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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의독백 - 발견, 영감 그리고
임승원 지음 / 필름(Feelm) / 2024년 10월
평점 :
얼마 전 유튜브 프리미엄을 해지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볼 게 없어서. 물론 볼 게 없다는 이야기가 무색하게 유튜브에는 하루에 수백, 수천만 개의 영상이 업로드 된지만 어느 날 소파에 누워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썸네일을 30분째 넘기다 그만 지쳐본 사람은 안다. 유튜브를 찬양하는 그 수많은 소리들이 얼마나 개소리들인지.
하나 마나 한 소리, 조회수를 좇아 그저 누가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는 시덥 잖은 소리, 이 영상 안 보면 큰일 난다는 듯이 협박인지 조롱인지 모를 글자들을 보다 울컥하는 마음에 프리미엄을 해지해버렸다. 이건 안 보는 게 내 정신건강에 좋다. 확신이었다.
아이가 생기고 한동안 책을 집어 들지 못했다. 아이를 기른다는 건 분명 좋고 사랑스럽고 행복한 일이지만 그만큼의 고갈이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책 따위 던져두고 살다 그 와중에 무슨 정신인지 이 책을 집어 들었고, 중간쯤 읽다 지워버린 유튜브를 다시 깔고 <원의 독백>을 검색했다. 오랫동안 그의 채널에 머무르다 구독 버튼을 눌렀다. 옳다. 크리에이터라고 말하는 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가슴이 뛰었다. 이 정도면 뭔가 새로 시작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하면 된다, 저렇게 하면 된다는 콘텐츠 팔이 들 사이에서 이 정도의 <원의 독백>은 꽤나 독보적이다. 신박한 무언가가 있다기보다 그저 내 마음을 그대로 읽어주는 느낌이었다. '그저 낡은 신발이 되어 버려지게 되더라도, 행복을 위해서, 가치를 위해서 180만 원의 신발을 사는 이들을,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을 동경하는(p.197). 하지만 여전히 무서움의 지대에 머물고 있는'그의 마음은 꼭 언젠가의 나 같았다. 불안과 동경, 원하는 것과 안주하고 싶은 마음, 꿈과 현실에 관해 내가 어디까지 나아가고 어디에서 멈추어서야 만 하는지. 매일 같이 고민하고 싸워야 하는 지점에서 딱히 할 말도 할 수 있는 행동도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원은 대신 얘기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밝혀지는 작은 촛불 하나, 혹은 라이터 같은 불빛 하나. 후 하고 길게 내뿜는 담배연기 같은 그의 손짓과 노래를 보고 있자니 괜히 울컥해졌다. 그랬다. 나도 그랬다. 20년 전의 10년 전의 나도 그랬다.
다가가서 꼭 안아주고 싶었다. 꿈 말고는 아무것도 없던 시절의 나를, 그 초라하고 불쌍한 그리고 행복한 나를.
정말 오랜만에 크리에이터라 불리기에 아깝지 않은 이를 만났다. 한동안은 계속 그를 좇아 다닐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