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의외로 괜찮을지도 - 치밀한 계획은 없지만 요령껏 사는 도대체 씨의 인생 기술
도대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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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일부러 서평단 신청 같은 건 안 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간이 나오면 언제고 가장 먼저 신청하는 작가가 있다. 이 양반 도대체 씨다.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는 아마 직장인이 되고 나서부터 누군가에게 선물로 가장 많이 건넸던 책이었고 가장 많은 리뷰와 독후감을 받은 책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책 <어쩌면 의외로 괜찮을지도>는 그의 첫 번째 책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와 가장 많이 닮아있는 책이기도 하다.


어쩌면 의외로 괜찮을지도 라니.. 삶은 늘 뜻대로 되지 않고, 자꾸 어긋나고 매번 나만 잘못된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의외로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는 내가 가지고 있는 어떤 신념이기도 하다. 그리고 책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인 우리네 인생을 멀리서 관조해 준다.


웹툰과 글이 반반인 책에는 그만이 할 수 있는 특유의 비틀림이 있다. 똑같이 힘든 상황에서도 그는 이 모든 것들을 절묘하게 웃음으로 바꿔버린다. 어떤 에피소드는 웃프고 어떤 에피소드는 가슴을 때리기도 하고 또 어떤 에피소드는 친구에게 보내주고 싶어진다.


인생이란 뭘까?

'뭐'라면 어쩔 것인가?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건 변함이 없는데(잠이나 자자)


ㅋㅋㅋㅋㅋ 한참을 웃다 보면 어떤 위로가 남는다. 그래 원래 인생은 그런 거다.


작가는 말한다


성실히 일해서 돈을 벌되 가끔 로또를 사기를.

내 것이 아닌 것을 탐내느라 괴로워하지 않기를.

생로병사를 받아들이되 인간이기에 누릴 수 있는 일을 누리기를.

그 와중에 종종 웃으면서 말입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은 웃는 것이라 믿으니까요.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웃는다는 건 단순히 감정의 어떠함이 아닌 태도일지도 모르겠다.

울다 웃다 하며 어찌어찌 살아가는 것이 우리 인생이고, 그 속에서 잠시라도 웃을 수 있다면 그건 이미 큰 영광이라고 작가는 말하는데 짧은 시간이나마 웃게 해줘서 고맙다고 되려 말하고 싶어졌다.


오늘도 안 먹겠다고 버티는 아이와 한참을 싸웠다.(늘 지는 건 나다)

지쳤는데 그렇지만 어쩌면 괜찮을지도 모르는 하루를 보내고 있더라.

맞다, 이렇게 살고 싶다. 다짜고짜 주어진 이 삶을 그냥 어찌어찌 살아내고, 가끔은 크게 웃고, 종종은 울고, 그래도 다시 걸어가는 것.

아이는 장난감을 이리저리 던지다 결국 내 앞에 내밀고 씩 웃는다. 나는 그것을 그가 원하는 대로 이리저리 맞춰주었다.


모두에게 주어진 하루는 다를 테지만 어쩌면 이거 하나는 확실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의외로 괜찮을지도. 다들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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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들 -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홍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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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호평 일색의 추천담에 비해 내 소감은 너무나 작고 보잘것없었다. 

'이게 뭐야?'


평생에 한번 겪기도 힘든 납치 사건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끝끝내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전국에는 어디서 왔는지 모를 말뚝들이 발생하고(그 말뚝이 내가 알고 있는 그 대가리와 기둥이 있는 그 말뚝인지도 이젠 확실치 않다) 그 말뚝들 앞에 가면 사람들은 울기 시작한다. 바다에서 육지로, 육지에서 도시로. 광화문을 점령한 말뚝들 앞에서 사람들은 운다.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말뚝을 찾아 주인공을 찾아온다. 어쩌다 납치당했는지도 모를 주인공은 이 모든 상황이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이다. 몰라도 되는데 일단 받아들이라는 식이다. 주인공을 둘러싼 모든 이들이 장(주인공)을 그렇게 대한다. 갑자기 TF로 발령 내는 본부장, 납치범, 경찰, 뜬금없이 불륜남으로 만들어 버린 직장동료, 마카오에서 도박하다 죽은 친구. 하나같이 똑같다. 이런 이런 일이 있었어. 그냥 받아들여.


그냥 받아들여. 가만히 있어. 아프게도 이 말들은 살면서 우리 주변에 은연히도 숨어있는 말 덩어리들이다. 너만 참으면 돼, 너만 조금 손해 보면 다 괜찮아져 같은 말들도 있다. 이 말들은 어떤 사회적 죽음과도 연결되기도 한다. 그렇게 그들의 죽음은 그냥 땅에 떨어진다. 마치 갑자기 나타난 말뚝들처럼. 재밌는 사실은 그 받아들임 가운데서도 의미를 가지는, 장의 50만 원처럼 누군가에게 마음의 빚을 지우며 그 빚을 갚아가며 세상의 메시지를 거스르는 이들도 있다는 거다. 이 메시지가 변한 말뚝이 그렇게 빛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고 한참을 생각한 나는 아직도 말뚝들이 뭔지 모르겠다. 계속 생각하다가 어떤 의미를 찾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아니 책에 나오는 이들처럼 계속 울까 봐.


서평을 쓸 때 보통은 다른 이들의 글을 찾아보고 글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 글은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쓴다. 뭐랄까. 나는 가만히 있고 싶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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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내가 원한 것
서한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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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몇 번이나 글쓴이 이름을 다시 확인했다. 서하나. 처음 듣는 이름이지만, 어딘가에 꼭 적어두고 싶어졌다.

첫 장을 읽는 순간부터 뭐랄까 감각이 깨어나는 기분이었다.

참 오랜만에 글을 읽으며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장을 꼭꼭 씹어 삼키듯 읽다 보면, 혀끝에 남는 여운이 오래도록 맴돈다.

이건 내가 쓰고 싶었던 글이기도 했다.

한 번쯤 이렇게 써보고 싶다고, 하지만 감히 손이 닿지 않아 부러움만 쌓아왔던 그런 글.


책을 읽으며 여름의 다양한 얼굴을 계속 떠올렸다.

어떤 글은 꿉꿉하고 숨이 턱턱 막히는 반지하 자취방의 여름을 그렸다.

작은 선풍기가 허공을 허무하게 긁어대는 소리, 눅눅한 침대 시트의 감촉, 창밖 골목을 타고 스며드는 볕 냄새.

어떤 글은 반대로 시원하고 뻥 뚫린 바닷가의 여름은 파도와 바람, 햇살이 뒤섞여 속을 한 번에 비워낸다.

또 어떤글은 이국의 어느 도시에서 맞이하는 낯선 여름을 그려주었다.

언어도 풍경도 어색한 그곳에서 나는 지도 한장 꼭 쥐고 어지러이 시장 한 가운데 서있다.


그런가하면 글은 그 여름에만 듣던 음악을 떠올리게 했다.

쿨이나 비치보이즈의 같이 마치 당장이라도 떠나야 할 것 같은 음악들부터

이름도 잘 모르는 어느 재즈 연주를 빗소리와 함께 들려주기도 했다.

거품이 입술을 감싸는 생맥주의 첫 모금과

거대한 얼음이 둥둥 떠 있는 위스키 한 잔.

잘 어울리지 않는 내가 지나온 여름의 모든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듯 읽혔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거다.

우리는 흔히 ‘열심히 하라’는 말 속에서 살아간다. 나 역시 그 말에 길들여져, 뭐든 조금이라도 게을러지면 불안해했다.

그런데 이 책의 이야기들은 느슨함과 헤이함에 관해 우리게 들려준다.

그냥 그 계절에 머물러 있어도 된다는 허락. 맞다. 여름은 그런 계절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계절.

한번쯤은 그렇게 보내도 괜찮은 계절.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내도록 창밖으로 빗방울이 거세게 내린다.

눅눅함에 괜스레 내 지난 여름들을 더듬어본다.

나도 지금 내 아이처럼 부모 품에 안겨 보냈을 여름이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여행지로 향하던 여름이 있었고,

하루 종일 도서관에 틀어박혀 책만 읽던 여름이 있었다.

에어컨 밑에서 마감에 쫓기던 여름도,

휴가지에서 정신없이 키보드만 두드리던 여름도 있었다.

그렇게 흘려보낸 여름들이 어느새 마흔 번이 지났다.

그 시간 속에서 어떤 여름은 유난히 찬란했고, 또 어떤 여름은 묵직하게 내 마음을 짓눌렀다.


올여름 역시 그렇게 하나의 조각이 되어 기억 속 어딘가에 있겠지.

그리고 나는 이 책을 기억하며 아마도 어느날 빗소리를 들을 때 문득 지금 이 작은 카페를 떠올릴 것이다.

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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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시대 - 독립을 넘어 쇄신을 꿈꾼 식민지 조선 사회주의 유토피아
박노자 지음, 원영수 옮김 / 한겨레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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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자마자 오래 묵혀둔 이름과 마주했다. 박노자. 아마 <당신들의 대한민국> 이후로 그의 이름이 쓰인 책을 손에 쥔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제목도 <붉은 시대>. 그 단어만으로도 이미 나를 낯설고도 익숙한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누가 그럤나.스무 살에 맑스에 미치지 않으면 바보고 마흔이 되어서도 맑스에 미쳐있다면 바보라고.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맑스라는 이름은 그렇게 내게도 추억 속의 편린이 되었다. 나는 더 이상 맑스나 좌파라는 단어에 끌리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멀리하는 중이다.(사실 이는 이데올로기뿐 아니라 모든 현실 정치에서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노자는 내 청춘의 열정이자, 지나간 시간의 상징처럼 남아 있었다. 그의 신간이 다시 그 이름을 불러냈다. 역시 사람은 뭘 단정 짓거나 자신해선 안된다.


논문이다. 따라서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오래 두고 천천히 볼 일이지맘 교양 삼아 읽기도 나쁘지 않다. 다만 인물들이 많고 번역서인지라 조금은 지루하다는 점을 미리 경고해두며.


그가 다루는 시기는 1919년부터 1930년대까지다. 러시아 10월 혁명이 던진 불씨가 전 세계로 번져나가던 시기. 그 불씨는 이탈리아의 ‘붉은 2년’을 낳았고, 중국의 5.4운동을 불러왔으며, 인도의 비협력 운동을 들불처럼 번지게 했다. 전 세계가 뜨거운 각성과 민주적 집단행동으로 요동치던 때였다. 그리고 바로 그 시기의 들불의 끝자락에는 우리 조선도 있었다. 3.1운동 또한 단지 ‘민족 독립의 외침’이 아니라 실은 전 지구적 혁명의 흐름 속에 놓여 있었던 사건이었다. 혁명이후 조선의 청년들은 그 거대한 물결 속에서 조선공산당을 조직했고, 강령을 다시 쓰며, 분파 간의 치열한 논쟁을 이어갔다. 무엇보다 그들은 식민지 조선 사회를 가장 체계적으로 분석하며 제국주의와 싸울 이론적 무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제 와 살펴보는 이런 이 흔적들을 단순히 ‘이념의 기록’이라 부르는 건 아무래도 부족하다. 일제에 항거했던 그들의 이념은 삶의 전부를 던진 실험이자, 불가능에 가까운 현실을 돌파하려는 몸부림이었다. 나도 새로웠던 건 항일운동이 단지 민족주의적 저항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국제 혁명이라는 시대정신과 맞닿아 있었다는 사실은 꽤 놀라운 발견이었다. 1920년대를 살아가던 조선의 청년들에게 공산주의는 단순한 수입품이 아니라 세계와 호흡하기 위한 언어이자 무기였던 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는 그 얼굴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아니, 어쩌면 의도적으로 잊게 강요당해온 것일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서 사회주의는 ‘금기’가 되었고, 공산주의는 ‘전체주의의 다른 이름’으로만 호출됐다. 항일운동의 역사에서도 민족주의적 투쟁은 남았지만, 사회주의적 흐름은 지워졌다. 그리하여 우리는 반쪽짜리 기억만을 가진 채 우리 역사를 설명해왔다. 돌이켜보면 좌파 독립운동가였던 여운형 같은 이름들을 부르기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이런 우리게 박노자의 <붉은 시대>는 집단적 망각의 베일을 걷어내고 우리가 놓쳐온 다른 얼굴을 불러내자고 말한다.


한때 나의 청춘을 사로잡았던 사상이자 이제는 흔적조차 희미해진 시대의 열망이 겹쳐졌다. 추천인의 이야기처럼 망각을 거부하라고 그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요청한다. 그것은 단순히 과거를 곱씹으라는 말이 아니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념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시기를 살았던 이들의 고민과 열정 그리고 우리 스스로 지워버린 가능성이다. 역사의 또 다른 얼굴을 기억하는 일, 그것은 곧 우리 자신의 현재를 온전히 이해하는 길이기도 하다.


우리가 잃어버린 1919년부터 1930년대까지의 조선의 20년, 세계와 호흡하던 한반도의 가장 뜨거웠던 그 시간의 우리네 조선의 얼굴들. 그 얼굴들을 우리가 다시 기억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조금 더 풍부한 뿌리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역사는 단순히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기에.

어쨌거나 매력 있던 시대의 한 가운데를 마주 보게 해준 저자에게 다시 한번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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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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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단어는 ‘무력감’이다. AI가 그려내는 아니 주도하는 세상 앞에서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작가는 이세돌이 알파고에서 패한 그 시점부터 바둑 기사들의 경험을 시작점 삼아, 인공지능이 가장 먼저 침투한 현장에서 벌어진 변화를 세밀하게 따라간다. 초반에는 좀 지나치게 싶던 바둑 기사들과의 인터뷰가 읽다 보니 이 주제를 가장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는 것이 납득이 간다. 질문은 확장된다. ‘우리가 아는 것이 정말 맞는가’라는 질문은 단지 바둑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모든 업계, 모든 영역으로 번져간다.


인공지능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쓰지 않는다고 해서 나와 무관해지는 것도 아니다. SNS가 그렇듯이 사람들이 이제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그 변화는 나의 가치관과 생활방식까지 흔든다. 기술은 ‘환경’을 바꾸고 그 환경은 어떤 모양이든 우리를 재정의한다. 이 지점에서 작가는 기술이 가치중립적이라는 낙관을 경계한다. 칼과 총의 용도가 이미 제작자에 의해 결정되었듯 과학기술은 물질세계뿐 아니라 정신세계 깊숙이 영향을 미치는 권력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이 꽤 충격적이었다. 과학이 가치중립적이 아니라니!


또한 책은 기술혁신이 언제나 모두를 동일하게 이롭게 하지 않는다는 점을 역사적 사례와 함께 짚는다. 인쇄술이 교회의 권력을 약화시키고 지식인 집단을 키웠듯, 어떤 신기술은 기득권을 흔드는 동시에 주변부에 기회를 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권위는 무너지고, 전문가의 목소리는 약해지고, ‘AI가 뭐라고 하네요’라는 말이 권위를 대신하게 된다. 어떻게 생각하면 시대의 흐름에 따른 당연한 변화 같기도 하지만 이 끝에는 작가가 경고하듯 ‘공허의 시대’가 우리를 기다릴 수 있다. 가치가 시장 가격으로만 환원되고 재미와 의미를 구분하지 못하는 혼란 속에서 우리는 정작 좋은 삶이 무엇인지조차 모른 채 살아가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실 이 대목이 가장 마음에 남았다. 그렇게 길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다지만 ‘좋은 삶’이란 단어가 이렇게 불확실하게 들린 적이 있었나. 가치 있는 삶이 좋은 삶일까, 재미있는 삶이 좋은 삶일까. 혹은 전혀 다른 무엇일까.

기술이 삶의 구조와 기준을 바꿀 때 그 답을 밖에서 구할 순 없다. 우리는 스스로 묻고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단순한 비관에 머물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아직 할 수 없는 일 즉 좋은 상상을 하고 우리가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을 인간의 몫으로 남겨둔다. "우리는 우리 운명의 주인이다. 우리는 우리 영혼의 선장이다. 아직까지는"이라는 마지막 문장은 기술의 급류 속에서도 방향 키를 쥔 손을 놓지 않겠다는 다짐처럼 들린다.


우리는 결국 스스로의 ‘좋은 삶’을 정의해야 한다. AI가 재편한 질서 속에서도 내가 놓지 않을 가치와 지향을 명확히 하는 것,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내는 가장 중요한 힘이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가 대신 써준 삶의 설명서 속에 갇혀버릴 것이다. 지금 당신만의 답을 찾아야 한다.


Tip. AI가 바꾸는 세상 속에서도 당신만의 기준을 세워보세요. 그 선택이 미래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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