 그래서 남기기 시작했다. 사진도, 글도. 그렇게 남기다 보니 남기는 것이 일이 되어버렸다. 이 일도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일이 되다 보니 버거워졌다. 이것도 아프리카 밤하늘의 별을 세다 문득 돌아보았다. 왜 이렇게 버거워진 걸까.



3. 진흙탕에 발이 빠진 것처럼 한 걸음 내딛는 것도 버겁게 느껴지더라도,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 일지라도 치열하게 고민하는 당신은 여전히 아름답다. 살아 있기 때문에. 살아 있기 위해 발버둥 치는 당신은 언제나 반짝인다. 당신도 내 눈엔 그저 아름다운 장면 속의 주인공이다. (p.79)


삶이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믿는 편이다. 정답이라는 게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어쨌건 우리는 하루를 살아내고 그 안에서 투닥거리며 자기만의 행복을 찾아 나선다. 행복은 능동적이다. 곱씹을수록 맞다. 그의 이야기가 고맙고 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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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의독백 - 발견, 영감 그리고
임승원 지음 / 필름(Feelm)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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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유튜브 프리미엄을 해지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볼 게 없어서. 물론 볼 게 없다는 이야기가 무색하게 유튜브에는 하루에 수백, 수천만 개의 영상이 업로드 된지만 어느 날 소파에 누워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썸네일을 30분째 넘기다 그만 지쳐본 사람은 안다. 유튜브를 찬양하는 그 수많은 소리들이 얼마나 개소리들인지.

하나 마나 한 소리, 조회수를 좇아 그저 누가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는 시덥 잖은 소리, 이 영상 안 보면 큰일 난다는 듯이 협박인지 조롱인지 모를 글자들을 보다 울컥하는 마음에 프리미엄을 해지해버렸다. 이건 안 보는 게 내 정신건강에 좋다. 확신이었다.


아이가 생기고 한동안 책을 집어 들지 못했다. 아이를 기른다는 건 분명 좋고 사랑스럽고 행복한 일이지만 그만큼의 고갈이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책 따위 던져두고 살다 그 와중에 무슨 정신인지 이 책을 집어 들었고, 중간쯤 읽다 지워버린 유튜브를 다시 깔고 <원의 독백>을 검색했다. 오랫동안 그의 채널에 머무르다 구독 버튼을 눌렀다. 옳다. 크리에이터라고 말하는 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가슴이 뛰었다. 이 정도면 뭔가 새로 시작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하면 된다, 저렇게 하면 된다는 콘텐츠 팔이 들 사이에서 이 정도의 <원의 독백>은 꽤나 독보적이다. 신박한 무언가가 있다기보다 그저 내 마음을 그대로 읽어주는 느낌이었다. '그저 낡은 신발이 되어 버려지게 되더라도, 행복을 위해서, 가치를 위해서 180만 원의 신발을 사는 이들을,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을 동경하는(p.197). 하지만 여전히 무서움의 지대에 머물고 있는'그의 마음은 꼭 언젠가의 나 같았다. 불안과 동경, 원하는 것과 안주하고 싶은 마음, 꿈과 현실에 관해 내가 어디까지 나아가고 어디에서 멈추어서야 만 하는지. 매일 같이 고민하고 싸워야 하는 지점에서 딱히 할 말도 할 수 있는 행동도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원은 대신 얘기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밝혀지는 작은 촛불 하나, 혹은 라이터 같은 불빛 하나. 후 하고 길게 내뿜는 담배연기 같은 그의 손짓과 노래를 보고 있자니 괜히 울컥해졌다. 그랬다. 나도 그랬다. 20년 전의 10년 전의 나도 그랬다.

다가가서 꼭 안아주고 싶었다. 꿈 말고는 아무것도 없던 시절의 나를, 그 초라하고 불쌍한 그리고 행복한 나를.


정말 오랜만에 크리에이터라 불리기에 아깝지 않은 이를 만났다. 한동안은 계속 그를 좇아 다닐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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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루코와 루이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윤은혜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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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그 옛날 띵작 <델마와 루이스>를 오마주한 작품이라고 한다. 무대가 일본으로 바뀌었고, 나이가 70대로 바뀌었을 뿐. 현실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향하는 두 여인의 이야기는 같다. 이들은 평생을 괴롭힌 가부장적 남편을 두고, 갑갑한 노인 아파트의 지긋지긋한 골방을 빠져나와 BMW를 훔쳐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간다. 사실 이까지만 들어도 신나고 흥미롭다.


이 할머니들이 얼마나 귀엽냐면 모티브가 된 <델마와 루이스>의 살인처럼 커다란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못하)지만 자유를 찾는 과정에서 벌이는 소소한 범죄(?)와 이따금 서로의 기댈 곳이 되어주는 장면 장면들 그리고 그렇게 쫓기는 와중에도 음식까지 만들어 챙겨 먹는 귀여움이 잔뜩 긴장해야 할 것 같다가도 맥을 놓고 웃게 만든다.


백세시대라고 말하는 요즘, 문득 칠십이 대단한 나이인가 싶다가도 벌써 모든 게 귀찮아지는 마흔 줄에 접어든 내 나이를 보자면 이들의 일탈이 새삼 대단해 보인다.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일흔의 나이에. 모두에게 짐짝이 되어버린 그 나이에 나는 진짜 '나'를 찾아 한번 더 내 인생을 던질 수 있을까.


학부시절 철학 수업에서 교수님이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나이가 지긋이 들어 결혼도 하고 애도 있고 뭐 그런 평범한 하루를 살던 어느 날, 태어나서 단 한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상대가 나타난다면 당신은 모든 걸 포기하고 그 사랑을 따라나설 수 있는가?'


요즘은 MBTI의 T와 F 논쟁으로 끝날 것 같은 이야기지만 당신의 꽤 우리는 진지했다. 그때는 뜨거움을 따라 나설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는데, 살아가다 보니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게 되었다. 얼마의 용기와 얼마의 포기가 필요한 일인지도. 지금의 나는 지금 이 삶을 포기하지 못할 것 같다. 그런데 데루코와 루이의 모습을 보니 괜히 접어놓은 마음 한편이 움직거린 건 사실이다. 


무엇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가? 꿈일 수도 있고, 돈일 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두 할머니는 우리에게 말한다. 그것을 향해 뜨겁게 한번 덤벼든 적이 있었냐고. 괜히 그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쿵쾅거렸다.


아직 포기할 것이 많지 않다면, 당신은 아직 늦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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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끄기의 기술 - 옥스퍼드 신경과학자가 알려주는 무한 스크롤에서 벗어나는 법
페이 베게티 지음, 이혜경 옮김 / 부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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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서글프고 또 조금은 재미있는 사실은 이 리뷰 작업을 처음 블로그와 인스타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블로그와 인스타의 좋아요와 팔로와, 댓글 등의 반응들은 독서할 시간이 아니라 답방과 좋아요 어떻게 하면 소위 터지는 콘텐츠를 만들까에 더 마음을 쏟게 만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까지 이렇게 하면 5천팔이 됩니다 따위의 콘텐츠를 만들지 않은 것일까.


손목에서 울리는 애플워치의 알람이 지긋지긋해 한동안 10년 전에 차던 아날로그 시계를 다시 꺼내 차고 다닌 적이 있다. 딱 일주일. 나는 애플워치 울트라로 다시 스마트워치를 차게 되었다. 물론 알람 기능은 필요한 것만 제외하고 다 꺼버린 채였다.


맨유의 퍼거슨 감독이 그랬다고 한다.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그의 의견에 절반만 동의한다. 절반이라도 동의하는 건 실제 내 인생이 SNS에 낭비되는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요즘 뒤늦게 모동숲에 빠져있는데 솔직히 지금 내 인스타는 모동숲의 NPC들만큼도 나를 위로하지 못하고 내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과감히 계정을 삭제해버릴까도 몇 번 생각해 봤는데 사실 그것도 쉽지 않다. 이제까지 한 게 아까워서 혹은 남들 다하는데 나만 안 하면 어쩔 거야.

(1) 저 인스타 안해요. 라는 사람이 더 별나 보이는 세상이다

(2) 사실 SNS 안 해도 큰 상관은 없다 나도 안다.


이런 고민이 비단 나의 고민은 아니었나 보다. 꽤 먼 바다건너 옥스퍼드에도 이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가 있었고, 그는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긍정적 관점과 부정적 관점을 모두 견지하며 스마트폰에 대한 균형 잡힌 관점을 설명하려 한다.


그가 이야기하는 해법은 습관이다. 이 습관을 들이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하는지, 어떤 장치들을 설정하면 좋은지 이것이 성공했을 때 어떻게 스마트폰은 우리 인생의 도구가 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사실 이러한 이야기는 예의 베스트셀러 <도둑맞은 집중력>을 비롯해 꽤 여러 책에서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문제 그리고 해결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이 책도 그러한 이야기에 사실 점 하나 정도를 찍는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순간의 점들이 쌓이면 선이 되고 길이 된다는 건데 같은 논의가 반복되고 쌓이며 발전하는 걸로 보아 아마 우리 사회는 이제 스마트폰 중독을 넘어 이를 발전의 도구로 사용할 때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쉽게 스마트폰을 포기할 생각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아마도 우리는 곧 스마트폰 중독을 넘어설 것이기에. 스마트폰 중독에 대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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