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뚝들 -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홍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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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호평 일색의 추천담에 비해 내 소감은 너무나 작고 보잘것없었다. 

'이게 뭐야?'


평생에 한번 겪기도 힘든 납치 사건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끝끝내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전국에는 어디서 왔는지 모를 말뚝들이 발생하고(그 말뚝이 내가 알고 있는 그 대가리와 기둥이 있는 그 말뚝인지도 이젠 확실치 않다) 그 말뚝들 앞에 가면 사람들은 울기 시작한다. 바다에서 육지로, 육지에서 도시로. 광화문을 점령한 말뚝들 앞에서 사람들은 운다.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말뚝을 찾아 주인공을 찾아온다. 어쩌다 납치당했는지도 모를 주인공은 이 모든 상황이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이다. 몰라도 되는데 일단 받아들이라는 식이다. 주인공을 둘러싼 모든 이들이 장(주인공)을 그렇게 대한다. 갑자기 TF로 발령 내는 본부장, 납치범, 경찰, 뜬금없이 불륜남으로 만들어 버린 직장동료, 마카오에서 도박하다 죽은 친구. 하나같이 똑같다. 이런 이런 일이 있었어. 그냥 받아들여.


그냥 받아들여. 가만히 있어. 아프게도 이 말들은 살면서 우리 주변에 은연히도 숨어있는 말 덩어리들이다. 너만 참으면 돼, 너만 조금 손해 보면 다 괜찮아져 같은 말들도 있다. 이 말들은 어떤 사회적 죽음과도 연결되기도 한다. 그렇게 그들의 죽음은 그냥 땅에 떨어진다. 마치 갑자기 나타난 말뚝들처럼. 재밌는 사실은 그 받아들임 가운데서도 의미를 가지는, 장의 50만 원처럼 누군가에게 마음의 빚을 지우며 그 빚을 갚아가며 세상의 메시지를 거스르는 이들도 있다는 거다. 이 메시지가 변한 말뚝이 그렇게 빛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고 한참을 생각한 나는 아직도 말뚝들이 뭔지 모르겠다. 계속 생각하다가 어떤 의미를 찾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아니 책에 나오는 이들처럼 계속 울까 봐.


서평을 쓸 때 보통은 다른 이들의 글을 찾아보고 글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 글은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쓴다. 뭐랄까. 나는 가만히 있고 싶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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