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심리학 3 - YES를 끌어내는 설득의 60가지 비밀, 10주년 기념 전면 개정판 설득의 심리학 시리즈 3
로버트 치알디니.스티브 마틴.노아 골드스타인 지음, 윤미나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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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수많은 직업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가 하는 일은 크게 2가지로 갈라진다. 연구, 개발, 서비스 직군과 영업하는 직군. 좀 러프하게 구분하자면 세상 모든 일은 개발자와 마케터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게 중 우리 대부분은 마케터로 살아가는데 개발자의 영역에 속한다 할지라도 마케팅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내가 정의하기에 마케팅은 '설득'하는 일이다. 고객을 설득하는 일, 파트너사를 설득하는 일 그리고 내가 기획한 일에 대해 동료와 상사를 설득하는 일. 그렇기에 굳이 마케터란 직함을 가져야만 마케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작게는 내 SNS를 어떻게 알릴 것인가에서부터 크게는 상품을 더 정확하고 빠르게 알리고 판매하기까지 설득할 것인가. 우리 모두는 마케터다. 어쩔 수 없다.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이 질문 앞에 20년 전 로버트 치알디니는 아래와 같은 6가지 대답에 최근 한 가지를 더해 7가지 대답을 했다. 이는 지난번에 소개한 <설득의 심리학 1>에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기도 하다. 


1. 사회적 증거 원칙_다수의 행동이 '선'이다 

2. 상호성 원칙_호의는 호의를 부른다 

3. 일관성 원칙_하나로 통하는 기대치를 만들어라 

4. 호감 원칙_끌리는 사람을 따르고 싶은 이유 

5. 희소성 원칙_부족하면 더 간절해진다

6. 권위 원칙_전문가에게 의존하려는 경향

7. 연대감 원칙_‘우리’라는 집단을 더 신뢰하는 경향


사실 목차를 읽으며 좀 당혹스러웠다. 아니 이거 1권과 대체 뭐가 다른 거야?? 읽다 보니 알게 되었다. 6개의 목차 아래 있는 60개의 이야기는 이 원칙들을 우리가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실제적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를테면 저자는 상호성 원칙을 설명하며 부탁할 때 작은 포스트잇 하나에 약간의 개인적인 부탁을 적고 설문지를 부탁했을 때 두 배 이상의 회수율을 보였음을 알려준다. 호감 원칙을 설명하며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에게 일반적으로 더 호감을 느낀다는 점을 설명하며, 희소성의 원칙을 설명하며 가질 수 없다고 느끼게 할 것, 가끔은 'no'라고 말할 것을 들려준다. 설득하기 전에는 차를 대접할 것도 권한다. 이런 소소한 60개의 이야기 중 어떤 이야기는 당장이라도 적용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생은 책으로 배우는 건 아니라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우리는 설득할 방법이 필요하고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60개나 들려준다면 투자할 법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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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음악 - 날마다 춤추는 한반도 날씨 이야기
이우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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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호츠크해 고기압, 저기압, 장마전선, 제트기류 어디선가 들어는 봤는데(아마 학교 과학시간에서도 배웠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뭔지 잘은 모르는 단어들이 있다. 그렇지만 또 매일 일기예보를 보며 듣기에 그다지 낯설지는 않은데 이 단어들이 뭘까 생각하다 결국 결론으로 직행한다. 그래서 오늘 비가 온다는 거야? 안 온다는 거야?


2. 일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장마가 지는 6주 동안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가 다시 살아 돌아와 두 번째 사랑을 겪게 되는 로맨스다. 두 시간 동안 비는 쉼 없이 내리는데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비를 본 적이 있을까 싶었다. 비가 그치면 떠난다는 이를 바라며 비가 그치지 않기를 얼마나 바랬던가. 이 영화는 한국에서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3. 그러고 보면 날씨만큼 과학의 영역에 속하지만 그 결과물이 사람의 감성을 건드리는 것도 없다. 슈퍼컴퓨터는 건조한 글자로 오늘 비가 온다고 예측하지만, 비가 내린 오늘 우리의 점심은 파전에 막걸리로 바뀐다. 비 오는 날 문득 누군가가 갑자기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언젠가 과학이 더 발달하면 날씨도 인간이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비 오는 날의 음악까지는 컴퓨터가 어떻게 할 수 없지 않을까.


4. 기상학자의 날씨, 그리고 음악 이야기는 그래서 흥미롭다. 날씨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한다. 그 변화들에는 일정한 운율이 있다. 때론 잔잔하게, 때론 강력하게. 그 리듬을 저자는 음악에 빗대어 들려준다. 때론 왈츠로 때론 강력한 변주곡으로. 과학시간에 들어온 재미없는 날씨 이야기와 문학 시간에 나 나올 법한 갬성적인 이야기들을 음악을 매개로 자유롭게 오가며 풀어내는 저자의 내공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처음이라 좀 신선하기도 했다. 


5. 날씨와 음악의 대화. 콜라보가 대세인 요즘 이 둘의 교집합이 꽤 흥미로웠는데 읽을수록 이런 이야기를 풀어내는 전문가의 포스가 문득 부럽기도 했다. 사회복지와 책, 마케팅과 고양이, NGO와 사진을 엮어낼 수 있는 능력이 내겐 있을까? 아직 멀었는가보다. 에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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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 마들렌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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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걸 좋아한다. 읽는다는 행위는 내가 가장 익숙하고 편한 행위다. 퇴근 후 소파에 앉아 작은 불을 켜고 읽어야 하는 숙제 같은 책을 읽는다, 출퇴근하는 길엔 스마트폰으로 어제 있었던 뉴스를 읽는다, 대구와 서울을 오가는 기차에서 전자책을 꺼내 미뤄둔 읽고 싶었던 책을 읽는다. 이 모든 행위는 내가 고른 책을 읽고 보통 예측 가능한 책을 읽기에 심심할지언정 언제나 편안히 기 마련이다. 이야기는 생각대로 흘러가고 예외를 두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 첫장 부터 강렬했는데 아주 끝까지 마음 쫄깃하게 했다. 자기 전 잠깐 읽고 자야지 했는데 결국 끝까지 보고 그날 잠들지 못했다. 뭐랄까. 와 근데 이걸 한 사람이 썼다고???


미스터리, SF, 로맨스, 드라마? 여하튼 딱히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여러 장르의 단편들이 연타로 내려 꽂히는데 읽다 보면 훅 빠져들어 꽤 빠져나오기 힘들다. 호흡이 짧은 단편 소설들의 모음인데도 그랬다. 요즘이야 디지털 싱글이 대세라지만 예전에 정성 들여 만든 정규앨범을 듣다 보면 1번부터 10번까지 순서와 감정까지 생각하여 만든 라인업에 음악을 듣다 그만 울음이 터져 나왔던 언젠가가 생각나기도 했다. 좀비 이야기로 포문을 여는 그의 글은 트랜스젠더, 여성의 노화, 자아 분열, 계급, 성적 욕망, 애도 등 한 글에 담기도 힘든 소재들을 다양한 문체로 그려낸다. 그리고 일곱 개의 이야기는 묘하게 한군데 모여 사람을 그려낸다.


읽는 건 하룻밤이었지만 며칠을 이 책과 박서련 작가를 생각했다. 디스토피아에서 살아남는 게 쉬울까 지금 내가 선 곳에서 살아남는 게 쉬울까. 결론은 둘 다 어렵고 어쨌거나 우리는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는 조금 고상하고 많이 상스럽고

쓸데없이 비장하며

매우 구체적으로 실없는 농담이다.


작가는 이렇게 책을 닫는다.


내내 이대로일 거라 믿는 마음과 영영 이대로일까 두려워하는 마음. 어느 쪽이 낙관이고 어느 쪽이 비관인지는 확실히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나는 살아 있다.

가끔은 믿어지지 않지만 정말로 그렇다. 


어쨌거나 살자. 나도, 당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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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 - 자살의 원인부터 예방까지, 25년의 연구를 집대성한 자살에 관한 모든 것
로리 오코너 지음, 정지호 옮김, 백종우 감수 / 심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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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다루는 일은 언제나 무겁고 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일이다. 그것도 지병이나 사고 같은 피하지 못하는 죽음이 아니라 스스로 세상을 던져버린 이들에 관한 이야기라면 더 그러하다. 사실 어떤 죽음이든 누구도 그것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가벼이 누군가의 자실에 관해 이야기한다. ‘마음이 여렸다느니’ ’죽을 마음으로 살지‘라든지.. 나아가 그것은 '죄'이고 ’비겁'하고 ’용서 받지 못할 일‘이라고까지 그 죽음을 절하하는 이들도 있다. 어쩌면 매정하기까지 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쉽지 않아 그런 자리에 어쩌다 앉게 되었다면 도망치는 편이다. 

글쎄 사실 나는 죽음이나 헤어짐 같은 주제에 대해 어떤 말도 함부로 덧대는 것이 두렵다. 잘 알지 못하는 입장도 있지만, 무엇보다 나는 이것이 그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었으면 좋겠지만, 언젠가 내게도 충분히 닥칠 수 있는 일은 아닐까. 내가 만약 저들과 같은 환경의 압박에 던져지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글쎄 난 자신이 없다.


25년간 자살에 대해 연구한 저자는 오롯이 자살에 관한 이야기로만 이 큰 책을 채우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자살에 관한 속설(자살에 관한 얘기를 하는 사람은 다 사실 자살할 마음이 없다, 자살하는 사람은 다 우울증이 있다, 자살 이야기는 사실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이다 등등)을 논박하고 진짜 자살하는 이들이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꽤 세세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이 고통이 어떻게 자살이란 행위로까지 이어지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요인들이 발견되는지 세세하게 들려준다.


*IMV 모델에 따른 8가지 자살 요인(꽤 중요한 내용이라 메모)

1) 수단 접근 : 자살 수단에 접근할 수 있는가

2) 자살 계획 : 자살 계획을 세웠는가

3) 자살행동 노출 : 자살 행동을 한 적이 있는가

4) 충동성 : 당사자가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는가

5) 신체적 고통 민감도 : 신체적 고통 내성이 높은가

6) 죽음에 대한 대담성 : 당사자가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7) 심상 : 당사자가 사후 이미지를 묘사하는가

8) 과거 자살행동 : 과거 자살시도를 한 이력이 있는가


저자는 말한다. 만약 우리 주위에 자살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들 중 저 8가지에 해당하는 바가 있다면 조금 더 주의를 가지고 지켜봐 달라고. 나아가 저자는 이들을 돕기 위한 단기적, 장기적인 다양한 실제적 방법들을 들려준다. 스킬적인 부분이 많은데 아마 이는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게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살은 한 가지 요인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자살은 생물학적, 심리적, 임상적, 사회적, 문화적인 복합적 요인이 퍼펙트 스톰이 되어 한꺼번에 몰아치면서 생긴다. 대부분의 경우 자살은 삶을 끝내고 싶어서가 아니라 견딜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끝내고 싶어서 택하는 것이다.(p.27)


얼마 전 자살로 인해 남은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어머니를 먼저 떠나보내고 제대로 된 애도의 시간도 갖지 못했다가 십여 년이 지난 후 제대로 내 감정을 돌아보고 다시 애도의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바라건대 이 책이 자살로 인해 여러 모양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가까운 이들 중 자살을 했거나, 시도 했거나 혹은 본인이 그 고통에 있다면 꼭 한 번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길, 만약 본인이 그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도움의 손길을 내밀길 바란다. 그 용기를 내는데 이 책도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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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경제사 1 - 자본주의 어나더 경제사 1
홍기빈 지음 / 시월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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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홍기빈을 처음 알게 된 건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이었다. 한때 맑스주의자였고, 자연스레 회사원이 되며 점점 오른쪽으로 정치적, 경제적 자산을 옮기며 '이게 맞나'를 계속 되뇌는 내게 뭔가 새로운 필요했고 그 길에서 만난 이가 칼 폴라니였다. 자본주의가 파국으로 치달으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여준 세계대전 이후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또 다시 ‘자유’라 답한다. 그는 개인의 자유와 인간의 영혼은 분리할 수도 없고 포기할 수도 없는 본연의 모습이기에 분리되거나 포기될 수 없고 말하며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이분법을 걷어낸다. 우리가 자본주의를 살아남는 방법은, 시장이라는 유토피아를 걷어내고 그 밑에 자리한 사회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홍기빈은 이런 칼 폴라니를 가장 잘 한국 사회에 전달해온 사람이다. 그의 저서인 <아리스토텔레스 - 경제를 말하다>도 이러한 맥락에서 내게 꽤 추천 빈도가 높은 책이었다.


그런 그가 각 잡고 자신의 이야기로 <자본주의>에 대한 소개서를 출간했다. 제법 꽤 두께감 있는 책은 언뜻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의외로 쉽게 읽힌다. 겉으로 판단하기에 의외로 이 책은 꽤 흥미롭게 읽히는 책이다. 그는 고대부터 중세, 자본주의가 야기한 근대국가의 형성 이후 은행이나 화폐 그리고 이에 따른 권력의 전환에 이르는 돈의 역사를 순서대로 이야기 해주는데 학교에서 언젠가 듣고 잊어버렸던 그 때 그 사건들이 돈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타고난 이야기꾼인 그는 꽤 흥미롭게 들려준다. (산업혁명 이후의 이야기는 2권에서 소개된다고 한다)

책에서 언급하는 재분배, 기독교의 확산에 따른 권력의 분배, 중상주의, 흑사병, 복식부기의 발명 등이 오늘날 자본주의의 성립에 어떤 기여를 했으며 이것들이 발전되어 어떤 모양의 제도로 오늘날 발전했는지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고 그의 다음 이야기도 기대하기 충분했다.


자본주의. 쉽게 이야기 하고 어디에서나 들리는 단어이지만 돌이켜보면 우리가 ‘자본주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나란 생각도 든다. 또한 읽다 보면 우리 사회가 돈에 미쳐 살았던 기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았음을, 최소한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시작되기 이전 1800여 년 정도는 돈은 그저 가치 중립적인 것으로 존재했고 돈보다 종교, 윤리, 가치 같은 것들을 바라며 우리가 살아왔음을 알 수 있다. 

읽으며 문득 우리 다시 그때처럼 살 수는 없을까 싶기도 했다.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고, 돈 때문에 가족을 버리고, 돈 때문에 삶을 포기하는 오늘. 돈의 역사는 돈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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